いつでも會える (單行本)
기쿠타 마리코 / 學習硏究社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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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작고 얇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장을 휘리릭 넘겨 보면서 글이 거의 없어 내용이 꽤 단순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읽기 전까지의 생각이었을 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

이야기는 표지에 등장하는 강아지 시로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시로가 너무나도 좋아하고,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기는 미키짱과의 이야기. 과연 시로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의 이름은 시로. 흰색 강아지라 시로란 이름이 붙었지.
나의 반려인은 미키짱. 아주 귀여운 소녀야. 미키짱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미키짱은 언제나 나를 잘 돌봐 줬어. 간식을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심지어는 밥을 먹을 때도 내가 먹는 걸 늘 지켜봐 줬지.
정말 행복했었어. 세상에서 나보다 더 행복한 개는 없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말야.
난 미키짱이 정말정말 좋았어.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미키짱이 보이질 않았어. 늘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그런거지? 미키짱은 어딜 간거지?
사람들은 미키짱이 죽었고, 그래서 천사가 되었다고 했어. 그래서 더이상 나와 함께 있을 수 없다고 했어. 난 사람들이 말하는 죽음이란 걸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난 미키짱의 빈자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펐어.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었어.
난 너무 슬프고 외로웠어.
불행했어.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미키짱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어.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어.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흘러 나왔어.


미키짱을 만나고 싶어서, 너무나도 만나고 싶어서 난 달리기 시작했어.
어딘가에 미키짱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말야.

미키짱, 기다려. 시로가 간다!!!


난 열심히 미키짱을 찾았어. 미키짱이 있을 만한 곳은 다 다녀봤어.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미키짱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
도대체 미키짱은 어디에 있는 거지?

시로라고 불러줘. 내 머리를 쓰다듬어줘, 미키짱.


미키짱을 찾아다니다 결국 슬픔에 잠이 들었어.
하지만 난 꿈속에서 미키짱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이젠 더이상 같이 놀거나 같이 밥을 먹거나, 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진 못하지만 난 옆에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정말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미키짱의 목소리.


잠에선 깬 후 난 깨달았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란 걸.
미키짱은 계속 내 옆에 있었지만 내가 그걸 눈치재지 못했다는 걸.
눈을 감고 미키짱을 생각하면 미키짱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걸.
미키짱은 가깝고도 먼 곳에 있었다는 걸.
난 미키짱을 만날 수 있어, 언제라도.
그래서 더이상 슬프지 않아. 외롭지 않아.

시로의 이야기는 반려인을 먼저 떠나보낸 반려동물의 이야기이다. 보통 우리는 반려동물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의 마지막을 지키고 기억할 거란 생각만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슬프게도 반려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시로처럼.
시로는 반려인인 미키짱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미키짱의 부재에 슬퍼하고 외로워할 뿐. 하지만 시로는 미키짱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키짱을 생각하고 잊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이별란 것을 자주 경험한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 시로가 미키짱의 죽음이란 큰 슬픔을 잘 견뎌내는 것처럼 우리도 현명하게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본문에는 페이지 표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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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of a Wimpy Kid #4 : Dog Days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Diary of a Wimpy Kid (윔피키드) 10
제프 키니 지음 / Amulet 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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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만난 윔피키드 시리즈는 바로 이 책이다. 샛노란 색의 경쾌한 표지,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무척이나 귀여운 일러스트.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노트처럼 선이 죽죽 그려져 있고, 그 위에 귀여운 글씨체로 일기가 씌어 있다. 또한 그날 있었던 일을 보여 주는 재미있는 일러스트. 와,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때로는 푸하하핫하고 웃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저 나이때 저랬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이 책은 그렉 헤플리라는 초등학생이 석달간의 여름 방학을 보내며 쓴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 방학이라면 날씨도 좋고 놀거리도 많아 아주 즐거운 방학중의 하나이다. 물론 모든 방학이 즐겁지만 겨울방학보다는 야외에서 놀기도 쉽기 때문에 나 역시 여름방학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렉은 만사가 다 귀찮다. 커튼으로 창문을 꼭 가리고 폐인처럼 앉아서 비디오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때로 밤을 새기도 하는 그렉은 아빠가 퇴근하실 때 잠에서 깨기도 한다.

그런 아이를 가만히 두고 볼 엄마가 세상에 있으랴? 엄마는 그렉의 여름방학을 위해 여러가지를 제안한다. 하는 수 없이 밖에 나가게 된 그렉은 친구 라울리의 아빠가 경영하는 컨트리클럽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해변에 가기도 하고 수영장에 가기도 하지만 그렉은 그 모든 것이 탐탁치 않다. 그렉은 남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보통 취학전 아동이라면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가장 즐겁게 생각하지만, 그렉처럼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면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재미있어 하게 된다. 그렉이 라울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친구와의 관계가 늘 원활할 수는 없다. 그렉의 집에 와서 함께 밤을 보내며 부모님 몰래 비디오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라울리의 컨트리클럽에서 마신 음료수 값때문에 라울리와 함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 데면데면한 사이는 계속 이어져 그렉은 자신의 생일 파티때에도 라울리를 초대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둘 사이는 나중에 라울리의 부모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다시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라울리의 부모님이 라울리를 너무 과보호하는 것을 보고 그렉은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친구와의 사이가 이렇게 되었다면 그렉은 자신의 가족과는 어떻게 지낼까? 그렉의 가족은 부모님과 형 로드릭, 그리고 막내 매니로 다섯명이 한 가족이다. 형 로드릭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그렉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매니는 아직 어려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하지만 형제들은 사이가 좋다가 나쁘다를 하는 관계. 좀 툭닥거리긴 해도 그런대로 잘 지내는 편이다. 

엄마는 그렉의 여름방학을 위해 독서모임, 워터파크 가기, 놀이공원가기 등을 제안하지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엄마의 계획은 틀어지기만 한다. 독서모임에서 아이들이 가져오는 책은 엄마 입장에서 탐탁치않고, 아이들은 엄마들이 권하는 고전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결국 해산! 워터파크에 맘먹고 갔더니 가자마자 비가 오고, 휴게소에 엄마를 버려두고 오고, 불꽃놀이를 보려 했더니 불꽃이 몽땅 비에 젖어서 구경도 못하고... 이 가족들에겐 참 심각한 일일텐데, 난 얼마나 웃기던지. 푸하하핫하고 웃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반려동물 기르기도 있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지만 아직 매니가 어려서 안된다는 엄마. 어쩔수 없이 로드릭과 그렉은 물고기 한마리씩을 산다. 그렉은 물고기를 소중하게 돌보지만, 그렉은 생긴것도 이상한 물고기를 사고 결국 잘 돌봐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아버지의 날에 터져버렸으니...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로드릭의 물고기와 그렉의 물고기를 어항에 함께 넣었더니 로드릭의 물고기가 그렉의 물고기를 잡아 먹어버렸다? 이런이런.. 참 안풀리는군나. 그후 아빠는 강아지를 데려오고 가족들은 강아지 키우기의 즐거움에 빠지지만, 그렉은 괴롭기만 하다. 스위티란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오자마자 그렉의 침대를 점령하고 자신의 것인양 거드름을 피우질 않나, 비오는 날 산책하고 젖은 몸으로 그렉의 이불속으로 파고들지를 않나.. 이래저래 고생많은 그렉의 나날들.

하지만 이런 그렉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으니.. 그건 바로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있는 헤더와의 만남이었다. 헤더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실에서 운동을 하지를 않나, 헤더옆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엄마에게 부탁하지만 번번히 실패. 아, 첫사랑을 시작하기엔 그렉이 너무 어렸나, 싶을 정도로 모든 상황은 그렉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이처럼 여름방학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는 그렉의 이야기를 보면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렉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상은 딱딱하고 불공정해 보이고, 형 로드릭은 거만하기만 하고, 매니는 아직 어려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그렉은 여름방학 석달을 보내면서 그들의 좋은 점도 함께 배워나간다. 또한 라울리의 가족을 직접 겪으면서 자신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어째보면 게으르고 한심한데다, 뒷수습은 남에게 맡기는 사고를 종종치는 그렉이지만 그렉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성장한 듯하다.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그렉의 여름방학 일기, 다른 일기들은 어떤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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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어류도감 사가판 도감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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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어류도감을 보면서 연신 "역시 모로호시 다이지로야"를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했을까, 싶었다. 중국설화나 기담을 바탕으로한 제괴지이, 환상적인 기담에 유머코드를 결합시킨 시오리와 시미즈 시리즈, 그리고 사가판 시리즈. 이 책들을 읽어 오면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상상력에 그 끝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류도감이라고 해서 진짜 물고기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진짜 존재하는 물고기 이야기도 나오지만 오히려 상상에 근거한 이야기들이 더 많다. 문득 시오리와 시미즈 시리즈중 하늘을 나는 물고기나 책속에 사는 물고기들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 이야기들의 연장선에서 봐도 좋고 또다른 이야기 모음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사가판 어류도감은 1화와 6화가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만든 <심해인어공주>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바다 위로 올라가 인간을 만난 것이 아니라 심해에 내려온 잠수정 속의 인간을 만난 심해인어공주. 심해인어공주는 심해가 아닌 다른 세상이 궁금했다. 하지만 심해에 사는 인어공주가 더 윗쪽의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만 했다. 심해라는 곳의 특수한 환경과 그 깊이에 따른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 등은 단순한 동화의 이미지를 벗어난다. 과연 심해에 살던 인어공주는 인간 남자를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두번째 이야기인 <교인>은 중국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황제에게 교인을 진상하기 위해 교인을 잡으러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침몰해 한 섬으로 떠내려온 사나이 찬우는 그 섬에 사는 사라라는 한 여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섬. 그리고 보름날의 여자들의 축제. 이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비극과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이야기인 <물고기가 왔다!>는 사가판 조류도감의 먼 미래도시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다. 사가판 조류도감에 실린 첫번째 이야기인 <새를 파는 사람>은 새를 처음보는 미래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물고기가 왔다!>는 물고기를 처음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식육용으로 유전자 조작을 거쳐 지금의 물고기 모양을 거의 찾아 볼 수도 없고 살아 있는 물고기도 볼 수 없는 미래 지하도시의 사람들.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의 미래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암담해진다.

<물고기 학교>는 진짜 시오리와 시미즈 시리즈 느낌이랄까. 좀 웃기기도 하고 괴상하기도 한 꼭 그런 느낌. 물고기 학교에서는 어떤 것을 가르쳐줄까? (궁금하면 책을 직접 보시길...) 나의 경우 심해어의 발광기를 이용한 의태를 배우고 싶었다, 랄까?

<물고기 꿈을 꾸는 남자>는 현대 시대의 붕괴된 가정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버지와 말조차 섞지 않는 자식, 남편과 멀어진 아내, 승진위주의 사회 생활에 지쳐버린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 물속이 아니라 물밖에 나와 힘겹게 숨을 쉬는 듯한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찡해졌다.

마지막 작품인 <소재먹장어>는 자신의 이야기의 소재를 찾으러 다니는 먹장어 이야기로 초롱아귀, 큰입멍게, 별벌레 아재비의 생태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상상력은 우리의 상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어딘가 혼자만 알고 있는 소재가 퐁퐁 솟아나는 샘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물고기란 소재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난 오늘 그가 만들어준 상상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고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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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 어느 날 문득 떠난 무난한 청춘들의 사소한 일본 여행기
심청보 지음, 김준영 사진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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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는 책 제목만 보고서는 기차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다. 일본은 기차 노선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데다, 특히 에키벤이란 것이 유명하기 때문에 주로 그런 이야기가 나올줄 알았더니, 여기에서의 기차란 단순히 운송수단에 그친 것이란 걸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마구마구 실망했냐구? 아니, 물론 기차에 관한 내용이나 에키벤에 관한 내용이 극히 적었지만 그래도 기차 노선을 따라 여행을 다닌 여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뭔가, 벌써 결론을!?) (笑)

이들의 여정은 후쿠오카(큐슈)에서 출발해서 홋카이도까지 갔다가 다시 후쿠오카까지다. 좀 재미있는 것은 도쿄에 가장 나중에 들렀다는 것. 뭐,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도쿄가 맨 마지막이란 것도 좋을 듯 하다. 도쿄는 너무나도 복잡하니까.

어쨌거나!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상적이었던 도시에 관한 내용을 조금 언급해볼까 한다.


마츠야마시의 도련님 시계탑.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1906년작 소설로 나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오래된 노면 전철하며, 온천.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도련님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로 꾸며진 시계탑이다. 일본에서 나온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정각에 땡땡땡하고 종을 울리며 인형이 등장하는 시계탑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국민적 사랑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만든 시계탑이라니 정말 환상적이다.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오른쪽 위에 있는 캐릭터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바로바로바로 게게게의 키타로의 키타로.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캐릭터중의 하나인데, 사실 난 키타로의 아버지인 눈깔 영감을 더 좋아한다. 푸힛..

요괴를 소재로한 도시라.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요괴가 많기로 소문난 일본이지만 이렇듯 요괴를 소재로 관광사업을 꾸린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요괴를 소재로 한 도시가 있다면 동화를 소재로 한 도시도 있다. 그곳은 바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만들어진 곳, 하나마키로 책 후반부에 따로 소개가 되어 있다.


짜잔~~
다음은 우리에게 우주소년 아톰과 사파이어 왕자, 밀림의 왕자 레오로 잘 알려진 다카라즈카의 데츠카 오사무 기념관이다. 데츠카 오사무는 일본에서 만화의 신이라 불린 인물로 그의 만화는 그 수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세 편의 만화는 어린 시절 나를 티비 앞에 붙들어 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나에겐 아톰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하나있다. 그건 바로 대학 시절의 내 별명이 아톰이었다는 것. 대학 입학 당시 앞머리에 살짝 펌을 했던지라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렸는데, 그걸 보고 동기들이 아톰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도 난 대학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후배들에게 여전히 아톰이다. 하지만 이젠 제발 엉덩이로 총을 쏴보란 말은 하지 않았으면!!!!! (부탁!)


일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닌자의 존재이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는 비록 닌자 축제기간도 아니요 비까지 와서 있는 닌자도 퇴근했다지만, 닌자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여성이란 것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 닌자는 쿠노이치라고 한다) 샌들에 컨버스화에 나이키 운동화. 푸흡...... 좀 웃기긴 하다. 그래도 폼만큼은 닌자답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닌자들의 정체. 바로 갸루들이었단 것. 갸루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은 사족이라 생각하고 생략!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인 가와구치코의 고양이 미술관 코노하나. 건물을 보면 정말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인다. 고양이 미술관에서 만날 고양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우리를 반겨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가 무려 10만송이가 피어있다는 호쿠토. 이곳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10만송이의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말이 나올까.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있으리요.

이외에도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아지초에 관한 이야기도 책 전반부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길..  


비틀즈의 노래에, 존 레논의 노래에 가슴 떨리지 않았던 청춘이 있을까. 나 역시 고교시절 비틀즈의 음악을 존 레논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가루이자와는 존 레논이 자신의 부인 오노 요코와 아이들과 함께 휴앙지로 찾았던 곳이다. 존 레논이 빵을 샀던 빵집이며, 차를 마셨던 찻집. 존 레논을 그리워하는 이라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이곳 가루이자와에 들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문득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팝 스타 존의 휴가>란 책이 떠올랐다. 제목에서의 존은 존 레논을 뜻한다. 존 레논을 좋아하지만 가루이자와까지 바로 가기 힘든 사람은 이 책으로 마음을 달래도 좋을 듯.


일본 하면 역시 마츠리. 마츠리 없는 일본은 상상할 수도 없다. 도쿄의 간다 마츠리, 쿄토의 기온 마츠리, 오사카의 텐진 마츠리가 일본의 3대 마츠리라고 하지만 그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볼 것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위의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는 전에 TV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이 등롱이 얼마나 거대한지 입을 떡 벌리고 본적이 있다. 정말 일본에 가게 되면 마츠리 스케줄은 꼭 확인하고 가리라.


아아... 여긴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의 하나인데 딱 두페이지만 할애되었다. 이곳은 아오모리에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미술관, 정확히 말하면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이다.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250여점이 전시되어 있는 곳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만큼 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특히 이 아오모리켄의 모델이기도 한 흰 개는 소녀와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풍경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교토의 '철학의 길'이 나올 때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들이 떠올랐고, 도쿄 근교의 쇼난 해변이 나올 때는 만화 <슬램덩크>가 떠올랐다. 또한 에노시마가 나왔을 때는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의 '고양이 오드리'가 떠올랐다. 수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의 배경이 된 도시들. 왠지 그곳에 가면 그 속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JR 패스로 33일동안 기차로 일본을 여행한다, 라는 것은 어쩌면 힘든 길을 일부러 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기차보다는 비행기가 자동차가 편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기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나 기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은 편리함이 대신할 수 없으리라. 나야 이제껏 해본 기차 여행이라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이나 소풍 정도 뿐이지만 진짜 날 한 번 잡고 우리나라 기차여행이라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록 일본에 갈 처지도 못되는지라, 이 책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마음만은 즐거워졌으니 그 또한 또다른 의미의 사치가 아닐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52p, 66p, 102p, 141p, 188p, 199p, 220~221p, 222p,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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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나에게 있어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은 너무도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려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입학 전에 반편성고사를 봤다는 것과 입학식날이 무척이나 추웠다는 것, 그리고 지긋지긋한 남자아이들에게서 벗어나 여자아이들만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기쁨이었달까. 초등학교(내가 다니던 당시는 국민학교) 6학년 때 뭐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던지 난 내내 남자 아이들과 싸움을 해야 했다. 녀석들은 이유도 없이 여자애들을 괴롭혔고, 나도 그 대상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청소시간이라던지 하교시간에 때때로 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남자 아이들이 지긋지긋했고 여중에 들어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후에는 별다른 일없이 중학교 1학년을 보낸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 연주는 열네 살, 중학교 1학년이고 입학한지 몇 달 안되는 새내기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에 투덜거리면서도 숙제를 하고, 하교후에는 학원에 다니며, 연예인을 좋아하고 나중에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평범한 소녀이다. 부모님도 평범하고, 공부도 썩 잘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얼굴이 유난히 예쁜 것도 아닌 연주는 마리 엔이란 여자 가수같은 위대한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왜 내 인생은 온통 '싶어, 싶어, 싶어!'뿐일까?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은 몽땅 '싶어!'로 끝나는 것 같아. (24p)

~싶어란 것은 꿈이 많을 때 하는 소리. 연주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이 '싶어, 싶어'의 연속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연주가 꿈이 많다는 소리다. 요즘처럼 대학 잘 가서 좋은 직장 얻는게 제 꿈이예요가 아닌, 유명가수가 되겠다는 연예인의 꿈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꿈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은 게 아닐까.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서도 연주의 일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일상이란 쉽사리 바뀌는게 아닌데도 연주는 아직 그걸 이해할 나이는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열네 살 중학생이 되면, 내 인생이 확 달라질 줄 알았거든. (101p)

나 역시 초등학교에 다닐때는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것 같았다. 나도 중학생이 되면 얼마나 달라 보일까,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는 건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로는 그게 큰 차이가 있을 줄 알았지만, 어째 연주는 나보다 더 이 사실을 먼저 깨달은 듯 하다.

연주와 연주의 부모님 사이는 나쁜 편이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 부모님께 반항하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연주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 대해 무조선 순종하는 타입은 아니고, 때로 일기를 통해 작문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긴 하지만 비뚤어진 모습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사이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나이에는 어른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도 한다.

휴우, 나는 엄마가 되면 우리 엄마처럼 자식을 들들 볶거나 무슨 일만 있으면 신세 한탄하는 사람은 절대 안 될거야! (110p)

나 역시 어릴 때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어른이 되면 저렇게는 안될거야. 내가 만약 딸을 낳으면 친구처럼 지낼텐데, 엄마는 왜 못그럴까? 뭐 이런 생각들.

왜 저러시지? 내가 사는 게 우습다는 거? 내가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는 거?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별 볼일 없다는 거? 그러는 엄마는 얼마나 대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정말 기가 막히네 ……. (144~145p)

하지만 열네 살이란 나이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자신들 역시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나이 또래에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어른들의 세상을 보며 불공정하고 부조리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아예 말문을 닫고 어른들과 이야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는 아이도 종종 있게 마련이지만, 연주의 경우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연주의 엄마도 때로는 연주와 부딪히기도 하지만 연주의 이야기를 꽤 잘들어 주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며, 중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연주와 연주 가족, 그리고 친구 민주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청소년 폭력문제와 관련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별것 아닌 일로 집단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기 때문에'. 물론 요즘 아이들이 자신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곳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 학교 생활은 답답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늘 규칙에 얽매여 살아간다. 게다가 한가구당 자녀수가 적은 만큼 귀하게 큰 아이들이 많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이루며 살았던지라, 남에게 대한 배려나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란 요소도 크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중학시절부터 대학입시에 대해 고민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지금처럼 가정환경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물론 그 또래 나름의 고민은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힘겹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셀 수 없이 너희를 째려볼 것이다. 겨우 그 정도밖에 못사느냐? 넌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냐? 등등의 조롱으로 말이다. 또 삶은 너희를 기분 나쁘게 째려볼 것이다. 네가 뭘 하겠어? 네가 뭐 대단하다고?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말이다. (중략)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너희가 울든 웃든, 노력하든 포기하든, 주저앉든 다시 일어나든…… 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추거나 쉬거나 요령을 피우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을. (166p)

선생님의 말씀은 십 대 아이들을 향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나도 움찔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내 미래는 불안하고 내 불안정한 삶에 대해 나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순간에도 시간은 똑딱똑딱 흘러간다. 미래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미래를 준비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열심히 준비해도 어느샌가 그 미래는 바로 내 곁을 지나 과거로 향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청소년 폭력사건 뿐 만이 아니라 십 대의 임신과 영아 유기, 자살 등과 같은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 내가 십 대 시절을 보낸 시절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참 암울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몸은 성숙할대로 성숙했지만 마음은 성숙하지 못한 다 큰 아기들. 연주 엄마의 말씀대로 19살, 20살에 성년이 되는 것이 아니라, 2차성징이 나타나는 무렵이 성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의 이혼후 남들과 다른 세상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듯한 민주,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특별한 미래를 살기를 원하는 연주, 그리고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유학을 결심하기로 한 지섭. 이 아이들이 이 책의 십 대들을 대변한다. 그중 지섭의 말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건 다음과 같다.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다르잖아. TV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마음에도 없는 선택을 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장면이 나오지.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마라 ……'라고. 어쩌면 소설이나 드라마나 그렇게 한 통속일까? 그건 작가들이 너무 무책임한 거야. 더구나 청소년 소설들을 읽으면 한결같이 기성세대, 아니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자기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고, 충고해주는 길과 다른 길로 걸어가는 것만이 진정한 십 대의 용기라고, 젊음의 아름다운 고통의 통과의례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달라. 자기가 원하지 않는 길이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지금의 욕망을 잠시 억누르고 포기의 고통을 겪어내는 것도 진정한 십 대의 용기이고, 진짜 아름다운 인생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해. (198~199p)

이 부분을 읽으면서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드라마나 소설은 다 그랬지. 꼭 유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반항한답시고 설치지. 반항하며 쓰는 돈도 결국 부모의 돈인줄도 모르고. 어른들과 아이들의 대립은 없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생각의 차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늘 반항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어른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립할 수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말이라고 무조건 색안경끼고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지섭의 이야기는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십 대 청소년들의 마음속 생각과 고민, 첫사랑, 미래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은 조합으로 재미있게 풀어 놓은 <열네 살이 어때서?>는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잘 풀어 놓았다. 겨우 열네 살일지도 모르고, 벌써 열네 살일지도 모를 중학교 1학년 연주. 앞으로의 인생에서 부모님과 혹은 선생님과 아마도 더 많은 대립이 있으면 있었지 대립할 일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연주의 장래희망은 가수에서 다른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나이이니까. 하지만 연주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연주 나이의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란 것이며, 연주 자신만이 힘들고 아프고 슬픈 것이 아니라, 어른들 역시 힘들고 아프고 슬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란 것, 다만 그걸 밖으로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것 뿐이란 것은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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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10-2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경실 작가네요.
리뷰를 읽으면서 제 열네살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답니다.
여학생들만 있는 교실에서 어찌나 떠들어대고, 시끄럽게 굴었는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