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2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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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유목민과 정착민의 삶을 보여주는 신부이야기 제 2권. 유목민인 하르갈족 출신으로 지금은 정착민인 된 에이혼가에 시집 온 아미르는 말도 잘 타고, 활쏘는 솜씨도 수준급인 20살의 새 신부. 그의 신랑은 이제 12살, 아직 어리지만 믿음직한 소년 카르르크이다. 조금은 서로 다른 풍습이지만 조금씩 에이혼가의 가풍에 익숙해져가는 아미르와 카르르크의 이야기 두번째.

신부이야기를 보면 유목민과 정착민들의 생활 풍습이 잘 나타나 있다. 2권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습은 가마 여는 날. 이날에는 마을의 모든 여인들이 가마에 모여 빵을 굽는다. 처음으로 가마에 가게 된 아미르는 그곳에서 파리야란 당찬 소녀와 만난다. 파리야와 금세 친구가 된 아미르는 파리야의 빵 굽는 솜씨에 반하고, 파리야는 아미르의 활쏨씨에 반한달까. 두 사람은 앞으로도 아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  

또다른 재미있는 다른 풍습으로는 예단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준비한다는 것. 아미르는 어떻게 보면 늦깎이 신부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소녀들이 10대에 결혼한다고 보면 자수들을 이용한 예단은 바느질이 가능한 나이부터 시작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미르 역시 자신이 준비해 온 예단을 이용해 신랑 카르르크의 옷을 지어주곤 하니까. 각 가정마다 부족마다 다른 자수 모양과 자수에 담는 염원 등은 정말 화폐 단위로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고나 할까.

역시 2권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일은 역시 아미르를 되찾으러 온 하르갈 족 사람들. 누마지 족에게 시집보낼 여자가 없자 아직 아이가 없는 아미르를 되돌려 받으러 온 것이다. 어찌 보면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로 여겨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존재하지만 좀 열받기는 한다. 아버지를 거역한다는 것은 곧 연을 끊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 아미르 입장에서는 아무리 용감한 사냥군이고 씩씩한 여성이라 해도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아미르 탈환을 목표로 온 하르갈 족 남자들은 아미르가 사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그 행위를 저지당한다. 특히 마지막으로 카르르크의 활약이 쐐기를 박은 셈. 어리지만 용감한 카르르크에게 아미르가 새삼 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지금은 단순히 결혼 상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해 왔다면 이 사건을 통해 더욱더 큰 사랑이 싹튼 게 아닐까. 난 개인적으로 자꾸만 빨개지는 아미르의 얼굴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흐뭇)

작가 후기를 보니 다음권에서는 아미르와 카르르크를 만날 수 없을 듯 하다. 영국인 스미스가 아미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신부를 만나게 될까. 근데 아미르보다 덜 매력적이면 어쩌지?? 난 이미 아미르에게 푹 빠졌는데...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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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2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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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멀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 그때는 이미 환경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간다. 훗날 '저녁뜸의 시대'라 불릴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곳 서쪽 언덕에는 카페 알파란 곳이 있고, 카페 알파에는 알파형 로봇 알파가 언제가는 돌아올 오너를 기다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파는 오늘도 오너가 보낸 카메라를 들고 소중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찍은 사진은 고작 한 장뿐. 그러나 그 풍경과 시간을 사진속에 담는 것보다 마음속에 남겨온 것이 알파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 알파는 로봇이지만 어찌 보면 인간보더 더 인간다운 로봇이다. 인간의 순수한 원형이랄까. 그런 알파를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로봇이기에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알파에게 있어 별다른 일도 없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질만도 하지만, 알파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권의 내용은 알파의 이야기로는 마지막 대왕 불꽃놀이 구경, 코코네의 방문, 아야세와의 만남 등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마지막이란 소리를 들어야만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존재란 걸. 평소엔 신경도 쓰지 않고 흘려 보냈던 것들이 더이상 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안타까워 한다.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을 지겨워 하지만, 결국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그때가 정말 좋았단 걸 뒤늦게야 깨닫고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유소 영감님과 선생님의 추억이다. 두 사람만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시간. 하지만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그 속편을 언젠가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그날을 떠올리게 되면서 말이다. 오늘은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된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뒤로 뒤로 흘러간다. 앞만 보고 사는 요즘 시대, 우리는 과연 미래에 보게 될 것이 속편이란 걸 깨달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야기로는 1권에 등장했던 미사고의 이야기와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물의 신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문명앞에 무너져내려 더이상 볼 수 없었던 어떤 것들이 문명의 붕괴 과정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자연은 인간의 문명앞에 파괴되지만, 인간의 문명이 붕괴됨으로서 자연은 재생된다는 의미랄까.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책이 무겁거나 딱딱하다는 생각은 금물. 카페 알파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뿐이니까. 카페 알파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반추하게 만든다. 알파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추억이 될 '지금'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젠가의 속편이 될 것이고, 그 속편은 또다른 속편을 만들 기억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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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양이 -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니키 에쓰코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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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이라..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추리소설, 특히 일본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 물론 이제서야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읽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안읽는 것보단 늦게라도 읽게 되어 참 뿌듯했달까. 책을 배송받았을 때 일단은 그 두께에 좀 놀랐다. 물론 1,000페이지가 넘어 가는 분량까지는 아니지만 660페이지는 사뿐히 넘어가기 때문에 흐뭇했다. 난 추리 소설이라면 장편이든 단편이든 중편이든 가리지 않지만, 단편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짧은이야기가 완결성을 갖기 위해서는 작가의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즉, 단편을 잘 쓰는 작가는 장편도 잘 쓰기 때문에 믿을만 하달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이 소설집에는 14명의 작가가 쓴 16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실려 있다. 책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모두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들이다. 물론 상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그 재미가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그래도 좀 믿을 만하달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작품이 꽤나 재미있었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조금 옛날 추리 소설이라 그런지 요즘처럼 기가 막히는 트릭이나 사이코패스같은 범인이 등장하는 작품보다는 사람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나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는 범인,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기타카 타로의 초승달은 나이 차이가 많은 부부사이에 벌어진 미스터리를 그리고 있는데, 묘한 상황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누가 봐도 사고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범행이랄까.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남편의 마음이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가야마 시게루의 해만장기담은 제목에도 기담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듯이 추리소설보다는 기담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가족간의 사랑과 증오가 만들어낸 비극을 담고 있었달까. 눈 속의 악마는 결국 사랑이란 것이 가져온 비극을 그리고 있는데, 이 작품의 트릭이란 것이 참 흥미로웠다. 그 목격자는 정말 범행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맞을까, 하는 의심도 가질 만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야마다 후타로의 허상음락은 독을 마시고 실려온 한 여자와 음독자살한 남편, 그리고 그 여자의 시동생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병원 의사와 그 여자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맞물려 있는 이야기로 인간의 욕망이란 것과 관련된 이야기였고, 린치는 야쿠자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 놓은 단편이다. 매국노는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중 가장 긴 단편으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추리물이다.

히가게 죠키치의 여우의 닭은 전쟁에서 살아온 자의 트라우마, 그리고 장남과 차남의 차별이란 당시 일본의 상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결말부가 꽤나 안타까웠던 작품. 쓰노다 기쿠오의 피리를 불면 사람이 죽는다는 왠지 요코미죠 세이시의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작품이 떠오르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은 좀 다르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피리가 가진 의미가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 도이타 아스지의 그린 차의 아이는 첨엔 제목을 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열차 차량이 녹색이라 그린 색이란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이 단편집 중 가장 가벼운 미스터리를 담고 있으며 가부키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시자와 에이타로의 시선은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 작품으로 인간의 마음속 어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준 작품이다. 또한 여성의 변심이란 소재가 꽤나 씁쓸하게 다가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아토다 다카시의 손님은 유한계급과 무한계급의 대비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으로 유한계급을 대변하는 여성이 무한계급을 대변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니키 에츠코의 빨간 고양이는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고양이는 알고 있다>란 작품으로 잘 알려진 니키 에츠코의 단편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오래전 어머니의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밀. 때로는 사소한 것이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달까.

렌조 미키히코의 돌아오는 강의 정사는 시인 친구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푸는 작품인데, 처음엔 좀 지겨운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가면서 푹 빠져들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떠나버린 사랑을 되돌리고 싶은 남자의 욕망은 아무 죄 없는 여인 두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결국 시인 자신도. 구사카 케이스케의 작품 두 편은 모두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순수해서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잔혹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랄까.

대략 정리해 봐도 참 다양한 인간 관계와 소재, 다양한 범행이 등장한다. 그중에는 정말 용서하고 싶지 않은 범인도 있고, 죄를 지었으나 눈감아 주고 싶은 그런 범인도 등장한다. 사랑이란 아름다운 감정이 초래하는 비극,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인 가족간에 일어나는 비극에 관한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문장이 좀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씌어진 소설이 아니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면이 작품의 몰입도를 좀 떨어뜨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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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이스터 1
아츠시 나카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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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 표지를 봤을 때, 어이쿠, 깜짝이야, 이거 뭡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기도 하지만, 반대로 호기심이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트라우마이스터란 제목과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등장이라... 근데 자세히 보면 무섭다기 보다는 어딘가 유머스럽다. 일단은 책 뒷표지의 내용 소개를 읽으면서 대충 감을 잡긴 했지만, 역시 수박은 반을 쪼개봐야 잘 익었는지 안익었는지를 안다고, 책도 펴 봐야 아는 것. 묘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고 본문으로 들어간 순간... 또다시 이거 뭡니까, 라는 말이.
설마 메카닉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라제폰에 나오는 그 로봇과 비슷한 얼굴이 등장했으니까. 그러나 메카닉물은 아니고, 판타지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싶다.

책의 주인공은 17세의 평범하게 잘 나가는 히카 소우마. 일명 피카소라 불리는 소년이다. 피카소는 귀여운 얼굴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타입이지만 '도깨비'를 무서워한다는 트라우마때문에 늘 여자애들에게 차이는 신세. 오늘도 어김없이 첫데이트에서 실연당한 피카소는 전철을 타고 가다 한 새끈한 누님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스쟈타. 피카소가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향을 피우더니 무시무시한 괴물을 불러낸다. 그 괴물은 바로, 피카소가 두려워하는 '도깨비' 트라우마의 사념체였다. 그 사념체와 결투를 하여 이기면 그 사념체를 자신의 종 (다른 말로 '아트맨'이라고 한다)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하지만, 피카소에게 있어 그 도깨비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사념체와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정신이 먹히게 되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데...  

자신의 트라우마를 두려워하는 건 하나도 이상한게 아니야. 누구나 무서운 것이 한두 가지는 있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저 귀신을 두려워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딱 하나 착각하는 게 있어… 트라우마는 도망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 있는 거야. 극복하기 위한 힘이 바로 용기야. (45p)

사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란 것이 존재한다. 보통 트라우마란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란 것을 의미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조금 작은 의미로 봐야 할 듯. 피카소의 트라우마는 술래잡기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의 트라우마에 먹히기 때문에 트라우마는 극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스쟈타의 말은 무척이나 공감이 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수십배나 되는 덩치의 괴물이 공격해 온다면 누구나 뒷걸음질칠 수 밖에... 게다가 용기의 검이라고 꺼낸 것이 겨우... **이라니. 피카소에겐 심각한 장면이지만 솔직히 난 이 장면에서 푸하하하핫하고 웃어버렸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믿을 수 없는 때가 있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용기를 믿을 수 없는 인간에게 승리는 오지 않는 법이야. (65p)

어쨌거나 스쟈타의 말에 용기백배한 피카소는 - 사실 트라우마에 먹히기 싫어 용기를 냈다고 봄 - 결국 사념체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사념체는 아트맨으로 '게르니카'란 이름을 가지게 된다. 이게 참 재미있다. 히카 소우마란 이름으로 피카소란 별명을 만들고, 피카소의 트라우마를 '게르니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저 갖다 붙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명은 구찮아서 관둠)

이후 아트맨으로 게르니카를 사역하게 된 피카소와 역시 또하나의 아트맨인 스쟈타는 아트맨으로 세계정복을 꾀하는 찬드라 컴퍼니와 맞서게 되는데...
책 후반부를 보면 찬드라 컴퍼니에서 온 자객과 그의 아트맨이 등장한다. 소 뒷발로 쥐잡는 격으로 일단 첫 상대는 가뿐하게 물리치는 피카소와 게르니카. 그후 다른 트라우마이스터를 찾아다니는 찬드라 컴퍼니의 자객과 세명의 트라우마이스터 등장. 2권은 그들의 활약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듯.

소년만화인지라 처음엔 좀 내 취향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그런 편견을 접고 본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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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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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요즘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가 된 곳.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었구나, 하고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는 그곳. 제주도라면 관광 도시이긴 하지만 제주도 갈 돈이면 해외를 가지, 하면서 등을 돌렸던 사람들도 제주도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게 다 올레길 덕분이란다. 나 역시 중학교때 제주도를 한 번 간 것이 다인지라, 티비에서 볼 때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처음에 이 책을 살 때만 해도 올레길 가이드 북이 아닌가 하고 구입했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읽는 순간부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올레길을 만들게 된 계기, 만든 사람들, 그리고 관리하고 유지하는 올레지기들, 올레길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올레길을 찾는 올레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올레길에 관한 다양한 사연들과 올레길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연들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올레길 가이드 북이 아닌가 하고 샀는데 그게 아니라서 실망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읽음으로서 올레길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란 걸 알았고, 그래서 올레길이 더욱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장비없이 오로지 삽과 곡괭이, 그리고 사람의 노동으로만 만들어진 길. 여러 사람이 우르르 지날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사람 하나 지나갈 좁은 길, 지금은 잊혀진 옛길을 다시 복원한 길. 그래서 그런지 올레길은 자연에 가까운 사람에 다정한 길이란 생각이 든다. 

회색의 콘크리트로 땅이 숨쉴 수도 없는 딱딱한 공간, 동물은 지나갈 수도 없는 오로지 사람들만을 위한 길이 매일매일 새로 닦여지고 있다. 그런 길은 도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오히려 시골마을 쪽이 더 많이 원래의 흙길이 없어지고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요즘엔 시골에 가서도 흙길이 아나리 콘크리트, 시멘트로 만들어진 길을 걸어야 하니 도대체 시골에 왜 가야 하는지 - 그것도 흙길을 밟기 위해 - 그 이유가 모호해질 때도 있다. 그러니 요즘처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도로가 빵빵 건설되는 마당에 사람 손으로 만든 길이란 게 놀랍기만 했다. 비록 인간의 길이지만 동물과 식물이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올레지기들의 이야기나 올레 주민들 이야기에도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내 마음에 가장 많이 와닿은 부분은 올레길 여행을 혼자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주부들 중에서도 특히 50대가 넘어가는 주부들이 혼자서 올레길을 찾는다는 건 충격이기도 했고 놀람이기도 했다. 엄마들이 남편과 자식을 두고 혼자 여행에 나선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이상한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 여성들은 혼자 올레길 여행에 나선 것일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성의 발언권이 너무 세졌다'는 21세기 한국에서 아직도 여자와 남자, 어머니와 자녀들이 독립된 개인으로 만나지 못했음을. 이토록 여행에 고픈 여자들이 많았음을.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일상에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행은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과 만나는 통로다. 여자들이 혼자 길을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건 정신적인 독립을 주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인 혹은 애인의 '나 홀로 여행'을 반대하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그 여성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거이다. 오랜 세월 혼자 떠나기를 주저했던 여성들이 왜, 무엇때문에 올레길을 찾는 것일까. 어떻게 용기를 낸 것일까.
(171p)

서명숙 이사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 해도 그건 주부에겐 예외다. 여행을 가도 식구들을 챙겨야 하고, 식구들 밥 굶을 생각에 1박 이상의 여행은 꿈꾸지도 못하는 우리네 엄마들. 그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다. 가족끼리의 여행에서도 엄마는 늘 식사 담당, 가족 챙기기 담당. 어린 시절의 난 그것도 모르고 그냥 즐겁기만 했다. 요즘은 엄마가 밥하기 정말 지겹다, 라는 말씀도 종종하실 정도다. 아부지는 산행으로 1박 이상의 여행을 자주 다니신다. 하지만 아부지는 엄마가 집을 비우는 건 반나절도 싫으신 모양이다. 왜 엄마들은 자유롭게 여행도 하지 못할까.

우리 엄마도 올레길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마구 든다. 이젠 가족들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엄마만의 시간,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해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늘 올레길을 가고 싶다 하시는 엄마, 내년에 꼭 같이 가보자, 라고 하시지만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개, 고양이 합쳐서 총 7마리나 된다. 그렇다보니 나와 엄마가 함께 집을 비울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엄마 혼자만의 여행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 혼자 여행은 생각지도 못하시는 엄마이지만, 이 책은 분명 혼자 여행할 결심을 하게 만들, 혼자 여행을 떠나게 만들 수 있는 용기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엄마와 함께 놀멍 쉬멍 꼬닥꼬닥 걷고 싶은 길, 올레길.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던 것이 많았으리라. 
그 길이 수많은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의 땀방울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각 길마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는 것을.

올레길이 그저 단순한 길이 아닌 꿈이 있고, 희망이 있으며, 치유의 에너지가 있는 길임을 이젠 안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50~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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