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피시 Banana Fish 1 - 완전판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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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전부터 바나나 피시를 너무나도 읽고 싶었는데 드디에 바나나 피시가 내 손에 들어 왔다. 포지부터 진짜 멋지다. 바나나 피시는 총 19권으로 완결난 작품이었지만 본서 11권 + 가이드북 + 외전으로 이루어진 총 13권의 완전판이 다시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이 작품의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반증한다.

1973년, 베트남에서 한 병사가 동료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그 당시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고, "바나나 피쉬"란 말을 중얼거렸다.

1985년 뉴욕. 의문의 자살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또한 총을 맞고 갱스터들에게 쫓기던 남자가 거리 아이들의 보스인 애시란 소년에게 목걸이를 건네며 "바나나 피시"란 말을 남기고 숨지게 된다. 

애시는 그 남자에게 받은 목걸이가 큰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애시가 보스로 있는 구역의 마피아 보스인 디노가 애시를 압박해오기 시작한다. 애시는 이 일로 그 물건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지게 되는데...
사실 애시가 바나나 피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3년 베트남에서 동료들을 사살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자신의 형이 때때로 바나나 피시란 말을 중얼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바나나 피시가 무엇이길래, 이렇듯 사람들의 죽음을 몰고 다니는 것일까. 한 사람의 이름인지 조직의 이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음에 분명하다. 보스 자리를 노리고 애시를 처리하려는 오서, 애시가 바나나 피시를 입수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애시를 밀어붙이는 마피아 보스 디노. 애시는 자기 조직원에게 배신당하고, 마피아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일본에서 취재차 미국에 온 카메라맨의 조수 에이지와 만나게 되고, 에이지마저 위험에 노출되는데...

세상에는 정말 믿을 사람이라고는 없는 것일까. 마피아 조직원을 살해한 혐의(실제로는 누명)로 경찰에 잡힌 애시는 부패 경찰의 농간으로 지나간 상처가 다시 헤집어지는 쓰라림을 맛본다. 또한 보통 애시 정도의 나이라면 감화원에 보내지지만 디노가 지방 검사를 조종하여 교도소에 보내고, 교도소장 역시 디노와 한편이란 것은 미국 사회의 부패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마피아와 부패 경찰, 검사, 교도소 수감자로 있는 디노의 부하, 교도소 소장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애시를 압박해 온다. 애시는 자신을 노리는 디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열한 살 때 녀석들에게 붙잡힌 뒤 난 계속 기다려왔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녀석과 싸우는 수밖에 없어. 절대 용서 못해! 놈들은 벌레 죽이듯이 스킵을 죽였어... 녀석이 어떤 수법을 쓰건 간에 난 반드시 빠져나갈 테다! 반드시 이겨서 살아남겠어! (292p)

바나나 피시. 참 예쁜 말 같아서 일단 사전을 찾아 보니, 우리말로 여을멸이라 불리는 바닷고기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등장하는 바나나 피시는 엄청나게 무서운 뜻으로 쓰였달까.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J.D. 샐린저의 소설에는 "바나나 피시라는 물고기를 보면 죽고 싶어진다" 라는 문장이 나오며, 바나나 피시는 죽음을 부르는 물고기라 표현되고 있다.(115p) 이 말이 참 재미있는 것이 샐린저의 소설에 나오는 바나나 피시도 그렇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간접적으로 접촉하게 되는 바나나 피시도 죽음을 부르는 존재란 것이다. 그 죽음은 육체적 죽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신의 파괴, 즉 정신적 죽음까지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첫 권부터 엄청난 충격과 기대를 안겨준 바나나 피시. 역시 후회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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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계속 벼루고만 있는데... 정말 올해는 마음먹고 읽어봐야 될 것 같아요.

스즈야 2011-03-14 23:29   좋아요 0 | URL
ㅋㅋ 전 서평 도서 2권 받아서 읽고 땡... 나머지도 사야하는데, 만화책 지를게 넘 많아서... 흑흑흑... 일단 길상천녀부터 읽으려구요.

2011-03-1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검색해보시게 만드셨어요 ㅎㅎ
<길상천녀> 쪽도 재밌어 보이는 걸요. 카구야히메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일려나요.
미리보기로 조금 봤는데, 그 정도로는 아직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네요. 스즈야님 리뷰 기대할게요.

스즈야 2011-03-15 21:33   좋아요 0 | URL
음.. 길상천녀 사놓고 손도 못대고 있다능.. 시리즈 만화 신간이 거의 매주 나오다 보니... (제가 읽고 있는 만화 중에서요) 완결된 건 거의 손도 못대고 있어요. 얼른 읽고 싶어 죽겠어요, 저도... ^^
 
나의, 블루보리 왕자 문지아이들 110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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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루보리 왕자.
블루보리?? 도대체 뭔 뜻이지?
표지를 보니 싱긋 웃고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보인다. 블루보리 왕자란 저 녀석 이름인가?
그래도 그렇지 이름이 참으로 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한솔이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이다. 생일날 귀여운 강아지를 선물받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받은 선물은 로봇 강아지였다. 자신이 무슨 애도 아니고, 겨우 이런 걸 받고 싶었냐고 엄마에게 따지자, 엄마는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때라면서 한솔이의 의견을 묵살한다. 사실 한솔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빠는 지방에서 엄마는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텅빈 집에 들어가는 건 싫다. 강아지가 있다면 자신을 반갑게 맞아 줄텐데, 그리고 외로울때 친구가 되어줄텐데,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솔이가 과일 가게 앞을 지나다가 멋진 개 한마리가 묶여 있는 것을 본다. 시베리안 허스키, 발음하기도 힘든 종류의 이름을 가진 그 개에게 한솔이는 첫눈에 반한다. 한솔이는 그 개에게 왕자란 이름을 붙여주고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늘 방해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한솔이의 단짝 민규의 쌍둥이인 민지가 바로 그 인물. 민지는 힘도 세고, 남자 아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솔이에겐 늘 버거운 상태다.

사실 한솔이는 어릴 때 다리를 다쳐서 다리가 좀 불펀하다. 그래서 더 씩씩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민지에겐 번번히 당하기만 했던지라, 요번엔 시베리안 허스키를 사이에 두고 작은 결투(?)를 벌인다. 자전거 타기로 승부를 봐서 진 사람이 개를 포기하는 것. 하지만 어릴 때 사고도 있고, 몸이 약간 불편하기 때문에 이 승부는 사실 한솔이에게 불리한 것이었지만 한솔이는 열심히 노력을 기울인다. 결과는 참패! 하지만 한솔이는 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했고, 왕자에 대한 마음은 더욱 애틋해져만 간다.

그러던 와중에 한솔이와 왕자가 소매치기를 잡는 일도 생기고, 시베리안 허스키 동호회 모임에도 나가게 되는 등 한솔이에겐 즐거운 일만 생길 듯 하지만, 동호회에서 왕자가 너무 빨리 달려 한솔이를 다치게 하고 만다. 얼마간 입원을 했다 돌아오니 그새 왕자는 민지와 너무너무 친해져버렸다. 배신감에 화가 난 한솔이는 왕자에 대해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는데...

이 책은 몸은 약간 불편하지만 늘 씩씩하게 행동하려는 한솔이란 아이와 친구 민규의 우정, 그리고 서로 으르렁대는 초등학교 남녀 아이 사이의 문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동물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아이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등학교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대개 원수지간이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놀리거나 장난을 치는 재미로 살기에 늘 대립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생활도 그러할진대, 이번에는 개를 사이에 두고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아이때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누구는 날 더 좋아해처럼 왕자(혹은 블루베리)는 날 더 좋아해, 라고 우기고 싶어진다. 그렇다 보니 왕자가 누구를 더 잘 따르냐에 따라 한솔이나 민지는 서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달까. 그렇다고 해서 한솔이가 왕자에게 복수를 하는 모습이 용서가 되지는 않는다. 나중에 죄책감을 느끼고 용서를 구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니까. 다행한 것은 왕자가 무사했던 것과 한솔이가 그것을 통해서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이랄까.

사실 한솔이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은 과일가게 부부의 사연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개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사고로 죽어버렸던 것. 아저씨는 왕자를 보면서 아들 생각을 하며 위안을 얻었지만, 아줌마는 후회때문에 왕자만 보면 아들에게 미안해져 왕자를 보기 불편해 했다. 게다가 큰 마트때문에 장사도 잘 안되니 더욱 힘들 수 밖에.

결국 왕자를 다른 곳에 보내기로 한 아줌마. 그리고 그것을 안 한솔이는 왕자를 탈출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자랑인 메달을 걸어 주고 좋은 곳에 살라며 왕자를 떠나 보내는 한솔이. 한솔이는 이곳만 벗어나면 왕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이 역시 아이다운 생각이다. 바깥 세상은 왕자와 같은 개들에게 엄청 위험한 세상이니까. 결국 몇 달 후 왕자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 장면이 무척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스해졌으나, 갑자기 웃음이 터져버렸다. 왕자의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왕자가, 왕자가.... 그거였어???

자신의 몸이 조금 불편한 건 신경쓰지 않지만, 자신을 다치게 했던 것을 극복하게 되는 한솔이. 한솔이 역시 왕자를 만나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늘 견원지간으로 지내던 민지와의 사이도 점점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좋아지게 된다. 그건 어쩌면 왕자 덕분인지도 모른다. 한솔이와 민지, 그리고 블루보리 왕자, 앞으로도 멋진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남길 바랄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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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롤 지음, 김석희 옮김, 헬린 옥슨버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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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앨리스 시리즈 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여러번 읽었으면서도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시절엔 읽어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몇년전 주석 달린 앨리스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 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어쩐다, 난 체스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라는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앨리스가 열한수 만에 여왕이 되는 과정을 모험 형식으로 꾸민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사실 체스를 둘 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체스판이 내게 있다면 직접 앨리스가 가는 길을 움직여 볼 텐데... 하는 것이었달까.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배경은 초겨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초여름 야외가 배경이었기 때문에 하얀 토끼를 따라가다 토끼굴로 떨어지면서 앨리스의 모험이 시작된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초겨울 집안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면서 앨리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두 모험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면, 이상한 나라로 갈 때는 우연히 그곳으로 향하게 되고, 앨리스가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많았다면, 거울 나라로 갈 때는 스스로 거울을 통해 그곳으로 향하고, 그 속에서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모험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거울 나라의 앨리스 쪽이 더 흥미진진했달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난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더 좋아한다. (笑)


초겨울, 집에서 고양이들과 장난을 치던 앨리스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이는 거울 속. 과연 거울 저 뒷편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거울이 마치 안개처럼 변하게 되고, 앨리스는 그곳을 통과해서 거울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건 히죽하고 웃는 시계 할아범.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것은 하얀 왕과 하얀 여왕, 그리고 하얀 졸(릴리)였다. 그러나 그들은 앨리스를 전혀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앨리스의 모습도 말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태랄까. 그들을 몰래 도와준 후 앨리스는 집밖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앞으로 걸어 언덕으로 향하려 하는데도 앨리스는 자꾸만 집의 문쪽으로 향하는 거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 도대체 왜 그런걸까, 하고 궁금해하던 중 앨리스는 예쁜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꽃들은 신기하게도 말을 할 수 있었다!!!! 참나리꽃, 데이지, 참나무, 제비꽃, 모두가 말을 할 줄 알다니. 앨리스는 그게 너무나도 신기해서 참나리를 칭찬하자 참나리의 대답이 일품이었다. 다른 곳의 정원 흙은 너무 푹신푹신해서 다들 잠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나??

꽃들과 도란도란 말을 나누던 중 이번엔 붉은 여왕이 등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하트의 여왕은 좀 과격한 편이었다면 붉은 여왕은 버럭하는 성질은 있어도 어른다운 면이 있다. 뭐, 좀 자기 멋대로 하는 성향이 있긴 해도.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여왕이 되는 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앨리스가 거쳐갈 길에 누가 등장하는지도 일러준다. 앨리스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그곳은 마치 체스판처럼 구획이 나뉘어져 있었다.

앨리스가 도전에 들어가기 전 만난 것은 거대한 코끼리가 꿀을 먹고 있는 들판이었다. 코끼리가 매달려서 꿀을 먹을 정도면 도대체 저 꽃은 얼마나 큰 걸까? 앨리스는 지금은 여왕이 되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일단 코끼리들을 지나쳐 기차를 타러 간다. (나같으면 일단 가까이 가보기라도 할텐데...)

기차 안의 손님들은 각양각색. 특히 말하는 각다귀와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말하는 꽃들도 동음이의어를 사용해서 말장난을 하지만, 각다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단어는 정말 재미있었다. 비록 이 책은 번역서지만 번역이 잘되어 있어 이런 이야기가 전혀 위화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후 사물에 이름이 없는 숲을 지나게 되는 앨리스. 그곳에서 앨리스는 자신의 이름마저도 잊어버린다. 앨리스는 귀여운 아기 사슴과 만나 동행하지만 숲을 빠져나온 순간, 사슴은 자신이 사슴이고, 앨리스는 인간 아이란 것을 알고 깜짝 놀라 달아나 버린다.


아기 사슴의 도망에 풀죽은 앨리스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트위들덤과 트위들디가 있은 숲 속.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는 마더구스에도 등장한다. (책에도 이들에 관한 마더구스가 실려 있다) 앨리스는 엉뚱한 트위들덤과 트위들디와 함께 손을 잡고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바다코끼리와 목수라는 시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딸랑이 사건으로 둘은 싸움을 시작하려 하는데.. 결국 마더구스에서처럼 거대한 까마귀의 등장으로 둘의 싸움은 싱겁게 종결.

그후 앨리스는 거울나라에서 맨 처음 만난 하얀 여왕과 다시 만난다. 하얀 여왕은 뭐랄까, 좀 안쓰러운 캐릭터라고 할까. 옷매무새도 단정치 못하고 덜렁대는 캐릭터다. 오히려 하얀 여왕보다 훨씬 앨리스가 하얀 여왕을 돌봐주는 걸 보면 웃음이 난다. 하얀 여왕 에피소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먼저 소리를 지르고 나중에 핀에 찔리는 것이 아닐까. 역시 거울 나라는 모든 것이 거꾸로가 맞는 듯.


하얀 여왕과 실컷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하얀 여왕은 사라지고 양의 가게에 와 있는 앨리스. 물건 구경도 하고 양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노를 젓고 있는 앨리스. 양과 앨리스의 대화를 가만히 보면 동문서답의 결정판을 볼 수 있다. 이것도 영어의 동음이의어 말장난의 하나로 무척이나 흥미롭다.


하얀 양에게 달걀을 하나 샀더니 그건 바로 험프티 덤프티였다나? (만약 앨리스가 달걀을 두 개 샀다면 험프티 덤프티 쌍둥이가 나왔으려나?) 거대한 몸을 좁은 담장위에 걸치고 있는 험프티 덤프티는 일명 Mr.불만이라고 할까? 뭐,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는 면도 있고,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 그런 캐릭터지만, 난 험프티 덤프티가 참 좋다. 목과 허리가 구별되지 않는 몸매도 귀엽고. (푸핫)


험프티 덤프티와의 대화는 험프티 덤프티의 일방적인 대화 종결 선언으로 끝을 맺었다. 험프티 덤프티를 뒤로 하고 걷다 앨리스가 만난 건 수많은 하얀 병사들과 하얀 왕이었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하얀 왕이고 하얀 졸이고 모두 넘어지기 선수란 것.

어쨌거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자와 유니콘의 싸움(마더구스)와 먼저 나눠주고 잘라야 하는 건포도 케이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등장한 헤어(삼월의 토끼)와 해터(모자장수)이다. 특히 헤어가 발레리나같은 모습으로 등장했을땐 웃음이 빵하고 터져 버렸다.


그후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지고 붉은 기사와 하얀 기사가 등장한다. 붉은 기사와 하얀 기사의 싸움은 싱거울 정도로 가벼웠고, 붉은 기사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얀 기사는 앨리스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하얀 기사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여차하면 말에서 떨어지질 않나, 온갖 쓸데 없는 발명에만 몰두하질 않나... 하지만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중 가장 짠한 마음이 드는 게 하얀 기사이기도 하다. 하얀 기사는 앨리스를 많이 아꼈던 루이스 캐럴 자신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얀 기사의 겉모습이나 성품에 대한 묘사가 다른 캐릭터보다 더 자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앨리스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하얀 기사는 그곳에서 더이상 앨리스와 함께 갈 수 없다. 하얀 기사를 두고 앞으로 나가는 앨리스는 현실에서는 더이상 둘이 만나지 못함을 뜻하기도 한다.


마지막 개울을 건너자, 앨리스의 머리에 어느샌가 왕관이 씌워져 있다. 드디어 졸이었던 앨리스가 여왕이 된 것이다. 여왕의 만찬에 초대받은 손님들과 만찬을 즐기려 하지만 이거 식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말하는 양다리 구이에 말하는 파이. 결국 앨리스는 화가 나서 테이블 보를 빼서 엎어 버리고, 붉은 여왕을 다그치는데.... 어라랏? 어느 순간 붉은 여왕은 사라지고 그곳에는 검정 아기 고양이 키티만이 남았다.


모든 것은 꿈이었을까. 앨리스는 키티와 스노우드롭, 다이나에게 꿈속에서 무엇이었냐고 물어 보지만 고양이들이 대답할 수 있을리 만무. 가르랑가르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다양한 장소를 지나며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다는 훨씬 더 모험의 밀도가 높아졌달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또한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모험할 때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더 적극적으로 모험에 동참하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내가 전에 읽은 판본의 경우 존 테니얼의 삽화가 들어 있었다. 존 테니얼의 삽화는 매우 클래식하다. 정말 19세기의 아가씨가 등장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헬린 옥슨버리의 삽화는 현대적이다. 좀더 자유로운 복장, 다채로운 색감,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살아나는 생김새는 책 내용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삽화의 양도 풍부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앨리스의 흥미로운 모험과 그것을 잘 표현하는 삽화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앨리스와 거울 나라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달까. 

또한 이 책은 번역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책이다. 어린이 용으로 나왔지만 축약되거나 생략된 내용이 전혀 없고,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더구스, 그리고 다양한 시들 역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탄탄한 기본 스토리, 멋진 삽화, 깔끔한 번역. 이 책은 삼박자가 고루 잘 갖춰진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9p, 35p, 44~45p, 52p, 92~93p, 110~111p, 123p, 155p, 164~165p, 205~206p,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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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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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난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였다)에 다니는 꼬맹이였다. 그래서 그당시 있었던 6월 민주화 항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을때 기억나는 것은 아이들이 삐라를 주워오면 상품으로 공책을 나눠줬다는 것,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한 모금, 평화의 댐 건설 글짓기 대회 등이 있었고, 어디서 주워 들은지는 지금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학원 프락치나 삼청 교육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정치가 뭔지 사회가 뭔지도 몰랐다. 그래서 노태우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당시 반 아이들끼리 누가 대통령이 될것인지 내기를 했던 기억도 난다. (어려서 그랬다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좀 어이가 없지만..)

그로부터 몇년의 시간이 흐른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담은 사진집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벌써 90년대였으니 이미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었던데다가 그전까지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쉬쉬하며 언급을 피했던지라, 그때가 되어서야 난 전두환 정권이 어떤 짓을 했는지 고스란히 알게 되었다. 그건 학살이었다.

그후 대학생이 되었을때, 그때는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다음이었다. 말로만 문민정부였지 사실상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라리 운동권 학생이었던 나는 수많은 집회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보도블럭을 깨서 던지는 일명 짱돌, 화염병 등도 그때 여전히 남아 있었고, 시위대를 향한 최루탄 공세도 여전했다. 특히 다연발 최루탄 발사기(페퍼포그)의 위력은 날 심하게 쫄게 만들었다.

문민정부 시절의 시위는 대부분 그 당시 일어난 사건사고에 관한 것이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되고, 비행기가 떨어지고, 페리호가 침몰하고, 가스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또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과 쌀개방에 관한 것에 관한 집회도 자주 열렸다.,... 어쨌거나 내가 대학을 다니는 몇 년동안 사건사고가 그렇게 많이 벌어지는 건 처음 봤다. 특히 대구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 사고는 내가 당시 대구에 있는 대학을 다녔기에 정확히 기억한다.

또한 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학교로 총장비리사건때문에 수업거부, 시험거부, 본관점거 등 학내외 투쟁으로 정신없었다. 정부에 대한 시위, 학내 문제에 대한 시위. 지금도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은 96년 연세대에서 열렸던 범민족대회(일명 범대회)였다. 당시 신문과 방송은 학생들의 폭력 시위 사건만을 다루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불이 붙은 사진이 헤드라인 기사로 실렸다. 백골단이 투입되어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기사는, 학생들을 쥐새끼 몰듯 몰았다는 기사는, 전경들에게 얻어 맞아 학생들이 얼마나 다쳤다는 기사는.... 어디로 갔을까.

책에서 다루는 6월 민주화 항쟁 역시 신문과 방송은 정부의 편을 들었다. 아니 독재자의 편을 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96년도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으며 대학시절을 떠올렸다. 책에 등장하는 영호가 다니던 80년대 중후반과는 여러가지로 달라진 점이 많았겠지만, 여전히 정부는 거짓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시위대에는 가차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정부는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우롱한다. 집회란 것은 모두 불법으로 여긴다. 평화적인 집회든 뭐든 다 눈꼴시다.

100˚c는 영호란 한 대학생의 가족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6월 민주항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누나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영호는 대학생, 어머니는 민가협, 형은 일반시민. 영호의 경우 어릴 때부터 반공교육을 받아온 세대로 광주민주화 항쟁이 빨갱이들이 벌인 짓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런 영호가 85년 대학에 들어가면서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되고, 고민을 하다 결국 운동권 학생으로 거듭난다. 영호의 어머니에겐 보도연맹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게된 가슴아픈 상처가 있다. 그리고 너무나 순진해서 정부의 말이라면 곧이 곧대로 믿는 그런 사람이었지만 영호가 구속된후 당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어떤 악행을 저질러 왔는지를 알게 되고 각성하게 되는 인물이다. 영호의 형은 장남이란 이유로 대학시절 직접 시위에 참가하거나 하지는 못했던, 이른바 대놓고 나서지 못했던 일반 군중을 상징한다.


처음엔 학생들이 주도하는 시위였다. 수많은 학생들이 단일사건으로 구속되고, 박종철 열사는 고문으로 인해 죽음을 맞았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기자 회견에서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영호의 어머니 말처럼 내새끼, 넘의 새끼가 어디 있겠는가. 전경들의 무력진압에도 비폭력 시위로 맞선 시위대의 모습은 시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숨죽이고 지켜만 보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리고 87년 6월 10일 오후 6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약 20일간 그 흐름이 이어졌다.

흔히들 6월민중항쟁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정점이라고들 한다.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내몰았던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평하던 시민들도 점차 시위대에 동화되어 갔다. 종파가 다르고 정치색도 다른 단체들이 똘똘뭉쳤다.

하지만 그후 우리나라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참된 민주주의를 행사하고 있는 나라일까. 개뿔. 오히려 더 고단수로 국민들을 억압하고, 눈과 귀를 틀어 막고, 거짓부렁을 씨부린다. 국민들을 바보로 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가. 사람들은 이미 정치에 대해 관심을 꺼버린지 오래고, 학생들은 치열한 대입준비로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 그렇지 않은 학생은 연예인이 되는 일에 올인한다거나 연예인 뒷꽁무니를 쫓아다니기에 바쁘다. 대학생들은 책을 읽기는 커녕 술과 놀이에 질펀하게 젖어 들어갔고, 그렇지 않으면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어 세상밖으로 눈을 돌릴 시간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정치에 관해 관심을 꺼두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지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노력을 기울여야,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 세상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 띠지의 지금은 99도다!라는 말이 눈에 아프게 박힌다. 정말 대한민국은 99도일까. 대학졸업후 정치에도 사회에도 관심이 적어진 나는 지금 몇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일까. 한때는 시위현장에서 동지들과 체온을 나누었던 나는 지금 사람의 체온을 겨우 유지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고민만을 하고 있고, 더 나아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 라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김지하 詩 - <타는 목마름으로> 中 일부 발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22~123p, 166~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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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국제구호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7
이수한 지음, 유남영 그림 / 풀빛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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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티비를 보다가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비쩍 마른 팔다리와는 대조적으로 불룩한 배. 숨쉬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이는 어린 아이. 아이의 엄마는 먹지를 못해 젖이 나오질 않아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도 없다고 한다. 아이의 영양을 위해 먹이는 영양제의 가격은 우리돈으로 고작 500원. 하지만 이들에겐 그 돈도 너무나 커서 그것 또한 먹일 형편이 못된다고 한다.

오늘 뉴스에서는 올해초 강진이라는 큰 재난을 겪은 아이티에 콜레라가 확산되어 100여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사망자는 100여명이지만 감염된 사람은 수천명. 이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뿐이랴.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인도네시아 쓰나미, 강진, 태국의 강진, 중국의 강진, 필리핀 화산 폭발 등 자연 재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이러한 자연 재해는 또다른 비극을 부른다. 의료 기관등의 기간시설의 파괴로 인해 부상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서로에게 칼을 들이댄다. 또한 제대로된 빠른 복구가 어려워 질병이 발생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기아나 강진으로 인한 피해, 콜레라같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그러한 곳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예를 든 기아로 사망하는 영유아들, 질병으로 숨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또한 이러한 문제 외에도 다른 문제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이 지구에는 너무나도 많다.

아프리카의 스와잘란드의 물부족, 잠비아의 기아, 미얀마 난민들, 동티모르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세계 곳곳에서 아동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문맹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네팔의 아이들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 한 꼭지씩의 예시일 뿐이다. 물부족으로, 기아로, 살 나라가 없이 떠도는 운명이 되어, 질병으로, 아동노동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어찌 이 나라들에 국한될까. 또한 물부족이나 기아, 질병, 아동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물이 부족하니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고, 더러운 물을 마시다 보니 질병에 걸리고, 가족들이 아프면 아이들이 노동을 해야하니까.

이런 고통을 겪는 나라들은 대부분 세계의 약소국이며 가난한 나라들이다. 또한 이들이 겪는 고통은 대부분 지구 온난화 등 자연파괴와 환경파괴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많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프리카같은 지역이나 극지방에 전해진다. 아프리카에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에 기인한다. 즉, 상대적으로 잘사는 선진국들때문에 약소국의 피해는 점점 커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자기네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일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 책임을 다른 약소국에 전가한다. 정말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물부족, 기아, 난민, 질병, 아동노동, 문맹등과 관련해 지구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국제구호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대책과 대처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국내의 구호 활동과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아이들 책인만큼 쉽게 풀어 놓았지만, 그 내용의 무게는 절대로 가볍지 않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고나 할까. 국제구호란 것은 특수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비록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두 팔 걷어 붙이고 돕지는 못해도 분명 우리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무척이나 많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들,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들은 우리가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속한다. 또한 사랑의 빵 저금통을 통해 후원활동을 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일 것이다.

다른 먼 나라 이야기니까,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일이 아니니까, 내 가족이나 내 친척의 일이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소중한 존재로, 소중한 생명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좋겠다. 이 책은 바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과 '같이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장담컨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이 책을 보면 많은 공감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뭔가를 바로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사랑의 빵 저금통에 나의 작은 정성을 넣어 보는 건 어떨까?


나도 며칠전부터 이 사랑의 빵 저금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있다. 겨우 이까짓 것 가지고 생색내려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아예 모른척하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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