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웬 쿠퍼 지음, 호란 옮김 / 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제목때문이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제목이 마음에 쏙 들었고, 두번째는 고양이가 표지에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고양이 이야기였다.) 따라서 원래는 개派이지만 고양이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달까.

이 책은 저자 그웬 쿠퍼와 그녀가 기르는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과 함께 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지에 등장하는 새까만 고양이의 이름은 호머. 워낙 까만 녀석이라 그림에서는 눈이 잘 안보이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사실 호머는 양안이 모두 없다. 4주 되던 때에 길거리에서 발견된 호머는 양쪽 눈의 감염이 너무나도 심해서 안구적출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호머를 처음 데려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기에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고 했지만, 호머의 삶을 향한 열정은 수의사로 하여금 호머의 삶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호머를 계속 병원에 둘 수는 없었다. 누군가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긴 했지만 양쪽 눈이 모두 없는 고양이를 데리고 산다는 데에 대해서 큰 부담을 느꼈다. 그러던 중 저자 그웬 쿠퍼가 호머의 소식을 듣고 호머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한 눈에 호머에게 반해 버렸다.

그 고양이는 평생 동안 눈이 먼 채 살아야 할 것이고, 그의 삶에 있어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겠지만, 나는 애당초 그의 삶이 시각장애로만 규정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32p)

저자 역시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게다가 집에는 이미 고양이를 두 마리 기르고 있던 중이라, 그 고양이들이 호머를 어떻게 대할지도 고민되었으리라. 장애를 가진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호머를 선택한 이유는 호머가 장애를 개의치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호머는 탐험을 좋아했고, 아주 명랑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고양이였다.

그웬 쿠퍼는 호머를 집으로 데려와 - 당시에는 친구의 집에 살고 있었다 - 자신의 고양이와 인사시킨 후 호머가 집안을 탐험하도록 만들었다. 스스로 사료그릇을 찾고, 물그릇을 찾고, 화장실을 찾는 것을 보며 호머에게 있어 눈이 안보인다는 것은 단지 불편한 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시각장애란 것은 오히려 호머에게 두려움이란 것을 애당초 모르게 만들었달까. 이 역시 호머가 가진 천성의 덕분이다.

고양이 세마리와의 새로운 생활. 하지만 직장 문제와 더불어 새로 집을 구해야만 했을 때, 그녀는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부모님 댁에는 이미 개가 두 마리가 있었고, 부모님은 개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 걱정을 했다. 왜 걱정되지 않으랴. 독립한 자식이 다시 부모님의 신세를 진다는 것도 부담인데, 고양이 세마리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머는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활발함으로 개 두마리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케이지는 호머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호머가 중성화 수술을 받으러 가던 날 한참 동안이나 울고, 수술을 받고 돌아온 호머를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개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된 것 역시 호머의 성격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 저자는 뉴욕에 직장을 얻게 된다. 새로운 생활이 고양이들에게 달가울리 없다. 도도한 스칼렛, 착하기만 한 바티쉬, 그리고 모험가 호머. 고양이 세마리와 한 사람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뉴욕의 겨울은 엄청나게 추워 마이애미에서만 살았던 이들은 서로서로 꼭 붙어서 지냈다. 그러던 와중에 저자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을 감지하고 도둑에게 덤빈 건 겨우 1.5킬로그램에다 눈도 보이지 않는 호머였다. 호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던 것이다. 호머가 저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해 가을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뉴욕 쌍둥이 빌딩은 저자의 사무실과 자택과 무척이나 가까운 곳이었다. 사무실 사람의 손에 이끌려 현장을 탈출하지만, 자신이 두고 온 고양이 세마리가 너무나도 걱정되는 그웬은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군인들의 저지를 받게 된다. 사실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희생된 사건인데, 고작 고양이를 걱정하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웬에게 있어 고양이 세마리는 가족이었다. 가족을 걱정하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그녀의 행동은 자칫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주일만에 다시 만나게 된 고양이들.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자신이 반려인이 돌아오지도 않는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 상황에 살아 있어준 것만 해도 기적같았던 나날들.

그후 저자는 로렌스라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연애는 모두 실패. 사람들은 독신여성이 고양이 세마리를 기른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게다가 그것을 이해해줄 사람도 별로 없었다. 오랜기간 친구처럼 지냈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로렌스에게 고백하기로 한 그웬.

몇 년에 걸쳐 호머에게 배운 것은, 어려움을 헤치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끈기의 가치도 배웠다. (250p)

지난 몇 년간 내가 관계에 있어 갖게 된 통찰력 중 대부분은 호머에게 배운 것들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나를 믿는, 내가 믿는 사람에 대한 사랑은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감행하도록 부추긴다는 사실을 나는 호머를 통해 배웠다. (265p)

사실 막막했을 것이다. 로렌스의 감정이 어떤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위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대상은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웬은 이제까지의 호머와의 삶에서 호머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도전 정신을 배웠으리라. 결국 고백은 멋지게 성공했고, 그웬과 로렌스는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로렌스의 경우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고양이와 로렌스 사이가 안좋아질까 전전긍긍했다. 늘 사람에게 호의적이었던 호머는 로렌스의 저음의 목소리에 놀라 거리를 뒀고, 스칼렛은 여전히 도도했다. 로렌스의 마음을 열어준 것은 이제껏 얌전히 살아왔던 바티쉬였다. 로렌스는 바티쉬를 사랑했고, 바티쉬 역시 로렌스를 사랑했다. 호머는 처음에는 로렌스와 거리를 뒀지만 칠면조 고기 덕분에 점점 가까워졌고, 전혀 곁을 주지 않았던 스칼렛도 몇년 만에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 호머를 묘사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처음으로, 그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밤 누군가가 내게 호머에게 눈이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사는지, 고양이가 어떻게 눈도 없이 살 수 있는지 물었다면, 나는 평소에 내가 했던 대답과는 달리 아주 간단하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호머의 눈이에요. 그리고 그는 나의 심장이에요. 그리고 호머와 나는 드디어 우리 둘을 모두 받아들일 만큼 커다란 심장을 가진, 다른 누군가를 찾아냈어요.
(312p)

그후,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결혼식날 로렌스가 자신들의 고양이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그중 호머에 관한 이야기는 위와 같았다. 로렌스는 다른 사람과 달리 호머를 장애가 있는 고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보통의 고양이지만 특별한 고양이라 생각했다. 호머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건 이제껏 로렌스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보통 장애가 있다고 하면 특별 대우를 해주려고 하거나 심적으로 불편해 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장애를 가진 존재에 있어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가장 쉬운 일처럼 보여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호머는 스스로 자신을 특별한 고양이라 여기지 않았다.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호머는 시력이 없는 대신 예민한 청각과 촉각을 발달시켰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호머가 처음 동물병원에 왔을때, 불안에 떨거나 사람들을 경계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호머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어, 그웬과 함께 살아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호머는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지 않았다. 세상은 신나는 곳이고, 즐거운 곳이란 걸 일찌감치 알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줄도 알았다. 결국 호머는 스스로 행복한 삶을 누릴 줄 알았던 고양이였던 것이다.

내게는 호머만큼 심한 장애는 아니지만 뒷다리 하나가 없었던 가을이란 개가 있었다. 작년에 1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가을이 역시 스스로 불행하다 여기지 않았다. 10살도 넘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다쳐 반려인에게 버림받고 동물병원에서 실험견으로 쓰였던 아이였다. 가을이와 우연히 만난 날, 가을이는 세 다리로 내게 걸어왔다. 난 그순간 가을이에게 반했고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몇년이 지나 가을이는 결국 뒷다리 전부를 쓰지 못하고 앞다리로만 기어다녔다. 그렇게 삼년을 더 살았다. 그런 가을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동정의 말을 건넸다. 불쌍하다, 안됐다, 라는 둥의 말을. 난 솔직히 화가 났다. 가을이는 누구보다도 씩씩한 녀석이라 고작 2.5.킬로그램의 몸무게였지만 골든 리트리버에게 덤비기도 하는 용감무쌍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이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줄 알았다.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살, 사람들의 부드러운 손길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호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가을이가 많이 생각났다. 호머와 가을이에게 있어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이었을 뿐,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고, 사랑을 나눠줄 줄도 알았고, 사랑받을 줄도 알았다. 이러니 어떻게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호머와 우리 가을이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했지만, 그들에게 있어 세상은 늘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했다. 작은 행복도 놓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도 쉽게 좌절하고 절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산다. 어두운 면이 있다면 밝은 면도 반드시 존재한다. 행복은 그것을 찾는 자의 눈에만 보인다. 늘 불행하다고 투덜거린다면 기껏 찾아온 행복도 도망가버릴지도 모른다. 호머가 저자인 그웬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사람에게 가르쳐 준 것은 행복과 사랑은 그것을 스스로 찾는 자의 몫이란 것이 아니었을까.

덧>
259p 3번째 줄 : 모른 → 모든 (모든이 되어야 문맥에 맞는다)

번역 부분에 있어 고양이 손톱이란 부분이 좀 신경쓰였다. 고양이같은 네 발 동물에게는 손이 없다. 손톱이 아니라 발톱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해서 인간의 시각에서 동물들의 발을 손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한 본문의 표현 중에 애완동물이란 표현보다는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자인 호란씨 역시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란 말을 써주면 좋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썽꾸러기 고양이와 풍선 장수 할머니 동화는 내 친구 2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면 할머니와 고양이가 등장한다. 할머니와 고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독거노인과 반려동물.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와 털실을 가지고 장난치는 고양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와 고양이는 좀 다른 듯하다. 풍선 장수 할머니와 말썽꾸러기 고양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에 할머니와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풍선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카클 할머니는 런던의 제일 높은 집에 산다. 계단이 여든여덟개나 되는 높은 곳이지만 카클 할머니는 그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피터라는 까만 고양이가 있고, 피터가 그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피터를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는 피터가 좋아하면 뭐든 OK. 고양이 피터는 할머니의 자식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이다. 일가 친척도 없고, 할아버지 마저 돌아가셨기 때문에 카클 할머니에겐 피터가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의 애정순위는 할머니와 다른 모양이다. 왜냐하면 피터는 세상에서 생선을 제일 좋아했기 때문이다.

카클 할머니는 매일매일 거리로 나가 풍선을 팔았다.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 바로 풍선 장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런던에 궂은 날이 계속되면서 풍선도 잘 팔리지 않고, 어부들이 바다로 나가는 것도 힘들어져서 물고기 값도 많이 올랐다. 피터에게 싱싱한 생선을 먹이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것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결국, 피터는 탈출을 감행! 뒤도 안돌아 보고 집을 나가 버렸다. 카클 할머니는 피터를 쫓아 갔지만 피터의 모습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일을 끝내고 돌아 오면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피터는 그날 밤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피터가 집을 나간 후 런던에서 가장 뚱뚱했던 풍선 장수 할머니는 가장 빼빼 마른 할머니가 되었다. 피터 걱정에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피터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하지만 할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오늘도 풍선을 팔러 나섰다.

오늘따라 가져온 풍선이 유난히 많아 풍선을 다 불고 한손에 쥐는 순간, 할머니의 몸은 바람에 밀려 풍선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땅이 점점 멀어지고, 건물들을 지나 할머니의 몸은 금세 비구름이 있는 곳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구름을 지나 더 위로 올라가니 푸르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눈부신 태양이 보였다. 과연 카클 할머니는 풍선을 타고 어디까지 날아가게 될까. 카클 할머니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피터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카클 할머니. 솔직히 처음엔 피터가 조금 미워졌다. 반려동물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의 가출 사건은 카클 할머니에게 있어 또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풍선을 타고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날아다니고, 일하느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까지 구경하게 되니까. 그리고 바다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피터까지 만나게 되니까.

만약 카클 할머니가 어둡고 우울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풍선을 잡고 두둥실 떠올랐을 때 공포에 질려 비명만 질렀다면 오히려 카클 할머니는 크게 다치게 될 수도 있었다. 먹구름을 지나 새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것처럼, 카클 할머니도 힘겨운 삶을 살아왔지만 긍정적인 마음과 명랑한 성격으로 또다른 행복한 삶을 얻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고 앞으로의 일이 두려울지라도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행복은 아주 살금살금 몰래몰래 찾아온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다면 왔던 행복도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떠나갈지도 모른다. 카클 할머니처럼 힘겨운 시간을 거쳐간다 해도 늘 유쾌하고 명랑하게 산다면 행복도 절로 찾아올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2 - 완전판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85년 뉴욕. 겉모습으로 봐서는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지만 뒷세계의 사정은 사뭇달랐다. 마약과 살인, 그리고 총격. 부패한 공무원과 마피아. 어제는 친구였지만 오늘은 적이 될수도 있는 뉴욕의 험악한 뒷세계와 바나나 피시라는 수수께끼의 존재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두번째. 

뉴욕의 로어 이스트사이드에서 소년들 조직의 보스로 있는 애시는 바나나 피시라는 수수께끼의 존재때문에 마피아 보스 디노에게 쫓기고, 결국 살인 누명까지 덮어쓰고 교도소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애시는 맥스 로보라는 저널리스트와 한 방을 쓰게 된다. 애시는 예쁜 용모때문에 교도소 내에서 호시탐탐 노려지는 상황에다, 디노의 부하까지 교도소에 잠입하여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애시는 맥스가 자신의 형 그리핀과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그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로보역시 그리핀의 일로 인해 죄책감을 계속 느껴오던 상태였지만, 애시에게는 맥스 역시 똑같은 인간의 하나였을 뿐이다.

애시가 붙잡힌 이후 애시의 조직은 애시와 반목하던 오서에게 넘어갔고, 오서는 그것을 이용해 애시를 더욱더 압박해온다. 애시는 자신에게 면회 온 일본인 소년 에이지를 통해 메세지를 보내지만, 에이지는 미행을 당해 결국 애시의 형 그리핀을 숨겨놓은 메리디스 박사의 병원에 오서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애시의 형 그리핀이 목숨을 잃게 된다.

도대체 바나나 피시가 뭐길래 이토록 디노는 그에 집착하는 것일까. 또한 디노는 왜 애시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바나나 피시의 정체는 드러날 듯 말 듯 하면서도 확실히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서는 애시를 없애고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고 싶어하지만, 배신자의 말로는 안봐도 뻔하다. 지금은 디노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듯 해도, 결국 디노는 오서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지 간에 말이다. 하여간 이 시리즈에서 가장 기분 나쁘고, 가장 몸서리치게 싫은 캐릭터가 바로 오서라고도 할 수 있다.

애시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보석으로 풀려나지만, 맥스 로보가 입을 잘못 놀린 탓에 이미 형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에게 형이란 부모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형이 죽었다는 건 애시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이었을테지. 그후 애시가 무엇을 생각했을지는 뻔하다. 디노에 대한 복수, 그리고 바나나 피시에 대한 정체를 파헤치는 것. 그것이 바로 형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할테니까.

애시는 그후 중국인 리의 도움을 받아 디노를 처치하려 하지만 미수에 그치게 된다. 그후 바나나 피시와 관련된 비밀을 풀기 위해 자신이 형과 살던 케이프 코드로 향한다. 그곳에는 애시의 아버지가 있었다. 반목하는 부자관계. 그리고 뒤이어 드러난 애시의 처참한 과거. 하지만 그곳에도 디노의 암살자가 나타나는데......

바나나 피시 2권은 애시의 형 그리핀의 죽음, 애시와 아버지와의 화해, 그리고 바나나 피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무나도 일찍 어른들의 어두운 세상을 알아버린 애시, 그러나 그는 차례차례 소중한 사람을 잃어간다.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을 소년이 걸어 왔던 길은 너무도 참혹했고, 앞으로 걸어갈 길은 그것보다 더 참혹할 것이다. 지금 함께 있는 동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그 걸음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코르시스 계 마피아 두목 디노와 손잡은 중국계 마피아 리. 결국 LA에서 기다리는 것은 또다른 커다란 위협임에 분명하다. 이들의 목숨을 건 여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색 고양이 홈즈의 랩소디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높은 곳에서는 덜덜, 미인에겐 쩔쩔, 피를 보면 기절하는 어리바리한 말단 형사 가타야마와 감수성 풍부, 추리 실력 최고, 혜안을 가진 명탐정 삼색 고양이 홈즈 콤비의 이야기 네번째.
추리 - 추적 - 괴담 편에 이어서 네번째 장편의 제목은 랩소디. 이것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간다. 그렇구나, 바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로구나. 흐음, 그러고 보니 가타야마는 몰라도 홈즈는 음악 감상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랩소디 편은 바이올린 콩쿠르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음악만을 바라보고, 음악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콩쿠르 출전자들. 그중에서도 사쿠라이 마리를 중심으로 기묘한 사건들이 자꾸만 발생한다. 처음에는 호텔로 걸려온 협박전화로 시작해서 조깅할 때 마리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팔을 다치기도 하는 등 콩쿠르를 앞두고 마리의 신변에 자꾸만 위험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콩쿠르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별장에서 합숙을 하게 된다는 것. 그곳에는 총 7명의 콩쿠르 출전자가 모이게 된다. 마리의 경호를 위해 가타야마와 홈즈가 파견되는데... 과연 홈즈와 가타야마는 밀실이나 다름없는 별장에서 콩쿠르 본선 진출자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역시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답게 스토리 전개가 빨라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수시로 일어나주는 강력 범죄에 가타야마의 여난(女難), 홈즈의 추리와 자신보다 멍청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해답을 알려주려는 몸짓, 하루미와 이시즈의 알콩달콩 러브라인, 검시관 미나미다와 가타야마의 상사인 구리하라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마치 만담같아서 무척이나 유쾌하고 즐겁다. 특히 내가 웃음을 푸핫하고 터뜨린 건 역시 하루미가 홈즈를 별장에 왜 데려가야 하냐는 하루미의 말에 대답하는 가타야마의 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글쎄, 샤미센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82p)

홈즈와 가타야마가 지켜야 할 사람들은 바이올린 콩쿠르 본선 진출자들. 샤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드는 악기기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홈즈에겐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거란 대답이다. 책을 읽다 가타야마의 이 절묘한 대답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별로 안웃긴가? 난 엄청 웃겼는데.)

이번에 가타야마에게 일어난 시련은 여난 뿐 만이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뒤로 넘어져 책상에 부딪혀 기절하고, 지진때문에 백과사전에 맞아 기절하고, 몰래 들어온 용의자에게 맞아서 기절하고... 저러다 뇌세포 다 죽는게 아닐까 싶을 만큼 머리의 수난도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여난 쪽을 살펴보면 보호해야 할 대상인 사쿠라이 마리는 가타야마에게 고백을 해오고, 콩쿠르 진출자 중의 한 명인 하세 가즈미는 아예 가타야마에게 돌격(?)을 해온다. 그러나 가타야마의 여난의 백미는 역시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랄까. 벌써 네번째 시리즈인데도 가타야마에게는 짝이 생길 기미가 안보인다. 좀 불쌍하긴 하지만, 오히려 짝이 생기면 가타야마의 매력이 떨어질지도 모르니 오히려 이쪽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랩소디에 등장하는 사건은 다양하다. 마리에 대한 협박, 위협 뿐만 아니라, 마리의 생모라 주장하는 여성의 등장, 마리 어머니에 대한 살인 미수를 비롯해 원래 별장에 와야 할 요리사 하마오 교코의 살인 사건, 현재 요리사 이마무라 도모코 살인 사건, 콩쿠르를 주관하는 아사쿠라의 부하 스다 미치야 사망 사건, 아사쿠라의 집 방화 사건, 마리의 생모라 주장하는 여성인 오바타 다에코 살인 사건, 콩쿠르 도전자인 오쿠보 야스토의 자살 미수, 그리고 또다른 본선 진출자인 마루야마 사이지 자살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많은 사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있고, 혹은 독자적으로 일어난 것도 있기 때문에 처음엔 좀 헷갈리지만, 그건 나중에 싹 정리를 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다.

역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홈즈의 존재다. 별장에 파견(?)나간 홈즈는 그곳에서 어리바리 형사 가타야마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려준다. 문제는 가타야마가 그걸 잘 캐치해내지 못한다는 것. 그런 것이 홈즈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도 하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처럼 근성있는 홈즈의 모습에 대견함과 놀라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야옹거리는 울음이나 눈깜빡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 사람에게 알리는 홈즈를 보면 정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달까.

고양이는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을 알고 있었다. 
지난 사건처럼 단서가 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기가 막혔지만, 역시 최고는 프레더릭이라고 하는 개와 벌이는 빗속의 질주 사건이다. 홈즈는 난로가 켜진 방안에서 죽어 있는 오바타 다에코 사건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연극을 펼쳤다. 홈즈는 도대체 어떻게 이것을 알았을까. 그리고 또 사람들에 가장 잘 알려줄 방법을 생각해냈을까. 생각할 수록 홈즈는 초능력묘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랩소디 편의 모든 사건은 일류 바이올리니스트의 자리에 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 잔인한 사건들이 모두 콩쿠르 1위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니, 평범한 인간인 나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예술가란 1등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기에 더욱더 기를 쓰고 최고가 되고자 하지 않았을까.

"그런 짓을 해서……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을까요? 이겨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어느 쪽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245p)

마리가 가타야마에게 하는 이 말은 사람의 끝없는 욕망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곰곰히 되새겨보게 한다. 사람은 다양한 경쟁으로 이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그 경쟁이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건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기록할 거리를 만드는 나, 기록하는 존재로서의 나, 기록의 저장매체인 내가 들어 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을 읽으려면 이 문장은 꼭 기억하고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안그러면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거 뭡니까, 소리가 나오면서 분개하게 될테니까. 또한 책 제목인 농담하는 카메라와 포복절도할 농담이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말 것도 권장한다. 이 책은 카메라나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포복절도할 농담도 거의 없으니까. 사실 포복절도할 농담이 아니라 오래된 농담쯤으로 여기는 게 정신적으로 좋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억지로 웃어 보려 해도 웃을 건덕지가 없었달까. 19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썰렁한 농담을 생각하면 딱 맞다. (얼음나라의 얼음공주가 썰매를 타고~~)

처음부터 무시무시하게 깔아 뭉개는 나의 말에 공감을 하든 욕을 하든 그건 제군들 마음이지만, 난 확실히 이 책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제목도 그렇고, 사람을 농락하는 포복절도할 농담이란 문장에도 오히려 화가 났으면 화가 났지 딱히 좋은 감정은 없었다.

책은 총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다. 제 1부는 나는 카메라다, 제 2부는 길 위의 문장, 제 3부는 마음의 비경이라고 하는데, 제 1부를 묶어 설명하는 문장에 눈길이 딱 멈춘다. 나는 카메라다, 라. 즉 농담하는 카메라는 농담하는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군.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나온 이야기부터 그다지 재미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하는지 그 의미가 뭔지를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일단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1부는 작가 자신의 어릴 적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2부는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 3부는 일상적인 일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다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읽어 나갔던 것은 뭐 하나 터뜨려주지 않겠나, 싶은 그런 기대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 결론은...

그래도 몇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작가의 어머니의 칠순 잔치때의 에피소드를 담은 봄의 교향악, 미국의 시골에서 만난 재미 교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손을 흔드는 사람들, 황당하게 주문을 받는 호텔 레스토랑이야기를 담은 한 도시의 기풍, 이름도 없고 간판도 없는 시골 자장면집 이야기를 담고 있는 행복 자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장가 오시면서 부르셨다는 '봄의 교향악(원래 제목은 동무 생각)'을 장성한 자식들이 어머니께 불러드리는 이야기는 따스하고 한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렇듯 몇 편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그저 작가의 수다, 혹은 잡담. 글로 쓴다면 끼적거림 정도로 보였다. 그다지 별난 것도 없는 이야기에, 특별난 것도 없는 소재에, 포복절도는 커녕 썰렁한 농담에 오히려 읽는 사람이 부끄러워졌다. 요즘은 이런 책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가와 나의 세대차이에서 나오는 농담의 깊이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공감할 수는 없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