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물고기, 고양이
조앤 그랜트 지음, 조경란 옮김, 닐 커티스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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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오는 책을 찾다 내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바로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이다. 책 표지에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그림. 난 물고기와 고양이가 조그마한 배를 타고 하늘을 날아 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고기와 고양이.
고양이는 땅 위에서 살고, 물고기는 물 속에 산다. 어떻게 보면 고양이는 물고기의 천적이 될 수도 있지만, 고양이와 물고기는 처음 만나는 그 순간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호숫가 공원에서 고양이는 땅 위의 세상에 대해 물고기는 물 속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었다. 둘은 숲속의 미로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밤이 되면서 비가 내리자 비를 피해 숨어들었다. 이윽고 날이 밝아 오자 둘은 몰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처음엔 고양이가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다녔다. 고양이의 아늑한 보금자리에도 가고, 산에도 올라 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물고기는 바다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고기가 사는 바다로 함께 가기로 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바다를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이윽고 바다에 도착한 고양이와 물고기. 하지만 고양이는 자신이 바다를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금세 물이 좋아졌고, 물고기의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고양이와 물고기는 둘이서 함께 지낼 곳을 찾았다. 그곳은 바로 물과 땅이 맞닿은 곳이었다.

굉장히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다. 사랑이란 것, 우정이란 것,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에 대한 것들을.
사랑을 하면 보통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물고기가 처음에는 고양이가 사는 땅위에서 함께 지냈던 것처럼, 혹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물고기를 위해 고양이가 배를 저어 바다로 향한 것처럼. 하지만 그런 배려에도 어느 정도 조율은 필요한 법이다. 사랑이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니까. 사랑이란 서로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니까.

이 책은 이야기도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닐 커티스의 판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단색으로 이루어져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매력적이랄까. 정말이지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떼내어 액자속에 넣고 벽에 걸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물고기였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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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걷는 개, 페이스 - 믿음으로 이룬 기적의 감동 실화
주드 스트링펠로우 지음, 이원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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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꽤 오래전에 방송에서 흰멍이라는 하얀색 강아지 사연을 본 적이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앞 다리 두개가 없는 채로 태어나 버려진 흰멍이는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턱과 앞가슴으로 몸을 지탱하고 몸을 끌고 다니고 있었다. 나중엔 의족을 만들기도 했지만, 불편해 해서 자주는 못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개의 이야기로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쪽 앞뒤 다리를 사고로 잃은 그레이 하운드가 있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한쪽 팔다리 밖에 없는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전혀 균형을 잃지 않고 건강한 개처럼 뛰어다녔다. 그외에도 뒷다리 하나를 잃은 치타의 이야기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었고 그 녀석들은 모두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국의 페이스의 이야기도 이미 티비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내가 페이스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페이스 역시 두 앞다리가 없는 기형이었지만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개는 원래대로라면 신체구조상 직립보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페이스는 두 발로 일어나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기적이로구나, 하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은 페이스는 저자의 아들 루벤이 데리고 온 강아지였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어미에게 젖도 제대로 얻어 먹지 못해 짖을 기운조차 없었지만, 페이스는 삶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그런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던 주드의 가족은 2시간마다 일어나 페이스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정성을 기울여 페이스는 그후 건강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페이스의 문제는 양쪽 앞다리가 모두 없는 상태라 전혀 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세 개의 다리를 가졌더라면 걸을 수 있었을 텐데, 하다 못해 한쪽뿐이라도 앞뒤 다리가 하나씩만 있어도 걸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봐도 이미 그렇게 태어난 이상 페이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페이스 역시 처음에는 앞가슴과 턱을 이용해 기어다녔다. 하지만 저자인 주드의 가족이 페이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걷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후 페이스를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이 통했던 걸까. 페이스는 두 다리로 일어서고, 걷게 되고, 결국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건 어쩌면 기적이란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헌신이 만들어낸 기적.

"그래, 맞아, 페이스! 너는 내가 만나본 그 어떤 개만큼이나 정상적이야!"  (58p)

가족들이 페이스를 장애견으로 보고 과잉보호만을 했다면 이런 기적은 없었으리라.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정상적인 개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만든 것은 믿음이었다. 페이스의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페이스는 그후 유명해졌고, 병원에서의 봉사활동 등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특히 자살 충동을 느끼던 한 여성과 양다리를 절단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 남성이 페이스를 보고 희망을 가지고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된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가끔 동물을 보면 인간보다 낫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이런 처지의 자신을 비관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동물이기에 자신의 생김새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가 삶에 대한 집착, 희망,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반려인 가족들이 아무리 뭔 짓을 해도 페이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싱글맘으로서 세아이를 키우는 주드. 그녀의 삶 역시 평탄치만은 않았다. 아이의 양육권 문제때문에 한참을 힘들었고,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집주인과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단지 페이스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드의 삶에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은 페이스의 이야기 중 방송 출연과 관련된 부분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페이스의 삶의 일부이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사람 이야기가 더 많지 않았나 싶었다. 페이스의 성장 과정에 페이지를 좀 더 많이 할애했더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저자가 본업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야기 구성이 좀 산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두가지가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페이스를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30~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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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택시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3
난부 가즈야 지음, 사토 아야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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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택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는 난 고양이 버스를 떠올렸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열 두개 달린 고양이 버스. 하지만 이 책은 그것과는 좀 달라보였다. 일단 책 표지를 보면 고양이 자체가 택시가 아니고, 고양이 전용의 택시를 몰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고양이 택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길고양이 톰은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아 다녔다. 왜냐하면 추운 겨울 따스한 잠자리도 몸을 녹여줄 따스한 우유도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랜스 할아버지. 랜스 할아버지 역시 처음에는 톰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어깨가 축 쳐저서 돌아서는 톰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톰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톰은 랜스 할아버지와의 생활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따스한 벽난로 앞에서 잘 수 있었고, 소파위에 올라갈 수도 있었고, 맛있는 우유도 먹을 수 있었다. 톰은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로 쥐를 잡아 할아버지께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날 할아버지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크게 다치는 바람에 택시 운전을 두 달 동안 쉬게 되었다.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돕고 싶은 톰은 자신도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나선다.


랜스 할아버지는 반신반의하며 택시를 만들어 줬지만, 곧 톰의 택시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운임은 코르크 마개나 죽은 쥐, 혹은 청어같은 고양이들의 놀잇감이나 먹이였고, 그건 할아버지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톰은 자신에게는 필요 없지만 랜스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돈을 받는 것으로 운임을 대신한다. 고양이 택시의 가격은 1파운드.

톰은 고양이들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도 할 뿐 아니라, 다친 아기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케이크 배달을 하기도 한다. 또한 결혼식에 늦은 신랑을 위해 결혼식장까지 달리기도 하고, 길잃은 할머니 고양이의 집을 찾아 주기도 하는 등 택시 기사로서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은 은행앞에서 은행을 턴 은행강도를 보고 은행강도들을 추격하기로 한다. 등대에 다다른 톰은 그곳에서 밧줄에 묶인 등대 할아버지를 보고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의 힘으로는 무리. 하지만 다행이 강도 중에 조금 좋은 사람이 있어 우유를 얻어 먹기도 한다. 저녁이 되어 등대 불빛이 켜졌을 때, 그곳에서 잠을 자던 톰은 놀라서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고, 등대 불빛에 고양이 형상이 떠올랐다. 경찰들과 마을사람들은 은행강도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출동한다! 톰은 은행 강도까지 잡게 되었다. 

떠돌이 길고양이였던 톰이 집고양이가 되고, 택시 기사가 되어 행복을 전달하는 이 이야기는 전업 작가가 아닌 고양이 전문 수의사에 의해 씌어진 작품이다. 고양이를 많이 관찰해왔던 만큼 고양이들의 습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삽화 역시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아 등댓불에 비친 고양이 톰의 그림을 보고는 푸하하핫 하고 웃어버렸다. 사실 톰은 많이 놀랐겠지만, 난 배트맨의 불빛까지 상상했기에 더 재미있었달까. 톰은 캣맨??? 

고양이 택시는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처음엔 고양이들만 사는 고양이 마을의 고양이 택시인줄 알았지만, 사람과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마을이야기란 것을 알고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어딘가에 이런 마을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도 고양이도 행복한 마을. 

"사람들이 네 주위를 둘러싸고 싱글벙글 웃고 있을 때는 사람도 고양이도 모두 행복한 때란다." (107p)

톰의 고양이 택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톰, 앞으로도 안전운전 부탁해!!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4p, 33p,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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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Quinta Camera 라.퀸타.카메라
오노 나츠메 지음, 심정명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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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나츠메의 데뷔작인 라 퀸타 카메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하숙집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그림보다는 뭐랄까, 더 단순하지만 오노 나츠메의 그림의 특징을 알아 보기엔 손색없다. 만화란 장르가 작화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때로는 스토리가 작화를 앞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오노 나츠메의 만화가 바로 그런 것이랄까.

덴마크인 유학생 샤를로트는 이탈리아에 어학 연수를 오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하숙집 배정에 문제가 생겨 샤를로트는 중년 남성 4명이 있는 마시모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중년 남자 네명이란 소리에 조금 쫄기도 하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 보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샤를로트.

집주인인 마시모는 카페를 경영하고 있고, 안나 마리아라는 여성과 교제중이다. 좀 별난 사람인 체레는 만화가로 일단은 민폐형 남자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루카는 거리의 악사, 그리고 알은 이혼한 남자로 지금은 트럭 운전을 하고 있다.

왠지 중년 남자 넷이 모여 살면 퀴퀴하고 음침할 것 같지만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중년은 다른 느낌이랄까. 물론 그다지 중년처럼 보이지 않는 동안(?) 외모의 소유자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즐겁고 유쾌해서 또다시 난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중년 캐릭터의 매력에 푸~~우우욱 빠지고야 말았다.

이 작품은 학교측의 실수로 하숙집에 들어온 샤를로트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의외로 등장 인물이 꽤 많다. 샤를로트 다음으로 들어온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알레산드로와 그의 여자 친구이야기는 루카가 중심으로 나온다. 길거리 악사인 루카의 사진을 찍던 그녀가 바로 알레산드로의 여자친구였단 것! 비록 고백도 못해본 짝사랑으로 끝나 루카의 작은 어깨가 더욱 쳐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마시모의 위로에 나도 따스한 위로를 받았달까. 그녀와의 기억은 곱디 고운 추억으로 간직하는 거야, 루카. 힘내!

그후에 들어온 하숙생은 일본인 아키오의 이야기. 아키오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인 나탈레와 체레의 생일편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다. 나탈레 기간에는 모두 본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 나탈레 파티를 일주일 당겨서 하는 사람들. 이번엔 체레의 생일 파티도 겸했다. 체레의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라든지, 밀라노에서 발이 묶인 체레를 직접 데리러 가는 알의 모습, 그리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체레를 축하해주기 위해 계속 기다리는 사람들. 역시 체레는 민폐 캐릭터지만 사랑받고 있구나~~

다음 하숙생으로는 에릭이 등장한다. 에릭편에서는 알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나오는데, 헤어진 부인의 이야기와 그런 알을 좋아하는 샤를로트의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가슴아픈 알의 사연과 과감하게 "알의 아이를 낳겠어!"라고 선언하는 샤를로트. 역시 용기있는 자가 사랑을 얻는구나!

그 다음 하숙생은 미국인 마이크로 매일매일 감자 튀김을 튀겨대는 남자. 푸하하핫. 역시 미국식 음식에서는 감자 튀김이 빠질수가 없구나. 마이크의 이야기와 더불어 마시모와 안나의 결혼 소식까지! 자신들의 결혼으로 모든 하숙생들이 나가야 할 처지가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안나와 모두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에 우울해지는 마시모.

하지만 마지막 하숙생인 브룩 할머니덕분에 이들은 이런 시간을 잘 극복해간다. 특히 할머니가 시나리오 작가란 말에, 그들의 이야기가 시나리오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행복해 하는 네명의 남자.

정말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여기서의 우리들 생활이 다른 형태로 계속된다는 거네. 단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왠지 즐거워져! 분명 좋은 이야기가 될 거야. (151~152p) 

그래. 이제 더이상 한집에서 살수는 없지만 그들의 인연이 끝난 건 아니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번외편으로는 알이 마시모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와 아키오의 나탈레와 설날 편이 들어가 있다. 알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된 사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아키오의 이야기에서는 유학생으로 타국에서 생활하는 아키오을 위한 모두의 배려가 돋보였달까.

원래 이탈리아란 나라를 그다지 동경한다거나 하는 나는 아니었지만,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이탈리아 이야기를 보면 나도 그곳을 동경하게 된달까. 게다가 중년에 꽂히기까지!!!!

마시모, 혹시 빈 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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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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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다!!! (뭐,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번역되어 나왔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1996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문고판이 2005년에 나왔으니 그다지 신작이 아닐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신작이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책에서 엄청나게 실망을 했던지라 이번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재계의 VIP만 상대한다는 정체불명의 탐정클럽. 그들이 어디에 속해있는지, 그 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들이 조사하는 방법은 어떤 루트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모두 비밀에 싸여 있지만 그들의 사건 해결 능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다섯개의 사건, 그리고 다섯개의 진상.

유산 - 위장의 밤

대형 마트 체인의 사장인 마사키 도지로가 희수 축하연 도중 목을 매어 자살한 사체로 발견된다. 첫 발견자는 모두 세 명으로 비서 나리타와 첩 에리코, 사위 다카아키였다. 도지로는 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그의 자살로 인해 회사와 집안 모두 혼란에 빠질 것이 뻔하다. 세 명은 일단 도지로의 죽음을 숨기고 사체를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는데...

그렇다면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보이는 이들이 도지로의 죽음을 숨기기로 한 계기는 무엇일까. 나리타의 경우 도지로가 데리고 들어온 비서로 도지로가 죽으면 회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고, 에리코의 경우 아직 결혼한지 1년이 안되었기 때문에 생명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다. 또한 다카아키는 도지로의 현재 부인이 제출한 이혼서류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유산을 거의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세사람은 도지로의 죽음에 관한 것을 숨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세사람이 다시 모였을때, 도지로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밀실상태의 방에서 도지로의 시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인간이 사는 데에 돈이 없어도 걱정, 돈이 많아도 걱정이다. 도지로의 죽음이 남긴 건 유산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뿐이었다. 오죽하면 시체를 숨기고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할까. 이런 이야기는 비일비재한 편이라 조금은 식상하기도 하지만, 탐정클럽의 두 사람이 나타나면서 긴장이 더해진다. 과연 도지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은 무엇일까.

살인모의 - 덫의 내부

부동산재벌인 야마우치家의 파티날 밤 가장인 고조가 목욕탕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원래 심장이 약했던터라 심장마비로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나는듯 하지만, 가정부마저 자살한 사체로 발견된다. 그렇다면 가정부가 고조를 죽인 것일까. 그렇다면 완벽한 밀실 상태의 욕실에서 어떻게 심장마비로 죽일 수있었을까.

이 단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트릭답다, 라는 생각이 제일 강하게 드는 작품이다. 갈릴레오 시리즈에 비해서는 좀 약하긴 하지만 기초 과학을 이용한 트릭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조의 아내 미치요는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을 불러 놓고 차근차근 조사를 하기 시작하지만, 진상을 밝히기 위해 탐정클럽에 조사를 의뢰한다. 그들이 들고 올 고조 사망의 진실은? 마지막 반전이 좋았던 작품.

따돌림 - 의뢰인의 딸

학교에서 돌아온 미유키는 엄마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방에서 나이프에 가슴이 찔려 죽은 사체로 발견된 미유키의 엄마. 미유키는 아빠, 언니, 이모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자신의 아빠가 회원으로 있는 탐정클럽에 사건을 의뢰한다. 과연 미유키의 엄마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진실은 무엇일까.

원래대로라면 학생인 미유키의 의뢰는 받지 않을 탐정클럽이다. 하지만 그들은 왠일인지 선뜻 미유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설날 받은 용돈을 의뢰금으로 받기로 하고. 무너져가는 가족관계, 그리고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 그리고 탐정클럽 조사원 두 명의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단편.

의기투합 - 탐정활용법

후미코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탐정클럽에 조사를 의뢰한다. 그들의 조사에 의하면 분명히 남편은 외도하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의 친구인 아키코. 후미코는 이 사실을 아키코의 남편 고이치에게 알리는데... 그후 이즈에서 고이치와 후미코의 남편 사치오가 함께 죽어 있는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키코가 있었는데... 과연 아키코가 두 사람을 죽인 범인일까.

이 작품은 왠지 코미디같았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 뻔하게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지막 반전에 있었달까.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반전, 그리고 탐정클럽의 냉혹한 면이 보이기도 한 작품이었다.

희생양 - 장미와 나이프

대학 교수 오하라 다이조는 주치의 하야마에게 자신의 딸 유리코가 임신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다이조의 추궁에도 유리코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데... 결국 다이조는 탐정클럽에 유리코의 상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그와중에 유리코의 언니인 나오코가 살해당하고, 유리코의 상대이자 다이조의 조수인 간자키가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쪽으로 해결이 나지만 긴자키마저 자살한 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의 뒤에 숨은 진상은?

다섯편의 단편 중 가장 안타깝고, 또 가장 열받았던 작품이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물의 악의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물론, 이런 사건도 종종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해서 그 사건들의 끔찍한 악의가 중화되는 것은 아니니까.

탐정클럽에 실린 다섯편의 단편은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되고, 가장 멀리해야할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불륜이란 것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가족간의 증오도 그 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 사회의 가족 붕괴는 과연 어디까지 이르게 될까를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 나오고 씁쓸해진다. 가족간의 사랑, 믿음, 유대관계는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가족 해체의 시대라고 해도 이런 작품을 연달아 읽는다는 것은 꽤나 우울한 일이다. 다만 의뢰인의 딸 편이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달까.

때로는 쿨하고, 때로는 인간적이지만 결국 냉혹한 제 3자에 머무르는 탐정클럽의 두 사람의 등장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조사를 하는지, 어떤 루트를 이용하는지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등장은 사건에 대한 의뢰를 받는 날과 사건의 진상을 보고하는 날 정도지만, 존재감은 꽤 크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것은 모두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258P)

이 말은 탐정클럽이 가진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재계의 VIP만 상대하는 만큼 그들과 관련된 조사는 일반인으로서는 깊이 파고들 수 없을 부분도 많을테지만, 이들이 조사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또한 이들은 경찰과는 달라 의뢰인이 사건의 진상을 숨기고자 하면 그 역시 비밀에 부친다. 뭐, 결국 나중에 고생하는 건 경찰들이겠지만, 경찰이 의뢰인이 아닌 이상 그들에게는 상관조차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때로는 경찰과 협력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참 재미있달까.

비록 여기에 나오는 사건이 책 띠지의 소개만큼 해결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사건처럼 보이지는 않아도, 작품 자체가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무척이나 현실적이란 것은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책 이후로 속편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지만, 속편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 나도 속편을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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