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빅토르 로다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성장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보는데, 요번에 나의 레이다 망에 걸린 것은 빅토르 로다토의 <마틸다>였다. 빅토르 로다토라.. 이름만으로 보기엔 유럽쪽 작가인가 했는데 미국작가였다. 게다가 중년의 남성이 십대 초반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을 쓴다, 라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은 마틸다 사비치란 소녀가 화자가 되어 진행된다.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구성이 1인극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희곡작가로서도 활동하기 때문일까.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구성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치 연극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듯한 느낌!?

주인공 마틸다 사비치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열셋쯤으로 보인다. 그러니 아직 십대 초반의 어린 소녀이다. 마틸다에게는 죽은 언니가 있다. 약 1년전 기차 사고로 숨진 언니 헬렌. 그 사고는 마틸다의 부모님과 마틸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엄마는 언니의 사고 이후 반쯤 넋이 나가버렸고, 아빠는 무기력해졌다. 마틸다에게 있어 언니 헬렌은 동경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 즉,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마틸다가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과 언니가 함께 보낸 날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모습이었다는 것을 나열할 뿐이다.

사람이란, 열여섯 살밖에 안되더라도 물건을 잔뜩 남기고 떠나는 법이야. 나는 오랫동안 그 물건들을 전혀 볼 수 없었지만, 거기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26p)

마틸다는 언니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있었다. 언니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떠밀려 선로로 떨어진 것이라고. 그래서 마틸다는 언니가 남긴 유품을 통해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고, 자신의 가족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말하고 싶어.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고. 그런데도, 다른 엄마들이 자식이 죽은 뒤에 으레 우는 것처럼 엄마가 우는 모습은 여태껏 못봤다고. 언니가 죽은 뒤로 엄마는 군에 입대하기라도 한 것 같다고. 그게 정상이에요? (37p)

마틸다가 보기에는 엄마와 아빠는 언니에 대해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엄마는 우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대해서는 슬퍼하고 노여워한다. 마틸다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모의 모습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사실 매우 흥미로운데, 사실 마틸다의 엄마와 아빠는 마틸다를 위해 슬퍼하는 것을 극히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너무도 아픈 기억이기에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언니의 사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마틸다를 보면서 자신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것을 어린 마틸다가 이해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죽음을 이해할 나이는 되었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애도인지 아직 판단하기 힘든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틸다"
왜 내 이름을 저런 식으로 불러야 해? 애초에 왜 불러야 하는데? 엄마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한다는 거 알아. 거실에 서 있는 사람이 다른 여자애이기를 바란다는 것도 알아.
  (135p)

마틸다는 엄마가 늘 언니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언니를 더 좋아했던 엄마니까. 마틸다가 이렇게 느끼는 건 정상적이라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맏이고 내 여동생이 둘째. 헬렌과 마틸다의 관계이다. 내 동생 역시 늘 엄마 아빠는 언니를 더 많이 챙기고 더 많이 신경쓴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래서 내가 무척이나 미웠고, 질투도 많이 했다고. 부모들은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첫째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지도 모른다. 마틸다는 그런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가 죽은 후 멍해진 엄마를 보면서 증오가 생겨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약한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약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싶지도 않아. (161p)

이 말처럼 마틸다의 당시 심경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 있을까. 마틸다는 슬픔에 푹 젖어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듯한 자신의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엄마 아빠는 나약하다고. 그래서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마틸다는 아주 영리한 소녀이다. 또래보다 조숙하며 상상력도 풍부하다. 그러하기에 지금 자신이 보는 어른들의 세계는 아주 불합리하며 부조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뭔가를 꾸며내고 싶어. 엄마 아빠가 나한테 진짜로 한 짓은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야. 어떻게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어? 두 사람이 언니를 상자 안에 가둬 놓고 아무도 언니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친동생마저도 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어? (247p)

마틸다는 언니의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 부모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헬렌은 자신이 동경하던 사람이었기에. 또한 그날 아침 언니와 자기가 싸운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러하기에 마틸다는 더욱더 언니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틸다는 또래에 비해 조숙하지만 아직은 어린 소녀이다.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싶지만, 아직은 아이의 세상에 머물고 싶어 하기도 한다. 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동시에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범인을 찾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사랑하는 언니였기에 언니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틸다는 언니의 유품을 조사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언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상대이긴 하지만, 그 사생활에 대해서 모조리 알 수는 없다. 그것이 언니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괴리감을 함께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마틸다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통해 조금은 일찍 성장해 버린 아이이다. 원래부터 조숙한 마틸다에게 어른들이 감추고 알려주지 않는 비밀은 마틸다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다. 또한 자기 또래인 애나와 케빈 그리고 그외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틸다의 시각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십대 초반 소녀가 겪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어른들 세상에 대한 불신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조사와 그 진상을 이해하면서 점점 다른 감정으로 바뀌어 간다. 그건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화해였다. 비록 멀고 험한 길을 돌아왔지만, 마틸다는 이 일을 겪음으로 한층 성장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성장이 필요한 것은 마틸다 주변의 어른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그 세번째.
 사람들은 공포 영화나 공포 드라마, 그리고 공포 소설을 주로 여름에 읽는다지만 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내킬 때 읽는다. 원래 공포란 장르를 좋아하는데다가, 이 모든 것이 소설의 설정, 즉 허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겁이 나지 않는달까. 오히려 현실 세계가 더 무섭다고 여기는 1人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
제목이 참... 제목에서 모든 것이 다 뽀록나잖아, 이럼. 난 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물이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를 그런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제목부터 누가 나옵니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니 말이다. 사실 내용도 그랬다. 그다지 임팩트 있는 것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섭지도 않았다. 

노랗게 물든 기억은 꽤 마음에 들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으로 인해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어린아이의 순진한 잔혹성을 잘 보여줬다고 할까. 어린아이는 순수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잔혹해지는지 알지 못한다. 작은 질투때문에 벌어진 커다란 사고와 그 사고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이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좀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이 아이를 다그치는 학교 교사였달까. 

공포인자도 마음에 든 작품 중의 하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공포는 위험으로 부터 인간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정신을 갉아 먹는다는 설정이 무척 좋았고,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론부도 꽤 괜찮았다. 

담쟁이집은 문득 영화 다크니스와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났달까. 기묘한 저택과 하나둘씩 사라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곳에 숨겨진 끔찍한 비밀같은 것.

스트레스 해소법 역시 영화 핸드폰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대형 마트 직원이란 것, 그리고 그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누군가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이 아마도 그런 이유의 하나일 듯 하다.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라고 외치고 싶었던 단편.

붉은 비는 공포인자와 마찬가지로 미지의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붉은 비와 그 비를 맞은 동물들의 죽음. 그리고 좀비로서의 부활. 솔직히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공포물은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취향에 안맞았던 작품. 

선잠은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이와 비슷한 스토리는 많지만 역시 이런 걸 읽으면 재미는 있다. 하지만 단점은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

은혜 역시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작품. 실제로 있었던 사건의 모티브를 가지고 만든 소설인데다가, 인간의 탐욕과 마음 속 어둠이 만들어낸 사건이기에 현실적이었다. 다만,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얼음폭풍은 미국 이민자들의 삶과 인종차별 문제를 조금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족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결론부가 애매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 오히려 시리즈 2권의 벽 곰팡이 쪽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불은 인체발화란 것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인체발화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 또한 어린아이의 잔혹성을 볼 수 있는 작품. 하지만 마지막 결말부는 뭡니까. 다음편에 계속.. 뭐 이런 느낌도 아니고. 진부한 결말.

시리즈 1, 2권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장르문학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었다. 3권을 읽고나서는 어떻냐구? 글쎄, 1, 2권의 테두리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느꼈달까.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반이상이다. 물론 괜찮은 작품도 있었지만, 생각외로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 작품도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첫술부터 배부를수는 없다, 랄까. 자꾸 노력하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로헤도로 Dorohedoro 1
하야시다 규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하야시다 큐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을 가진 작가의 도로헤도로. 처음에 표지를 봤을 때 방독면을 쓰고 한 손에 칼을 두 개씩 쥔 누군가를 보고 참 멋지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푸하하하핫... 도마뱀 머리야... 이거 어쩌면 좋아.... 그렇다 이 멋진(?) 방독면을 쓴 도마뱀 머리의 주인공은 바로 카이만. (푸핫.. 이것도 웃긴다. 카이만은 악어종류잖아? 도마뱀 머리에 걸맞는 이름이로군)

카이만은 첫 등장부터 무시무시하다. 본문 첫 페이지에 들어가자 마자 커다란 입을 떠억 벌리고 누군가의 머리를 삼키고 있는데, 무시무시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게다가 입속에는 또 누군가가 있다. 혹시 에일리언이심??? 어쨌거나 입 속에 있는 머리가 "너는 아니야"하고 말하자 마자, 카이만은 입으로 물고 있던 인간을 조각조각 분해한다. 헉, 이럴수가. 첫장면부터 조금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카이만의 본래 성격. 마법사들을 상대로 싸울 때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폭주기관차가 따로 없는데, 일상에서의 카이만은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알바를 뛰질 않나, 화투를 치지 않나, 게다가 만두를 엄청 좋아한다. 사실 카이만의 귀여움을 책으로 접해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만화의 배경을 좀 살펴보자. 카이만이 살고 있는 곳은 홀이란 곳이다. 언뜻 보면 변형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같지만 대부분 마법사들의 연습때문에 기괴한 형체로 변한 인간들이다. 즉, 카이만 역시 어떤 마법사의 연습으로 도마뱀 머리가 되었고, 그 일때문에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상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카이만이 도마뱀 머리가 된 후에는 마법사의 마법이 일절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이만은 그래서 오늘도 자신을 도마뱀 머리로 만든 마법사를 찾기 위해 마법사들을 해치우고(?) 다닌다.

카이만의 베프(?) 혹은 파트너인 니카이도는 헝그리버그라는 음식점을 경영하는데, 카이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주는 여성적인 모습도 있지만, 싸움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한 여성이기도 하다. 첨엔 남자인줄 알았다는....

그렇다면 마법사들은 어디에 살까. 마법사는 홀 바깥에 산다. 홀에 들어올 때는 마법을 이용해서 문을 만든다. 주로 손가락을 이용해 마법을 쓰며, 그 연습 상대는 홀에 사는 인간들이다. 마법사들을 보면 저게 인간맞나 싶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다 마스크라나? 그것 참, 괴상한 마스크도 다 있네 그려. 등장 마법사 중 주의 깊게 봐야 할 마법사들은 총 5명. 높은 마법력을 가진 엔과 그의 부하 신, 노이, 그리고 카이만에게 동료를 잃은 후지타와 카이만에게 얼굴을 잃은 에비스가 있다.

마법사의 목숨을 앗아가는 카이만과 니카이도. 당연히 마법사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엔은 자신의 심복인 신과 노이에게 카이만을 없앨 명령을 내리는데....

아직은 첫 권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만 잡았다. 과연 카이만은 자신의 얼굴을 변형시킨 마법사를 찾아 자신의 얼굴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그러기 전에 엔이 보낸 신과 노이와 맞붙어 이겨야겠지만. 어쩄거나, 카이만과 니카이도 화이팅!

덧> 하야시다 큐, 이름만 가지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감이 안온다. 작화나 스토리 전개같은 걸 보면
남성 작가라고 생각되지만 여성 작가란다. 깜짝 놀랐네. (笑)


이건 초판 한정 부록인 캐릭터 팝업. 방독면을 쓴 카이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해 - 셀프 리더십 전문가 홍성범의 인생 경영 에세이
홍성범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책을 읽을 때 자기계발 서적류는 좀 꺼리는 편이다. 그 책이 그 책 같고, 나오는 말은 다 똑같아 보인다, 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과연 내가 그런 책을 읽고 멘토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대개 그런 책들은 딱딱한 편이라 읽는 게 지겨울 거란 선입견도 내겐 분명히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항해는 이제껏 읽었던 자기계발 서적류와는 좀 달랐다. 나는 책을 받고 책장을 휘리릭 넘겨 보다 색연필로 그려진 듯한 그림들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호오, 이거 구성이 마치 소설같잖아?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어 보니 정말 성장 소설같기도 하고 성장 동화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연지우는 30대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목표점을 향해 고군분투하며 인생은 등산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 왔다. 회사일에 몰두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우는 진급심사에서 후배에게 밀리고 만다. 그렇다 보니 갑자기 의욕도 없어지고, 도대체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지우에게는 회사일 말고도 또 하나의 고민이 더 있었다. 그건 아버지가 1년이 넘도록 행방불명 상태란 것이었다. 최근 자주 꿈에 보이는 아버지. 지우는 꿈속에 나타난 아버지의 메세지를 찾아 다락방으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데면데면한 부자 관계를 유지했던 지우와 지우의 아버지. 지우의 아버지는 어부로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다정한 아버지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우는 아버지의 편지에서 '사랑한다'라는 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버지의 메세지를 보고 그가 향한 곳은 항구. 그곳에는 GUIDE호라는 멋진 배가 정박해 있었다. 지우는 캡틴 R을 만나 승선을 허락받고 항해에 나선다.

항해에 있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정박한 항구에서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면서 정박된 배와 같은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지우를 태운 GUIDE호가 항구를 떠난 것처럼, 지우 역시 새로운 인생의 한 발을 내디뎠다.

이제까지의 지우는 인생은 등산과 같다고 생각했다. 한 봉우리만 넘으면, 한 봉우리만 넘으면 분명히 더 좋은 날들이 내 앞에 펼쳐질 거야, 라고 생각하며 무리를 해왔다. 하지만 정말 인생이 등산과 같을까. 물론 인생에 있어서 고저란 부분은 분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등산에서는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주위의 풍광이 변화한다. 하지만 캡틴 R의 말처럼 인생을 항해라고 본다면?

인생이란 쳇바퀴를 돌 듯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거야. 그러나 사람들은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인생을 꿈꾸지.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 멋진 폭포를 지나는 스펙터클한 경험 말일세. 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가? 나도 자네 나이 때는 환상적인 삶이 펼쳐질 거라고 믿었다네. 적어도 나만은 그럴 거라고 굳게 믿었지.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삶이란 평범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어. 우리의 항해처럼…… (65p)

나 역시 지우처럼 생각했다. 인생이란 등산과 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내 인생은 남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삶이었다. 평범하고 지루한. 그래서 때로는 목표점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지우는 또 캡틴 R과의 대화를 통해 동료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및 제대로 된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듣게 된다. 세상 사람들 중에 하루하루를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생의 최대 목표가 무엇인지 정해 놓지 않는다면 인생은 무의미한 나날로 점철될 것이다. 지우는 캡틴 R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이제껏 추구해온 목표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우는 어느새 명령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다. 마치 거대한 시계의 부품처럼 살고 있는 것은 지우나 우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과거에 관한 고민과 질문은 자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할 때야. 우리가 지금 여기 서있는 이유를 생각하게.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고민해야지! (48p)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만을 바라보면서 살 수는 없다. 캡틴 R의 말처럼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삶이 더욱 가치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지우와 캡틴 R, 그리고 다른 승무원들과의 대화는 무척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인생이란 것은 종이에 글로 써놓은 그대로를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절망이란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많이 만나게 되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에 대해 승무원들의 입을 빌어 들려 준다.

지우는 쉐프 C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면서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의 필요성, 자신이 가진 능력과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비교하지 말 것을 배운다. 또한 보급책임관 K에게서는 변화에 대한 준비와 능동적인 대처, 기관장 E와 풍랑에 대비하던 중에는 과거의 성공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또한 항해사 W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절망에 맞서는 법을, 서기관 J에게서는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것을, 닥터 P와의 대화에서는 적당한 휴식이 더 좋은 결과를 준다는 것을, 미화담당관 B와 D에게서는 팀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또한 이 책에도 우리가 잘 아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사연이 소개되는데, 만약 단순히 그들의 사연을 나열하고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라고만 한다면 금세 지겨워져서 책을 내려 놓고 싶겠지만, 그들의 사연은 지우와 승무원들 간의 대화 속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더 많이 와닿았다고 할까. 우리가 유명인들의 사연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그들처럼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겪은 일들은 분명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건 맞고, 우리를 성장시키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꾸려나가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지우처럼 말이다. 지우는 이제껏 자신의 틀안에서 살아 왔고, 세상의 틀에 맞춰 자신의 인생을 살아 왔다. 세상의 틀안에서 사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니지만, 너무 얽매여 살다보면 결국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때로는 항구에 정박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 정박이 너무 길어지면 그 편안함에 나태해지게 될 것이고, 갑작스런 폭풍이 밀려올 때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여름만 존재하는 나라에 있는 꿀벌이 갑작스런 혹한이 찾아왔을 때 모조리 굶어 죽는 것처럼.

지우는 한달여의 항해를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곧 떠날 것이다. 다른 항해를 위해서. 우리들 역시 인생이란 항해의 목표점을 재정비하고 다시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진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자기계발책소개 - 셀프리더십과 긍정의힘
    from 출판의 名家 명진출판 2011-01-22 21:30 
    긍정의 힘으로 하루를 여는 방법 셀프리더십은 자기긍정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 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 도서 '일 잘하는 김과장의 하루 교과서'에서는 하루를 시작할 때 긍정의 힘이 업무를 시작할 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The Mouse and the Motorcycle (Paperback) Beverly Cleary 4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199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첨 봤을 때 표지를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생쥐가 신나는 표정으로 모터사이클을 타다니! 것도 제법 폼나게 말이다. 게다가 뒷 표지의 글을 읽고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BORN TO RIDE!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작은 생쥐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
표지에 나오는 생쥐의 이름은 랄프, 아직 다 크지 않은 어린 생쥐이다. 랄프는 가족들과 함께 마운틴 뷰 인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랄프는 가족 여행을 온 키이스와 만나게 된다. 키이스 역시 아직 어린아이로 스포츠카, 모터사이클, 앰뷸런스 등의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나이. 랄프는 소년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쥐구멍을 나와 전화코드를 타고 장난감 자동차들이 놓인 테이블로 올라간다. 하지만, 랄프는 모터사이클 장난감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추락!! 랄프의 짧은 인생에서 맞은 최대의 위기다!

랄프의 힘으로는 쓰레기통을 넘어뜨릴 수도 기어올라 갈 수도 없다. 일단 체념하고 몸을 웅크리고 잠든 랄프. 그러나 그때 랄프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온 키이스가 랄프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세상에, 사람과 생쥐가 말이 통하다니. 그건 키이스가 아직 어린아이이기에 순수해서 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키이스의 도움으로 랄프는 쓰레기통밖으로 구조가 되고,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키이스의 모터사이클을 부러워하는 랄프. 키이스는 그런 랄프에게 모터사이클을 타도록 허락해 준다.


꼬리를 앞발에 말고 신나게 모터사이클을 타는 랄프. 이 순간은 랄프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신나게 방안을 돌아다니면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랄프를 보는 키이스도 즐겁다. 키이스는 자신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랄프가 밤에 사람이 없을 때만 모터사이클을 탈 것을 약속받는다. 그리고 키이스는 랄프를 위해 밤에는 모터사이클을 침대밑에 둘 것을 약속한다.
이제 랄프의 새로운 서생(鼠生)의 시작!?

하지만 랄프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낮에 키이스의 방으로 나왔다가 메이드가 들어오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게 생긴 것. 진공청소기를 피하려고 애를 쓰며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가다가 메이드가 벗긴 베게 커버속으로 들어가 버린 랄프. 게다가 그것은 세탁실로 모두 옮겨질 예정이었다. 세탁물 바구니에 갇힌 랄프는 필사의 노력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모터사이클까지 끌고 나올 수는 없었다.


그날 밤, 키이스는 랄프를 위해 반쪽자리 탁구공으로 헬멧을 만들어 오지만, 모터사이클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 사실을 키이스에게 고백하는 랄프. 그리고 둘의 침묵.

다음날, 이제 더이상 키이스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키이스는 랄프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키이스의 생쥐들을 위한 룸서비스도 개시!

이렇게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던 중, 키이스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한다. 키이스의 부모는 해열제로 쓸 아스피린을 찾지만 마침 떨어져 버렸고, 마운틴 뷰 인 안에서도 아스피린을 구할 수 없었다. 랄프는 아픈 키이스를 위해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아스피린을 구하러 간다.

하지만 중간에 유치원 선생 둘에게 잡히기도 하고, 부엉이가 있는 밖으로 내몰리기도 하는 등 랄프의 시련이 계속된다. 끝내 아스피린을 발견하지만, 그걸 옮길 방법이 없다!!! 만약 랄프가 아스피린을 입으로 물어 옮긴다면 랄프는 약에 중독될 것이고, 아스피린을 앞발로 잡고 계단을 오르기엔 랄프가 너무나도 작다. 그때 랄프가 떠올린 기막힌 생각!


그것은 바로 키이스의 앰뷸런스 장난감이었다. 키이스의 앰뷸런스를 몰고 약을 숨겨놓은 장소로 달리는 랄프. 이젠 모터사이클이 아니라 앰뷸런스다! 하지만 앰뷸런스를 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는 힘든 랄프. 랄프는 좋은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건 바로!!!

수많은 위기상황을 겪으며 랄프가 찾아낸 아스피린. 그걸 옮기기 위한 앰뷸런스. 랄프가 앰뷸런스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시도한 방법은 정말 기가 막혔다. 주어진 상황을 어찌나 잘 이용하던지, 랄프가 내 눈앞에 있었다면 아마 난 박수를 쳤을 것이다.  랄프의 용기와 지혜가 잘 발휘된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감동적이었던 것은 생쥐 랄프와 인간 아이 키이스의 우정 이야기였다. 비록 며칠만 머물다 갈 손님 입장에 있는 키이스였지만, 랄프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모터사이클을 빌려주고, 랄프가 다치지 않게 헬멧도 만들어주며, 또한 랄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랄프를 용서하는 키이스를 보면서 무척 기특한 아이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쥐들이 병균을 옮기는 필히 박멸해야 할 대상이라 여기는 것과는 달리 서로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즐거움을 나누는 키이스와 랄프를 보면 우정은 정말 종을 초월하는 것이란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달까.

이 책이 초판 발행된 것은 1965년. 그러니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전에 씌어진 작품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옛날 책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달까. 랄프의 신나는 모험과 더불어 랄프와 키이스의 우정이 아주 예뻤던 책. 랄프는 지금도 그곳에서 신나게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43p, 101p, 15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