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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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에겐 쩔쩔, 높은 곳에서는 벌벌, 피만 보면 기절, 방향 감각 제로. 도대체 형사란 직업이 가당키나 한가 싶은 형사 가타야마와 사람보다 더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암컷 삼색 고양이 홈즈 콤비가 펼치는 수수께끼의 사건 그 여섯번째. (원래는 사랑의 도피편을 먼저 읽어야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구입할 때는 아직 사랑의 도피는 미출간이었다)

가타야마 남매와 홈즈는 차를 타고 가다 차를 세우고 길을 묻던 중 가스 폭발 사고 현장에서 여고생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여고생의 이름은 노다 게이코이며 가미시 고교 재학생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또 한마리의 검은 고양이. 일단 가타야마 남매는 고양이를 데리고 와 뉴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날 밤, 가타야마에게 도착한 러브레터와 수수께끼의 여고생이 등장한다. 도대체 그 여고생은 무슨 이유로? 하지만 그 의문을 풀기도 전에 수수께끼의 여고생은 칼에 등을 찔린 채로 가타야마 앞에 나타난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기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가타야마와 이시즈. 하지만 이시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노부요는 사라지고 만다. 그후 노부요는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이미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져서 사망하고 마는데, 그녀가 사망한 이유는 불법 중절수술 때문이었다!

그후 가타야마는 노다 게이코와 하시모토 노부요가 다니는 학교로 찾아가 사건 수사를 시작한다. 노다 게이코에 대해 무엇인가를 안다는 구니코와 만나기로 하지만 길이 엇갈리고, 그사이 구니코는 누군가 던진 나이프에 팔을 다치게 된다. 여고생만 노리는 범죄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리고 이 사건들이 모두 연관이 있을까? 살아 남은 구니코는 자신에게 나이프를 던진 범인이 오페라의 유령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데... 이 일이 있은 후 학내 괴기 동아리 멤버들에게 의문의 시선이 향한다. 그렇다면 그중에 범인이 있다는 말일까?

정말 까다로운 사건이야. 도대체 범인이 노리는 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어. 다시 한 번 살인이 일어나면 확실해질지도 모르지만……. (135p)

범행 동기도 알 수 없다. 모든 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인지 확실하지도 않다. 또한 범인이 한 명인지 두 명 이상인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한데.. 그와중에 또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편입생 아카리가 자택에서 나이프에 등을 찔린채 발견된다. 하지만 그곳은 밀실이었다? 다행히 아카리의 생명은 지장이 없지만,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학생들이 관련된 사건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어렵죠. 사이가 나쁜 학생들일지라도 경찰에 대해서만은 공동으로 방어태세를 취하니까요. (222p)

공포관편은 고교를 배경으로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른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아이들. 그리고 그들만이 간직한 비밀. 어른들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전적으로 신뢰하지도 못한다. 그렇다 보니 자기네들끼리 쉬쉬하는 면도 있다. 도대체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첫번째 희생자인 노다 게이코와 두번째 희생자인 하시모토 노부요의 공통점은 둘 다 임신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또래의 학생이 범인이란 말인가? 읽으면서 좀 껄끄럽기도 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동화에나 나올법한 추리하는 고양이와 현실의 고교생의 대비가 너무 컸기 때문이리라. 물론 요즘 아이들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희생자가 되니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게다가, 이번엔 홈즈의 활약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제껏 읽었던 5편 중 홈즈의 활약이 제일 없다고 해야할 정도다. 오히려 고교생들이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만큼, 오히려 고교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마지막 결말부에서 수수께끼를 밝히는 방식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마도 이런 것은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겠지?

공포관 편에서 재미있는 것은 소제목이 모두 공포영화의 제목을 따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프랑켄슈타인과 노스페라투. 그러나 그외의 부분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카가와 지로만의 빠른 스토리 전개, 참혹한 사건 가운데에서도 빛나는 유머 감각이 전작에 비해 줄어 들어 무척 아쉬웠다. 또한 가타야마의 후배 형사 이시즈 역시 무능하고 눈치없고, 깐죽거리는 캐릭터로만 보이는 것도 좀 그랬다. 그래도 제일 불만은 역시 홈즈가 별로 안나온다는 것이었어!!! 다행이 검은 고양이 뉴이가 나와서 고양이 씬이 좀 있었지, 안그랬음 홈즈의 이야기가 거의 없을 뻔 했다구! 사랑의 도피편은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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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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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이 제목만으로는 책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도 없다. 책 표지를 넘기고 본문으로 들어가서야 난 이 책의 내용이 입양가족이란 것을 알고 잠시 당황했다. 사실 입양이란 소재는 우리나라에서 다루기에 아직은 좀 껄끄러운 소재가 아닌가 싶었다. 한때 영아해외수출 1위국이란 오명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해외입양 사례나 친자냐 양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시각과 편견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어두운 부분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공개 입양을 하는 연예인 부부의 이야기가 미담처럼 회자되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아이들보다 부모에 초점이 더 많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하늘이라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하늘이는 태어난지 한 달만에 입양되었고, 또한 태어난지 100일만에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는 이미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정신과 의사이자 청소년 상담가인 엄마는 공개입양 사이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올리고 있는 데다가, 입양가정 모임이라든지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는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이란 표현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게 거북하다. 또한 자신이 남들과 다른 시선을 받는다는 것도 이미 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자격지심이란 걸 가지고 있다,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긴 해도 하늘이에겐 그런 면도 좀 있긴 하다. 그래서 엄마나 아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때때로 자신의 처지에 서글픔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서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러니 친부모와 헤어지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통과하는 순간이 있다. 버려진 강아지를 볼 때, 혼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볼 때,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을 볼 때도 그렇다. 아마 내 어딘가에 헤어짐의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한강이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슬픔, 생각할수록 화나고 서운한 슬픔. (20p)

기억나지도 않는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없지만, 자신이 입양아란 것을 알고 가족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늘이는 아직은 엄마 품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나이이지만 엄마는 언제나 바쁘다. 게다가 하늘이의 엄마는 속마음은 안그런데, 표현을 잘 못해서 (혹은 잘 안해서) 하늘이가 보기에는 자신이 입양아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득 찬 것 같으면서 텅 빈 것 같고, 내 물건이면서 남의 물건 같은 느낌. 이 집에서 할머니와 나는 별다를 게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하긴, 우린 둘 다 엄마한테 꼼짝도 못하니까. (58p)

하늘이의 할머니는 중풍이 와서 지금 하늘이네 집에서 요양중이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꼼짝 못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아들인 하늘이 아빠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래서 그런지 하늘이는 할머니를 보면서 자신이나 할머니나 비슷한 처지라 생각한다.

하늘이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하늘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럴거라면 애초부터 하늘이를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과잉보호를 하는 경향이 있어 하늘이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또한 잦은 인터뷰나 방송 출연을 통해 공개입양에 대한 것과 하늘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하늘이에게는 과시욕처럼 보여도 사실은 하늘이같은 입양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또한 하늘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도 혹시 하늘이가 입양아란 사실때문에 엇나갈까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게 좋다고 한다. 나 혼자만 입양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꾸 확인시키는 것 같아서 싫다. (83p)

하지만 하늘이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 누군가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사진을 찍는게 어찌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렇다 보니 엄마가 나가는 행사나 인터뷰, 방송 출연등이 하늘이에겐 못마땅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이가 만드는 집모형인 하늘 마을이 하늘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해서 짠하다.

한강이는 하늘이처럼 입양아이다. 하지만 또래보다 조숙한 면이 있는 아이이며,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한강이 역시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우연히 알고 성격마저 달라져 버린 케이스이다. 말도 없어지고 싫어하던 학원도 잘 다니게 되고... 이런 경우 칭찬받을 일이지만 한강이의 부모님은 걱정이 되서 청소년 상담가에게 상담까지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아이라면 칭찬받을 일인데, 자신들이 입양아니까 상담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어떻게 보면 한강이 부모님의 과보호일지도 모른다. 혹시 잘못될까 싶어 늘 걱정을 하는 것이다.

하늘이 엄마의 말투중에 무척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하늘이가 '덤벙댄다'라는 이야기인데, 이 또한 하늘이는 오해를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평범한 아이와 다를바 없다라는 말을 에둘러서 하는 표현인데, 하늘이는 그 덤벙댄다는 표현을 참 싫어한다. 엄마가 너무 과보호 또는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하늘이에게는 아주 다르게 느껴진 듯 하다. 물론 그것은 하늘이가 입양아란 것의 문제도 있지만, 심장수술을 받을 만큼 심장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늘 보듬고 보살펴주고 싶은데 심장 수술이후 지금껏 이렇다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엄마가 하늘이에 대한 집착을 더해준 게 아닐까. 어쩌면 엄마 입장에서는 하늘이쪽에서 먼저 안겨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하늘이의 가족 관계를 보면 하늘이는 엄마와는 진정으로 툭 터놓고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고, 아빠에게는 과보호를 받는다. 제일 말이 잘 통하는 상대는 역시 할머니다. 입은 좀 걸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지만 하늘이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 또 할머니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고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가 하늘이 할머니라고 할까. 하늘이는 할머니의 말에 악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친손주가 없는 서운함에 하늘이에게 이런저런 타박을 하는 게 때론 싫기도 하다. 그래서 하늘이는 할머니가 주서온 아이 운운할 때라든지, 엄마가 자신의 모형집을 망가뜨렸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폭발 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이 입양아란 것을 아는 아이와 그 부모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변화와 긴장과 대결, 그리고 화해의 구도로 이어지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아직 사회적으로 민감한 입양가족 문제를 입양아의 시선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입양가족이라고 하면 그 부모들에게만 관심을 가졌지, 정작 아이에게는 관심을 적게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모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하며, 아이에게 행복하겠다고 하는 우리의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어쩌면 하늘이나 한강이같은 입양아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책은 단순히 입양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가족 해체의 길을 걷고 있는 현대 가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한다. 친자니 양자니, 친부모니 양부모니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가족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느냐에 대한 내용이라 볼 수도 있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또한 가족이란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가장 뿌리 깊은 갈등을 가진 기본 단위가 될 수도 있기에 가족을 지켜내는 것,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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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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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고양이 관련 신간이 많이 나와서 그 책들을 먼저 읽느라 이 책을 읽는 것이 늦어졌다. 길고양이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초기의 책인지라 애묘인 사이에서는 유명한 책인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처음 받아 들고 살짝 놀랐다. 생각외로 책이 무척이나 얇았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두께가 1/3정도나 될까.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흔히 도둑 고양이라 불렸고, 지금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둑 고양이라 불리는 길고양이들. 가까운 곳에 살지만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고 여린 생명들. 내가 사는 곳 주위에도 고양이 가족이 보였다가, 하나씩 사라지고 또 다른 고양이가 유입되고 하는 것을 자주 봐왔다. 오래 있어 봐야 2~3년 정도. 그 짧은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고양이에 관심을 많이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기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치킨집앞에 붙어서 빽빽 울고 있던 작디 작은 아기 고양이. 주변을 둘러 봐도 다른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고,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 봐도 주인 없는 고양이란다. 그때 고양이들의 비상 식량인 천하장사 소세지로 살금살금 꼬셔서 납치해온 녀석이 바로 우리집 티거란 녀석이다. (지금은 5.5kg의 거대묘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개만 키웠던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던 내가 아기 고양이를 납치(?)해서 키우다니. 그후에 보리란 녀석이 들어 왔고, 수수란 녀석도 구조해 왔다. (수수는 그후 입양을 갔다) 이렇듯 우연히 납치 혹은 구조하게 된 녀석들은 나의 가족이 되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그전에는 고양이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그후로부터 고양이들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 몰래 길고양이용 밥을 내놓기도 했다.

저자인 고경원씨 역시 우연한 계기로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관심이 있으니 찾게 되고, 찾으면 보인다. 관심이 없다면 찾지도 않게 되고, 찾지 않으면 당연히 보이지 않을테지. 그래서 고경원씨의 사진을 보면 고양이가 지나가니까 눈에 띄는 대로 그냥 찍은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찍은 사진이란 표시가 난다.

처음에는 도심 한복판을 활보하는 길고양이가 그저 귀엽고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지만, 길고양이 사진이 늘어 갈수록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관찰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하며 찍게 된다. 길고양이 사진의 묘미란, 이렇게 상상하게 만드는 풍경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38p)

길고양이는 늘 우리곁에 존재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나 역시 가끔 길고양이 사진을 찍지만 근접촬영은 거의 무리이고, 멀리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길고양이가 오래 살아남으려면, 사람을 너무 믿으면 안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61p)

고양이는 왜 인간을 그리 경계할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쓰레기 봉투를 뜯어서, 발정기때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내니까, 눈이 사악해 보이니까 등등의 이유를 댄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사람이 저희를 싫어하라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틀안에서만 고양이를 보니 그런 것이다. 오히려 고양이쪽에서 보는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고양이도 있고, 길고양이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있다. 이 사진은 이 책에 실린 사진 중에 무척 마음에 든 사진이다. 보통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2,30대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으며 자신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는 고등어 무늬 고양이. 그리고 연세 지긋하신 중년의 아저씨. 교감이란 말은 이런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분명히 사람으로부터 안좋은 기억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고양이가 사람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에게 친근감있게 군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한 기억이 있는 길고양이의 수도 꽤 많을 것이다. 때로는 학대를 넘어 약을 넣은 밥을 먹고 길고양이를 몰살시키는 사람도 있으니 고양이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가회동 어린 길고양이는 처음에는 저자를 피해 도망을 갔으면서도 배가 고팠는지 야옹야옹 울었다고 한다. 급하게 고양이 응급식량을 조달해 먹이니 넙죽넙죽 잘 받아 먹던 이 아이. 하지만 다음에 갔을 때는 더이상 이 어린 길고양이를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당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로드킬을 당했을 수도 있다. 어린 생명이 살아가기에 인간 세상은 너무나도 척박하다. 물론 좋은 사람에게 구조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편한 자세를 취하는 녀석들도 있다. 이 정도 여유를 부리는 녀석이라면 어느 정도 길거리 생활에 인이 박힌 녀석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지친 몸을 뉘이고 따스한 햇살을 쬐는 행복의 순간. 고양이는 척박한 삶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영리한 동물이다.   


이렇게 길고양이의 사진을 찍으며 고양이와 인연을 맺어오던 저자에게 스밀라라는 고양이가 찾아 왔다. 역시 길고양이 출신. 처음엔 치료만 해서 입양을 보내려고 했는데, 어느새 저자의 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우연이 겹쳐 인연이 되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모든 길고양이가 새가족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곳곳에서 케어맘들이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케어맘들은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공급해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배척하는 경향이 크다.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고,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때문이다. 그래서 케어맘들은 눈치를 보며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도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아지면서 케어맘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케어맘들의 보살핌만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TNR프로그램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잘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잘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대중없이 TNR정책이 시행되거나, 여전히 고양이 몰살 작전을 펼치는 곳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 자체만으로 '착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밥만 주는 것에서 끝낸다면 '무책임한 일'로 생각합니다. TNR(길고양이 포획 - 중성화수술 - 방사)까지 마쳐야만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의 책임을 다한다고 보는 것이죠." (85p)

일본은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보다는 길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도 처음에는 소수의 케어맘들이 활동하고,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TNR정책이 잘 정착되고, 길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잘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도 있듯 점점 나아질거라 생각한다. 이 책이 처음으로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말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29p, 62p, 68p, 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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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2
하야시다 규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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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퐌타스틱하게 음침한 도시 홀. 그곳에는 마법사들의 연습으로 인해 신체가 변형된 인간들과 아직 원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도시이다. 그리고, 홀 바깥에는 마법사들이 살고 있는 곳이 있다. 마법사들은 때때로 문을 만들어 홀로 내려와 홀의 인간들을 자신의 연습 대상으로 삼는 악행을 벌이고 있다. 그런 마법사들을 퇴치하는 마법사 사냥꾼 도마뱀 머리 카이만과 그의 파트너 만두가게 아가씨 니카이도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된다.

카이만과 니카이도가 살고 있는 도시 홀에는 1년에 한 번 공포의 밤이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리빙 데드 데이. 이 날에는 마법사들의 연습으로 희생당한 인간들이 좀비가 되어 무덤에서 기어나온다. 좀비들을 가만히 놔두면 좀비에게 먹히거나 물린 사람 모두가 다시 좀비가 되기 때문에 무조건 좀비를 처치해야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의 슬로건은 " 주저마라, 죽여라." 카이만과 니카이도는 상품으로 걸려있는 정육기를 위해 좀비퇴치에 나선다.

좀비퇴치에 열을 올리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마법사 도시에서 청소부들이 카이만을 없애기 위해 도착한다. 그것은 바로 신과 노이, 후루타, 에비스. (물론 주요 전력은 신과 노이다, 나머지 둘은 뭐...) 좀비와 싸우다 마법사와 결투를 벌이게 되는 카이만과 니카이도는 전력을 다해 싸운다. 박빙의 승부였지만, 카이만은 머리가 잘리는 큰 부상(?)을 입게 되지만, 니카이도 덕분에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진 무시무시한 사실!
카이만은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머리는 뼈까지 그대로 재생된다는 것. 헉. 카이만은 마법도 안통하고 머리가 잘려도 재생되는 무적인게야?? 어쨌거나 카이만은 머리가 재생되어도 여전히 도마뱀 머리이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기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
니카이도는 실은 마법사였다? 머리가 잘려 늘어진 카이만과 탈출하기 위한 니카이도의 방법은 문을 만들어 탈출하는 것이었다. 역시 파워풀한 누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한편 심장에 카이만의 칼이 꽂힌 신과 그외 마법사들은 일단 마법사 세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에비스는.... 좀비에게 물려 좀비화되어 가고 있었다. (푸핫.. 에비스만 보면 웃음이 절로 터진다. 참 귀여운 외모인데, 어째 당하는 일은 그리 험한 일 뿐일꼬...

신은 엔과 만나 인형사에게로 가 자신이 본 카이만 입속에 있는 남자에 대한 인형을 만들고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데.. 과연 카이만의 입속에 있는 남자는 도대체 누구이며, 카이만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니카이도의 마법 능력은 어느 정도이며, 니카이도는 왜 자신이 마법사란 사실을 숨기고 홀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도 자꾸만 등장하는 도로헤도로 2권 이야기는 여기서 끝! 


이건 니카이도 캐릭터 팝업. 첨엔 남자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니카이도구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잘 못알아볼 뻔 했지만, 손에 국자를 쥔 것이 영락없이 니카이도구나~~ 멋진 누나, 다음에도 멋진 활약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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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뉴 루비코믹스 543
히다카 쇼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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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그후의 패턴은 엇비슷해진다. 물론 개인차야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대에 푹 빠져 바보가 되어 버린다. 또한 상대가 자신만의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고, 상대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히다카 쇼코의 두번째 단행본인 시그널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때때로 유치해지고 바보같아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표제작인 시그널은 바의 오너와 샐러리맨의 사랑을, 짧은 단편은 데뷔작에도 실렸던 고교생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 무라카미는 회사 선배 타마치가 소개해 준 바의 오너 아시하라와 한달에 한번 특별한 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신호는 바로 특별 주문 칵테일. 그 칵테일을 주문하는 날은 아시히라와 함께 밤을 보낸다는 뜻이다. 무라카미는 아시히라에 푹 빠져있는 상태. 그렇다보니 아시하라가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쿨하고 거침없는 아시히라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손에 닿을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랄까.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정도를 넘어 아시하라를 구속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라카미는 솔직히 말해서 좀 찌질해질 수도 있는 캐릭터다. 마음을 주고 있으면서도 솔직해지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타입이랄까. 그러면서도 아시하라 곁에 다가 오는 사람에게는 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자신의 선배 타마치, 그리고 아시하라의 친구인 사사키와 아시하라의 관계를 의심하는 무라카미의 생각이 영 틀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할까. 의심하고 다그치기 보다는 천천히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아시하라 쪽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자신이 바쁘면 설명도 안해주고, 처음엔 무라카미를 속이기도 했으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오해와 이해가 반복된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솔직해지길 원하는 것은 원치않는 오해를 부를 뿐이다. 그리고 사랑은 믿음이란 감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물론 믿어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믿는 것이란 뜻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둘 다 사랑에 있어서는 참 바보같고, 유치하다고나 할까.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서로에게 다가간 두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서 둘 다 바보지만, 둘 다 사랑스러웠달까. (물론, 현실이 이렇다면 난 뒷통수를 갈겨줄테다!)

단편은 데뷔작 수록작품인 감정사인에 등장한 마키비와 시노부 커플이야기. 서로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소년은 역시나 귀여웠달까.  

사랑 이야기는 구성이나 스토리가 서로 엇비슷하면서도 작가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히다카 쇼코는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가 참 섬세해서 좋다. 물론 작화도 예쁘지만. 히다카 쇼코의 작품은 어쩌다 보니 신작을 읽고 예전 작품을 읽고 하는 패턴의 반복이지만, 예전 작품을 읽어도 예전 작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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