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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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5탄.
갈릴레오의 고뇌라... 사실 고뇌라는 단어와 유가와를 조합시키기가 어렵다. 유가와란 사람은 냉철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고뇌한다기 보다는 그 시간에 더 많은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을 실험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그의 조금 다른 모습을 보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드러나는 유가와의 이미지는 차가움이었다.

이 책에는 총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책 뒷표지와 책 띠지를 봤을 때는 확실히 한편의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단편집이었다. 나같은 경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도 좋아하지만, 그의 단편 소설도 좋아하기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의 저서 중 단편을 묶은 단행본이 장편에 비해 그 수가 적기 때문이리라. 그럼, 이제부터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를 고뇌하게 만든 사건이 무엇인지 살펴볼까?

실험 - 떨어지다

한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사한다. 처음에는 자살이라 생각되었지만, 경찰은 그녀의 방을 수색하던 중 머리를 내리친 듯한 두꺼운 냄비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타살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녀가 떨어졌을 때 그녀는 혼자였을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트릭을 이용한 것일까.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며 용의자를 추려낸 형사 가오루는 피해자를 죽게 만든 트릭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시작한다. 유가와는 그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갈릴레오 시리즈 5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오루의 존재이다. 구사나기의 후배 형사인 가오루의 역할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피해자에 대한 가오루의 추리와 조사는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할까. 하지만, 피해 여성이 일정 시간내에 떨어지도록 만든 트릭을 밝히려는 시도에서는 번번에 벽에 부딪히고 만다.

"세상에는 가치가 없는 실험은 없어." (49p)

유가와의 이 말이 응원이 되었던 것일까. 가오루는 열심히 트릭을 밝히는 실험을 해본다. 그리고 유가와 역시 가오루의 말에 흥미가 생겨 나름대로의 실험을 해보고 트릭을 성공시켜본다. 가설을 현실로 만들어 본 것이다. 왠지 이럴때의 유가와는 장난꾸러기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달까. 특히 성공을 위해 10번도 넘게 실패했다는 그의 말에 그도 역시 사람이구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메탈의 마술사 - 조준하다.

유가와의 은사 도모나가의 집에서 모임이 있던 날 밤, 도모나가의 아들이 별채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화재로 인한 죽음이지 않을까, 하고 생가하지만 그의 몸에서 사인으로 짐작되는 관통상이 발견된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는데다가, 아버지와 대립이 있었던 아들을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일까.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 유가와의 따스한 면모가 돋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유가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으나. 이 에피소드만큼은 아니었달까. 특히 181페이지에 있는 그의 호소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181페이지의 문장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적지 않는다) 

밀실 - 잠그다

유가와의 친구인 후지무라가 운영하는 펜션에 묵었던 남자가 추락사한 채 발견된다. 후지무라는 유가와에게 그 사건에 대해 의뢰한다. 그때 펜션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를 포함해 총 여섯명. 그들에게는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다. 게다가 피해자의 방은 밀실 상태였다고 하는데...

추리 소설에서 밀실이란 소재는 정말 매력적이다. 완벽한 밀실을 만든 사람과 그 완벽한 밀실의 트릭을 푸는 사람의 두뇌 싸움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완벽한 밀실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유가와가 아니었으면 이 사건 역시 미궁에 빠졌을지도... 참,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후지무라라는 캐릭터는 처음엔 좀 별로였지만, 마지막엔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니 유의해서 볼 것!

다우징 - 가리키다

한 노인이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난 사이에 살해되었다. 그리고 노인이 숨겨 놓은 금 역시 사라져 버렸다. 평소 노인을 자주 만나던 한 여성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용의자의 딸은 어머니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수정 목걸이를 이용해 다우징을 하는데... 

수정이나 엘로드를 이용해 다우징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신비주의적인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가와와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시리즈 2탄인 예지몽이 바로 이런 류의 수수께끼를 내고 유가와가 과학적으로 풀이해서 무척 흥미로웠는데, 여기에도 이런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과연 유가와는 수정으로 다우징을 하는 소녀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

악마의 손 - 교란하다 

스스로를 악마의 손이라 칭하는 한 남자가 유가와와 경찰에 도전장을 보낸다. 그는 사고로 보이는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선언한다. 유가와에 대한 원한이 깊은 인물로 보이는 악마의 손. 과연 그가 사고로 보이는 살인을 저지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사건은 다섯개의 사건 중 인간의 악의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이런 범인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 살인을 저지르는 건 최악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은 생각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 탓을 하며, 뒤에 숨어서 사건을 벌이는 이 남자. 정말 최저다. 

인간이 저지른 범죄라고 생각되지 않는 수수께끼같은 범죄의 트릭을 과학으로 풀어내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그는 단 하나의 증거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냉철한 분석가이며, 자신의 이론이 틀렸을 경우 그에 매달리지 않고 또다른 이론을 세우고 가설을 증명하는 사람이다. 또한 비록 간간히 경찰의 수사를 돕고 있긴 하지만, 그는 학자로서 연구하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냉정하지만 과학의 순수성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갈릴레오 시리즈 5탄은 유가와와 맞서는 과학자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두 편이라는 특이성과 더불어 유가와의 인간적인 면모와 따스함을 강조한다. 늘 쌀쌀맞게 들렸던 그의 말이, 지금은 온기를 품은 말로 들린달까. 유가와는 과학이란 것에만 집중하던 지난 시간과는 달리 인간 자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결국 모든 사건은 - 자연 현상이 아닌 이상 - 인간이 만들어낸 수수께끼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도, 그가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인간의 악의로 뒤덮인 사건을 여러번 겪어 오면서, 그리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면서 그렇게 변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구사나기의 역할보다 구사나기의 부하인 가오루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문득 유가와와 가오루 사이에 러브 라인이 생기면 어쩌지, 라고 걱정까지 들었지만, 역시 둘 사이는 담백하다. 역시 유가와는 만인의 연인으로 남아야 해!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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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11-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님이 일본 소설에 빠지셔서 저도 한때 도서관에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모두 빌려다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 저는 몇 권 읽어보지 않았는데, 참 대중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즈야 2010-11-13 21:56   좋아요 0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다작작가이면서도 몇 권을 빼고는 대부분 평균이상의 작품을 써내고, 장르소설이면서도 대중적이죠. 그런 면에서 매력이 많은 작가지요. 영리하기도 하구요.
 
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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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 이 책을 구입할 때는 장편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구매를 했는데, 받아 보니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소설집이었다.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으나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사람의 죄(?)도 있고, 형식이 어쨌거나 난 책 내용이 좋기만 하면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인지라 첫단편부터 조심스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첫번째 작품인 <겨드랑이 속 날개>는 슬픔을 화로 표출하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욱삼이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폐암 투병중이다. 병원비도 모자라 힘겨운 생활을 하던 욱삼이네는 시골 할머니댁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욱삼이는 분교로 전학하게 된다. 그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아이들과도 잘 지내지 못했고, 선생님마저도 믿지 못할 존재였지만, 욱삼이는 이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예전 학교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게 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그 상처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욱삼이의 경우 엄마의 가출과 아버지의 병,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에 화를 내는 것으로 대처해 왔다. 미리 자신의 주변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아무도 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런 욱삼이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주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무척이나 따스한 작품이었다.

<일곱 발, 열아홉 발>은 '감히 내 집 앞에'를 주장하는 어른들과 '이건 반드시 내 앞에'를 주장하는 아이들의 대비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쓰레기통을 옮기는 문제로 분란이 일어난다. 내 집앞에는 더러운 것을 못놓겠다는 어른들때문에 아이들까지 상처를 받는다. 그런 아이들은 학원차가 자신의 집앞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인간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나쁜 것은 다른 사람 집 앞에 좋은 것은 내 집 앞에를 외치면서 살아간다. 그럴 때는 우리란 개념이 없어지고 나라는 개념만이 남는다. 이런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표제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는 좋은 것을 시키고 싶은 부모와 시키는 대로 하기 싫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사실 어릴 적에 나도 그랬다. 부모님이 하라고 권하는 것은 청개구리처럼 안하려고 버티고 애를 썼다. 물론 자기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란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그게 참 싫었다. 좋은 일이라고 무조건 아이가 잘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미 엄마가 다미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책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다미에게 억지로 책 읽기를 권하는 것은 분명 반항심만 낳는다. 이런 다미가 스스로 책을 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약간의 추리 기법과 더해져 더욱 흥미롭게 묘사된다.

<대장이 되고 싶어>는 아이들의 놀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 나의 모험기도 떠올랐다. 여기에 나오는 종유나 지유처럼 육교를 건너고 트럭뒤에 숨고, 신호등 불빛에 얼음을 하는 그런 모험은 아니었고,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갔을 때 내 또래 사촌들을 모아서 산으로 들로 쏘다녔던 모험이었다. 제일 어린 사촌 여동생이 따라 오려고 하면 넌 어려서 안돼!, 라고 하기도 했던 일, 내가 대장이 되었던 일 등이 떠올라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다. 

<엘리베이터 괴물>은 또래와는 좀 다른 행동으로 왕따를 당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그런 아이를 둔 부모 마음은 오죽하랴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주기보다는 속상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아이는 더 오죽할까. 영민이가 엘리베이터를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보지도 않고, 그저 아이를 윽박지르는 엄마, 한숨 쉬는 아빠, 바보 취급하는 동생. 이런 상황은 아이를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런 영민이를 바뀌게 한 것은 친구 준호였다. 준호 역시 영민이가 부담스럽지만, 영민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민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준다. 어쩌면 또래이기 때문에 더 잘 알아준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 싶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는 앞에 나온 <겨드랑이 속 날개>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나온다. 앞에 나온 욱삼이는 슬픔에 대해 화를 내는 것으로 그 슬픔을 삼키지만, <슬픔을 대하는 자세>의 정민이는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고 다른 가족들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으로 그 슬픔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정민이의 동생 정우는 엄마 일을 열심히 돕고, 전과 다름없이 살아 가려 하면서 그 슬픔을 달래고 있다. 사람들에겐 모두 자신만의 슬픔을 달래는 법이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대하느냐, 아니면 소극적으로 응대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민이가 아버지를 원망하면 원망할 수록 더 슬퍼질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민이는 동생 정우가 철없이 군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슬픔을 달래는 것은 정우라 볼 수 있다. 슬픔에는 경중이 없다. 다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를 뿐.

마지막 작품인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재혼 가정의 이야기이다. 아이에게 있어 부모가 재혼한다는 것은 큰 충격일 것이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도 재혼도 자신이 원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 역시 그렇다. 좋아하는 미스박 아줌마와 사랑하는 아빠의 결혼 소식은 민주에게 큰 배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는 아줌마도 아줌마가 키우는 개돌이도 다 꼴보기 싫고, 자신만의 고양이를 키우고자 한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민주에게서 달아나 개돌이에게 가버린다. 처음에는 고양이에게도 배신감을 느꼈지만, 민주는 개돌이가 고양이 백설이를 잘 돌봐주는 것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어쩌면 혈연이 다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총 7편의 단편은 모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의 이기심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 슬픔을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 부모의 재혼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 부모의 강요나 이해 부족으로 대립하게 되는 아이 등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각자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잘못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묵혀두고 쌓아두기 보다는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지금 내가 가진 문제와 상처는 무엇인지도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슬픔, 절망, 오해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이해라는 다리로 행복과 희망으로 바뀐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용서와 화해, 이해로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단순히 소설의 구성적인 요소만을 바라보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우리네 삶을 바라보면 훨씬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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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11-1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음~~ 길고양이에 대해 말씀 드린다는 것을...
 
미스터 웨인의 1904 경성기담 1
최소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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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기담이란 것을 좋아하는데다가, 대한제국시절, 즉 구한말 이야기라니 내가 좋아하는 설정들이 다모였다. 이러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이 먼저 나가 지른 책이 바로 Mr. 웨인의 1904 경성기담 1이다. 외국인 마술사(혹은 ***)이 조선의 요괴와 만나다, 라... 매우 흥미로운 설정이다. 1900년대는 외국인들과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였고 이에 따른 문화충돌도 분명이 존재했으리라. 하긴 뭐, 요즘도 외국인을 보면 신기한 기분이 드는 건 마찬가지이니까. (그들이 아무리 많이 보인다 해도 대한민국에서 아직은 소수일 뿐이니까.)

이 책에는 총 세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는데, 꼬리 잘린 고양이와 조선의 뱀파이어는 완결이 되고 최판서댁 잔칫날은 아직 뒷이야기가 남은 듯 하다. 일단 꼬리 잘린 고양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를 요물로 취급해왔다. 고양이에게는 목숨이 아홉개라느니, 고양이는 원한을 절대로 잊지 않는 동물이라느니, 검은 고양이는 삼년쯤 지나면 요물이 된다느니 하는 그런 속설들. 이런 속설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 바로 꼬리 잘린 고양이이다. 어찌보면 인간의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양이들이 우리 선조들에게 - 그리고 지금도 - 참 몹쓸 짓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고양이 요괴는 무섭다기 보다는 안쓰럽다.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와 편견에, 그리고 자신을 키우던 꼬마아이의 어떤 바람때문에 그런 꼴을 당했으니 말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조선의 뱀파이어는 서양인과 조선인의 시각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는 에피소드로도 볼 수 있다. 일단 대충 내용을 보자면 밤마다 사람들이 습격당해 온몸의 피를 빨리고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웨인은 그 피해자가 될 뻔한 사람중의 하나인데, 다행히 경미한 상처에 그치고 만다. 이 사건을 서양인인 메리는 광견병에 물린 사람이 공격한 것이라 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그 사건의 뒤에는 사람에게 은혜를 입은 구렁이가 있었던 것이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은 데 바로 이것도 그런 이야기이다. 요괴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하나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된 사람은 그 요괴를 저버린다는 이야기이다. 구렁이 역시 은혜를 갚고자 함이었으나, 그것이 살생으로 이어졌으니 살리려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 요괴의 살생만을 탓한 것이 아니라 괴물 운운하며 구렁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참으로 못된 인간 본성중의 하나렷다. 

이렇듯 앞의 두가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기담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와 구렁이가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재미있는 것은 웨인이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과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구렁이의 말에 따르면 혼이 두개가 존재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아마도 이에 대한 것은 서서히 밝혀질 듯 하니 그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하여간 독특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웨인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웨인도 헛점 투성이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는지도 모르겠다.

음. 이건 여담인데, 책 띠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이 만화가 나름대로의 재미와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백귀야행>, <펫숍 오브 호러즈>를 뛰어넘는' 이라는 말은 좀 아닌듯 하다. 사실 언급된 두가지 만화에 비해서 좀 미스터리한 면이나 공포를 주는 면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만화에 실망하게 된 거란 이야기는 아니고, 이런 광고는 왠만하면 안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건 1권에 실린 컬러 일러스트인데, 난 이 일러스트를 보고 푸핫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문득 원피스가 떠올랐기 때문. 그건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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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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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연관된 이미지라면 역시 드라마에서 김혜수가 "엣지있게"라고 이야기하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원래 나란 인간은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다가, 늘 드라마 할 시간엔 할 일이 있던지라 ( 그 일이 무엇인지는 비밀), 드라마 <스타일>은 한 회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비교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타일』의 내용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서른 한 살의 패션지 여성 기자가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다소 뻔한 러브 스토리이다. 게다가 그 러브 스토리를 뻔하게 만드는 요소인 - 공포 영화의 세가지 법칙처럼 - 연애 소설의 세가지 (혹은 그이상)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첫번째 법칙은 여자 주인공은 평범한 외모에 일은 그럭저럭하는 여성이란 것. 사실 여기에서 여주인공이 쭉쭉빵빵한 몸매에 죽여주는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여성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여자들은 대개 자신과 비슷한 평범한 여자의 성공담과 연애담을 원하니까. 두번째 법칙은 여자 주인공을 잡아먹을 듯한 여자 상사나 동료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박기자가 그런 역할이다. 일단 여자 주인공을 좀 불쌍하게 만들어 줘야 그녀의 험난한 성공담과 연애담이 잘 먹혀 들기 때문이다. 세번째 법칙은 여자 주인공은 어린 시절이나 혹은 청소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상처는 꼭꼭 숨겨놓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 털어 놓게 되고, 그 남자가 그것을 감싸 안아 주면서 치유가 된다는 설정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들라면, 여자 주인공의 상대가 될 남자 주인공은 시니컬한 성격, 완벽한 외모, 완벽한 직업, 그리고 중간중간 그 여자 주인공을 오해할 일이 벌어져 그녀에게 차갑게 대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내가 연애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이며, 연애 소설이 뻔할 뻔자의 스토리로 흘러가게 되는 요소들이자 연애 소설들의 일반적인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스타일』역시 다소 뻔한 스토리와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스타일』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요소는 따로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런 대비점이 있어야 더 재미있지 않나?

『스타일』의 내용은 영화로도 잘 알려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당돌하게도 소설속에서 이 영화의 제목과 내용을 거론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란 소리다. 기사 딸린 회사 차? 회사에 비치된 꿈의 옷장? 시골뜨기를 단박에 패셔니스타로 만드는 위대한 동료애? 그런 걸 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하는 것이다. (36p)

작가는 이미 이 책의 내용을 보고 독자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릴 것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과는 다르다, 라고 아예 못박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첫번째 뻔뻔함이다. 그리고 솔직함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 등장 인물들이 정말 살아 숨쉬는 듯 역동적이란 것이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바로 봐도 뒤집어 봐도, 평범한 인물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주인공 이서정은 겉보기에만 평범한 여성일 뿐, 실은 상당히 튀는 캐릭터이다. 이 일 못해먹겠다고 자신의 상사에게 세번이나 사표를 던지지를 않나, 대놓고 대들지를 않나, 게다가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패션에 목 매는 사람들은 비난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성형으로 비슷해진 얼굴, 각종 다이어트로 유사해진 체형, 비슷한 직장을 원하는 비슷한 유형의 천편일률적인 사람들… 하나같이 루이비통의 '스피디백'을 든 여자들이 출몰하는 공항이나 명동거리를 걷고 있으면 가끔 섬뜩한 공포감까지 밀려왔다. (69p)

이외에도 패션계 사람들의 속은 공갈빵 같다고 하지를 않나, 자신이 일하는 곳은 '외면'이야말로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신봉하는 곳이라고 하는 등 같은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패션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비뚜름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서정 역시 그런 사람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원래 내 눈의 티끌이 남의 눈에는 대들보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이서정은 44사이즈로 변하는 마법이 있다면 파우스트 박사처럼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디 슬리먼의 스키니 진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의 옷을 훔쳐 입기도 하고, 때로는 얄미운 동료를 골탕먹이기 위해 슬며시 뜬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또한 프라다 백을 가지고 싶으면서도 아프리카의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후원금을 보내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 이런 상반된 욕망은 우리 인간 대부분이 가진 욕망이다. 그러하기에 더욱 공감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사랑과 성에 있어서도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특히 스타일리스트 민준과 키스를 하면서 오늘 입은 속옷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서정은 욕망에 충실한 요즘 여성답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스타일은 이서정이란 여자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해도 할 말이 많은 소설이다. 그만큼 캐릭터가 통통 튀고 재미있다.

그녀의 짝이 될 남자인 박우진은 7년전 맞선 자리에서 그녀를 퇴짜 놓은 남자이다. 선자리에서 5분만에 사라진 남자가 7년 만에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작위적인 설정이지만, 연애 소설은 모름지기 이런 작위적인 요소가 있어야 재미가 있는 것이다. 하여간 그때는 의사였지만 지금은 근사한 레스토랑의 오너가 되어 나타난 남자. 그게 바로 박우진이다. 물론 이 두사람 사이가 처음부터 다정할 수는 없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 그러면서도 끌리는 이 마음을 어쩌랴? 하지만 이런 설정보다 더 작위적인 설정은 따로 있었으니... 두사람은 어린 시절 이미 만났던 사이이고, 둘 다 지금껏 치유되지 못한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에 오해를 만든 불씨였으니, 오해가 풀리고 두 사람이 사랑을 하면서 이런 트라우마도 서서히 치유가 된다는 건 당연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뻔한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특유의 뻔뻔함과 솔직함을 덧입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일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패선업계 특히 패션지 기자의 삶과 일, 사랑 그리고 욕망을 솔직담백하게, 때로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상반된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서정의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아주 가벼우면서도 쫀득쫀득한 작가만의 문장은 읽으면서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도 만들고, 거침없는 이서정의 말투와 행동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 중에는 욕망 추구란 것이 반드시 들어간다.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이란 것은 어떻게 추구하느냐에 따라 추접한 욕망이 되기도 하고, 엣지있는 욕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스타일대로 엣지있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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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 2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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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그 어딘가에 신목으로 받들어지던 천년된 매화나무가 있었더라. 그 매화나무는 자신의 한쪽 가지를 잘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름다운 인형을 만들었더라. 그리도 귀히 여긴 인형이었으나, 어느 날 그쪽 세상으로 넘어온 인간의 손을 잡고 매화나무에게서 도망을 하였더라. 그후 매화나무 귀신은 인형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인형을 빼앗아간 인간에 대한 분노로 잘린 가지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후로는 눈처럼 하얀 꽃을 피우던 나무가 피처럼 붉은 꽃을 피웠다고 하더라.

인형歌 2권은 1권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면서 또다른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즉, 우희가 왜 매화나무 귀신에게서 도망을 갔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도망을 갔는지를 밝힌다. 자신의 몸을 잘라 만든 인형, 우희, 그 인형을 사랑하게 된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의 인형을 탐내는 요괴들을 죽이면서 살아 왔다. 늘 매화나무 귀신의 피에 물든 모습만을 봐왔던 인형은 그를 두려워헀던 것이었다. 단지 지키고자 함이었는데, 그게 사랑하는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희가 만나 함께 도망을 간 남자는 하신우. 양반의 아들로 총명함이 남달랐으나, 서자인 형의 계략때문에 상처를 받고 집을 떠나 십년째 우희를 찾아 방황중이었으니, 또다시 우연히 우희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의 첫만남도 우연이었고, 그들의 재회도 우연이었으니 이 또한 연이 깊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늘 좋은 것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으니, 우희와 신우의 사랑은 매화나무 귀신에게 큰 아픔과 상처, 배신감을 남겨 놓았고, 매화나무 귀신을 사랑하는 미호 또한 그의 등만을 바라봐야 하니 둘만 좋다고 다른 사람도 좋은 게 아닌게 사랑이더라.

2권에서는 월화관 여인의 진짜 정체가 드러난다. 천하절색의 미모를 가졌으나 위험한 향기를 품은 여인. 그리고 뒤돌아 봐주지 않는 사랑에 가슴 시린 여인. 이 여인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으나 역시나 그렇구나. 또한 재미있는 것은 피어싱을 한 남자(이름을 잘 모르겠다)의 정체였다. 사실 이 남자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이 남자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싶었으나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게다가 그의 배다른 형과 퇴마사 나리의 관계도 어느 정도 밝혀지고 - 이 배다른 형은 다음권에서 더많이 등장할 것이니 기대중이다 - 우희도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의 운명은 슬프도록 아프게 엮여 있으니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심히 염려된다.

팔야월까지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매화나무 귀신 기현과 우희의 아버지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팔을 잘라 만든 인형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기현과 사라졌다가 돌아온 자신의 딸을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고 자신의 품안에만 가두려 하는 우희의 아버지. 우희는 무의식중에 기현과 자신의 아버지를 같은 자리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소유인 인형이란 것이 싫어 기현을 떠났으나, 또다시 누군가의 인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희. 이제 우희는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가지만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부를 인형의 노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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