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냥이’s 아이디어 소품 DIY
성미당출판 편집부 엮음, 김수연 옮김 / 동학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애묘인들이 많이 늘어서인지, 고양이 관련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에세이나 만화, 그림책 같은 것이고 실용서라고 해봐야 고양이 잘 키우는 방법이나 고양이 품종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이고, 고양이 용품에 관한 책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거의 없다는 표현을 쓴 것은 예전에 나온 강아지 용품 책 뒷부분에 고양이 용품 만들기를 조금 소개해 놓은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비교해 보자면 이 책은 완전히 고양이를 위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고양이 용품은 총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소개된다. 첫번째는 방석이나 이동장 같은 생활용품, 두번째는 고양이용 장난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양이 패션용품이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용품 만들기에 함께 소개되어 있고, 기초 바느질법이라든지 실물본(혹은 확대해서 쓸 수 있는 본)은 책 뒤에 수록되어 있다.


고양이 용품 중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방석 종류이다. 고양이들은 푹신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가지만 대부분의 계절에는 따뜻한 곳을 찾게 되니 고양이 방석은 필수 중의 필수라고 보면 된다. 고양이 방석은 위에 나온 모양 뿐만 아니라 도넛 모양, 둥근 모양을 비롯해 안입는 스웨터로 만든 겨울용 방석, 여름용 쿨매트같은 계절용품도 있고, 재봉틀 직선박기로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매트나 코바늘뜨기로 완성할 수 있는 담요류도 소개되어 있다.  


이런 방석류가 기본이라면 그다음으로 준비해 주면 좋을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캣터널이다. 고양이들은 숨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므로 이런 캣터널을 주면 하루종일 그안에서 자고 놀고 한다.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예전에 시판용 캣터널을 사다준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아했다. 비록 그안에서 용변을 봐버려서 지금은 캣터널 없이 살고 있지만, 이것을 보니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또한 이외에도 고양이용 해먹, 이동용 가방, 슬링 같은 것들도 소개되어 있다.


책 중간에는 직접 만드는 고양이 사료와 간식 만드는 법도 들어가 있다. 요즘은 시판 사료를 먹이는 집도 많지만 생식을 시킨다든지 직접 만들어 주는 사람도 많으니 참고할 만하다. 특히 고양이가 먹을 것은 염분을 거의 넣지 않기 때문에 만들기도 사람 것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다. 나도 우리 고양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워낙 입도 짧은데다가 의심병 환자들이라, 만들어 봤자 우리 강아지들 차지가 될 것 같아 이건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고양이 방석이 생활용품의 필수품이라면 고양이 장난감은 놀이용품의 필수품이다. 성묘의 경우 자묘보다 좀 덜 노는 경향이 있지만, 저런 낚시대나 쥐모양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 주면 운동도 되고, 반려인과의 감정 교류도 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마타타비(개다래나무)가 들어간 장난감이나, 캣닙이 들어간 장난감, 방울을 넣은 장난감등 손쉽게 만들면서도 고양이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장난감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패션용품은 사실 고양이에게 있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걸이 정도를 많이 해주긴 하지만, 요런 반다나 정도면 고양이를 돋보이게 할 수도 있어 좋을 듯 하다. 목걸이 겸용 반다나도 괜찮을듯. 이외에 소개되는 것은 대부분이 목걸이를 변형한 패션용품이다. 역시 고양이에게는 목걸이를 변형한 용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장모 고양이의 경우 미용을 할 경우가 있으므로 - 대부분 털이 많이 날리고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에 미용을 한다 -  순면으로된 민소매티셔츠 정도는 소개가 되어 있다. 물론 단모 고양이도 겨울에는 추위를 타기때문에 민소매 정도는 입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큰 카테고리 세개로 나뉘어 소개되는 용품들은 대부분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는 용품들이다. 여기에 소개된 용품들은 만드는 방법이 크게 복잡하지 않아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재봉틀을 사용할 경우에도 대부분 직선박기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 나같은 재봉틀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 재봉틀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고양이 용품은 방석이나 이동장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크기가 크지 않으므로 손바느질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품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이다. 자신이 만들 수 있을 만한 용품을 골라 사랑하는 고양이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10~11p, 32~33p, 38p, 42+ 54p,  78~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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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1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29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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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만화 시리즈가 드디어 발간되었구나. 노벨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번엔 가볍게 만화를 보기로 했다. 나카무라 슌기쿠는 하이브리드 차일드나 달이 어둠속에 숨듯이, 그리고 순정 로맨티카 시리즈까지. 개인적으로는 꽤 좋아하는 작가인데, 번역서 출간이 느려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것도 2008년에 나온 작품인데 이제서야 만나게 되니, 그럼 말 다했지.

책 제목을 보면 첫사랑이란 말이 나온다. 첫사랑이라. 첫사랑이란 말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어떤 것이 있다. 사랑이란 것도 제대로 모를 나이에 시작했다가 - 때로는 사랑인줄도 모르고 있다 나중에 불현듯 깨닫기도 하지만 - 대체로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게 첫사랑이다. 때로는 어른이 되어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난 그 반대다. 왜냐구?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의 차이랄까. 물론 멋지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첫사랑은 기억 속에서 온갖 각색을 거친 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 

각설하고!
이 작품의 주인공 오노데라 리츠는 중고교시절 4년동안 짝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첫사랑) 리츠는 사가 선배를 좋아했고, 사가 선배도 리츠의 마음을 받아들여준듯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의 리츠에게 그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 탓인지 이젠 누구를 만나도 연애가 제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사랑이란 것에 넌더리를 내고 있달까. (10년의 세월동안 원망하다니, 리츠도 한성깔하는군)  

리츠는 원래 자신의 부친이 경영하는 출판사에 근무했으나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아, 마루카와 서점으로 직장을 옮긴다. 문예부서를 원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순정만화부(소녀부)로 발령이 난 리츠는 확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편집자가 유능하다는 말에 일단 남아 보기로 한다. 근데 타카노 마사무네란 편집장, 보통내기가 아니다. 일에는 유능하지만 오만하고 까칠하달까. 리츠는 속으로는 이를 북북 갈면서도 그의 유능한 일처리에는 감탄을 한다. 하지만 역시 순정만화, 그중에서도 연애만화라니. 제대로된 연애도 못해 본데다가, 앞으로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하는 리츠에게 있어 순정 만화의 사랑 이야기는 도무지 구미에 맞지 않는다.

현실만큼 잔혹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서인가? 나도 한때는 '노력은 언젠가 보상받는다.' , '마음은 반드시 통한다.' 는 말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게 거짓이란 걸 깨달은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불행할 것까진 없더라도 참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41p)

순정만화 편집부에서 일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리츠. 타카노는 리츠에게 예전에 어디서 만난적 없냐면서 몇 번인가 묻는다. 하지만 리츠의 기억속에 타카노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타카노가 사가였다는 것을 알게 된 리츠는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둘은 그때 왜 헤어진 것일까. 그리고 서로에게 왜 안좋은 기억을 남긴 것일까. 타카노는 그때의 일을 리츠에게 짤막하게 설명하지만, 10년이나 지난 지금 리츠가 그것을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단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설사 쑥스러워서 그랬다 쳐도 상대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그런 일에 일일이 흔들리는 나 자신이 진짜 짜증난다. (72p)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서일까. 리츠는 마사무네의 도발에 발끈하고 마는데.. 그러면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다. 사랑은 이럴 때 보면 참 치사한 면이 있달까. 이렇게 꼬인 인연에 리츠는 힘들어 죽겠는데, 잡지편집일은 만만치도 않고, 장차 리츠의 라이벌이 될 듯한 요코자와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다. 아마도 요코자와는 타나카를 좋아하는 듯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리츠를 견제할리도 없거니와 새벽 두시에 술마시자고 찾아올 일도 없을테니. (딱 보면 척이다, 아주) (笑) 

20일을 주기로 꽃미남 군단에서 시체군단이 되는 순정만화 편집부의 이야기는 처절하면서 웃겼다. 또한 만화가 책으로 엮어지기 까지의 과정같은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세계 제일의 첫사랑 ~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는 아픈 첫사랑,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나카무라 슌기쿠 특유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심리 묘사도 좋고, 인물의 표정을 잘 보여주는 눈빛의 묘사도 참 좋아서 그런 식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왔던데, 번역서도 얼른얼른 나오면 좋겠다.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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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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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신작(번역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쌍수를 들고 대환영이다. 묘하게도 아직 데뷔작만 못읽은 상태지만... 이번엔 제목부터 밀실살인게임. 추리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밀실 트릭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런데 그 뒤에 붙은 말이 묘하게 신경쓰인다. 게임이라.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는<두광인> <044APD> <aXe> <잔갸군> <반도젠교수>이라는 괴상한 닉네임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모임을 통해 살인 사건 추리게임을 진행하는 모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들의 게임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다. 출제자 순번이 된 사람은 직접 살인 사건을 일으키고 그 사건의 진상을 다른 사람이 추리하도록 한다. 즉, 범인은 밝혀진 상태이지만, 어떤 트릭을 이용해서 그 사건을 일으켰는지를 맞추는 것이 이들 모임의 목적인 것이다. 아, 그래서 제목에 게임이란 단어가 들어갔구나. 그제서야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지 트릭을 맞추는 것, 그것을 게임으로 즐긴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총 6개의 퀴즈가 출제된다. 물론 이들의 모임은 책과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한 번 이상 사람을 살해했다. 첫번째 퀴즈는 <aXe>의 미싱링크, 즉 피해자들의 연관성을 추리하여 다음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맞추는 게임이다. 거의 반년동안 이 게임이 진행되는데, 피해자의 수는 무려 10여명에 달한다. 게다가 출제자인 <aXe>는 거의 30여명의 목록을 이미 만들어 놨다고 한다. 맞추지 못하면 사람이 죽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피해자가 몇 명 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선정 방법일 뿐.

"탐정은 범인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아. 백 명이 살해당하더라도." (91p)

이는 <044APD>의 말이다. 이들에게는 사람들의 목숨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고서야 그 해답이 밝혀지는데... 사실 이런 범죄의 경우 경찰이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무차별범죄와도 같고, 피해자간의 연관관계도 밝히기 힘들다. 즉, 연쇄살인이지만 불연쇄살인이 되는 것이었다. 

두번째 퀴즈는 <반도젠 교수>가 출제한 가상게임으로 알리바이 깨기, 세번째는 <잔갸>(늑대거북)의 머리 잘린 시체의 트릭이다. 잔갸는 이 퀴즈를 내기위해 연습 살인을 두 건 저지른 후 이번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밀실 살인의 트릭 + 시체 운반 방법 트릭, 두 가지를 맞춰야 한다.

우리가 하는 건 범죄 수사가 아니야. 추리게임, 추리 퍼즐이라고. 직소 퍼즐은 조각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완성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그렇지? 마찬가지로 출제자가 흩어놓은 단서를 남김 없이 회수해서 밑판에 빈틈없이 채워 넣어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해야지. 미스터리 소설에 빗대어 말하자면 깔아놓은 복선은 모두 회수하라는 소리야. (201p)

잔갸가 출제한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나 역시 열심히 추리를 했다. 어쩌면 난 추리 소설을 읽음으로써 추리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조금 나오긴 하지만, 이게 추리 소설을 읽는 묘미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추리 소설의 트릭을 생각하는 것과 미묘하게 다른 점이 많이 느껴졌달까. 네번째는 반도젠 교수의 문제. 이번에도 역시 알리바이 깨기이다. 베트남에 있던 사람이 일본에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트릭은?

다섯번째는 <044APD>, 일명 콜롬보가 출제한 문제이다. 3중밀실을 돌파할 수 있었던 트릭은 무엇일까. 다른 사건도 악의가 흘러 넘쳤지만, 이건 악의에다가 뭐랄까 광기와 집착이 겹쳐졌달까.

특히 눈을 뜬 가족이 옆에 있는 시체에 놀라 혼란에 빠지는 일련의 흐름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맛깔스런 장면이다. (359p)

마지막 퀴즈는 <두광인>, 일명 다스베이더이다. 두광인은 이 소설의 화자이기도 한데, 두광인의 정체가 이 소설의 서술트릭의 정점을 찍는다. 난 책을 읽으면서 콜롬보가 누구일지는 딱 떠올랐는데, 다스베이더에서 깜짝 놀랐다고 할까. 게다가 내가 보기엔 이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지만 가장 악의가 넘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모임에서 다스베이더가 제안한 것은 왕수비차잡기를 노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슬슬 이 모임이 지겨워졌다고 하니까. 일단은 속편이 나와 봐야 전체 흐름을 파악하겠지만, 마지막 모임의 성격은 일단은 정리한다는 느낌이었달까.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두광인은 정말 말 그대로 광인일 것이다. 

신분과 나이, 성별을 감추고 인터넷상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말 그대로 밀실살인게임이다. 자신만의 공간에 있으니까. 살인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이들, 이들은 게임을 현실이라 헷갈려하는 부류와는 다르다. 자신들의 게임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다음편에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덧>
王手飛車取り(오우테히샤도리)는 일본 장기 용어라고 한다. 왕수비차잡기라는 우리말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다. '왕수'란 왕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말을 가져다 놓는 것으로 일명 '장군'이다. 비차 잡기는 말 그대로 비차를 잡는 것. 즉 '장군'을 외치면서 비차를 잡을 수 있는 수가 바로 왕수비차잡기라고 한다.

뭐랄까, 일본 장기는 커녕 우리나라 장기 두는 법도 모르는 내게 좀 어려운 용어이다. 한 번에 두마리 토끼 잡기 정도로 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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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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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감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감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통속 소설 나부랭이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걸까? 어쩌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더 많은데 고작 사랑 이야기나 나불대기에는 이 세상이 살기 힘드니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란 건 지극히 사적인 감정이다 보니,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 꼭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뒷짐지고 에헴하면서 체면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랑 이야기가 너무 유치해서 좀 싫어하는 편이다. 시쳇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랄까?(笑)

그래도 요즘 소설을 보면 심리 묘사에 충실한 사랑 이야기가 참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세상이다 보니 사랑을 이루기 쉬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두 사람을 둘러싼 조건이나 환경보다는 두 사람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고전을 읽다 보면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특히 이번에 읽은 숙향전과 숙영낭자전은 환상성이란 모티브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숙향전은 현대 소설로 따지자면 장편소설에 가깝다. 숙향의 탄생부터 성장, 시련, 배필인 이선과의 만남과 그 이후의 삶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숙향의 일대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숙향은 월궁의 선녀였으나 천상에서 지은 죄로 인해 인간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그 죄를 갚고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총 다섯번의 죽을 액을 넘겨야 숙향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숙향의 탄생과 동시에 설정된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걸 보면 요즘은 운명에 맞서는 시대라고 떠드는 시대지만, 숙향전이 지어졌을 당시는 운명론적인 삶, 숙명론적이 삶이 그 당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숙향은 양반의 딸로 태어나지만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첫번째 죽을 고비를 만난다. 이렇게 해서 숙향의 시련이 시작되는데 숙향은 그 고비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는 원래 숙향이 천상의 사람이니 벌을 받기 위해 인간 세상에 태어났어도 언제나 누군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숙향은 그 시련을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어떻게 해보려 해도 그 시련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숙향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는 말에 "하늘이 벌써 정하신 일이기 때문에 낭자 마음대로 할 수 없나이다." (47p) 라고 대답하는 선녀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숙향은 처음에는 양반인 김전의 딸로 태어나 전쟁통에 김전 부부와 헤어진 후에는 장승상의 집에서 거두어 들여지지만, 하녀 사향의 모함으로 쫓겨나게 된다. 이건 고전이나 현대물이나 꼭 빠지지 않는 구성일지도 모르겠다. 뒤에 나오는 숙영낭자전 역시 첩인 매월의 모함을 받게 되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여기에서도 재미있는 것은 장승상 부부가 아무리 숙향을 귀여워한다 해도 자기 자식이 아니기에 쉽게 의심한다는 것이랄까. 만약 숙향이 장승상 부부의 딸이라면 아무리 사향이 모함을 해도 사향을 내쳤을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결국 숙향은 사향의 모함에 쫓겨나듯 집을 나서고, 그후 후회하는 장승상 부부가 숙향을 찾아 나서지만 자결했다는 이야기만을 듣는다. 장승상은 통곡하는 부인에게 "낳은 자식도 죽은 뒤에는 울어봐야 소용없거늘, 남의 자식 때문에 너무 애태우지 말구려." (54p)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또한 출신도 모르고, 자기 자식도 아닌 숙향이 남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숙향전이 씌어진 조선시대는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혈연과 신분이 중요했던 사회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여 진다. 숙향은 이후 또다른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 할미를 만나 낙양의 이화정에 기거하게 된다. 이때까지 숙향은 총 네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이선으로 태어난 태을선군의 이야기이다. 상서 이정 부부는 오랜동안 자식이 없었으나 기원을 통해 아이를 점지받는다. 이선의 탄생과 성장과정은 숙향의 이야기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고, 오히려 장성하여 숙향과 만나는 이야기 부분이 길다. 원래 숙향과 이선을 맺어줄 존재로 등장하는 이화정 할미(마고선녀)은 이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선을 시험한다. 이 시험을 통과한 후 이선은 드디어 숙향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선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숙향이 달가울리 없다. 이에 대한 것은 여러 군데에서 언급된다.

"네 부친의 성품이 남달라서 결코 의지할 데 없는 미천한 사람을 며느리로 삼을 리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리오?" (97p)

'이번 혼사는 누님이 주관한 것이요, 또 선이 그 계집을 좋아한다 하니 달리 방도가 없도다. 그 여자는 의지할 데 없는 고아라 하니, 낙양 수령에게 몰래 기별하여 처리하게 하리라.' (99p)

"그 여자를 반드시 죽이려 했는데, 우리 누님이 하도 말리시니 그럴 수가 없도다. 그 여자를 죽이지 말고 놓아주되, 멀리 보내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 (107p)

첫번째는 이선의 고모의 말이고, 나머지 둘은 이선의 아버지의 말이다. 이 세 문장만 봐도 이선의 아버지 상서가 숙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선과 숙향의 인연은 하늘에서 맺어준 것이고 숙향의 시련도 이제 모두 끝이 났으니 숙향은 곧 이상서 부부의 며느리로 받아들여 진다. 그후에는 이선이 과거에 장원급제 하고 한림학사로 봉해진다. 그러나 두번째 부인을 맞으라는 청을 거절한 죄로 황태후의 병을 고칠 비약을 구해오라는 명을 받게 된다. 숙향의 시련이 끝남과 동시에 이선의 시련이 시작되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숙향에 비해 이선의 시련은 그다지 시련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선 역시 가는 곳마다 도움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선인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 말이다.

이렇듯 숙향전은 태생부터 남다른 숙향의 이야기는 환상성과 현실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환상적인 요소는 탄생부터 시작되어 숙향이 고비를 맞을 때 마다 등장하는 이세계의 존재들에서 극대화된다. 하지만 반면 숙향이 장승상의 집에서 쫓겨나거나 이상서의 집에서 천대를 받던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된다. 만약 둘 중 어느 것 하나에 더 큰 비중이 실렸더라면 이런 재미는 없었으리라.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히 이룰 수 없는 꿈과 욕망을 드러낼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니 말이다.

숙향전이 이렇듯 숙향의 일대기처럼 긴 소설이라면, 숙영낭자전은 중편 길이의 소설이다. 양반의 아들로 태어난 선군은 이십년만에 태어난 아들로 귀하디 귀한 아들이다. 선군 역시 천상의 선관이었던지라 태생부터 남다르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수경낭자와 맺어질 인연을 타고 났다. 선군은 장성하여 배필을 찾던 중 꿈속에 나타난 수경낭자를 만난다. 하지만 삼년을 기다리라는 말에 선군은 병이 들고, 이에 어쩔 수 없이 수경낭자는 선군을 자신이 있는 옥연정사로 불러 들인다. 숙향전과 달리 수경낭자는 인간 세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선녀 그 자체로 나온다.

삼년이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만나버린 두 사람. 숙향전과는 달리 운명이 좀 비틀어진다. 이게 비극의 씨앗인 될 줄 누가 알았으리요. 선군이 그리 보채지만 않았더라면 수경낭자가 모함으로 죽을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경낭자를 모함한 것은 선군의 첩인 매월이었는데, 처첩의 갈등은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일이라 그리 신기할 것은 없는 듯 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군이 조금만 참고 기다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 더불어 삼년을 기다리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들의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또한 숙향전의 이선보다 숙영낭자의 백선군은 철딱서니가 없다는 생각. 즉, 과거를 보러 갔을 때 두 번이나 돌아 오지 않았더라면 숙영낭자가 모함을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옛말에 '도적의 때는 벗어도 창녀의 때는 벗지 못한다' 했으니, 제가 이런 누명을 쓰고 어찌 살기를 바라겠나이까? 죽어 모르는 것이 마땅하나이다." (238p)

자신의 남편이라 말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멍에가 될 줄이야. 결국 외간 남자와 간통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는 수경낭자는 결국 자결하고야 만다. 이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은 시부모가 자신들이 낭자를 의심한 것을 후회한다손 쳐도 언젠가 또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는 당시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리라, 라는 것이랄까. 즉 다른 방법으로는 결백을 증명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숙영낭자전은 비극의 모티브를 담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첫만남이 운명을 거슬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명이란 걸 떠나서 본다면, 출신도 모르는 수경낭자를 백선군의 부모가 쉬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수경낭자가 아이를 둘이나 낳을 때까지 혼례도 올리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천상의 존재들이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과 이계의 존재가 등장한다는 것은 환상성을 가지고 있지만, 숙향이나 수경낭자가 겪는 시련은 인간 세상의 시련이다. 즉, 전생이 어떻든 인간 세상에서 그들은 시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건 양반의 체면에 걸맞는 집안끼리의 혼사도 아닌 밖에서 데리고 들어온 출신도 모르는 여자들과 자신의 아들이 혼례를 올린다고 하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두 작품 다 여성이 주인공이며, 시련을 겪는 것도 여성이란 점은 당시 여성의 위치가 어떠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지 못해 마음 고생을 하던 이선의 어머니나, 백선군의 어머니를 보면 당시 여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을까를 짐작해 볼 수 있고, 이선은 둘째 부인, 백선군은 첩을 들이는 것에 대해 숙향이나 수경낭자나 거부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 또한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전은 옛이야기지만, 현재와 통하는 맥이 있다. 지금은 비록 신분제도 없고, 남녀가 평등한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감히 우리 아들을 넘 봐,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시어머니감이나, 가족 문제로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다거나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비록 고전처럼 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고전이 여전히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아닐까.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 기본 성품이란 것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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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게키단 히토리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니 내가 아는 영화 몇 편이 주르륵 뜬다. 일단 내가 격하게 아끼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에이타가 출연한 도로로를 보니 어라라, 건달 역이다. 그러니 내가 기억을 못하지. 그래서 이번에는 드라마 마왕의 출연진을 봤다. 오노 사토시, 이쿠타 토마가 맡은 역까지는 알겠는데, 게키단 히토리의 배역이었던 나오토의 형의 모습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음, 그럼 오구리 슌때문에 봤던 영화 이웃 13호는 어떨까? 어라라, 배역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최근 영화인 골든 슬럼버(책은 아직 못봤다)에도 출연하지만 어째 꽤나 밑에 나오는 것을 봐서 중요 배역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런 프로필을 보니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 중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닌가 보다.

책의 원제인 陰日向に咲く(음지에도 양지에도 핀다)는 꽃은 음지든 양지든 어디에나 핀다는 뜻으로 음지에 사는 사람들, 즉 세상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꽃을 피우면서 살아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등장인물 모두 지극히 평범하다 못한 것을 넘어 우리에게 무시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은 인기 있는 연예인이지만 어린 시절 열등감을 느낄수 밖에 없어 외로운 학교 생활을 해온 게키단 히토리의 경험이 녹아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연작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편이 다섯편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등장 인물들이 조금씩 겹쳐져 있다. 게다가 깜짝 반전까지!? 첫번째 작품인 <길 위의 생>은 일에 치이고 가족들과는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한 가장이 자유를 찾아 홈리스 생활을 체험하는 일종의 체험기이다. 멀쩡한 집 놔두고,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회사 생활이나 가정 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남자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쭈뼛뿌뼛하면서 시작한 이중생활을 통해 이 남자는 진짜 소중한게 무엇인지 깨달아가게 된다. 또한 함께 생활한 홈리스 할배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완벽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안녕하세요, 나의 아이돌 님>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한 오타쿠의 이야기이다. 인기 없는 아이돌 미야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남자의 지극정성은 눈물겹기조차 하다. 가진 재산마저 탈탈 털어 빈털털이 신세가 된 이 남자는 앞에 나온 작품의 이중생활 홈리스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데, 이중생활 홈리스 아저씨 덕분에 제정신을 차리고 사회로 복귀한다. 아이돌 오타쿠에서 드디어 졸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돌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가슴 찡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 정말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달까. 미야코는 이 남자의 아이돌일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 작품인 <핀트가 안맞는 나>는 첫번째 작품에 등장한 홈리스 아저씨의 딸 이야기이다. 멋진 카메라맨이 되기를 꿈꾸지만 가지고 있는 건 디카 하나. 게다가 카메라의 제대로 된 사용 방법도 몰라 내장 메모리에 저장되는 열여섯장만이 촬영 가능한 사진 수이다. (잘못 찍으면 삭제하면 되는데 그것도 모르고, 메모리카드를 사도 제대로 된 것을 사지 못한다)  프리터로 일하고 있지만 장래 희망을 카메라맨으로 정했을 뿐 그외의 것은 없다. 게다가 남자 둘에게 농락당하기까지 한다. 문득 이 아이는 좀 모자란 아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프리터로 산다는 것을 봐서는 그것도 아닌듯 하다. 그저 대인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 뿐이지 않나 싶다. 유일한 친구는 미키. 미키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헉, 하고 놀랐던 것만 말해 둔다. 참, 여기에는 네번째 작품에 등장하는 역무원이 잠시 등장한다.

네번째 작품인 <신의 게임>은 도박에 정신이 팔린 역무원 이야기이다. 도박으로 돈을 잃고 사금융까지 이용하면서도 정신을 차릴줄 모르는 이 남자. 도박빚에 쪼들려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다가 '나야 나' 사기를 치려고 하는데... 우연히 연결된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연에 코끝이 찡해졌다.

마지막 작품인 <소리 나는 모래위를 걷는 개>는 갑자기 세월이 과거로 돌아간다. 도대체 누구와 연결된 에피소드일까. 몇 년째 똑같은 개그 소재를 이용하는 아사쿠사의 삼류 개그맨, 그리고 우연히 수학여행지에서 그를 만난 울보 아가씨의 이야기는 묘하게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울보 아가씨 나루코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삼류 개그맨. 나루코는 그를 찾아 무작정 아사쿠사로 온다. 그와의 만남은 해피엔딩일까, 아니면... 이 마지막 작품은 처음에는 누구의 이야기인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마지막에 그 비밀이 드러난다. 누구에게 뒷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랄까. 그러함에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느낌. 

노숙자, 아이돌 오타쿠, 프리터, 빚에 쪼들리는 역무원, 삼류 개그맨.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받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인연이 조금씩 겹치면서 서로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것,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비록 스쳐지나간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 어쩌면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인연의 끈이 이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것. 어쩌면 이들은 이렇게 스치듯 지나가버린 인연을 잊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인연이 서로의 인생에 있어 어떤 부분을 바꿔 놓았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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