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執事アンソロジ-コミック 虹執事 2 (コミック)
スクウェア·エニックス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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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집사 패러디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동인지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거나 제목을 그대로 옮기자면 흑집사 앤솔로지 코믹 홍집사다. 흑집사가 많은 인기를 누리는 건 이 시리즈도 벌써 두 권째란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흑집사만큼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작가들이 그려내는 흑집사 이야기란 것은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다소 엉뚱하고 엇나가긴 해도 말이지.
 
일단 표지를 넘기면 화려한 일러스트가 6개 등장한다. 하나하나 넘기는 중 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아니, 이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인『Starry☆sky』와 그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CD 『星座彼氏』 시리즈의 표지를 그린 카즈아키!!! 오오옷.... 사신들이 스타 ☆ 스카 이미지로 그려졌다!! 특히 로날드는 완전 토즈키 스즈야 캐릭터랑 판박이!!! 내가 완소하는 스즈야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만나다니, 후후훗.. 보길 잘했군! (난 항상 이상한 데서 모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만화는?
본문으로 들어 가면 패러디 만화는 총 14가지, 그리고 흑집사의 원작가인 토보소 야나의 단편이 하나 총 15편의 만화가 실려 있다. 총 15편이다 보니 전부 짤막짤막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홍집사 1권에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커스단 멤버들이 자주 등장한달까. 덤으로 스마일로 변신한 시엘과 블랙으로 변신한 세바스찬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득템!

사토리기 아키요의 <こんな夜もあったのですよ>는 수수께끼의 서커스단에 잠입한 시엘과 세바스찬의 환영식…… 까지는 아니고, 환영 선물 증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엘이 받은 환영 선물은? 나카무라 나오코의 <黄昏花嫁>에는 사신 그렐과 로날드가 등장한다. 여전히 세바스찬을 두고 망상을 확실하게(?) 즐기는 그렐의 모습을 볼 수 있달까. 하여간 자뻑에 혼자 앞서나가는 건 변함없는 그렐DEATH! 요시노 사츠키의 <道のりの悪夢>는 시엘과 세바스찬의 끝말잇기 놀이이다. 제목에서 보듯 이건 시엘의 꿈인데, 꿈속에서 세바스찬이 시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에 빵 터져버렸다. 푸하하핫.... 가끔은 세바스찬답지 않은 이런 세바스찬도 재미있다. 키타우미츠나의 <キミはテレビっ子>에는 인도 왕자 소마와 아그니가 등장한다. 이 단편의 교훈은... 티비가 애(소마)를 버렸다, 랄까? 티비 시청은 적당히!

미야나가 류의 <逆執事>는 역할바꾸기 놀이쯤이라고 하면 될까? 세바스찬이 팬텀하이브家의 일일당주가 되고, 시엘이 일일집사가 된다는 이야기. 세바스찬은 완벽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 미모리의 <空中遊泳のミッドナイト>에는 사신 윌리엄이 등장한다. 역시 서커스단 잠입 수사편의 이야기인데, 세바스찬과 윌리엄의 또다른 대결편이랄까. 윌리엄은 빈틈 하나 없어 보이는 캐릭터지만 가끔 이런 틈이 보인다니까. 키리노 하지메의 <伸宿自在>에는 언더테이커가 등장한다. 오오, 내가 격하게 아끼는 언더테이커!! 시엘의 아버지인 선대 팬텀하이브 백작이 언더테이커를 웃게 만드는 장면인데, 이거이거 선대 팬텀하이브 백작의 이미지가.. 확 깬다! 그래도 꿈이었다니 다행이네, 시엘! 미야미야미의 <おばけなんてないさ>에는 여왕의 집사가 등장한다. (쬐끄만 녀석, 이름은 잊어버렸음) 시엘이 해준 입 찢어진 여자 괴담을 들은 여왕의 집사가 마스크를 착용한 메이린을 보고 퇴마하려고 생쑈를 하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스즈키 타로의 <アイドルの夜明け>에는 역시 서커스단 멤버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수께끼의 서커스단이 아니라 수수께끼의 아이돌 그룹이랄까. 시엘은 아이돌 그룹에 들어가려고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깜짝 출연한 언더테이커, 그렐, 윌리엄의 모습도 놓치지 말기를...

나가오카 치아키의 <赤聖母>에는 마담 레드가 등장한다. 마담레드와 그렐의 첫만남, 그 후일담이라고 하면 될까나? 모치의 <にゃんトムハイヴ>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라우와 그의 여동생 란마오가 등장한다. 잠시 멀리 떠나는 동안 란마오를 팬텀하이브가에 맡긴 라우, 그리고 팬텀하이브가에서의 란마오의 활약. 카오의 <画廊de子爵>에는 뺀질뺀질 느끼한 드루이드 자작과 아바라인 경부가 등장. 아바라인 경부, 그래가지고 경찰노릇 제대로 하겠어? 타카기 카나코의 <サバイバル・ゲーム>에는 팬텀하이브家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다. 물론 라우도 나옴. 이들의 놀이는?? 메이린의 원래 모습과 세바스찬이 총알을 손으로 잡는 장면도 역시 볼거리 중의 하나. 하즈키 와카나의 <ハロウィンパニック> 역시 서커스단이 등장. 할로윈은 악마를 잡는 날이라 뭐라나 그러면서 세바스찬을 공격하는 윌리엄. 하지만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세바스찬이 윌리엄에게 던진 것은? 윌리엄의 색다른 모습이 재미를 더하는 단편. 그리고 마지막은 토보소 야나의 <お父様と!>인데, 여기에는 시엘의 아버지인 선대 팬텀하이브 백작과 친구가 등장한다. 역시 잠깐만 나와도 멋지단 말야.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의 작화는 사실 원작에 못미친다. 흑집사 작화가 워낙 좋은 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작화로만 이 작품들을 본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지만 내용으로 본다면 꽤 재미있는 게 많으니 내용으로 감상하는 게 좋다는 말은 해두고 싶다. 특히 기존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많으니 그런 것도 또 하나의 재미로 여기면 좋을 듯 싶다.

건, 그렇고. 흑집사 11권이 겨울에 나온다는데 언제 나올까. 다음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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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1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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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판타지는『이코 - 안개의 성』이후 처음이다. 원래 판타지란 장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 작가의 판타지 소설은 종종 보는 편인데, 솔직히 말해서 미미여사의 판타지는 미미여사의 특기인 사회파 추리소설이나 에도 시대물에 비해 그 재미는 좀 덜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판타지란 장르답게 세계관도 현실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르고, 설정 자체도 무척이나 달라 그러한 것들을 이해하면서 읽어야할지, 아니면 그냥 읽으면서 지나쳐야 할지도 난감할 때도 많다.『이코 - 안개의 성』은 배경 모두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공간이었다. 그래서 막연히 판타지란 생각만으로 읽었다면, 이번에 나온『영웅의 서』는 그것과 느낌이 좀 달랐다. 프롤로그는 전형적인 판타지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모리사키 유리코의 모빠 히로키가 어느날 급우 2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져 버렸다. 한명은 사망, 한명은 중태. 평소 모범생이었던 오빠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사건 발생 후 10일이 지나 유리코는 오빠 방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책이었다. 그 책은 유리코의 오빠 히로키는 영웅에 씌었다고 말한다. 영웅에 씌어 그런 범행을 저지른다? 당연히 유리코 입장에서는 그것을 납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영웅들은 세상을 구하는 존재이지, 함부로 다른 이를 살상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리코는 책의 도움을 받아 히로키가 처음으로 영웅의 서라는 책을 찾아낸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 있는 책들은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야기들이었다. 책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것이 일어난 장소인 <이름없는 땅>으로 건너가게 된 유리코는 그곳에서 무명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오빠 히로키가 황의를 입은 왕을 감옥에서 탈출시킨 최후의 그릇이란 것도 알게 된다. 오빠를 구해내면 황의를 입은 왕의 힘이 그만큼 사라지고, 황의를 입은 왕은 다시 이름없는 땅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소녀인 유리코가 감당하기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무겁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난감했던 부분은 역시나 판타지 냄새가 풀풀 풍기는 용어들이다. 테두리, 죄업의 대륜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읽으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테두리는 인간의 문명, 죄업의 대륜은 이야기의 생성과 회귀, 또다른 모습으로의 재생을 의미한다. 하나의 존재이지만 양면성을 가진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은 세상이 원하는 영웅의 모습과 개인이 만들어낸 영웅심 정도로 이해를 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유리코의 오빠 히로키가 숭배하는 것은 황의를 입은 왕이었으니까. 

"사람이 살아 있는 것 뿐이라면, 얼마만큼의 위업을 달성하는 그건 단순한 사실에 지나지 않아. 생각하고, 말하고, 회자됨으로써 비로소 '영웅'은 탄생하지. 그리고 생각하고, 말하고, 회자되는 것, 이 전부가 이야기다."  (118p)

책은 이야기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진 존재이다. 따라서 이야기가 모든 것의 시초이다. 이야기가 생성되고 회귀하는 죄업의 대륜은 이야기의 소멸은 없다고 한다. 인간이 잊고 산다고 해서 소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나가기도 하고, 인간 세상에서 돌아오기도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그 중에서 영웅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인 것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이미지 속의 영웅들은 괴물을 무찌르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전국시대처럼 세상이 복잡하던 시대에는 권력을 잡는 이가 영웅이 되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그런 영웅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즉,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해하는 것으로 영웅이 성립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히로키가 저지른 사건은 영웅의 이면, 즉 영웅심의 발현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히로키는 왜 영웅에 홀리게 되었고,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일까. 유리코는 오빠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면서 오빠가 가족들에게 감추고 있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오빠가 겪었던 고통, 그것은 오빠가 영웅에 홀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이었다. 히로키는 영웅의 서의 사본인 엘름의 서를 읽고 스스로 영웅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대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였다고 해도.  

말을 하는 책, 이야기의 힘, 마법, 어른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름없는 땅, 무명승, 황의를 입은 왕 등은 판타지의 기본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은 현실의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가족이면서도 알아 주지 못했던 히로키의 고통과 그가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배경은 모두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코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인을 받은 자'가 되어 이름없는 땅에 가고, 마법을 이용해 현실로 돌아와 오빠의 행적을 추적하지만, 그것 역시 판타지적 요소를 다 걷어내고 본다면 오빠를 이해하고 오빠의 고통을 이해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영웅의 본체가 감옥을 탈출해 황의를 입은 왕이 인간 세상에 출현했다는 것은 현대 사회가 그만큼 어둠에 물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황의를 입은 왕의 힘의 근원은 분노, 이 세상은 그만큼 분노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그래서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고 싸움이 일어난다. 황의를 입은 왕은 그런 힘을 통해 세상에 나왔고,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어설픈 영웅심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또다른 면에서 보자면 히로키의 영웅심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명하게 되었을때 스스로가 그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은 유리코에게 다가오는 어떤 위협을 상징한다. 이제 유리가 된 유리코는 과연 그 위험에서 벗어나 오빠를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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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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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해피 엔드는 몇 퍼센트의 확률로 존재할까.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선으로 생각했을때 그 인생 전체를 두고 해피 엔드냐 아니냐를 결정해야 할까, 아니면 기간을 나눠서 각각의 기간에 따라 해피 엔드냐 아니냐를 결정해야 할까. 꽤나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같은 것이라면 그 결말이 해피 엔드이냐 아니냐를 결정하기는 쉬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한정된 기간의 이야기만을 두고 결말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해피 엔드로 끝이 난 후의 이야기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해피 엔드로 끝나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정말 많다. 혹 가다가 새드 엔드로 끝나는 작품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배드 엔드이나 낫 배드 엔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시뮬레이션 게임같은 경우 베스트 엔드, 굿 엔드, 배드 엔드, 워스트 엔드로 나눠지긴 하지만 그런 게임을 할 때조차 사람들은 베스트 엔드, 즉 해피 엔드를 보기를 열망한다.

해피 엔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삶이 고달픈데 그런 허구까지 고달픈 엔드로 끝나면 좋겠냐고. 물론 그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요, 나 역시 그런 식으로 곧잘 위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해피엔드 일색이면 지겹기도 하다. 현실의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인데도 소설, 영화, 드라마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국 그렇고 그런 결말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도 말이다. 우타노 쇼고의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번째 작품인 <언니>는 부모의 편애를 참지 못한 한 소녀가 부모와 자신의 언니를 살해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대체 어떤 부당한 대접을 받았기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게 된 것일까. 소녀는 모르고, 소녀의 이모는 아는 비밀은?

<벚꽃지다>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몸이 불편한데도 바지런히 일하는 아내와 일도 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들. 제 3자들의 선입견과 편견이 만들어낸 오해와 그 진실은?

<천국의 형에게>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초단편이다. 형에게 동생은 어떤 편지를 보냈을까?

<지워진 15번>은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불러온 비극을 소재로 한다. 고시엔과 연쇄살인범 뉴스의 관계는?

<죽은 자의 얼굴> 역시 어린 나이에 죽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집착으로 만든 데드 마스크가 불러온 의외의 결말.

<방역>은 조기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딸과 자신을 동화시켜 생각하는 엄마의 비뚤어진 교육관은 요즘 부모들이 자식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치원부터 입시를 준비해야 했던 아이가 갑자기 변해버린 이유는 엄마의 단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조기 교육이 불러온 비극은 무엇일까.

<강위를 흐르는 것>은 가족조차 몰랐던 가족의 비밀이랄까. 가족이기 때문에 더 볼 수 없는 것, 그리고 가족이기에 모른체 하고 싶었던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인 휴가>는 스토커에 대항하는 한 여성의 고군분투기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에 결말에 가장 마음이 안쓰러웠던 작품이긴 하지만, 마지막 한 문장이 그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영원한 약속>과 <in the lap of the mother>는 소재는 다르지만, 형식이 비슷하다. 둘 다 신문 기사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문 기사를 보면서 난 무심코 푸흡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비극인데도 이렇게 웃기다니, 어쩌면 좋지?

<존엄과 죽음>은 한 노숙자의 이야기이다. 그냥 자신을 내버려뒀으면 하는데 자꾸만 참견해 오는 한 여성과 자신을 괴롭히는 중학생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은 가족 문제에서 시작해서 사회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장르로 보면 미스터리, 호러, 추리 등의 다양한 느낌을 가진 작품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모두 해피 엔드가 아니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느끼는 살의를 모두 이해하기란 좀 어려운 면이 있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뭐, 그렇다고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죄다 누구를 죽이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연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의외성이 숨어 있다고 할까.
 
우리는 - 좀 비겁할지는 몰라도 - 다른 사람이 불행을 겪는 것을 보면 자신에게는 그런 불행이 닥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랄까. 하지만 저자 후기에서처럼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히죽거릴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안도는 하지만 히죽거리는 악취미는 없다. 물론 원수같은 사람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그것 참 고소하다'라고 잠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지는 않기에 대개는 안도로 끝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는 독자 각각의 몫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의외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서술 트릭과 반전의 절묘한 조합이 주는 재미는 이 단편집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안티 해피 엔드의 세계, 마음껏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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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이새인 지음 / 청어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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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만큼 한 개인을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이 있을까. 그만큼 취향이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은 고개를 휘휘 저어도 난 이게 좋아라고 하는 고집같은 것. 내게 있어 취향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기호란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취향과 이상은 엇비슷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이상이 약간의 비현실적인 어떤 것의 의미를 내포한다면, 취향이란 아주 현실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 사람 내 이상형이야, 라는 말은 늘 마음에 품고 왔던 생각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어떤 것이란 뜻이고, 저 사람 내 취향이야 라는 것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사정도 알만큼 알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즉, 저 사람은 내 취향이란 말은 그에 대해 어느 정도 겪어본 상태에서 좋아하게 되었다라는 말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게이 남자 친구는 내 취향일까, 아닐까. 난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다. 내겐 게이 남자 친구가 없을 뿐더러 게이인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게이 남자 친구를 동경하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동성이 아닌 이성 친구이지만, 그야 말로 친구인 누군가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겪어 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여기에 나오는 우민처럼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런 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우민이란 캐릭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주 싫어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시시껄렁한 로맨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추레한 옷을 입고 커다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지만, 옷차림 하나만으로 공주가 되는 그런 외모라... 솔직히 웃긴다. 어떤 것을 근거로 이런 외모를 창조했지? 게다가 성격도 그다지 좋은 성격은 아니다. 남자 보는 눈은 한심할 정도로 없고, 입도 가볍다. 또한 나쁜 남자를 겪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런 꼬임에 넘어가는 걸 보면 바보 중의 상바보다. 특히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건대, 우민은 동창생 남자가 편하다고 해서 둘이서 술을 마셔도 안되었고, 덧붙어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셔도 안되는 것이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우민이 그런 꼴을 겪은 것은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게이 남자 친구를 원하다니, 나는 도대체 납득이 안된다.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술술 잘 풀리는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또다시 우민의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갈비집에서 진호가 게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실 진호가 게이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커밍 아웃과 아웃팅에는 땅과 하늘만큼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커밍 아웃은 본인 스스로가 게이라고 밝히는 것이지만, 아웃팅은 제삼자에 의해, 자의가 아닌 고의로 밝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민이 게이 친구를 가지고 싶다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또한 혜미와 진호 사이를 의심해서 찢어죽이고 싶다느니 어쩌니 하는 것을 보면서도 웃겼다. 진호를 사랑한다며? 그렇다면 그자리에서 진호가 그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봐야지. 그리고 만약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해도 일단 덮어놓고 어쩌기 보다는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서른이 다 되어도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서 그렇기 때문이란 건 이유가 안된다. 식상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믿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믿는다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사랑이란 감정을 증오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우미의 친구 인희 역시 꼬일대로 꼬인 캐릭터라고 할까. 남자 하나를 놓고 친구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그럴 가치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이지? 만약 그 남자가 가지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친구에게 사기를 쳐서 그 남자를 갖게 된다고 해도, 그다음에 남는 건 뭐지? 남자 하나를 놓고 세 여자가 웅성대는 꼴이라니... 차라리 여자 하나에 남자 셋이 좋았을 거다, 난. 뭐, 그래도 우민에 비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 할 수는 있겠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독자가 여성 캐릭터에 동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로맨스의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그런 미덕이 전혀 없다. 그저 허황된 로망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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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1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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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雨月), 그 뜻은 '비오는 밤에 뜬 달'. 즉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세계. 어느 날 한 소년이 낯선 세계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은 도대체 어디인 것일까.

고등학교 1학년인 리쿠고 토키도키(통칭 토키)는 역사 수업에서 낙제를 받게 된다. 보충 수업을 대신하여 오에도(大江戶) 막부 말 순회전에 간 그는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다가 기묘한 존재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을 받은 순간, 토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동해 버렸다. 그를 공격한 것은 야행(夜行)과 누에란 이름의 요괴. 왜 이 요괴들은 토키를 공격한 것일까. 결국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채 토키는 에도 시대에서 살아 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아마츠키를 읽었을 때는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투덜거림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시회장에 갑자기 요괴가 나타나고 토키가 에도 시대로 흘러든다는 설정은 그나마 이해 가능한 범위였지만, 그후로 요란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헷갈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째로 읽으면서 조금씩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일단 1권은 도입부가 되기 때문에 이 만화의 중심이 되는 이런저런 설정을 늘어놓을 수 밖에 없었단 느낌이었다.

토키가 흘러든 에도 시대는 에도 시대이지만, 현실의 에도 시대와는 다른 에도 시대. (뭔가 말장난같지만 내 느낌을 함축한 표현이다) 에도 시대말의 혼란스러운 상황때문에 기가 흐려져서일까. 그곳에는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토키의 존재는 이형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상투도 없이 노란색으로 물든 머리, 그리고 교복을 입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키는 의외로 그 시대에 잘 적응해 나간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난 치쿠하 -이누가미가 붙은 자, 즉 요괴의 혈통- 라는 소녀와 토키보다 먼저 그 세계로 흘러든 시노노메 콘과도 금세 잘 지낸다. 하지만 기묘한 것은 토키와 콘이 헤어진 것은 어제인데 이 세계에서는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 시간의 흐름조차 다른 곳일까. 아직은 수많은 의문만을 남긴다.

게다가, 중간에 잠시 등장하는 센사이 코포레이션의 센사이 미도리의 실종, 요괴의 길을 통해 건너간 곳에서 만난 본텐이라는 존재와 죽어 있는 무녀 공주님의 존재는 궁금증을 더한다. 아직은 무엇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이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단 느낌이랄까. 특히 본텐은 지금 토키가 있는 곳을 아마츠키라고 하고, 공주는 토키가 있던 곳을 저 너머의 나라 '피안'이라 부른 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피안은 이승을 뜻하는 사바세계의 반댓말인 저승을 뜻하기 때문이다. 토키는 본텐과 공주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아 한다고 하는데...

현대에서 에도 시대 말로 흘러 들어간 두 소년. 그리고 선택받은 자인 토키. 아직은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토키이지만 제법 잘 적응해나간다. 그건 어쩌면 토키 속에 감춰진 또 하나의 토키의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토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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