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 때는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앞에 뭐가 있는지도 전혀 모른채. 그저 얼른 어른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어른들은 만능이었다. 고민도 없을 것 같았고, 힘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후 본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았다. 날이 갈수록 고민은 늘어나고, 힘든 일도 넘쳐났다. 어른이 된 지금은 문득문득, 아이들이 부러워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아이들 역시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미르, 소희, 바우는 저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다. 보통의 또래 아이라면 아직겪어본 적이 없거나, 앞으로 한동안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미르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미르는 그게 너무나도 속상하다. 게다가 시골로 이사를 해야 했고, 사랑하는 아빠와도 떨어져서 살아야 했다. 자신은 엄마 아빠의 이혼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아빠와 살고 싶었는데, 이사도 하기 싫었는데,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다. 당연히 미르에게 있어 모든 것이 마음에 들리가 없다.

'난 절대로 행복해지지 않을 거야. 날 이렇게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 엄마도 나만큼 아파야 돼.' (39p)

미르는 자기 자신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엄마도 당연히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이혼후, 시골로 이사한 후 오히려 더 밝아진듯 해서 더 화가 난다. 그래서 엄마가 이런 말을 해도 흥, 저런 말을 해도 흥이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행하다고 여겨지고, 모든 것이 다 싫어진다. 그런 미르가 새로운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소희는 어릴 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엄마는 외갓집으로 끌려가 재혼했다. 그게 소희가 두돌 때 였다. 그렇다 보니 아빠도 엄마도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소희는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이다. 요즘 들어 부쩍 건강이 나빠진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를 빼 놓고 소희는 선생님이나 할머니에게 소희 자신이 잘못해서 꾸지람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미 소희는 어른들이 어떤 아이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소희 스스로 그 틀에 맞추어 살았다. 갑자기 소희는 스스로 맞추어온 틀이 갑옷처럼 갑갑하게 느껴졌다. (109p)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것 때문인지 소희는 무척이나 어른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그게 더 안쓰럽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애를 쓰고 사는가 싶어서. 그런 소희는 자신의 감정을 마구 터뜨려내는 미르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느낀다. 이제껏 자신은 참고 또 참아 왔기에.

바우는 아버지와 산다. 바우의 엄마는 바우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 그후로 바우는 말문을 닫아버렸다. 처음에는 벙어리란 놀림도 받았고, 문제아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바우의 사정을 알게 된 후로는 그런 놀림도 없어지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엄마가 늘 그리운 건 바우도 마찬가지이다.

미르, 소희, 바우는 모두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 죽음 등으로 만들어진 편부모 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이다. 미르는 비교적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아직은 모든 것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특히 자신이 원치도 않았던 일들이 갑자기 겹쳐지게 되었으니 그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르는 엄마에게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친구들에게도 가면 쓴 얼굴을 내민다. 마치 '난 너희와는 달라'라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결국 학교 아이들과도 마찰이 심해져 싸우기도 한다. 그에 비해 소희는 아주 어릴적부터 할머니와 살아왔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바우의 엄마를 좋아했고, 미르가 엄마와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살아 있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미르의 엄마나 바우의 아빠나 소희의 할머니는 어떨까. 아이들은 어른들은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른들도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을 많이 겪는다. 다만 그것을 속으로 삭히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미르의 엄마도 이혼 전부터 많이 힘들었음을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멋대로 직장을 관두고 사진가가 된 아빠가 미르 눈에는 멋져 보였겠지만, 미르 엄마 입장에서는 그런 남편과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르가 아직 어려서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도 못했고, 미르 역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미르의 엄마가 바우의 아빠와 잘 지내는 모습은 미르나 바우 모두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미르의 경우 아직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바우 역시 아빠는 엄마를 너무 사랑하기에 재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르의 아빠가 먼저 재혼을 하게 되었다. 미르에겐 그건 부모의 이혼보다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엄만 네 아빠와 헤어지면서 네가 딸이라는 사실에 많은 위안을 받았어.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고 엄마의 친구가 돼 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이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말 미워하는 걸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네 아빠한테 가고 싶으면 가도 좋아. 좋은 남편이 아니니까 좋은 아빠도 아닐 거라는 엄마의 판단이 잘못된 것 같다. 그렇게 엄마가 사는 것이 힘들면 네 아빠한테 가도 좋아. (190p)

하지만 미르의 엄마는 '넌 아이니까 몰라도 돼'라는 입장은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속마음을 툭터놓고 미르에게 이야기한다. 미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든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당장은 전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 아이들은 몇 개의 계절을 함께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미르나 소희나 바우나, 이제껏 모두 자신만의 고민만을 끌어 안고 살았다면, 자신만의 아픔만을 끌어안고 살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아픔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세계를 벗어나 겉에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껏 이 아이들의 속마음은 땅을 향해 있었지만, 이젠 하늘을 향해 피어나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하늘말나리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로몬의 개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 일명 십이지 시리즈라 불리는 작품 중의 하나인『솔로몬의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 중『외눈박이 원숭이』와 『용의 손은 물들고』역시 십이지에 속하는 동물을 제목에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책을 받고 책 뒷표지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혹시 이 소설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싶어서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 도사 믹스견등 대형견에 속하는 개가 일으킨 인사 사고가 있었고, 외국에서도 엄마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가 개에게 물려 숨진 사고가 있었던 만큼 나처럼 개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리부터 걱정이 된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는 걱정을 좀 덜긴 했지만...

아키우치, 쿄야, 히로코, 치카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다. 그러나 어느 여름날 일어난 사고는 그들의 운명을 바꿔 놓고야 만다. 그들의 다니는 대학의 조교수인 시이자키의 아들 요스케가 그들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어 버린 것이다. 그 당시 요스케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오비를 데리고 있었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오비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 들면서 요스케가 그 힘에 이끌려 차도로 끌려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후 오비는 사라져 버렸고, 요스케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았다. 몇 달 후, 이들 네명은 한 카페에 모여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키우치는 이들 중에 요스케를 죽음으로 몰고간 범인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소설의 구성은 카페에 모인 네 명이 그날 있었던 일과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회상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서 꼼짝도 않던 오비는 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게 된 것일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아니 그냥 스쳐지나버렸던 일들을 새롭게 떠올리며 사건의 진상을 조금씩 밝혀간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내용은 새로운 수수께끼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요스케 사망사건의 핵심은 오비가 왜 그런 폭주를 했는가에 있다. 개들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폭주를 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원인이 되는 무엇인가가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사건의 수수께끼는 풀리지가 않는다. 마미야 교수는 커밍 시그널, 우편배달원과 부(負)의 강화, 공격 신호 등 개의 습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아키우치에게 들려주면서 오비의 행동을 추측해보려 한다. 바로 여기에 모든 수수께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답게 약간은 오컬트적인 요소도 들어간다. 물론 다른 작품에 비해 그 경향은 좀 덜하지만... 하지만 내가 일본인이 아닌 이상 절대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었다. '그 단어'가 그렇게도 읽힐 줄 내가 어떻게 알겠나. 영어식으로만 생각했지, 일본어 발음으로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거기서 뒷통수를 한 대 맞았다고 할까. 그렇게 되니 오비의 행동에 대한 수수께끼외의 수수께끼가 죄다 풀렸다. 왜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그들이 만났는지, 카페의 주인은 누구였는지.. 등등등 (더이상 하면 강력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서 이만)

당시 오비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지만. 요스케의 사고 이후 사라진 오비가 발견된 곳은 요스케가 실려간 병원 잔디밭이었다. 구급차를 뒤쫓아 갔던 오비, 그러나 병원에 들어간 요스케는 두 번 다시 걸어서 나오지 못했다. 개는 죽음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소중한 사람의 부재란 것에 대해서는 인지한다. 그러하기에 요스케를 그토록 기다렸던 것이다. 또한 비를 그렇게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빗속을 달렸던 오비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아프다.

반려동물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어린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솔직히 말해 참 우울한 소재의 미스터리이다. 난 솔직히 말해서 어린아이가 죽는 책은 정말 싫다. 아무리 허구라해도 너무나도 가엽기 때문이다. 물론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모두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그 대상이 아이인 경우 더 그렇게 느껴진다. 게다가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가장 충성스러운 존재인 개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했을 때는 마음이 더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경우, 그런 사고가 나면 이유불문 무조건 반려동물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의 오비는 너무나도 충실한 개였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일으켜버린 것이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미야 교수나 아키우치는 융통성있게 사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작품 속에는 트랩이 곳곳에 존재한다.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도 하고, 복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워낙에 잘 숨겨 둬서 나중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이 직소 퍼즐 조각처럼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면 전체가 보이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이는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적이 경향인데 뒷심이 좀 약하다는 것이다. 크게 일을 벌여 놓고 순식간에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좀 보이는데다가, 일본인처럼 생각하지 않는 이상 절대 맞출 수 없는 트릭이 있어 그런 부분에서 좀 신경질이 났달까. 또한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이나 스토리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 것도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는 이에몬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교코쿠 나츠히코의 『웃는 이에몬』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던 이 작품을 얼마나 만나보고 싶었는지... 『웃는 이에몬』은 요쓰야 괴담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살펴 볼 때 이와라는 이름이 아주 낯익게 느껴졌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난 이미 요쓰야 괴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영화중에 <한반중의 야지상 기타상>을 보면 물에 둥둥 떠내려오는 널판의 앞뒤에 매달린 남녀의 시신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게 바로 이와와 고헤이였다. 또한 2006년에 제작된 <괴~아야카시~>란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1화에서 4화까지가 요쓰야 괴담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은 재미있게도 이 도카이도 요쓰야 괴담의 원작자인 쓰루야 난보쿠를 화자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두 편 다 몇 년 전에 본 작품이라 가물가물해서 기억이 잘 안떠올랐는데, 책 본문 맨앞에 수록된 <'요쓰야 괴담'에 대해>란 글을 보고 확실하게 기억났달까.

이 작품은 쓰루야 난보쿠의 <도카이도 요쓰야 괴담>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쓰루야 난보쿠의 요쓰야 괴담에서는 이에몬은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자신의 처 이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며, 이와를 모함하여 쫓아내고 결국은 죽게 만든 인물로 등장한다. 그후 이와는 망령이 되어 이에몬을 괴롭히고, 이에몬의 집에는 변괴가 끊이지 않게 된다. 즉, 원작은 참혹한 괴담이지만,『웃는 이에몬』은 요쓰야 괴담의 이야기와 등장 인물을 빌려와, 이에몬과 이와의 사랑을 가슴 아픈 비극으로 승화시켰다. 그렇다 보니 등장 인물의 이름은 같아도 그들 사이의 관계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역자 후기를 보면 요쓰야 괴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원작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작품 중 하나인 『항설백물어』에 나오는 등장 인물인 마타이치가 등장하는 것 역시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모시는 주인이 없는 낭인 이에몬은 목수 일로 근근히 생활해 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간다는 마타이치가 찾아와 다미야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지 않겠냐고 권한다. 다미야 가문의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딸이 있는데, 늠름하고 곧은 성격의 소유자로 이제껏 들어오는 혼담을 모조리 거절한 아름다운 아가씨였으나, 어느 날 포창을 앓아 얼굴 반쪽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어 이제는 혼담이 완전히 끊긴 상태이다. 이에몬은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 혼담를 받아 들여 다미야 가문의 사위가 된다. 하지만 이와와 이에몬은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에몬은 무뚝뜍한 사람이지만 속정이 깊은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이와에게 곧잘 오해를 하게 만든다. 이와는 성격이 강직하고 늠름한 여성으로 자신의 추한 모습에는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자신으로 인해 이에몬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둘을 보면서 가장 마음 졸였던 것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시대라면 속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했겠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서로 그러하지 못했다. 그런 오해가 쌓인 데다가,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비열한 오사키테구미 요리키 이토 기헤이의 계락에 결국 둘은 갈라서게 된다. 원래 이와를 신부로 맞이하고 싶어했던 기헤이는 어쩌면 그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이에몬과 이와의 사이를 이간질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기헤이의 첩으로 살고 있는 우메가 이에몬에게 남다른 정을 가지고 있어, 기헤이의 이간질을 못본척 했던 것도 이에몬과 이와가 갈라서게 된 원인 중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메도 어찌보면 가련한 여인이다. 하지만 방법이 나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런 결말을 맞이한 건 자업자득이었다. 이와가 떠난 후 우메를 받아들인 이에몬은 자신의 핏줄도 아닌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고 있었는데, 결국 우메는 그 마음을 배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와는 자신만 떠나면 이에몬이 행복해질거라 굳건히 믿었건만, 실상은 달랐다. 다쿠에쓰와 나오스케 곤베에에게 모든 진실을 들은 이와는 광기에 물들어 귀녀로 변해 종적을 감춘다. 그런 이와를 기헤이는 요괴라 하여 이에몬에게 직접 벨 것을 요구하는데... 

이와와 이에몬, 기헤이와 우메외에도 나오스케와 그의 누이 소데, 안마사 다쿠에쓰 역시 요쓰야 괴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소데는 기헤이가 저지른 짓의 피해자로 결국 목을 매어 자살하고, 나오스케는 자신의 누이를 그렇게 만든 기헤이 일당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게 보면 모든 사건의 배경에는 기헤이가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이와와 이에몬을 결국 헤어지게 만든 것도, 소데가 자살을 하게 된 것도, 우메가 곡절많은 삶을 살게 된 것도 기헤이의 탓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시대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에도 시대는 철저한 신분사회이자, 사무라이가 그 신분제의 상층에 존재하던 시대이다 보니 상가는 무가와는 견줄 수도 없는 비천한 신분이었고, 그렇다 보니 기헤이가 상가의 딸인 우메나 의원의 하인 신분인 나오스케의 누이에게 손을 함부로 대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또한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쯤으로 치부하던 시대였고, 사람 목숨 역시 파리 목숨으로 여겼던 시대였던 만큼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을 거라 여겨진다. 그런 사무라이들과는 다른 심성 고운 이에몬은 확실히 두드러지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요쓰야 괴담과는 달리 요괴나 요물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웃는 이에몬』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으로 변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괴보다 인간의 마음에 깃든 어둠이 더 무섭다. 악의로 똘똘 뭉친 기헤이, 이에몬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와의 마음을 모른척한 우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누이를 팔아 넘기는 의원,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신의 얼굴마저도 망가뜨린 나오스케 곤베에 등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악의로 가득찬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 때문에 결국 이에몬과 이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에몬과 이와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너무 위하고 배려한다고 생각했기에 그토록 사랑함에도 붙잡지 못하고 손에서 떠나보냈으니 말이다.  

제목인 웃는 이에몬의 뜻은 이야기의 결말부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또한 사라져버린 이와를 그리는 이에몬이 그후 어떻게 행동했고,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그 사랑이 정말로 깊고도 깊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몬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 생각했던 이와, 그리고 이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이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던 이에몬. 이 둘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한동안 내 가슴에 잔향를 남겨놓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소공포증에 폐쇄공포증, 미인에겐 쩔쩔매고, 피를 보면 빈혈을 일으키는 어리바리 형사 가타야마와 사람보다 더 똑똑한 추리하는 고양이 홈즈 콤비의 일곱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무려, 독일의 고성이 배경이 된다.

3년전, 일본 유수의 재벌 나가에家의 차남 히데야의 신부 토모미가 중세 시대의 처형 기구인'철의 처녀'에 희생된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나가에家 일족. 과연 그때 누가 이 성에 왔으며, 진범은 누구인가. 이 사건의 수수께끼 해결을 위해 가타야마 패밀리가 독일 여행에 초대받았다. 가타야마 패밀리가 누구냐고? 가타야마 형사와 여동생 하루미, 홈즈, 그리고 이시즈다. 어떻게 된 것이 요즘 가타야마 형사와 홈즈 콤비에 이 두 사람은 꼭 낀다. 이시즈 정도는 빼버려도 괜찮을텐데..(苦笑)

성(城)이라고 하면 로맨틱한 기분을 먼저 떠올리게 되겠지만, 나같은 입장에서는 음험한 기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오래된 건물에 무엇이 깃들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또한 그곳에 살다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그런데다가 날씨까지 좋지 않아 늘 안개가 자욱하다면? 유령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고, 살인 사건 몇 건 정도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살인 사건.. 그건 좀 아닌가?)

일단 이 소설은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그러하기에 일단 나가에家의 구성원들을 먼저 짚어 보자. 나가에 그룹의 회장인 가즈야와 히데야는 형제 사이로, 가즈야가 장남, 히데야가 차남이다. 가즈야에게는 전처에게서 얻은 아들 신야가 있고, 예전 비서였던 여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이 하나 있다. 현재 부인은 아리에라고 하는 여자로 허영심 덩어리에다가 바람까지 피는 눈치다. 그외 여행에 동참한 사람들로는 가즈야의 비서 키타무라가 있고, 현지 가이드로 코즈 아사카란 아가씨가 있다. 그리고 히데야의 성에는 카지모토라는 집사가 있다. 일단 가타야마 패밀리를 제외하면 이 사람들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이 시리즈 중에서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긴 무대가 독일인데 일본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겠지?

히데야의 초대로 고성에 머무르게 된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하루미가 사형집행인의 마스크를 쓰고 날붙이를 휘두르는 사람에게 공격받는 일이 벌어지고, 성의 주인인 히데야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베르크프리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자가 목격되기도 한다. 급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가게 된 사명을 띤 키타무라는 도개교를 건너다가 끊어진 도개교 밑으로 추락, 해자에 차와 함께 수몰된다. 첫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도개교가 끊어졌다는 것은 성 자체가 밀실이 되어 버린 것. 연락 수단도 없고, 밖으로 나갈 방법도 없다.

고성에 갇힌 사람들. 그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 것은 당연한 일일까? 차례차례 공격해오는 죽음의 손 앞에 속수무책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3년전 살인사건의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키타야마를 시작으로 아리에, 카지모토, 신야까지 희생자는 점점 늘어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또한 고성답게 트랩이 장치된 곳이 많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커다란 밀실이 된 고성, 그리고 차츰차츰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답게 가족의 비밀이 이 책의 핵심이다. 얽히고 설킨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생겨난 증오. 악의란 그런 것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동기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관계자가 되면 그 동기는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사건이 발단이 된 토모미 살해사건. 그 범인을 알아야 모든 사건의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

홈즈의 활약은 독일에서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 뛰어난 추리 능력을 보인다고 할까. 또한 하루미나 가타야마의 목숨을 구하는 데도 한 몫한다. 특히 장치된 트랩을 간파하는 능력은 동물적인 감각인 것일까. 그런 것을 알려주는 홈즈의 의사 표현도 대단하다. 홈즈는 말을 못한다. 그러하기에 몸짓이나 울음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적재적소에서 발휘된다. 이런 점이 홈즈 시리즈의 매력이다. 동물이 자신의 의사를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 이것이 완벽할 정도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사람은 홈즈의 울음소리나 몸짓을 보고 그 의사를 짐작하는 것일지라도.  

이번 이야기 역시 하루미가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위험에 많이 노출되기도 한다. 하루미 역시 목숨이 한 두 개 가지고는 부족할 정도이다. 특히 이번엔... 어휴. 진짜 십년감수 했을 듯. 또한 가타야마의 여난은 독일에서도 지속된다. 참 불쌍하기도 하지. 어떻게 된 게 가타야마는 제대로 된 여자를 못만날 운인지.. 그러고 보면 가타야마에게 대시를 하는 여성들 중에는 범인이나 범인과 관련된 여성이 꼭 있다는 게 또하나의 재미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가타야마도 진즉에 커플이 되었겠지? 이런 것도 작가의 친절한(?) 안배일지도. 이시즈는 독일에 가서도 여전히 못난 짓만 골라서 한다. 눈치는 없지, 먹을 거 밝히지....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이시즈를 '철의 처녀'에 넣고 문을 닫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汗)

사람보다 똑똑한 고양이 홈즈와 어리바리 형사 가타야마, 그리고 용감무쌍한 여동생 하루미와 식신 이시즈, 독일에서 한 건 낙착! 다음 이야기도 얼른 만나고 싶다. 홈즈, 기다릴게, 너의 또다른 활약을!
 
참, 이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아일랜드 민요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온다 리쿠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 제목도 이 노래에서 따온 것이다. 뭐, 그렇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양사 6 - 태극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둠이 완벽한 어둠으로 존재하던 헤이안 시대. 음험하면서도 낭만적인 어둠 속을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처럼 표표히 살아 가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피리의 명수이자, 아베노 세이메이의 술친구인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콤비의 여섯번째 이야기. 

이제 번역서 읽는 것도 거의 끝단계에 이르렀구나. 음양사 별전인 나미나리 아씨를 제외하면 이제 남은 책도 없다. 원서로는 꾸준히 나오는 듯하지만 번역서는 더이상 나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어쩌랴. 그저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음양사 6권인 태극편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태극권의 특징은 다른 단행본에 비해 잔인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무섭다기 보다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들이 다수랄까. 첫버째 단편인 <이백예순두 마리의 풍뎅이>에는 5권에 등장한 다치바나노 사네유키의 딸 쓰유코가 다시 나온다. 벌레를 좋아하는 이 아가씨는 그 시대 여인상과는 좀 다른 인물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정도로 여겨지던 헤이안 시대였으나, 쓰유코는 그런 것에 속박되지 않은 인물이었달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상이다.) 쓰유코가 세이메이를 찾아온 것은 기이한 일을 의뢰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히로사와의 편조사란 절에 나타나는 황금색 벌레에 관한 일. 스님이 독경을 하면 나타나고,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이백예순두 마리의 풍뎅이. 그것의 정체는? 이 작품은 무섭다기 보다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었다.

<망치 귀신>은 백귀야행과 마주친 남자가 귀신에게 부려지는 이야기이다. 원규의 병이라는 원인 모를 질병을 앓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앓는 원규의 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특히 재미있는 것은 후지와라노 중장이 이 병을 앓게 된 원인이었다. 어쩌면 소심한 복수극이었으려나.

<대추승려>의 이야기는 우리말 속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가 떠올랐던 작품이다. 수행을 하는 승려도 역시 사람이었나 보다. (笑) 하지만 마지막에 그 승려의 입에서 과실 냄새가 났던 이유가 나오자 갑자기 섬뜩해졌달까. 역시 상상은 심하게 하면 안된다.

<동쪽에서 온 사람, 귀신을 만나다>는 귀신의 집 이야기이다. 낯선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알려주면 안된다는 이야기랄까. 이름이란 것은 고유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다. 때때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이형의 존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도 그런 의미이다. 이름 역시 주이기 때문이다. 

<사토루> 는 당나라 요괴의 이름이다. 일본에 웬 당나라 요괴,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괴란 것은 원래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존재이니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지 말자. 사토루는 마음을 먹는 요괴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말하면서 사람의 생각을 먹는데, 생각을 먹힌 사람은 사람이란 주만 남을 뿐, 나머지는 갓태어난 아이와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세이메이는 사토루를 어떻게 퇴치했을까? 역발상의 퇴마랄까. 
 
마지막 작품인 <하리마 동자>는 쇼쿠 성인과 관련한 일화이다. 쇼쿠 성인에게 찾아온 젠니시 동자와 그가 훔쳐낸 물건이 벌이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태극편에서도 아시야 도만이 등장한다. 역시 지저분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며 돈 될만한 일을 찾아다니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멋이 있달까. 아시야 도만 역시 세상이 자신을 보는 눈에는 무심하다는 면에서 아베노 세이메이와 많이 닮아 있다. 늘 라이벌 관계로 그려지는 두 사람이지만, 음양사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때로 서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이상하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태극편에서는 세이메이의 활동이 좀 부진한 듯도 하다. 그다지 어려운 의뢰도 까다로운 의뢰도 없었으니. 하지만 그만큼 히로마사와 세이메이가 나누는 이야기가 더 많았으니 그걸로 족한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우정이란 것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특히 첫번째 단편에서 두 사람이 스노코 위에 앉아 하루종일 가을 정원을 바라보는 장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무말 없이 반각 가까이 지나도 서로 불편해 하지 않는 것. 침묵도 편한 상대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도 앞으로 단 한 권.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