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살림어린이 더 클래식 2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원재길 옮김, 로버트 잉펜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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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동화책에 대한 내공이 부족한 편이라, 동화책을 살 때는 표지나 제목만을 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역시 그렇게 구입한 책인데 구입하기 전까지는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출간 100주년 기념판이라니, 놀라웠다. 요즘 나오는 책의 수명을 생각해 보건대, 이 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읽혔다는 건 틀림없이 그 내용에 정답이 있으리라. 물론 오래전부터 읽힌 책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책들의 대부분은 고전이며, 이 책 역시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주인공을 꼽으라면 두더지, 물쥐, 오소리, 그리고 두꺼비를 꼽을 수 있다. 두더지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날 청소를 하다 말고 밖으로 나오게 된다. 어쩌면 계절의 변화도 없고 밤과 낮도 없는 굴속 생활에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굴밖은 따사로운 햇살과 향기로운 풀내로 가득했다. 굴속과 비교한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두더지는 봄의 햇살속에 몸을 맡기고 모험을 시작한다. 두더지가 강가에 이르렀을 때 만난 것은 물쥐. 물쥐는 강가의 작은 굴에 살고 있다. 물쥐는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로 두더지의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원시림 속에 살고 있는 오소리 아저씨는 겉으로 보기엔 무섭게 생긴데다가 성격도 무뚝뚝한 편이지만 현명하며 따스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대저택에 사는 두꺼비는 모험심이 왕성하고 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입이 가볍고 때로는 자신이 감당도 못할 일에 손을 대는 등 사고를 몰고 다니는 동물이다.

물쥐는 강둑에 산다. 강둑에는 물쥐말고도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강은 언제나 고요하게 그자리를 흐른다. 하지만 때로는 계절에 따라 물살이 거세지기도 하고, 수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그건 그렇게 불편한 일은 아니다. 물쥐는 보트를 타고 강위를 떠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두더지를 처음 만난 날 물쥐는 두더지에게 보트를 타고 소풍을 가자고 제안한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강이며 논과 밭, 빨간 지붕이 아름다운 집, 강을 닮은 다리. 울창한 숲. 이곳에 있으면 모든 시름과 근심이 사라질 듯 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덕분일까. 이곳에 사는 동물들 역시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존중한다.

물쥐가 준비해온 피크닉 바구니는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풀위에 매트를 깔고 맛있는 식사를 할 때 물쥐의 친구 수달이 찾아 왔다. 수달은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두더지는 난생 처음으로 만난 수달과 그의 이야기에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수달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원래 동물들은 그렇게 금방 사라지니곤 하니까 물쥐와 두더지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즐거운 소풍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 물쥐는 두더지에게 자신의 집에 머물러도 좋다는 근사한 제안을 한다. 이미 바깥 세상의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두더지는 버려두고 떠나온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물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두더지가 집청소에 싫증을 내지 않았더라면, 굴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즐겁고 멋진 세계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수나 있었을까. 안전한 것이나 일상적인 것도 좋지만 가끔은 모험을 즐겨보는 것도 삶에 있어서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는 게 아닐지...

물쥐는 두꺼비를 두더지에게 소개시켰다. 두꺼비는 얼마전까지는 보트에 취미를 붙여 보트를 타고 다녔지만 이제는 마차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황금색의 몸체와 빨간색 바퀴를 가진 마차는 이들을 어디로든 데려가줄 것만 같다. 원래 모험심 강한 두꺼비에 모험을 하고 싶어 집을 나온 두더지. 이들이 만났으니 여행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까. 물쥐는 두꺼비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두더지를 생각해서 같이 길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여행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마차옆을 지나가는 자동차때문에 마차는 부서져 버렸고, 두꺼비는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그후 두꺼비는 자동차 매니아가 되었다.

책을 보면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건,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작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사람보다는 좀 작지만, 그래도 원래 크기보다는 상당히 크다. 게다가 옷도 입고, 근사한 집에서 살며 도구를 이용하는 등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해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두꺼비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계절이 훌쩍 지나 겨울이 되었다. 두더지는 겨울이 되어 깜빡깜빡 졸기 시작하는 물쥐를 두고 원시림 탐험에 나선다. 하지만 원시림 안에는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있었고 겁을 먹은 두더지는 방황을 하다가 결국 나무둥치의 구멍안에 숨게 된다. 졸다가 깬 물쥐는 두더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두더지를 찾기 위해 원시림으로 간다. 두더지를 찾긴 했지만 이미 해는 저물고 눈까지 내리는 통에 물쥐 역시 길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운좋게도 오소리 아저씨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오소리 아저씨는 겨울에는 거의 집안에만 있기 때문에 오소리 아저씨의 집을 찾은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곳에서 따스한 음식을 대접받고 푹 쉴 수도 있었다.

오소리는 자연계에서는 물쥐나 두더지의 천적이 된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서로를 존중한다. 이렇게 오소리와 두더지와 물쥐가 평화롭게 있는 장면을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환상적이랄까. 이 그림을 보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삽화는 모두 환상적이다) 마치 돌하우스처럼 보이는 오소리 아저씨의 집. 너무나도 편안해 보이는 들쥐와 두더지의 모습. 문득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또한 다음날 아침 고슴도치 형제도 오소리 아저씨네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는데, 이들의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였다.

원시림에서 강둑으로 무사히 돌아온 다음, 두더지와 물쥐는 또다른 모험에 나선다. 그래 봤자 사는 곳주변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길, 두더지는 익숙한 냄새에 이끌린다. 그건 바로 자신의의 집 냄새였다. 오랫동안 비워둔 집이 두더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두더지는 물쥐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워둬서 먼지가 쌓인 집안을 보면서 두더지는 물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다정한 물쥐는 집안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 냈고, 두더지의 작은 집을 칭찬하며 두더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캐롤 소리. 그건 바로 작은 들쥐들의 연례행사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들쥐들의 연례행사까지. 두더지에겐 익숙하지만 들쥐에겐 또다른 경험이었달까. 두더지는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집에서 행복을 느꼈지만, 아직 모험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은 자신을 언제까지라도 기다려 줄 것이란 믿음을 가졌기에 또다시 강둑으로 돌아갔다.

작은 들쥐들이 부르는 캐롤이라니! 얼마나 명랑하고 맑은 노랫소리일까. 나에게도 들려주렴, 너희들의 노래를~~~ ♪

또다시 여름.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수달의 아들 통통이가 없어진 것이다. 두더지와 물쥐는 통통이를 찾기 위해 밤에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간다. 그런 그들에게 들려오는 신비한 소리. 두더지와 물쥐는 그 소리에 이끌려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목신이 있었다. 목신은 동물을 수호하는 존재. 그들이 덫에 걸리면 덫에서 빼내 치료해주고, 길을 잃으면 도움을 주기도 하는 존재이다. 목신의 피리소리가 두더지와 물쥐를 통통이가 있는 곳으로 이끈 것이다. 하지만 목신을 만난 것은 금세 잊게 될 것이다. 그건 목신의 따스한 배려.

이야기는 목신이 등장함으로써 더욱 환상적인 이야기가 되어간다. 목신의 역할도 그렇지만, 목신의 따스한 배려가 너무나도 가슴속에 따스하게 다가왔달까.

가을이 찾아왔다. 제비들은 강남으로 떠날 채비에 한참 바쁘다. 물쥐는 제비들을 보면서 왜 여행을 떠나냐고 이곳에 머무르면 안되냐고 묻는다. 하긴, 물쥐는 강주위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그것이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고 때가 되면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물쥐는 문득 자신의 가슴 속에도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때 나타난 것은 바닷쥐. 오랜기간 여행을 해온 바닷쥐는 물쥐에게 바다와 배와 항구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건 물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동행하자는 바닷쥐의 말에 물쥐는 짐을 꾸리지만, 두더지에 의해 저지된다. 물쥐는 자신이 사는 곳을 멀리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이니까. 강을 떠나서는 살 수 없으니까. 이 일이 있은후 물쥐는 한참을 우울해하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두꺼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보트, 마차에 이어 자동차에 매료된 두꺼비는 차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 여러번. 친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두꺼비가 걱정될만도 하다. 하지만 두꺼비는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고, 결국 친구들은 두꺼비를 집안에 감금한다. 하지만 두더지와 오소리 아저씨가 외출한 사이 물쥐를 속여 밖으로 탈출한 두꺼비는 다른 사람의 차를 훔쳐타고 달아나가다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그후 감옥에서 탈출한 두꺼비는 사람들을 골탕먹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은 행운이 따랐기 때문인데 그것을 모두 자신이 똑똑한 거라 자만하면서. 두꺼비는 여러 힘든 고비를 넘겼지만, 반성할 줄을 몰랐다.

두꺼비가 집으로 향하는 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번번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다가도 또다시 자만과 교만, 허영심에 사로잡히는 두꺼비의 모습을 보면서 킥킥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랄까. 하지만 이렇게 살면 모두들 두꺼비 곁을 떠나고 말텐데....

우여곡절끝에 자신이 사는 마을로 돌아왔지만, 두꺼비의 집은 이미 족제비와 담비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두꺼비가 돌아올 때까지 오소리 아저씨와 두더지가 그 집을 지키려 했지만 둘이서 족제비와 담비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두꺼비마저 돌아온 지금, 그들은 계획을 세워 이들을 몰아내기로 한다. 오소리 아저씨의 현명한 계획과 두더지와 물쥐의 용감함은 수많은 족제비와 담비를 두꺼비의 집에서 쫓아냈고, 두꺼비는 자신의 집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위험하던 원시림 역시 더이상 위험한 곳이 아닌 평화로운 곳으로 바뀌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동물들의 우정, 모험심, 자유의 의미, 평화 등을 다채로운 각도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전혀 다른 종들 - 게다가 현실에서는 천적관계인 동물들 -이 나누는 우정은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마치 오랜 친구처럼 두더지를 반겨주는 물쥐, 눈오는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었을때 따스하게 그들을 맞이해 준 오소리 아저씨, 수달의 아들 통통이가 사라졌을 때 모든 걸 제쳐두고 통통이를 찾아나선 두더지와 물쥐, 두꺼비가 더이상 잘못을 하지 못하도록 애쓰는 오소리 아저씨, 물쥐, 두더지, 또한 두꺼비가 집을 비웠을 때 집을 지켜주려 애썼고, 결국 빼앗긴 집을 되찾게 만들어준 오소리 아저씨, 물쥐, 두더지의 이야기는 진정한 우정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게 한다.

두더지가 굴밖을 나와 또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모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험심이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새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줬다. 두꺼비의 경우에는 비뚤어진 모험심이 자신을 위기에 처하게 하고, 다른 친구들을 걱정시켰지만, 그것으로 인해 두꺼비는 자신의 오만함, 교만함, 허영심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도 확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두꺼비의 집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우정이었고, 그결과 원시림은 평화로운 상태가 되었다. 만약 이 일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원시림은 강가에 사는 동물이나 초원에 사는 동물들에게 위험한 곳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점인데, 사람들과 동물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두꺼비가 잘못을 했을 때는 사람들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보다 착하지 않다. 감옥에 있는 두꺼비를 돌보아주는 아가씨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애완동물로서 동물을 좋아하고 있다. 그 아가씨의 친척은 두꺼비의 돈을 받고 두꺼비의 탈옥을 돕고, 두꺼비가 강가에서 만난 여인은 두꺼비를 놀리기까지 한다. 물론 기관사처럼 좋은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기적이고 동물을 아낄줄을 모른달까. 문득 씁쓸한 생각도 든다. 어쩌면 동물들 입장에서 보는 인간은 그보다 더 가혹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개성이 잘 살아 있는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사건들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언어와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자연을 묘사한 문장들은 그 모습이 바로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다. 또한 다양한 비유와 수식어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내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은 '반짝이고 번쩍이고 번득거렸으며, 바스락거리고 소용돌이치고 재잘대고 보글거렸다'(13p) 라고 묘사된 강의 모습, '두더지는 몹시 행복해서 발가락을 달달 떨었다'(17p) 라고 하는 두더지의 행동, '두꺼비는 붕붕 날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자동차는 맑게 윙윙거리는 소리로 대꾸했다' (151p) 라는 표현, '마늘이 노래를 부르는 소시지, 벌렁 드러누워 엉엉 우는 치즈 (…) 머나먼 남쪽 나라 산비탈에 떨어진 걸 모아서 숙성시킨 햇빛'과 같은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시리즈처럼 환상적이고, 사자와 생처럼 따스한『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동화로 손꼽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진 출처 : 책 표지, 12+36+26+60p,8~9p, 25p, 43p, 80~81p, 124p, 168p, 200~201p, 258~259p, 286~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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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풍경과 야생동물 파트에 이어지는 전시 내용입니다.


파트 3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왕자에 나와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오밥 나무는 농기개간으로 인해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평균수령은 5,000년에 이릅니다. 이런 나무를 수명이 다 하기도 전에 베어버리니 바오밥 나무가 번식하는 것도 힘듭니다.


우리말로 신천옹이라 불리는 알바트로스는 장거리 여행가입니다. 하지만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알바트로스가 바다에 불법 투기한 어구(漁具)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일단 한번 비행을 하면 좀처럼 뭍에 내리지 않기때문에 바다에서 식사를 하는데, 어구인 플라스틱을 삼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긴코가 특징적인 코주부 원숭이입니다. 보루네오섬에만 서식하는 종인데, 맹그로브 습지의 파괴로 그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습지는 농업경작, 새우양식, 광산 개발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습지의 파괴가 지속적으로 계속된다면 더이상 코주부 원숭이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북극곰은 수영 선수입니다. 하지만 수영보다는 부빙(浮氷)을 타고 이동하지요.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빨리 녹아 북극곰들이 이동할 수단이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헤엄을 치다 익사할 수도 있지요. 또한 지구온난화는 이들의 먹이가 되는 바다사자나 물범도 자취를 감추게 합니다. 인간들의 포획도 문제가 되지요.


미꾸라지처럼 보이는 이 물고기는 우아치타붕메기라고 합니다. 미국 아칸소주의 살라인 강에만 살고 있어서, 이곳이 오염으로 파괴된다면 이 생물도 멸종될 것입니다.


일각돌고래는 저 뿔때문에 인간들에게 사냥당하고 있습니다. 단지 장식을 위해서이지요. 인간들은 얼마나 더 잔인해져야 할까요. 마운틴 고릴라 역시 발을 장식품으로 원하는 사람들때문에 밀렵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 걸까요?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말것입니다.


보르네오 사라왁 주의 우림이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모습입니다. 경작지와 도로로 푸른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항공사진을 보면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못할 정도입니다.


아마존 강 유역의 마노키 인디언들이 우림의 파괴로 살 곳을 잃어버렸습니다. 인간의 과욕은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들 역시 위협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제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숲에서 풍요롭게 살던 인디언들은 결국 도시로 흘러들어가 빈민층을 형성하겠지요.


중국 3대진미로 꼽히는 샥스핀. 그것은 상어 지느러미 입니다. 상어를 포획해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내다버리죠. 지느러미를 잃은 상어는 그대로 죽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 먹히게 됩니다. 인간의 미각을 위한 희생치고는 너무 크지 않은가요?


골프장이 드디어 사막에도 들어섰습니다. 안그래도 물이 부족한 사막. 지하수를 끌어들여 조성한 골프장때문에 사막 식물들조차 살 수 없게 만듭니다. 꼭 이런데서 골프를 쳐야했습니까? 예전에는 인간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자연이 그나마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습니다. 인간의 발이 닿는 곳, 그곳에는 파괴만이 있을 뿐입니다.


케냐 북북의 가브라 족 여인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거운 물통을 지고 다섯시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늘 깨끗한 물을 원할 때 마음대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목을 축일 물도 없습니다. 이 지역이 가뭄에 시달리는 건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 때문이지요. 즉 지구온난화가 메마른 땅을 더욱 메마르게 하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도 조금씩 자연의 소중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이렇게 건물 옥상이나 인공정원을 도시곳곳에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파괴된 자연은 돌아오지 않지요. 더큰 후회가 밀려들기 전에 남은 자연을 잘 보존하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지구에 사는 생명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생물과의 공존, 지구와의 공존을 꾀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미래는 없습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가 된 책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도록이지요. 전시회에 전시된 사진 200점이 모두 실려있습니다. 책의 무겍도 무거웠지만,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란 걸 늘 잊지 않도록....

 전시회장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제가 올린 모든 사진의 출처는 위의 책입니다.
제가 올린 사진이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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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예쁜 사진들, 코멘트 감사합니다.
사진 보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눈을 찡그리게 되네요.
이미 전시 기간 끝났것 같아 너무 아쉽네요. 실제로 보면 또 어떤 느낌일까요.

스즈야 2010-12-18 22:03   좋아요 0 | URL
저도 전시회 소식을 늦게 들어서 부랴부랴 갔었지요. 많이 기다리고 했지만 정말 좋았답니다. 나중에 또 이런 전시회가 있으면 가고 싶어요. ^^ 다음엔 꼭 가보셔요, 정말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지난 토요일(11월 27일)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서울가는 길은 폭설로 인해 고행길이었지만, 멋진 사진전을 보고 와서 무척이나 행복했답니다.


일단 티켓을 끊었습니다. 바람 씽씽 부는 날에 바깥에서 티켓을 끊으려니.. 거참.. (^^;)


전시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면 어미 표범과 새끼 표범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더라구요. 사람이 없을 때 사진을 재빨리 찍어야 해서 좀 힘들었습니다.


또하나의 포토존입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순발력있게 사진을 찍었죠. 안그럼 언제 다른 사람이 찍힐지 몰라서 말이죠. 제가 이렇게 찍은 것은 초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 랄까요? 제 사진속에 모르는 사람이 찍히는 것도 싫었구요. 사실은 그게 더 컸습니다만...


전시장 입구 옆에 있는 벽입니다. 기념으로 찍었습니다.


짜잔! 드디어, 전시장입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30분정도 대기한 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왠만하면 주말은 피해서 가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첫번째 파트는 지구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 사진은 우주 행성을 찍은 듯한 느낌이죠? 처음 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었죠. 너무나도 신비로워서요. 사실 이 사진은 핀란드의 오울랑카 국립공원의 가문비 나무를 찍은 것이랍니다. 눈조차도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가 상상이 되시려나요? 뒤로 보이는 것은 오로라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다이세쓰(大雪)산 국립공원의 누마노다이라 습지의 사진입니다. 자연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는 말이 떠오르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뭘로 보이시나요? 사진 밑쪽의 조그마한 점같은 건 바로 자동차랍니다. 하늘를 달리는 자동차? 이곳은 남아메리카 알티플라노 고원에 있는 살라르데우유니 소금평원입니다. 여름비로 인해 소금평원이 물에 살짝 잠겼을 때랍니다. 하늘이 그대로 비쳐 마치 자동차가 하늘을 달리는 듯 합니다.


정말 기괴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가시삿갓소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무려 4,000년이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짧은 생에 비하면 정말 오랜 기간을 한자리에서 살고 있지요.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아왔을까요.


천사의 날개같기도 하고, 악마의 날개같기도 한 이 사진은 탄자니아 올도이뇨렝가이 화산의 용암이 지상으로 분출된 후 순식간에 굳어서 생긴 것입니다. 이런 용암천은 대기에 노출되면 금세 부식해서 떨어져 내린다고 합니다. 이 날개 역시 48시간이 채 되기 전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이건 오아시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염호(鹽湖 : 소금호수)로 사하라 사막에 있는 음알마 호수라고 합니다. 물이 얼마나 깨끗하면 하늘이 고스란히 비칠까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의 사진입니다. 광고같은 곳에서도 이과수란 말이 나오는데 바로 이 폭포의 이름이지요. 폭포수가 마치 베일같은 느낌을 줍니다.

 
아~~ 정말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 사진입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로카스 바임브리젠 섬입니다. 중간에 눈처럼 보이는 것은 석호지요. 이곳 역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두번째 파트는 야생동물입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지요. 우리에게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된 야생동물도 있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도 많습니다.


이 아름다운 주홍극락조는 뉴기니 섬에 삽니다. 서식지가 한군데인 경우에는 멸종하기 쉬운 상태가 되지요. 이 아름다움을 언제까지나 보고 싶습니다.


이건 뭘까요? 세상에나 제라늄 꽃의 암술이라고 합니다. 저도 제라늄 화분을 두 개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이런 모습인줄은 몰랐어요. 마치 외계생명체처럼 보이는군요.


사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힘센 포식자입니다. 유일하게 아프리칸 버팔로(물소)를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이지요. 하지만 사자의 사냥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때로는 버팔로의 공격에 목숨을 잃기도 하지요. 야생에서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케냐의 삼부루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가족이 진흙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코끼리는 상아때문에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해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코끼리 중에는 상아가 없는 새끼 코끼리를 낳은 코끼리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인간의 학살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이런 평화로운 모습이 늘 지켜지길 바라봅니다.


알래스카에 있는 카트마이 국립공원에서 불곰이 연어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릅니다. 이 곰은 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숱한 경쟁자를 물리쳤을 겁니다.


캐나다 매니토바 주 와푸스크 국립공원에서 어미곰이 새끼곰을 안고 있습니다. 모정은 추위도 물러서게 하나봅니다. 안겨있는 새끼 곰들의 표정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길이 4미터에 달하는 킹코브라입니다. 후드를 활짝 펼치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지만 공격자세는 아닙니다. 방어자세이지요. 사실 킹코브라는 뱀을 사냥합니다. 인간을 이유없이 공격할 까닭이 없지요. 그건 독의 낭비이니까요. 자연에서는 허투루 낭비되는 것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전 니모를 찾아서가 생각났습니다. 이 녀석은 클라운피시라고 하는데요, 투명한 말미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군요. 이런 관계를 공생관계라고 하지요.


어서옵쇼~~라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어린 하프바다표범의 하얀 털이 너무 귀엽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 보송보송한 털은 사라지고 짧고 빽빽한 방수털이 덮이지요. 그리고 어른의 모습은 점박이랍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고기중 가장 거대한 고래상어입니다. 다 자란 고래상어의 몸길이는 20미터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5~7미터 정도의 크기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남획이 문제인 것이죠. 게다가 고래상어는 30년이 되어서야 번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남획한다면 더이상 우리는 고래상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녀석들은 만타, 즉 쥐가오리라고 하는 종입니다. 입을 벌리고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모습이 꼭 악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순한 녀석들이랍니다. 인간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동물입니다. 입을 다물고 헤엄칠 때 배부분을 보면 미소를 짓은 얼굴이 보이지요. 그럴땐 정말 귀엽답니다.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지만요.

 전시회장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들의 출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展 도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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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전당 갔을때, 시간이 없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랑 베르사이유 특별전 중에 고민하다가 결국 베르사이유 보게 되었는데, 새삼 차라리 내셔널을 볼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물론 베르사이유도 좋았지만서도 주변에선 내셔널 이야기밖에 안하네요 ㅎㅎ

스즈야 2010-12-18 22:03   좋아요 0 | URL
전 시간이 되면 베르사유전도 보려고 했는데, 고속버스 시간때문에 결국 이것만 보고 내려왔지요. 베르사유전도 궁금해요.. ㅎㅎ
 
골드포인트 - 숨어 있는 치명적 문제를 발견하는 힘
우치다 카즈나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악!!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좋아. 아무 고민없이, 아무 문제없이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태어나서는 아무 고민없이 부모가 해주는대로 살아가다가 어느 정도 자립심이 생기면서부터 사람은 고민과 문제해결에 골머리를 썩이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문제와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데도,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는 듯 해도 도대체 이 문제란 것은 끊이지가 않는다. 자신만의 문제에만도 벅찬데, 사회 생활을 하면 문제는 더욱더 많아진다. 사회생활이란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바탕이 되는 것이므로,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일상에서도 이럴진대 직장에서는 또 어떨까.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도대체 진짜 문제가 뭐야? 우리는 수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건 가족간에도, 연인사이에도, 친구사이에도, 직장 동료나 상사와의 사이같은 인간관계 내에서도 일이라는 것에서도 존재한다.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 같은 데도 상대가 흡족해하지 않거나 여전히 못마땅해 한다면, 정말이지 대나무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것처럼 '도대체 진짜 문제가 뭐야~~'라고 외치고 싶어 지지만, 그래봤자 그 반향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뻔하고, 문제는 결국 해결이 안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바로 그 대답을 줄 수 있는 것이 골드포인트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그럼 골드포인트는 뭘까? 골드포인트는 진짜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말한다. 즉, 문제의 핵심이라고나 할까. 문제의 핵심도 모른채 변죽만 울려 봐야 결국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골드포인트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골드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골드포인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골드포인트 사고란 무엇인가?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골드포인트 사고란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골드포인트 중에서도 최상위의 개념을 '그레이트 골드포인트'라고 부른다. 그레이트 골드포인트는 자신의 일에서 이뤄내야 할 최종 목표점이다.
그리고 그레이트 골드포인트 밑에는 그것을 해결해나감에 있어서 분명이 밝혀두어야 할 사항이나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들을 미들 골드포인트 혹은 미니 골드포인트라고 부르며, 그레이트 골드포인트를 현장이나 실무 담당자 수준의 문제로 세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4~35p)

골드포인트란 문제의 핵심, 골드포인트 사고란 문제의 핵심이 되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골드포인트의 세부적인 카테고리는 문제의 상하구조에 따라 여러개로 나뉘어진다. 세상에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은 법. 그러하기에 다른 문제는 일단 덮어두더라도 문제의 핵심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데, 상위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그 밑에 따라오는 문제는 저절로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드포인트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우리는 흔히 현상을 골드포인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겉으로 보이는 문제점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온몸에서 열이 날 때, 우리는 먼저 감기를 생각하지만 상처감염이나 다른 질병으로 열이 날 수도 있다. 이때 열이 난다는 것에서만 주목해서 감기약을 먹는다면 치료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골드포인트를 잘못 설정했을 때의 결과인 것이다. 회사 생활의 경우 이런 실수가 좀처럼 용납되지 않는다.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성과를 올리도록 되어 있는 것이 직장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럼 질문이 하나 생긴다. 내가 CEO도 아닌데 그렇게 골드포인트를 찾고, 골드포인트 사고를 해야 할까? 물론 회사의 가장 큰 책임자는 CEO이겠지만, 그가 모든 업무를 총괄할 수 없기에 직원을 두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서 정확한 문제를 찾아서 대응하는 것, 그것은 성공적인 사회 생활의 기본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골드포인트 사고를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 문제의 골드포인트를 모른다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즉, 골드포인트 사고는 어디에서나 필요하다는 방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드포인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배양해야 할까. 첫째는 문제와 만나면 언제나 골드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둘째는 시야를 넓히고, 때로는 다른 위치의 사람이 되어 생각해보고, 시점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다양한 시각에서 골드포인트를 바라 봐야 한다. 세째는 골드포인트가 여러개 존재할 수도 있고, 새로운 골드포인트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기존의 골드포인트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정보 저장 서랍을 만들어 필요한 정보를 분류해서 저장해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대하는 문제에서도 어렵지 않게 골드포인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골드포인트란 용어가 등장해서 무척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최상위의 문제를 찾아 현명하게 해결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그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는 법이랄까. 우리에게는 수많은 문제가 늘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때로는 버리는 과감성도 필요하다. 그럴때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할지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골드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책으로 나왔지만, 난 이것을 일상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이라고 해서 쉬운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요, 단순한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은 문제와 그 해결의 반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덮어놓는다고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핵심'을 찾아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 해결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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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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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은 선한가, 악한가. 이는 끊임없이 상기되어 온 문제이고, 여전히 그 완전한 해답을 내리지 못한 명제로 남아 있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악하며 후천적으로 선을 습득한다고 했고,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지만 물욕이나 나쁜 환경때문에 인간이 악해진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고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라고 하는 성무성악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양의 철학자인 로크는 인간의 마음은 빈방이나 백지, 또는 완벽하게 밀폐된 암실과도 같아 추후의 환경에 따라 선악이 갈라진다고 했다. 나의 경우 인간은 태어날 때는 백지상태와 같지만 커가는 환경에서 악해지거나 선해진다는 고자나 로크의 주장을 믿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악과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그저 절대적인 악에 가까운 것이고, 아무리 선한 인간이라도 절대적인 선에 가까울 뿐 그 자체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매순간 선과 악의 순간을 넘나들면서 살아 간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것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주민수는 다 합쳐도 300명이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들은 특별이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평범한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에 이방인이 한 사람 찾아온다. 이방인의 출현은 작은 마을에 있어 큰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지만 그 이방인이 어떤 존재이냐에 따라 마을에 큰 영향을 남기기도 한다. 이곳을 찾아온 이방인은 무기거래상으로 테러리스트에 아내와 두 딸을 잃어버린 남자이다. 그는 미스 프랭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이 마을에 금을 숨겨 놓을테니 마을 사람들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다면 이 모든 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미스 프랭은 자신의 마을 사람들은 금에 현혹되어 살인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이방인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처음에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것을 부탁받은 미스 프랭은 며칠동안이나 고민한다. 그녀의 마음속은 번민으로 가득찬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이방인이 미스 프랭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먼저 알린다면 그녀는 죽은 목숨일 것이요, 만약 그녀가 이방인보다 먼저 그 사실을 마을 사람에게 알렸을 때는 어떤 비극이 생겨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믿어도 사람이란 존재는 유혹에 약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변변한 관광자원도 없고 젊은이들마저 모두 떠나버려 사양길에 접어든 마을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그 금이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야만 받을 수 있는 대가라니!

번민 끝에 미스 프랭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방인의 제안을 알리기로 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마을 회의를 시작한다. 그들이 내릴 결단은 어떤 것일까. 

이방인은 자신의 가족이 몰살당한 일 이후,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고 믿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 작은 마을을 자신의 생각의 시험대에 올려 놓고자 했다. 마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는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희생시킬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해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스 프랭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도 약간은 흔들린다. 자신이 겪은 비극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비극으로 몰아 넣는 것에 대해서. 그도 미스 프랭도 사람이었기에 그런 선과 악의 보이지 않는 대립을 마음속에서 겪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책의 결말부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이 누구 한사람을 지목해서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을 공동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그렇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었을까? 이방인이 마을전체를 시험대 위에 올린 것은 분명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혼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번민하지만, 그것이 대의라고 생각할 경우 영광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군중심리다. 신의 종이라는 신부마저도 '단 한 사람의 희생이 전 인류를 구원했다'고 말한다. 그가 독단적으로 이 결정을 내렸다면 파문당해야 마땅할 인간이겠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죄를 저지를 때는 그것이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몰고 간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미스 프랭의 향후 행동에 대해서는 이 책과 대치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찝찝했다. 그녀는 마을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은 채웠다. 그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녀는 분명 선한 행동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었기에 마음이 찜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진정한 선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상 악에 유혹당하는 가련한 선이 있을 뿐. 인간은 결국 선과 악의 중간에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존재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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