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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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정확히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난 솔직히 말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잘 믿지 않는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그려온 이상형과 만났을 때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겉모습만이 이상형인 사람을 두고,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겉과 속을 모두 알면서 더 깊어지든지 얕아지든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사랑이 시작되는 그 순간을 알아채기란 힘든 일이다. 물론 사랑이 끝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이 끝날때는 '어떤' 예감이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콕 집어서 그게 언제라고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사랑이 끝나가는 걸 느껴도 일단은 그것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사랑의 시작과 끝은 바로 그 순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순간 불현듯 눈치채게 된다.

구라코시 세쓰코는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명문가 집안의 딸이었다. 그녀의 집안은 가정교육이 엄했고, 위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세쓰코는 음악이나 옷취향 같은 것은 훌륭했지만, 기지나 위트, 탐구심이나 문학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을 보는 취향과 많이 달랐달까.

세쓰코는 남자의 야심이나 일에 대한 정열, 정신적 우월이나 지적 우월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흘러넘칠 듯한 정력을 사업이나 이상적인 현실에 쏟고 있는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들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족속들인가. 볼품없는 풍채의 세계적 학자들이란 또 얼마나 꼴불견인가. 일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가 멋있어 보인다고들 하지만, 원래 멋있지 않은 남자가 일에 열중한다고 해서 멋있어 보이겠는가. (12p)

세쓰코는 이미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가 있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지만 세쓰코가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공상으로 연애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공상이라면 아무 죄책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잠든 남편을 보며 혼자만의 공상을 맘껏 즐겼다. 현실이라면 패덕이지만 공상의 세계는 모든 것이 미덕이었기에.

너무 깊게 분석하지 않는 세쓰코의 사고 속에서 그녀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소중히 해온 부덕(婦德)은 사실 상당히 모호하게 정의되었던 것이다. 공상의 영역은 아직 미덕에 속했고 현실은 패덕에 속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쓰코는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 좀 더 준엄해야 했다. 바로 그 때문에 공상속에서 그녀는 매우 관대했던 것이다.
아무리 사악한 마음도 마음속에 머무르는 한 미덕의 영역에 속한다고 세쓰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의 행위는 아무리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순진한 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패덕의 세계에 속했다.
(61p)

이런 세쓰코가 현실의 남자인 쓰치야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공상을 벗어난 현실에서 말이다. 세쓰코는 육체적인 관계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면 도덕적인 것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부녀인 세쓰코가 남편이 아닌 남자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그자체로 비도덕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아무리 사랑이 고결하고 순수한 감정이라 해도, 남편을 속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쓰코는 이런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쓰치야와의 연애를 아주 즐겼다고 할까.

그녀는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 뭔가 시적인 것을 필요로 했다. 시 가운데서도 가장 에로틱한 시. 관념 중에서도 가장 육감적인 것. 남자들처럼 관념이 육감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육감이 바로 관념화하여 육체의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하는 것…… (31p)

세쓰코를 보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점은 공상속의 연애를 하는 것처럼 현실속의 연애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뭔가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꿈꾸는 여자랄까. 그래서 그런지 하나하나의 행동을 계산에 넣고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보이겠지, 쓰치야가 이렇게 나오면 난 이렇게 행동할 거야, 라는 등의 이미 짜놓은 각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꼭 공상처럼 되란 법은 없다. 세쓰코는 위험하게도 밀회를 거듭하는 동안 자신이 쓰치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는다.

아주 미묘한 것에 일일이 감동해서 쓸데없이 마음의 진폭을 늘려서는 안되었다. (126p)

하지만 사랑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쓰치야가 누구를 만나든 질투따위는 하지 않았다.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 위험한 순간에도 그녀는 그 나름의 의미를 붙이고 짜릿함을 얻는다. 특히나 쓰치야와 함께 간 여행에서 백부가 호텔에 들어오는 것을 목격한 후의 세쓰코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다. 처음에는 덜덜 떨다가도 나중에는 그것을 즐거움으로 바꾸니까.

내 고통은 어쩌면 나 혼자만의 것이었던 게 아닐까. 모든 게 나 한 사람한테 일어난 사건이었던 게 아닐까…… (191p)

그러나 이런 관계가 계속되지는 않았다. 쓰치야와 밀회를 하는 동안 세쓰코는 총 세번의 임신중절 수술을 받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쓰치야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마지막을 준비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연극이었는데, 쓰치야가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세쓰코는 쓰치야와 결심한 후 죽을 결심도 해보고, 마지막으로 편지를 쓸 생각도 해보지만 결국 그 편지를 부치지 않고 찢어버린다. 난 이런 세쓰코의 결정이 마음에 들었다. 이로써 세쓰코는 쓰치야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해버렸을 테니까. 그리고 비틀거리고 흔들렸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들어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난 세쓰코라는 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했지만, 점점 세스코의 밀회를, 세쓰코의 변화를 즐기게 되었다. 세쓰코의 연극적인 말투와 연애 방식, 어쩌면 우리들 역시 연애를 할 때는 일종의 연극을 하는 지도 모른다. 즉, 아무 생각없이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상대의 행동을 예측해보기도 하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다른 대응을 하기도 한다. 세쓰코는 아주 솔직한 여성이었기에 그런 면이 두드러져 보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맹목적인 사랑은 세쓰코에게 맞지 않았다. 그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세쓰코는 쓰치야와의 결별에서 아픔을 느꼈지만, 그것이 세쓰코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지는 못했다. 그렇게 보면 세쓰코는 아주 현명하게 사랑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미시마 유키오란 이름을 보면『금각사』와 같은 소설이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에는 할복자살을 했다는 것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딱딱하고 재미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섬세한 심리묘사에 놀랐고, 뻔한 이야기를 색다르게 만드는 그만의 방식에, 그리고 가슴 시원한 결말부에 매료되었다. 남성작가이면서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려내다니, 정말 놀라웠달까. 남자와 여자를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나 연애나 사랑을 할 때 더 그렇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잘 집어 내다니. 미시오 유키오 역시 이 책의 주인공 세쓰코처럼 유한계급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을 잘 묘사해낸다는 것에는 그다지 놀라움을 느끼지 못해도, 여성의 심리묘사는 분명히 그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시마 유키오란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의 일생, 그의 마지막과 관련한 편견을 걷어내고 그의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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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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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코의 오빠 히로시가 어느날 갑자기 급우 두 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진다. 그후 오빠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유리코는 오빠의 방에 있던 아쥬라는 책을 통해 오빠가 "영웅"에 홀렸고, 영웅의 파옥을 도울 최후의 그릇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리코는 아쥬와 함께 오빠가 영웅의 서를 찾아낸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오래된 이야기인 현자의 도움을 받아 유리코는 이름없는 땅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인을 받은 자(올 캐스터)가 되어 그곳에서 추방당한 무명승 소라와 함께 오빠를 되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오빠의 행적을 좇아 오빠가 다니던 학교 도서실에 왔을 때 유리코는 영웅의 이면인 황의를 입은 왕이 보낸 사역마와 마주치게 된다. 위험에 빠진 유리코. 그때 재의 남자라는 늑대가 나타난다.

유리코는 재의 남자와 함께 오빠를 그렇게 만든 <엘름의 서>가 존재했던 나라 헤이틀랜드로 향한다. 헤이틀랜드는 오랜 기간 동안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왔으며, 또한 내란 또한 오랜동안 끊이지 않은 척박한 나라였다. 오빠가 영향을 받은 책은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마법서인 <엘름의 서>였다. 그곳에서 올 캐스터로서의 능력을 조금씩 익혀가며 오빠의 행적을 추적하던 유리코 일행은 영웅이 서서히 부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그것'과 추방당한 무명승 소라의 정체, 그리고 이번에 파옥에 성공한 영웅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1권은 현실과 판타지가 반반 정도였다면 2권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판타지이다. 그렇다보니 마법, 마도서 같은 판타지 성향이 강한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유리코가 마법을 익혀 올 캐스터로서 임무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는 있다.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많고,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잘 내리지도 못하기도 한다. 또한 잘생긴 의사 선생님에게 반해 자신의 임무를 잊는 일도 있다. 또한 두려움에 주저하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한다. 이는 아이의 한계이자,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말을 안들을 때가 있기도 했는데, 같이 다니는 늑대 디미트리를 보면서 참았달까. (笑)

작은 나라 헤이틀랜드의 역사와 비극적인 사건들. 그리고 그 곳에서 한떄는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패주가 되어 버린 슬픈 왕의 이야기가 2권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이 된다. 하지만 엉뚱한 설정이 좀 많았달까. 특히 카타르할 수도원의 지하에 갇혀 있는 '그것'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헉! 소리가 나왔다고 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것이 '그것'이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일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또한 한때 영웅이었다가 패주가 되어 슬픈 종말을 맞이한 젊은 왕이 부활하고자 했던 의지도 이해가 된다. 자신이 사랑한 나라가 그렇게 피폐해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을 테니까. 소라의 정체는 중반부부터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는데, 그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때론 너무나도 잔혹한 것이기 때문에...

유리코의 임무는 유리코가 알던 것과 다른 것이었다. 이번 영웅의 파옥과 최후의 그릇의 역할이 여느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유리코는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른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가여운 유리코. 하지만 이 또한 정해진 운명이니 거스를 수가 없다. (이는 이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책임이다. 笑)

우리는 때로 이야기의 힘이란 말을 한다. 아무런 형체도 갖지 못한 이야기(책이 되면 활자화되긴 하지만)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젓고 때로는 나쁜 행동을 하게도 만든다. 여기에서의 히로키 역시 영웅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히로키가 겪은 일을 놓고 생각한다 해도 잘못된 행동임에는 분명하다. 이렇듯 이야기란 것은 고유의 힘을 갖는다. 오래된 이야기일수록 더 큰 힘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소멸하기도 한 후 또다른 이야기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란 것이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다고 봐도 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의 긍정적인 힘과 부정적인 힘, 그것이 바로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이 아닐까. 우리 인간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이야기들은 시간을 지나면서 첨가되거나 삭제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죄악이 아니다. 그릇된 것도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결국 영웅의 서도 또하나의 이야기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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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요괴 자쿠로 4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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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던 메이지 시대. 그러나 인간들의 일방적인 개력에 폭주하는 요괴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요인성이라는 정부조직이 생겨난다. 요인성의 멤버들은 인간 군인들과 반인반요들이었다. 그중에서 요력이 강한 왈가닥 반요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자쿠로라고 한다. 자쿠로는 서양 것을 싫어하고 파트너인 아게마키와도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외에도 반요로는 스스키호타루, 쌍둥이 자매인 호즈키와 본보리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군인으로는 리켄과 간류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 그 네번째.

스스키 호타루와 아게마키가 란구이(죠로구모)에게 납치된 사건 이후, 자쿠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더욱더 궁금해하게 되고, 결국 쿠시마츠와 대립하게 된다. 쿠시마츠는 자신에게 시간을 좀 달라며 자쿠로를 달랜다. 쿠시마츠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여름 축제가 시작되고, 자쿠로 일행은 여름 축제에 참가하게 된다. 축제를 즐기던 중 미로 속에서 자쿠로가 사라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남은 일행은 예전에 란구이가 사용했던 부적을 이용해 아훔님(코마이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신의 권속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는 신의 마을 가까이에 당도하게 된다. 한편 그곳에 잡힌 자쿠로는 요럭을 봉인당한채, 자신의 오라버니라고 하는 오모다카와 마주하게 된다. 그 오모다카의 정체는...

요괴를 부리는 오모다카. 그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저번에 있었던 파티장에 란구이가 나타났던 것이 이해가 된다. 그의 도움으로 아마 란구이는 그곳에 들어왔던 것이리라. 하지만, 좀 찜찜하다. 진짜 인간일까? 게다가 자쿠로의 요력을 이용할 못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 한데... 아게마키가 얼른 도착해야지, 이러다가 자쿠로에게 큰일나겠어!! 게다가 자쿠로와 계약을 맺은 츠쿠모가미인 마메조와 키리, 사쿠라마저 잠들어 버리는데, 얘들 어쩌면 좋지?

건 그렇고, 이번에 아게마키와 자쿠로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미로속에서 자쿠로의 손을 슬쩍 잡는 아게마키. 그리고 그가 하려던 고백은!!!! 왈가닥이지만 순진한 자쿠로는 아게마키의 눈빛에서 뭔가를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쑥스러워서 도망치다가 란구이에게 납치를 당하다니, 이거 참 감질난다. 스스키호타루의 경우 리켄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가 된 것같은데, 우리의 자쿠로양은 언제쯤 아게마키와 잘 이루어지려나? 5권 예고를 보니 드디어 베일에 싸인 자쿠로의 어머니까지 등장하는듯 하다. 과연, 그 어머니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자쿠로와 헤어져야 했을까. 두근두근, 다음권이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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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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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여사의 책은 아직 두 권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 글솜씨에 홀딱 반했다. 유일한 소설인 <올가의 반어법>은 내 가슴을 뒤흔드는 처절한 무언가가 있었고,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백번 공감했었다. 그외에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마리 여사의 책 목록을 보면서 참 다양한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리 여사의 책중 어느 것을 볼까요, 하고 고르다가 눈에 띈 이 책, 바로 팬티 인문학이다. 팬티라... 사실 이 팬티란 것은 속옷인데다가 신체의 중요한 부분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왠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속옷 이야기, 그중에 팬티 이야기는 서로 나누지도 못할 만큼 민망한 소재이다. 마리 여사는 이런 민망한 소재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글을 썼고, 무슨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줄까.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의 원제를 찾아 봤다. 외서의 경우 번역본 제목과 원서 제목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パンツの面目ふんどしの沽券 인데 우리말로 하면 팬티의 면목 훈도시의 체면이다. 원서 제목을 보면서 난 푸핫하고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パンツ는 판츠로 읽는데, 영어식으로 읽으면 팬츠다. (일본에서는 팬티를 팬츠라 부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판츠, 판츠, 판츠... 그렇다. 이건 빤쓰다! 나도 어릴땐 팬티라는 말보다는 빤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웃음이 터질수 밖에. 음, 나만 웃긴가. 하여간 그렇다. 그리고 훈도시. 이거 참 보기 민망한 것 중의 하나이다. 스모 선수들이 입는 것, 바로 그것이 훈도시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요즘의 T - 백 팬티하고 참 많이 닮았달까. 스모 경기를 보면서 저런 걸 어떻게 입는지 참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빤쓰와 훈도시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마리 소녀는 유치원에 다닐 때 십자가를 보고 예수가 입은 것이 팬티인지 훈도시인지 궁금해했다고 한다. 또한 아담과 이브가 무화과 나무로 신체 부위를 가렸다는 말에 직접 실험도 해봤다고 한다. 허허참, 난 그 또래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하지만 나중에 커서 명화를 볼 때 아슬아슬하게 하체를 가리고 있는 천들이 참 궁금했다.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하는 그런 의문이랄까. 그외에도 완전 누드를 그린 작품이 아닌 그림을 보면 미묘하게 아슬아슬하게 신체 부위를 가린 천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의문들이 풀렸다고 하면 과장일까?

태초의 인류는 아마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살아 왔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사람들이 처음부터 속옷을 생각하고 뭔가를 걸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처음에는 주술적 의미에서 무언가를 허리에 둘렀고, 그것이 발전하면서 치마나 훈도시의 형태로 발전했고, 그것이 바지, 그리고 속옷으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원시 부족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같은 곳에 사는 소수의 원시부족 중에는 남녀 불문하고 허리에 가느다란 띠만을 두르고 있다거나 나뭇잎을 엮어서 허리에 걸친 형태, 그리고 치마 형태의 무언가를 입고 있는 것을 관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좀더 발전해서 치마가 되고 의복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의복의 기원에 관해서 후카사쿠 역시 '부끄러움'에 대해 인정하지는 않는다. '부끄러움'은 이유가 아니라 결과인 것이다. (51p)

수치심의 발생에 관한 이러한 관찰은 제법 흥미롭다. 그 흐름은 이렇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 외국인과 부끄러움에 관한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 외국인의 입장을 이해한다 → 감춘다 → 부끄러움을 인식한다.
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 경우 외국인이 많았던 도시보다 알몸에 대한 수치심을 자각하는 시기가 더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108p)

이 부분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성서에서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움을 느껴 무화과나무잎으로 앞을 가렸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주술적인 의미가 앞섰고, 그후에는 추위같은 기후에 대항해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후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이 부끄러워진 것은 자신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의 시각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러하기에 부끄러움이란 이유로 속옷을 입게 된 것은 결과가 된다. 일본에서는 근대까지 훈도시만을 걸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모자와 셔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체에는 훈도시만을 걸치고 다닌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부끄러움도 아니었지만, 서양인들이 들어온 후 서로에게 예의를 차리는 과정에서 훈도시만을 입는 것이나 알몸으로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인간이 옷을 만들고, 속옷을 갖춰 입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의 문화가 원할하게 교류되기 전까지는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마리 여사가 학창 시절을 보낸 체코에서의 이야기나 러시아와 관련한 이야기는 때로는 커다란 흥미를 때로는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러시아 남자들의 루바시카와 관련한 이야기나 용변을 본 후에 대처하는 방법 등은 놀라움과 재미를 함께 안겨 줬다고 할까. 아니 애시당초 러시아의 속옷의 - 특히 팬티- 역사가 그렇게 짧다는 것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음. 달리 생각해보면 일본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는 원래 속옷 - 역시 팬티를 의미, 대신 고시마키를 입었다 - 을 입지 않았다, 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문득 우리나라 속옷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창 시절 가정시간에 복식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속옷의 종류와 속옷을 입는 순서를 달달 외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뭐가 이래 복잡해,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어쩌면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서도 근대에 훈도시만을 입고 다는 사람들은 하층계급이었다는 걸 생각해 볼 때 그렇게 추론되는 것이다.

속옷은 원래 속옷이라 생각되고 발명되지는 않은 듯하다. 다양한 의미로 몸을 가리는 것이 의복이 되었고, 그것이 속옷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속옷은 최초의 의복이었다, 라는 의미로 확장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초기의 속옷들은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하나의 천이나 천에 끈을 매단 형태인 훈도시와 허리에 둘러맨 고시마키 비슷한 모양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입던 속곳도 그런 형태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는 곳은 달라도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난다.  

속옷이나 의복은 각각의 나라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사상까지 담고 있다. 여기에서는 다양하게 소개되지는 않지만 훈도시가 일본 남자들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설명한다. 근대에 이르러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의복은 양복으로 바뀌었으나 속옷은 훈도시를 그대로 착용했다는 것을 봐도 일본인 특유의 고집스러움을 확인하게 된달까.

훈도시를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생각할 때, 마침내 자신이 일본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애국심이나 야마토 정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훈도시로 상징화하면 이런 정신도 실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것은 훈도시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물신 숭배로 직결되는 양상을 전하는 귀중한 시대의 증언이라 할 수 있다. (222p)

팬티라는 소재 단 하나로 이렇게 확장해서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펴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특히 민망해하고 터부시되는 속옷의 역사와 속옷과 관련한 문화사적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히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을 배제하고 순수한 시각에서 펼쳐가는 이야기들은 톡톡 튀는 발상과 더불어 날카로운 시각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그 재미를 더해주었다. 역시 마리 여사의 책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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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2 : 시코쿠.츄고쿠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2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기차를 좋아하고, 에키벤을 좋아하는 남자 나카하라 다이스케. 큐슈 일주를 마치고 이번에 여행할 곳은 시코쿠, 츄고쿠다. 시코쿠는 일본 4개 섬에서 가장 작은 섬이고, 츄고쿠는 가장 큰 섬인 혼슈의 간사이 지방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아래에 있는 지도 참조) 이번에는 어떤 에키벤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두근두근)


시코쿠 편

시코쿠는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의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이다. 일본 대형견 품종인 도사견이 바로 시코쿠의 도사번 출신이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도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 시코쿠이다. 개인적으로는 애정이 많이 가는 곳이랄까. ('그 사람'의 출신지가 시코쿠 고치현이기 때문에)(笑)

흠흠...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시코쿠 지방의 에키벤으로는 쿠루시마 해협에서 만든 도미로 만든 세토내해 누름초밥, 아와토종닭 도시락, 시코쿠 사찰 순례도시락이 마음에 들었다. 신선한 도미가 밥 위를 완전히 덮고 있는 초밥이라, 생각만으로도 정말 호화스러운 도시락이 아닐까 싶다. 근데 좀 궁금한 것은 사찰 순례 도시락은 채소류로만 반찬이 들어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도미나 닭고기같은 것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랄까.  

앞서 말한대로 시코쿠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도련님 전차와 도련님 시계탑같은 명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특히 도련님 전차는 내부가 나무로 마감되어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전차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일 듯 하다. 또한 이곳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나 도고 온천 본관은 2010년 현재 개관 116주년을 맞이했다. 일본에는 이렇듯 오래도록 가업을 이어 하는 곳이 많다는 것도 또하나의 특징이다. 무척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호빵맨카, 모모타로 열차같은 재미있는 기차가 있고, 관광지로는 나루토공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바다 소용돌이도 있다. 난 나루토라고 하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먼저 떠오르는데, 나루토의 이마에 있는 무늬때문에 아마 그런 이름이 붙여진듯. 또한 어묵중에도 나루토란 게 있는데, 그것 역시 어묵에 소용돌이 무늬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시코쿠에서 츄코쿠로 가려면 세토내해를 건너야 한다. 이 세토내해를 지나는 다리는 총 6개인데, 총길이가 12킬로미터가 넘는 철도 - 도로 겸용교라고 한다. 지나는 시간만 약 10분. 실로 어마어마하다.

츄고쿠편

츄고쿠의 에키벤으로는 선물용 축제초밥과 소고기 도시락, 수타 메밀국수 도시락, 철도전설, 오징어 먹물도시락 검은밥이 정말로 맛있어 보였다. 선물용 축제초밥은 무척 호사스러운 초밥이라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소고기 도시락은 밥이 소고기로 덮여 육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한눈에 반한 도시락이다. 특이한 것은 수타 메밀국수 도시락이 있다는 것인데, 면이 잘 붇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독특하다. 이 도시락은 예약시간에 맞춰 국수를 삶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 철도전설은 모양이 정말 예쁜 도시락이다. 게다가 반찬도 가지각색. 나처럼 다양한 반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도시락이 아닐까 싶다. 오징어먹물도시락 검은밥은 오징어가 네마리나 들어가 있다. 물론 작은 것이지만 오징어 네마리라는 것에 눈부터 즐거워질 듯. 이외에도 기분만점 도시락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술이 두병 딸린 도시락이다. 식사 시간에 청주나 맥주를 즐겨 마시는 일본인들의 식습관을 생각해보면 언뜻 이해가 될 듯 하기도 하다.

츄고쿠에서 인상적인 것은 게게게의 기타로 열차와 마츠모토 세이쵸의 소설『모래 시계』의 무대가 된 카메다케역을 들 수 있다. 또한 증기기관차 귀부인과 포니의 중련, 턴테이블에서 방향 전환을 하는 기관차의 모습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 증기기관차가 달린 기차의 내부는 각 객차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있다. 1호차는 전망차, 2호차는 오리엔탈풍, 3호차는 쇼와풍, 4호차는 메이지풍, 5호차는 다이쇼풍.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에키벤이든 그냥 도시락이든 일본 도시락은 다양한 도시락통, 포장, 재료가 특색이다. 특히나 반찬은 한가지를 많이 담기 보다는 조금조금씩 다양한 종류를 넣는다는 게 특징이랄까. 주재료가 되는 것 말고 들어가 있는 반찬들은 한두 젓가락에 없어질 정도이지만, 다양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

시코쿠 · 츄고쿠 편에서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각기 다른 동행과 여행을 한다. 시코쿠편에서는 시코쿠 사찰 순례여행을 온 미키라는 아가씨와 츄고쿠 편에서는 미키의 조카 히로시와 동행한다. 특히 히로시의 경우, 아빠와 함께 기차여행을 많이 다녔던 아이로 아빠의 죽음이후 많이 침울해진 상태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이스케에게 쌀쌀맞지만 좋아하는 것이 서로 같다 보니 어느새 친해지게 된다. 솔직히 이 아저씨가 여자랑 동행으로 여행을 다니는 건 별로지만 이런 이야기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제발 집에 있는 아내 생각도 좀 많이많이 하라구요!!!!! (笑)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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