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가스파르와 리자 이야기 6
게오르그 할렌스레벤 그림, 안느 구트망 글,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1년 7월
절판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생일을 제외하고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 크리스마스라면 과장일까. 딱히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란 단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매년 챙겨주셨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선물도 없어졌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들때 내일 무슨 선물이 기다릴까, 를 생각하던 날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리자와 가스파르는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였으니까. 상점마다 가득 가득 쌓여 있는 건 크리스마스용 선물들. 리자와 가스파르는 그 선물을 보면서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리자와 가스파르는 곰곰히 생각했다.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면 기뻐하실까. 가스파르는 장난감 권총이 두개니까 하나는 선생님께 선물하면 어떨까, 아니면 작년에 받은 롤러스케이트를 선물하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리자 생각에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듯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리자와 가스파르는...

문득 선생님이 비옷이 없어 비가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오실때 옷이 흠뻑 젖는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둘은 비옷을 만들기로 결정! 비옷 재료는 바로 욕실 커튼이었다. 욕실 커튼은 방수천 재질이니까, 재료로 딱이야!

리자와 가스파르는 욕조안에 의자를 놓고 욕실 커튼을 주르르륵 잡아 당겼다. 어이쿠야. 너무 세게 잡아 당겼나? 그래도 뜯어내는 것에 성공한 리자와 가스파르.

자, 그럼 이제부터 만들기 시작해 볼까나? 리자는 가스파르에게 의자위로 올라가 선생님 키가 되도록 올라가라고 하고 열심히 옷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어쩌지? 실과 바늘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할 수 없지, 결국 리자는 접착제를 이용해서 옷을 만들기로 했다. 접착제를 쭉쭉 짜서 열심히 열심히 붙였더니...

어이쿠야, 이걸 어쩌나. 접착제를 너무 많이 써서 가스파르가 옷에 붙어버렸네. 영차영차, 가스파르가 입은 옷을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얼마나 딱 붙었는지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결국...

리자는 가위로 옷을 잘라 다시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싹둑싹둑. 여전히 멋있는걸.

옷은 무사히 가위로 잘라냈지만 한가지 문제가 더 남았다. 엄마아빠가 이 옷이 욕실 커튼으로 만들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가스파르와 리자는 노란색으로 물들이기로 하고 세탁기 안에 옷을 넣고 노란색 물감을 넣고 돌렸다. 자, 어떤 옷이 탄생할까나.

이윽고 세탁기가 멈추고, 둘은 옷을 꺼냈다. 그러나 옷은 노란색으로 물들지도 않았고, 옷크기가 확 줄어 버린 상태가 되었다. 이걸 어쩌나.

리자는 선생님에게 맞지는 않겠지만 선생님이 키우는 강아지인 장클로드에겐 딱 맞을 거란 생각을 하고 머리가 나올 구멍을 만들었다. 쓱싹쓱싹.

다행히 선생님은 리자와 가스파르가 만든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짜잔, 멋쟁이 장클로드 탄생. 장클로드는 이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괜찮을거야. 이렇게 근사한 비옷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뭔가를 만든다고 뚝딱뚝딱거린 적이 무척 많았다. 비록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고사리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건 힘들었다. 비록 어설픈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제일일 테지만, 사실 나이가 들고서는 직접 뭔가를 만들어서 선물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받는 사람이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고. 그래서 결국 급하게 선물을 사거나 상품권을 사는 것으로 대체했는데, 어찌 보면 정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선물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자와 가스파르가 자신의 손으로 선생님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던 크리스마스 선물.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기 보다는 손으로 만든 선물의 귀중함을 아는 것 같아서 기특하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 몰래 욕실 커튼을 뜯어 쓰고, 게다가 들키지 않으려고 노란색 물감으로 염색한다고 노란색 물감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둘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천진함이랄까. 어쩄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국 근사한 선물이 탄생하긴 했지만, 참 곡절 많은 선물이다. 그래도 돈을 주고 뭔가를 사는 것보다 자기들 손으로 근사한 선물을, 그것도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드리려 했다는 마음은 정말 기특하다.

글을 쓴 안느 구트망과 그림을 그린 게오르그 할렌스레벤은 부부 작가이다. 리자와 가스파르의 엉뚱한 선물 대작전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지만, 그림도 참 예쁘다. 유화 느낌의 그림인데, 단순한듯 하면서도 이야기의 내용을 모두 품고 있달까. 글을 못읽는 아이가 봐도 그림으로 모두 이해가 될 듯 싶은 책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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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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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다. 전설의 고향을 처음 볼때는 바들바들 떨면서 이불 속에 숨어서 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는 동생과 함께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도 되었다. 내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는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 중 하나는 '내 다리 내놔라~'하고 한다리로 펄쩍펄쩍 뛰어오는 귀신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다가 푸하하핫하고 웃고 말았다. 다리 분장이 내가 봐도 너무 엉성했기 때문이다. 종아리 부분을 뒤로 올리고 묶은 게 분명해 보였다. 무서워야 할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다니, 그건 내가 간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분장이 어설펐기 때문이란 것을 일단 말해 둔다.

난 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 보통 여자들과 비교해 보자면 - 그래도 무섬은 좀 타는 편이다. 물론 혼자서 공포 영화를 보러 가고, 공포 소설은 일부러 밤에만 보는 취향을 가지고 있긴 해도,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다. 무섭지 않으면 왜 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무척이나 매운 낙지 볶음이나 떡볶이를 맵다고 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처럼 공포 장르 역시 무서운데도 계속 보게 된다. 물론 이제는 그냥 허접한 분장을 한 귀신이나 유령, 괴물같은 것에는 예전처럼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히려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이란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달까.

처음으로 공포 문학이나 공포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때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으면서 푹 빠져들었다는 건 기억이 난다. 그때는 주로 공포 문학과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 물론 어린이 명작동화나 위인전도 열심히 읽었다 - 공포 장르를 주로 접한 것은 역시 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포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밤에 하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교적 티비 시청이나 비디오 시청이 자유로워진 것은 중학교 무렵이었으니까. 그때 읽었던 공포 이야기는 고전 소설외에도 무슨무슨 공포이야기 등등등 하면서 나온 소설류였다. (지금은 책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간 무서워하면서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펄프 소설류가 아니었을지...)

공포 소설은 익숙한 것들 속에 도사린 차가운 손길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전혀 지나친 처사가 아니다. 좋은 공포 소설은 이러한 차가운 손길에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압력을 실어 행사한다. 가정에 돌아와 문의 빗장을 걸어 잠글 때, 우리는 걱정 근심을 밖에다 내쫓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쁜 장소에 관한 좋은 공포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만사를 밖에다 내쫓고 있는 게 아니라고 속삭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집 안에 가둬두고 있는 거라고 ……. '그것들'과 함께 남게 되는 것이라고 속삭인다. (450p)

공포 소설을 읽으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우리 일상이 가져오는 '무언가'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언급한 책 중『옆집』과『힐 하우스의 유령』같은 경우 집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 가장 안락하고 안정적이여야 할 것이 분명한 집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의 경우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을 매년 봤고, 그후에 봤던 M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외에도 다양한 티비 드라마가 있었지만 역시 <M>이 가장 무서웠다. 아마도 지금보면 특수효과같지도 않은 특수효과라며 쓴웃음을 짓겠지만, 이런 건 아무래도 상대평가가 어울린다. 그 당시에 가장 무서웠던 것이니까. 요즘은 케이블 티비에서 공포 이야기나 공포 드라마를 자주 제작해서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선정적인 것이 많아서 - 야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그런 것들 - 그다지 흥미를 못느끼고 있다. 외화로 기억이 나는 건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역시 <제 3의 눈>과 <환상특급>이다. 이건 꽤나 밤늦게 해서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엔 <엑스 파일>에 푹 빠졌고. 엑스 파일을 공포라고 해도 되나? 뭐, 내 생각에는 그렇다.

라디오 방송은 기억나는 것이라곤 제 5공화국 뭐 이런 거 밖에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이라고 해서 드라마처럼 꾸민 이야기가 등장하곤 했는데, 확실히 귀로만 듣는 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무섭달까. 그런 점에서 스티븐 킹이 이 책에서 1950년대의 사람들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우주인이 지구를 침략했다고 생각해서 피난을 나섰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눈으로 보이는 영화의 경우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언제쯤 뭐가 나올까를 예상할 수 있지만, 라디오는 절대적으로 예상불가능이라고 할까. 그런 면에서 귀로 듣는 이야기는 훨씬 더 무서운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공포 영화의 경우 중학교때 봤던 <플라이>가 먼저 떠오른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웩' 장르다. 공간이동을 실험하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내가 무서웠던 것은 뒤집힌 원숭이가 아니라 파리로 점점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특히 우웩하고 싶었던 장면은 남자가 입에서 액체를 토해내 다른 인간의 다리를 녹이는 장면과 파리 인간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가 어마어마하게 큰 구더기를 출산하는 장면이었달까. 지금도 우웩이다. 공간이동기구라는 과학적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공포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건 중학교때 학교차원에서 단체 관람을 했던 영화인데, 왜 이런 19금 영화를 중학생에게 단체관람을 시켰는지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도 그 영화를 보지 않고 우리를 데려갔었나? (笑)

그후엔 지금도 유명한 나이트메어 시리즈,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할로윈, 헬레이저 시리즈(오, 핀헤드. 내가 너무 좋아하는) 등등 하드 고어라도 불러도 될 영화들을 주로 봤다. 뭐 스플래터라고 해도 좋고, 슬래셔 장르라도 해도 좋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그런 영화들. 우리 아부지 왈, 이런 영화는 사람 죽이는 방법을 논하는 영화라고, 어떻게 하면 가장 잔인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죽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뭐,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런 점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근데 그런 영화를 계속 보면 어느 순간 질린다. 자꾸 보면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가끔 반전이 나와주긴 하지만. 그후엔 스크림 시리즈나 난 네가 지난 여름에 ~~ 등등등의 캠퍼스 레전드류의 영화를 봤다. 시리즈물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 데스티네이션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 창조된 괴물이든 인간의 마음속 어둠이 만들어낸 괴물이든 간에 당시엔 무척 흥미로웠고 즐겨 봤었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슬슬 물리기 시작해서 - 그렇다고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거나 새로운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나오면 흥미가 생긴다 - 그다음으로 넘어간 것은 심리 스릴러나 서스펜스류였다.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장면은 없어도 무척 잔혹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스멀스멀 등을 타고 오는 공포랄까. 그런 점이 좋아서 푹 빠져들게 되었다.

공포 영화가 가장 빈번하게 제공하는 예술적 가치는 우리의 환상적 두려움들과 우리의 현실적 두려움들 사이에서 연결점을 형성시키는 능력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50p)

이제 공포영화에 관한 최후의 진실이 있다. 누군가 언급했던 것만큼 공포 영화는 죽음을 사랑하지 않는다. 공포 영화는 삶을 사랑한다. 공포 영화는 기형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기형을 강조함으로써 건강과 활력에 대해 노래한다. 우리에게 저주받은 자들의 비참함을 보여줌으로써, 공포 영화는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아주 작은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은) 기쁨들을 우리가 재발견하도록 도와준다. (351~352p)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내가 잔혹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고 잔인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다. 때로 티비 뉴스 같은 것에서 공포 영화나 잔혹한 게임을 하고 나서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떠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건 아마도... 정신과 의사들이 그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확실하게 밝히지 못해서 공포 장르에 덤터기를 씌우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자주 했었다.

난 공포 영화나 건 샷 게임(총쏘기 게임)을 즐기지만 사람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영화는 영화,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이라고 할까. 공포란 장르를 즐기는 사람의 대부분은 정신이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즐기고, 그후 시원한 기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렇다고 사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를 악취미는 내게 없다. 다만 그것이 영화이고 이야기란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응분의 댓가를 지게 되는 것을 알기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들이 죄를 짓고도 아무런 댓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난 공포 장르를 보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죄를 짓고도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공포영화는 대부분 죄를 지은 자에게 응분의 댓가를 내린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안도하게 된달까. 또한 내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런 것에 안도한다. 그런 셈이다.

괴물이 우리를 매혹시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거주하는 잘 차려입는 정장 차림의 보수적인 공화당원에게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가 괴물스러움이라는 개념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열망하는 질서의 재확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이렇게 제안하련다. 본질적으로 괴물스러움이 우리를 무섭게 하는 것은 육체적 또는 정신적 비정상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비정상들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듯한 질서의 결핍 때문이다.  (114p)

우리가 유령을 무서워하는 것은 우리가 늑대 인간을 무서워하는 것과 무척 흡사한 이유에서다. 우리의 마음속 깊은 부분은 아폴로적인 하찮은 제한들이 구속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 깊은 부분은 벽을 뚫고 걸어 다닐 수도 있고, 모습을 사라지게 할 수 있고,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로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 마음의 디오니소스적인 부분이다. ……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우리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다. (437p)

스티븐 킹은 공포 장르에 등장하는 중심적 존재들 - 이게 큰 가지가 되고 여기에서 세부적인 가지가 뻗어나간다 - 을 세가지로 규명했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그리고 이름없는 괴물. 뱀파이어는 흡혈을 한다는 의미에서 식육을 하는 좀비와 상통하는 맥이 있다. 늑대인간은 달이 뜨면 인간에서 괴물이 되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든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을 의미한다. 이름없는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서 뻗어 나가는데, 이는 창조된 괴물들로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는 공포란 장르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창조되었지만 그 뿌리는 이 세가지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 부분을 읽으니 아, 그렇구나 하는 수긍이 갔달까. 많은 변형이 이루어져 근본이 보이지 않았을 뿐, 모든 것은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난 뱀파이어에 매혹되고 비틀비틀 걸어다니는 좀비에 열광한다. 사람의 피를 빨고 살을 뜯어먹는 그런 존재들에게 왜 매혹될까. 그것은 114p에 나오는 설명을 보면 수긍이 가게 된다. (그전까진 내가 이런 존재를 좋아하는 것이 내 마음속의 변태기질(?)때문이 아닐까 고민했다) 물론 내 눈앞에 뱀파이어나 좀비가 떡 하고 나타나면 난 도망가기에 바쁠테지만, 어쨌거나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의 일부 뱀파이어 이야기는 작가의 로망을 쓴 듯한 이야기가 많아 너무 가볍고, 어떤 좀비는 너무 빨리 움직여서 좀비로서의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고전이 좋은지도. 하여간 이런 존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나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령이 무서운 이유는... 그렇다. 사람 모습을 하고 있잖아! 사람의 마음속 어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사람이 무서운 이유와 일맥상통한달까.

공포 이야기의 주된 목적은 금기의 땅 속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던 사람들에게 어떤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규범의 미덕을 재확인시키는 데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려고 나는 노력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공포 이야기들이 가지는 틀 속에서, 우리는 엄격한 청교도 신자를 미소 짓게 할 만큼 무척 강력한 도덕 법칙을 발견한다. (645p)
 
스티븐 킹은 이 책에서 공포란 장르가 가진 장점 - 공포 장르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 에 대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되새겨 준다. 공포 영화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기를 깬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인과응보라느니, 그것 참 싸다, 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바보같이 왜 그랬어, 라고 안쓰러워하게 된다. 그러면서 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공포 장르란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겉모습은 괴물과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이 어떤 장치를 뒤집어 쓰고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SF장르처럼 보이지만 공포물인 경우 우주 개발에 대한 두려움이나 방사능 물질에 대한 두려움 등이 만들어낸 공포이며, 유령이나 늑대인간의 경우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린 어둠 - 이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디오니소스적인 부분- 을 의미한다. 또한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1950년에서 1980년에 이르는 시기의 공포란 장르를 서브 카테고리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옛날 것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요즘 정서에 맞겠어? 라는. 하지만, 공포물이란 것은 겉옷만을 갈아 입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약 30년전에 씌어졌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며,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점에 있을 것이다.

덧> 책 뒤에 수록된 공포 소설과 공포 영화 리스트. 이건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데 역자께서 조금 더 친절을 베풀어 한글로 번역해주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개된 책이나 영화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입수불가능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번역되어 나오면서 상당히 다른 제목을 달고 나온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영어 제목만 봐서는 뭐가 뭔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2> 책 제목인 죽음의 무도. 이것을 보고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신 분도 있을 것이고,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면 리스트나 생상스의 음악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난 코넬 울리치의 춤추는 탐정이 먼저 떠올랐다. 제목은 연관이 별로 없어 보여도 책 내용은 '죽음의 무도'를 떠올리게 한다. 아실 분은 다 아실듯.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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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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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장소에 갇혀서 지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죄를 지어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장소에 갇혀 지내긴 하지만 일과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고, 산책이나 운동도 가능하며, 사회에 돌아갔을 때를 위한 직업 훈련을 하는 등 갇혀 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공간이 허락되는 셈이다. 또한 그들은 그들의 죄값을 치르면 사회란 곳으로 복귀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소년과 엄마는 가로 세로 11피트 남짓한 공간에 갇혀 살고 있다. 센티미터로 따지면 330X330정도. 정말 작은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는 작은 부엌과 화장실이 딸려 있으니 일반 생활 공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 이 모자는 왜 이곳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가두어 두었을까.

이번에 5살 생일을 맞이한 잭은 엄마와 함께 작은 방에서 살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나 바깥으로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잭은 그곳이 유일한 세상이며, 나머지 세상은 텔레비전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공간에서 모자는 게임이나 운동을 하고, 잭은 티비와 책을 보면서 바깥 세상의 말을 익힌다. 밤이 되면 올드 잭이란 남자가 찾아 오고, 그는 일요일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다 주고 있다. 그는 모자를 돌보는 사람처럼 보여도, 실상은 잭의 엄마를 납치하고 감금한 후 상습적인 강간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가 잭이다.

잭의 엄마는 잭의 다섯살 생일이 지난 얼마후, 탈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잭을 내보내 사람들을 불러 온다는 계획. 잭은 작은 방을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왜 자신들이 방을 나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의 간곡한 설득과 설명에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섯살 꼬마의 세상 인식 범위는 그것을 가볍게 뛰어 넘는다. 자신들의 신변에 닥쳐올 위협, 잭의 엄마는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잭은 엄마의 탈출 계획에 맞춰 탈출 연습을 하고, 결국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탈출 성공이란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룸』은 그 이후에 이 모자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것까지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의 재회, 오랜 감금생활로 인해 생긴 정신적 충격의 치료와 더불어 변해버린 바깥 세상에 적응하는 훈련등을 한다. 그러나 오랜기간 갇혀 지낸 엄마와 잭은 바깥 세상이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잭이 강간으로 인해 태어났다는 것때문에 친할아버지는 잭을 '저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이 모자를 신기한 것 취급을 하고, 그것은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은 모자를 힘겹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잭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방에서의 감금 생활에도 그다지 불편이나 힘겨움을 느끼지 못한다. 티비에 나오는 도라도라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어 한다. 엄마와 함께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하고 놀이도 하고 게임도 한다. 사실 잭이 이렇게 밝고 명랑한 아이로 클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힘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엄마가 절망에 빠져 늘 울고 힘들어 했다면 잭 또한 엄마의 영향을 받아 우울한 아이로 자랐을 것이 분명하다. 엄마는 잭에게 말을 가르치고 글을 가르쳤다. 감금이란 상황때문에 비록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을지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잭은 아이답게 유연하게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론의 무자비한 흥미, 바깥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은 엄마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결국 약물남용까지 하게 만들지만, 잭의 덕분에 엄마는 힘을 얻게 된다.

엄마는 잭은 작은 방에서 탈출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적인 해방뿐이었다고 보는 것이 좋으리라. 왜냐하면 엄마는 쉽게 바깥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으니까. 엄마의 정신적 해방을 도운 것은 결국 잭이었다. 잭은 자신이 태어나고 다섯살까지 자란 그 방에 엄마와 함께 감으로써 그간의 악몽과 같았던 나날과 마주하게 한다. 납치와 불법감금, 상습적인 강간의 장소가 된 작은 방. 그것은 엄마의 트라우마를 만들어 낸 장소였다. 그 장소가 더이상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잭의 엄마는 비로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잭의 엄마는 그 일을 잊으려고만 했을 것이고, 과거 속에 묻어두려고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억누른 트라우마는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과거의 망령처럼 그녀를 늘 따라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 악몽과 제대로 마주함으로써 치유의 반은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잭의 눈을 통해 그려진 감금 생활과 바깥 생활. 솔직히 말해서 감금되어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란 것을 모르고 읽었다면 그저 소박하지만 재미있게 사는 모자의 이야기라 착각할 뻔 했다. 그정도로 초반 분위기는 밝고 명랑하다. 물론 잭이 엄마의 상처와 아픔을 모조리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를 쓰고라도 그 공간내에서 행복해질 꺼리를 찾아야만 했을 엄마의 고통이 잭의 눈으로 그려져 가슴을 뭉근하게 짓누른다.  

문득 아주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내가 어릴 때였으니 한참 전의 이야기지만, 한 여학생이 납치, 감금되고 강간을 당해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었던 이야기. 그것을 기억할 사람이 있으려나. 자신의 딸이 납치된 것도 모자라 원수같은 괴물의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는 것을 본 부모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으리라. 예전에 읽었던 기리노 나쓰오의 책중에도 납치 및 불법 감금을 당했던 소녀의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소설화한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렇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의 경우 소녀 혼자 힘으로 그곳에서 살아 남아야 했기에 처절하고 참혹했다면, 이 소설은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이야기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본 감금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참혹함은 훨씬 덜 하지만, 그들이 받았을 고통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아이의 눈으로 그려졌기에 그 이면에 감춰진 참혹함이 많이 가려져 보인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덧> 책 띠지를 보다 문득 화가 치밀었다. 화초처럼 자란 분재소년, 이란 문구에. 이 선전 문구야 말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그것과 다른 게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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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 상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재회란 것은 꽤나 미묘한 위치에 있다. 좋은 기억, 좋은 감정으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경우에는 옛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 할 수도 있겠지만, 잊고 싶은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재회란 것이 달갑지 않다. 아니 달가운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다시 되돌려 재회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저 찜찜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머릿속 깊은 곳에 묻고 기억의 저편에 유배를 보냈을 경우에는 더더욱.

십팔년 전에 처음 만났던 소녀와 소년 둘. 그들은 약 1년간의 시간을 함께 보낸 후 헤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십칠년이 지나, 처음 만난 달, 처음 만난 날과 똑같은 날에 그들은 재회하게 되었다. 사실은 세명 모두 서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만나면 안되었기에 만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잔인하게도 세 사람의 재회를 허락했다.

구사카 유키, 노인병동 간호사. 초등학교 다닐 당시 등교 거부와 거식증, 그리고 자해로 소아정신과 병동인 에히메 현립 후타미 소아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어머니의 차별 대우와 착한 아이 컴플렉스 때문에 매우 힘들어 했다. 또한 자신에게 냄새가 난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 유키의 근본적인 상처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무언가 짐작되는 것이 있지만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어머니는 아들인 사토시를 우선하고 유키를 윽박지르고 있다. 돌아가신 유키의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유키를 감싸주긴 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유키의 아버지는 유키가 입원한 병원 근처의 산에서 실족사했다. 유키의 동생 사토시는 볍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누나와 엄마가 감추는 비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고 있다.

나가세 쇼이치로, 변호사. 유키와 함께 후타미 소아종합병원에 입원했었다. 남자가 끊이지 않았던 어머니때문에 집에 혼자 남겨진 경우가 많았고, 심한 경우 굶어 죽을 상황까지 갔었다. 그로 인해 폐소공포증과 어둠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그의 어머니는 치매로 유키가 일하는 노인병동에 입원한 상태. 동물원(소아정신과)에서의 별명은 모울(두더지)

아리사와 료헤이, 형사. 후타미 소아종합병원 시절 쇼이치로의 단짝 친구. 그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마더 컴플렉스를 가진 아버지는 료헤이를 자주 구타했다. 동물원 시절의 별명은 지라프(기린) 현재 나오코란 여성과 만남을 가지고 있으나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녀를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유키를 계속 지켜봤던 것으로 추정.

십칠년 전, 세 사람은 후타미 소아종합병원 퇴원 기념 등산에서 무언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결심을 실행하도록 만든 일은 무엇일까. 상권의 내용은 세 명이 그곳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뒤에 나올 무언가가 두려워진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그리고 십칠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날의 일로 인해 쇼이치로와 료헤이, 유키 사이에는 무슨 변화가 분명히 있었다. 쇼이치로는 그 일로 인해 료헤이에게 무언가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여전히 그 일은 안개속에 가려진듯 보이지 않는다.

이들 세명은 모두 어른들의 기대 혹은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성장기의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도 극복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니 오히려 트라우마를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춰두고 다른 일에 몰두하며 잊으려 했다. 하지만 세 명의 재회는 그들이 묻어둔 트라우마의 뚜껑을 열어 버렸다. 료헤이는 아동성폭력 사건의 범인을 죽이려고 한데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나오코에게 심한 말로 상처를 입힌다. 유키는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노인병동에서 죽을둥 살둥 일하면서 잊으려 한다. 쇼이치는 겉보기에는 가장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는 듯 보여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곳, 어두운 곳을 두려워 한다. 또한 감정을 극한까지 절제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사람의 재회가 이루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두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여성은 자신의 지나친 기대로 인해 자신의 아이들을 학대하다시피 한 여성이고, 한 여성은 남편의 바람기로 인한 스트레스와 육아 스트레스로 자신의 아이에게 화상을 입힌 여성이다. 도대체 이 여성들은 누구에게 죽임을 당한 것일까. 누군가 그들을 보면서 자신이 어릴 때 받았던 트라우마를 떠올렸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어린 시절 부터의 비밀에 숨막혀 했던 그 누군가의 범행일까.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웠다. 세상의 어둠을 모두 끌어다 놓은 듯한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공간이 되어야 할 가정, 세상 모든 이가 등을 돌리고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줄 가족이 붕괴된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웠다. 특히나 아이에 대한 폭력은 언어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육체적 학대도 함께 진행되었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나이에 학대로 인한 큰 충격을 받아 그것이 어른이 된 후에도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사고 방식이나 세상을 대하는 눈이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 이들을 구제하고 구원할 것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영원의 아이』는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가족 붕괴의 이야기에 빗대어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소설이다. 가정은 작은 사회, 그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모여 큰 사회가 만들어 진다. 그렇다 보니 가족의 이야기가 사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오히려 추악한 어둠에 물든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이 소설의 결말은 어둠에 사로 잡힌 이들을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은 어둠과 절망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 것인가.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살아가라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4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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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크따라 강아지옷 만들기 - 우리 강아지를 위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소품
팅크 이지수 지음 / 미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에는 총 다섯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평균 나이가 10세 이상이기 때문에 강아지란 표현은 좀 그렇긴 하지만. 이 녀석들 옷을 한 번 사려면 티셔츠 하나당 만원 - 저렴한 경우- 이라 계산해도 총 5만원. 등골이 휜다. 게다가 옷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가방이나 방석도 잔뜩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강아지들을 위한 뭔가를 구입하려 해도 일단은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 반려동물용품 사이트를 보면서 침만 질질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직접 손으로 반려동물 용품을 만들 수 있는 가이드 북이 나오면 손이 먼저 나가게 된다.

이 책은 네이버 블로거인 팅크 이지수씨가 자신의 반려견들을 위해 만들어 온 옷과 용품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10여년간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옷과 용품을 만들었으니 이젠 가히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럼,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볼까?


강아지옷과 용품을 만들기 전 미리 알아 두어야 할 팁이 여기에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반려견 사이즈에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강아지 사이즈 재는 법, 기존 강아지 의류 사이즈 조견표, 그리고 자신의 반려견 사이즈에 맞춰 옷본을 수정하는 법도 여기에 잘 나와 있다. 강아지들은 체격 조건이 각각 다르다. 그래서 기성 용품이 잘 맞지 않아 옷을 크게 입히거나 작게 입히는 경우도 많은데 직접 만들 경우 자신의 반려견에게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허리가 긴 강아지 - 닥스훈트 종류- 나, 가슴이 넓은 강아지 - 시츄 종류 - , 다리가 긴 강아지 - 푸들 종류- 의 경우 옷본을 늘이거나 줄여서 자신의 반려견에 맞는 사이즈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다음으로 나오는 것은 도구와 준비물. 강아지 옷이라고 해서 대충 천과 실과 바늘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도구를 한번에 구비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만들어 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용구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강아지 옷을 만들기에 적합한 원단들에 대한 설명도 뒤에 나와 있으니 참고해서 원단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괜히 무늬만 이쁘다고 원단을 사면 쓰지도 못하고 돈만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원단의 경우 필히 참고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나 : 아무 원단이나 사서 제대로 활용 못해본 1人)


강아지 옷이나 용품을 만드는 데에는 재봉틀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지만, 아주 작은 소품의 경우나 창구멍을 남기고 박음질을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바늘질 법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창구멍을 막을 때에는 겉으로 모양을 내서 박음질을 할 경우도 있지만, 창구멍만을 막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에는 공그르기가 필수다. 또한 손뜨개 기본 익히기과 코바늘 뜨기 기초 방법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손뜨개 용품은 겨울 니트를 만들때 유용하므로 익혀두면 좋을 것 같다. (니트는... 기성품을 사려면 꽤 비싸다.)


사람들은 개에게 옷을 왜 입히냐고 묻는다. 그건 안키워 본 사람은 절대 모를걸. 개에게 옷을 입히는 것은 멋내기용도 있지만 나의 경우 보온을 위해 입히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는 자외선 차단용으로 얇은 티셔츠를 입히고, 겨울에는 내복대신 민소매 티셔츠를 자주 입힌다. 집안에서 키우는 반려견의 경우 겨울에도 털을 짧게 깎아주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감기에 걸리기도 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기에 옷을 입혀 그런 것을 조금 완화해줄 수 있다.


수누드 - 머리에 쓴 곱창끈 같은 것- 는 반려견이 밥이나 물을 먹을 때 귀가 젖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 쓴다. 귀가 쳐진 견종 중에 귀털을 길러주는 경우와 귀가 유난히 큰 경우엔 이런 스누드가 꽤나 유용하다. 보기엔 좀 웃기지만 귀에 물이 묻히고 온집안을 뛰어다는 것 보단 좋을걸~~ 물론 귀털을 짧게 정리해줬을 경우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좋지만, 코커 스패니얼같은 견종의 경우 귀도 쳐지고 워낙 귀가 큰 종이기에 이런 스누드를 사용하면 귀털을 한결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나 키우고 있는 사람은 백배 공감할 이야기. 강아지들은 절대 맨바닥에 앉지 않는다. 물론 한여름처럼 무척 더운 계절에는 맨바닥에 앉겠지만 보통은 폭신한 뭔가가 깔린 곳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나도 우리 강아지들을 위해 집안 곳곳에 7~8개의 크고 작은 방석을 놓아 두었다. 근데 방석도 사려면 그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왼쪽 사진처럼 커다란 것은 4~5만원은 줘야 하기 때문에 구입하려면 꽤 망설여 진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가격도 훨씬 저렴해지고 내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크기와 재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강아지 계단이다. 우리집 강아지들은 노령견이다 보니 관절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는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소파밑에는 쿠션을 두어개 뒀는데, 이런 계단이 있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 계단은 사진처럼 분리해서 만들어도 되고 아예 2단으로 만들어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요즘은 강아지 계단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 강아지 계단용 스폰지를 파는 곳도 있다니 꼭 참고하자. 자신이 원하는 계단 사이즈로 재단해준다니, 강아지 크기에 맞춰 주문하는 것도 좋을 듯.


예잔에 밖에서 개를 키울 때는 목욕도 잘 안시키고 그랬지만, 집안에서 생활하는 반려견들은 목욕이 필수다. 너무 자주 씻겨주는 건 피부에 좋지 않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목욕을 시켜주는 것은 반려견들의 피부에도 좋다. 하지만 씻기는 게 끝이 아니다. 잘 말려 줘야 하는데, 그럴때 필요한 건 뭐? 그렇다 바로 목욕 타월, 거기에 목욕 가운도 있으면 더 좋다. 목욕 타월같은 경우 타월지를 이용해 만드는데, 강아지 크기보다 더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강아지들은 몸에 물이 묻어 있으면 이불이나 타월같은 곳에 스스로 몸을 비벼 말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넉넉한 사이즈가 좋다. 우리 강아지는 타월이 마음에 안들면 이불에 마구 몸을 비볐다. (이불에 비비면, 좀 난감하다)


병원에서 파는 엘리자베스 칼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꽤나 딱딱하다. 중성화 수술이나 귀치료를 받는 경우, 피부병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환부를 핥지 못하도록 엘리자베스 칼라를 씌워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수술 부위를 핥으면 수술 부위가 터져버려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감염의 우려가 있기에 엘리자베스 칼라 착용은 필수다. 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 칼라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반려견들이 많다. 이럴때 폭신한 쿠션감이 있는 엘리자베스 칼라를 만들어 씌우면 어떨까. 조금은 스트레스가 덜해지지 않을까?


강아지와 외출을 할 때 필요한 아이템은, 이동장이다. 이동장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먼 곳을 가야할 경우 플라스틱 이동장이나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동장을 사용하지만 가까운 곳에 나갈때는 그런 거한 것은 필요가 없다. 산책을 갈때는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이동가방이 최고. 시중에 파는 것도 사이즈가 다양하긴 하지만 이동장이 너무 클 경우 강아지들이 불안해 하고, 작을 경우 불편해 한다. 그럴땐 맞춤 사이즈의 이동가방이 절실해진다. 가방만들기는 쉬워 보이지 않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다 보면 언젠가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동가방에는 이 스타일 외에도 앞으로 맬수 있는 보듬이도 있고, 머리가 이동장 옆으로 나오게 하는 가방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난 특히나 보듬이가 마음에 들었다. 매고 나가면 좀 웃겨 보이긴 하겠지만, 가슴쪽에 강아지를 두기 때문에 강아지도 훨씬 안정감을 느낄 것 같아 좋을 듯 하다.


햇살이 강한 날 강아지와 산책을 가면 강아지들의 웃긴 표정을 볼 수 있다. 눈이 부셔서 실눈을 뜨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 사람 눈에는 웃겨 보여도 강아지들은 꽤 괴로울 것이다. 그럴 때 이런 챙모자나 보닛을 씌우면 어떨까. 눈이 덜 부셔서 놀기에 더 좋지 않을까. 모자나 보닛같은 경우 원단 소모량이 적기 때문에 옷과 세트로 만들어 주면 좋을 듯 하다.


털이 긴 강아지나 옷을 입기 싫어하는 강아지의 경우에는 스카프나 보타이가 적당하다. 보타이의 경우 이름표를 매달아 인식표로 사용할 수 있기에 더 좋을 듯. 게다가 만들기도 쉬운 게 장점.


강아지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은 날씨가 좋은 봄가을이나 여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겨울에도 외출을 해야 할 경우가 있고, 겨울에도 산책을 빠뜨리지 않는 강아지들이 많으므로 그럴 때 유용한 아이템들이 바로 위에 있는 아이템들이다. 손뜨개로 만든 케이프, 모자 달린 목도리, 따뜻한 천으로 만든 모자, 인조 모피로 만든 케이프와 목도리는 간편하면서도 보온효과를 주기에 적격이다. 특히 모자 달린 목도리는 아이디어가 좋다. 개들에게 모자 씌우는 건 어렵다. 사람과 달리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모자가 잘 벗겨진다. 목도리와 연결되어 있다면 잘 벗겨지지도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옷과 용품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은 특별한 날에 입는 옷에 관한 파트이다. 그건 바로 웨딩드레스 + 턱시도 세트와 한복 세트. 이런 것도 반려용품 사이트에서 보면서 침만 질질 흘렸던 아이템들. 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좀 까다로워 보여서 강아지옷 만들기에 어느 정도 숙달된 뒤에 도전하면 좋을 듯 하다.


책 앞부분에 옷과 용품 사진이 나오는 부분에는 따로 만들기 방법이 없다. 대신 뒷쪽에 만들기에 관한 자세한 사진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앞에 나온 사진이 책의 1/3 정도라면 만들기 부분이 2/3 정도를 차지할 정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이 되어 있으므로 따라서 하면 작은 소품 하나 정도는 금세 뚝딱하고 만들어질 것 같다.


이건 부록으로 수록된 강아지 실물 옷본이다. 옷본은 직접 잘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한 뒤 사용하면 좋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으니까. 책에 수록된 옷과 용품에 관한 실물본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으니 작은 것 하나부터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사진 출처 : 책 표지, 책 본문(8~9p, 12~13p, 18~19p, 31+37p, 34p, 43+49p, 45+46p, 50~51p, 76p, 60+84p, 64+62+67+74p, 93+70+95+97p, 101+102p, 164~165p) , 부록 실물 옷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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