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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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코끼리는 어느 싱글맘 가정 이야기이다.
보통 싱글맘 이야기라고 하면 왠지 안되었다 혹은 감상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편모 가정이란 것의 이미지가 이제까지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생각은 저 멀리 날아 가버린다. 노란 색이 주는 이미지와 귀엽고 톡톡 튀는 그림, 그리고 기발한 표현 방법까지, 이 책은 아주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요즘은 싱글맘, 싱글 대디가 많다. 물론 사별같은 이유로 혼자 남는 경우도 많겠지만, 이혼율이 높은 지금은 이혼으로 인한 싱글맘, 싱글 대디, 혹은 미혼모나 미혼부 가정도 많아졌다.

이 책에 나오는 가정은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해 부모가 이혼하게 되었고, 엄마는 싱글맘으로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아간다. 엄마는 프리랜서 작가이며, 아이는 아들과 딸 두명이다.

엄마는 덜렁대는 성격에다 어찌보면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요군은 오히려 그런 엄마에 비한다면 애어른이다. 요군의 동생 나나는 아직 어려서 부모의 이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의 화자는 초등학교 5년생인 요군이며,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엄마를 챙기고 동생을 돌보는 건 요군의 몫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때 자신들을 버리고 간 아버지의 몫을 하려고 하는 기특한 소년이다.

너무 빨리 철이든 어린 소년 요군,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나나와 두 아이를 억척스럽게 키워내는 엄마의 이야기는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는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유쾌한 이야기는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너무 어른스러운 요군의 모습이, 혹은 엄마를 생각하는 요군과 나나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특히 요군의 생일날 온 아빠가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만류하고 떠나버릴때, 아빠가 남긴 말은 특히나 가슴 아프게 들렸다. 우산을 빌려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하니까 필요없다는 그말이. 아직 어린 나나는 이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나이인데 말이다.

책의 제목이자 엄마가 구입한 노란색 꼬마 자동차는 희망을 상징하고 있다. 빛깔 자체도 태양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지만 엄마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빠가 해야할 일이었던 일을 엄마가 하게 되었다는 엄마의 아빠로부터의 독립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유쾌한 내용으로 그려낸 노란 코끼리.
정효찬씨의 톡톡 튀는 일러스트는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야기도 그림도 예쁜 노란 코끼리.
청소년이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곁에 있는 가족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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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아 - 세계는 지금처럼 부유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가난한 적도 없었다
크리스티앙 트루베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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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은 기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난 몇 마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는 이미 기아라는 말과는 상관없는 곳이 되어 버렸고,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게 먹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기아(飢餓)의 사전적 의미는 굶주림이다.
누구나에게 물어도 기아의 의미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가 아닌 기아의 실태와 대처 방안에 대해서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기아라고 하면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의 어린 아이들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의 어린 아이들.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말랐고, 배만 불룩한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후진국이고, 1차 산업으로 연명하는 나라이기에 자연 재해만으로도 커다란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책 <새로운 기아>는 자연 재해에서 기인하는 기아 문제 외에도 민족이나 종교로 인한 분쟁,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발달로 인한 부의 불균형 등등 인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아의 발생 원인, 기아의 현주소, 그리고 기아 퇴치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에 관한 이야기로 꽉 차있는 이 책은 솔직히 말해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수치는 눈을 빙빙 돌게 한다.
그러나 수치로 환산하지 않고 다만 기아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서술했다면 썩 와닿을 것 같진 않았기에, 수치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들어가야 했을 거란 생각은 든다.

세계 각국의 기아 실태를 서술한 장을 보면 기아의 원인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비단 환경문제 뿐만이 아니라, 민족간의 분쟁, 종교 분쟁,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삶의 방식의 급격한 변화와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기아까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아는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어른이야 한두끼 굶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창 자라야할 영유아의 경우 기아 사망율이 높다. 세상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현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루 2만 5천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그중 어린이가 1만 8천명이란 글을 보았을 때,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영양소이다. 그리고 그 영양소는 음식으로 공급된다. 옷을 못입는다고 집이 없다고 당장 목숨에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게 되면 그건 바로 목숨과 직결된다. 굶주림으로 사망한다는 것.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는가.

세상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현상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세계 인구의 단 몇퍼센트가 세상의 부를 소유하는 이런 세상. 이런 세상에서 기아는 생기지 않으려야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한쪽에서는 고도 비만 환자가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세상의 한쪽에서는 영양실조, 그리고 기아로 죽음을 기다리는 생명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더욱더 발달할 것이고, 부의 불균형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갈 것이다.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도시 인구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늘어나는 기아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상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가진 자만을 위한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리고 있다. 사실 지구의 식량의 생산량은 지구에 존재하는 60억 인구를 다 먹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문제는 근절되지 않는다.

기아 대책에 있어 식량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기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기아 문제는 점점 확산되어 갈 것이다. 기아 문제는 심각한데 비해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기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기아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세상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 들지 않을 것이다.

몇몇 단체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기아 문제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고,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아직 그걸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현존하는 기아 문제와 실태,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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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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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좀 길긴 하지만 책 제목에서 우린 책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일뿐.
이 책의 진가는 첫장을 펼쳤을 때부터 드러난다.

총 네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첫번째 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을 통한 한국인의 정서를, 두번째 장에서는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세번째 장에서는 인간의 고뇌를, 마지막 네번째 장은 동화나 동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수는 30종에 이른다.

이중에는 내가 읽어본 책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감상했던 그림도 있고, 처음으로 접하는 그림도 많았다.

내가 읽어보았던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그녀가 설명해주는 그림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읽지 않았던 책에 대해서는 약간의 상식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책을 선택하는 길라잡이 역할까지 더불어 해준다.

소개된 모든 책은 간략한 줄거리와 더불어 저자의 감상, 그리고 인상깊은 문장,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풍경의 느낌과 딱 떨어지게 어울리는 그림의 소개까지 있기에,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는 시간 할당량이 자꾸만 길어지게 되었다.

현직 기자이자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탐독가였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독서량의 풍부함, 그리고 책이나 그림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그녀의 쫀득쫀득하면서도 재치있고, 지식이 풍부한 어휘 구사는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책에 관한 추억담이나 처음 그 책을 만났을 때의 느낌과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등, 왠지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그녀의 사생활을 살짝 들여다 본 느낌도 들었다. 그것은 그마만큼 이 책이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물론, 책이나 그림은 읽는 사람, 혹은 감상하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와 내가 공통적으로 읽은 책에 대해서 쓴 글을 보면서 오오, 난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미술을 전공했던 저자인만큼 상세하다. 그림 속에는 우리가 그냥 눈으로 스쳐보았을 때는 알아채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다.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을 쏙쏙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리라.
30권의 책중 자신이 가장 흥미를 가진 책을 먼저 읽어도 좋고, 자신이 읽었던 책을 먼저 찾아내 저자의 감상과 생각을 자신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권의 책과 그에 대한 감상, 그리고 그 책의 감상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투영된 그림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세 가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읽었던 책의 느낌과 비교해 보고, 그림에 대해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즐거움의 수는 무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덧> 이 책을 읽다가 오자 하나를 발견했다.
<글머리에>에서 인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나오는 내용 중 아오마메아모마메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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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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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작가의 이름은 장은진.
책 제목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이상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기본 정보였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은 아무런 선입관이 없다는 뜻이고, 그마만큼 이 책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란 뜻이리라.

그 판단은 정확했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메마른 땅이 촉촉한 단비를 탐욕스럽게 흡수하듯 책에 몰두해 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이 책을 진작에 읽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 소설의 독특함

소설의 형식은 독특하다.
행간 띄움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그것은 1에서 152번까지의 숫자이다.
그래서 난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번호를 보면서 영화의 한 씬마다 붙어 있는 번호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난 자연히 두 사람과 한 마리를 따라 내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문장에서도 독특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건 현재형의 문장과 과거형의 문장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형과 과거형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지훈)이 여행을 하다가 751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정 자체가 모두 현재형으로 표기된다.
여행의 시작, 친구와의 일, 가족간에 있었던 일,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과거형으로 서술된다.
현재형 문장은 아직 우리에게 좀 낯설긴 하지만, 현실감이 있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생각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하다

소설의 화자인 나(지훈)은 벌써 3년째 여행중이다.
여행 동지는 전직 안내견이자 지금은 맹인견이 된 와조.

나(지훈)와 와조는 3년간 여행을 다니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들의 주소를 받아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매일매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지만 편지는 오지 않았다.

나(지훈)는 왜 집을 떠나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요, 가장 따뜻한 곳이 되어야 함이 틀림없는 사실이나, 나(지훈)에게 집은 발작을 일으키는 장소이다.
그래서 나(지훈)는 나에게 편지가 도착하면 발작 증세도 없어질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편지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만난 소설가 여자.
(본문에서는 여자 혹은 751이라고 나온다)
우연히 여행에 그녀와 동행하게 된 나(지훈).
나(지훈)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751는 소설을 쓴다.

나(지훈)와 여자의 공통점.
나(지훈)는 와조라는 개를 데리고 여행을 하고, mp3와 소설을 가방에 넣고 여행을 한다.
여자는 소설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
그렇다.
둘 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어려워 한다.

나(지훈)는 어릴적 말 더듬는 버릇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가졌고, 여자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에 거부감을 가진다. 그게 무엇이든. 시나리오 작가로도 잠시 활동했던 여자는 결국 공동작업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대인관계에 극히 서툴렀던 나(지훈)와 소설가 751.
둘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대인관계가 서툴고 특히 초등학교때는 발표 시간이 죽도록 싫었다.
그래서 문명이 발달한 지금 세상이 참 살기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휴대전화로 메세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고, 웹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귄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릴 필요도 없다.
적당한 선의 나의 정보로 그리고 상대의 정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선으로 연결된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조만간 집에서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순간이 오겠지.

그런 시대에 편지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소설이 있다.
바로 이 책.
편지, 특히 손으로 쓴 편지는 이제 보기 드물다.
우편함에 꽂혀 있는 건 대부분 세금 고지서일 뿐.
고등학교 아니 대학시절까지도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은 휴대 전화 문자 메세지나 이메일로 대체되었다.
오히려 말보다 글씨가 더 편안함을 주지만, 정성을 기울이는 편지의 존재는 어느새 퇴물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들의 고독은 더 깊어진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 세계에서 인간들은 북적이는 대도시에 살아도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향해 있고, 자신만을 쳐다 본다.

소설의 주인공 나(지훈) 역시 책을 읽고, mp3들 듣는다.
완벽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지훈)는 편지를 쓴다.
편지는 상대가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다.
딱 하나 나(지훈)가 사람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 놓은 것, 그것이 바로 편지인 것이다.
그러나 편지는 오지 않았다.

행복한 눈물

나(지훈)이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엄마를 둔 여고생, 자살 시도를 하려던 남자, 남이 버린 껌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20년전 사고로 친구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남자, 고시원에서 사는 남자, 편의점을 좋아하는 남자 등등은 어떻게 보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이다.

본문의 내용처럼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이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중에서 자신이 혼자 동떨어진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외로움은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이 만들어낸 결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왠지 고독하고 외롭고 슬픈 사람들 이야기만 나오는 것 같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 큰 반전을 가져온다.

나는 주인공 나(지훈)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발작의 원인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 쉬어야 했다. 그제서야 왜 나(지훈)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행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그 부분에서야 나(지훈)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편지는 나(지훈)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소통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던 것이었다.

와조의 죽음에서는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나(지훈)의 완벽한 여행의 동지이자 동반자였던 와조의 역할은 나(지훈)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와조가 없었더라면 나(지훈)은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을까. 와조를 정원에 묻고, 나(지훈)이 와조를 보내는 장면에서 끝내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그리고, 난 그 다음에 연이은 눈물 폭탄 세례에 또다시 펑펑 울어 버렸다.
옆집 아줌마가 가져다 준 택배 박스.
그 내용물의 정체를 알게 되고 난 나 자신이 주인공 지훈이 된 것처럼 기뻤고, 행복했다.
행복한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들의 슬프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
추운 겨울 바람이 부는 저녁, 내 가슴속은 따뜻한 봄바람으로 넘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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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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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일에 발송된다던 책이 생각보다 일찍 내 손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배송에 선물같은 느낌을 준 로스트 심벌 1.

난 기대감과 흥분감으로 첫장을 펼쳤다.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내 입에서는 '역시 댄 브라운이야'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로스트 심벌의 무대는 미국의 워싱턴 D.C.
좀더 압축하면 국회의사당이다.
그곳에 감춰진 수많은 상징과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을 움켜쥐고 있는 프리메이슨의 피라미드.

이 책은 로버트 랭던이 워싱턴 D.C로 오기전까지의 과정을 빼고 본다면, 약 세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이야기이다.
즉, 오후 7시부터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까지 숨막힐 듯한 추격전과 두뇌 싸움이 벌어진다.

그 중간중간에는 피라미드를 둘러싼 10여년 전의 사건, 그리고 피라미드를 통해 인류의 감춰진 보물을 손에 넣으려는 말라크의 과거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보물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느냐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다만, 프리메이슨 최고 등급에 있는 피터 솔로몬과 그의 여동생 캐서린 솔로몬이 연구하는 학문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넌지시 언급되고 있다.

말라크는 왜 그 피라미드에 얽힌 비밀을 풀고, 그것을 손에 넣으려는 것이며, 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CIA 소속 사토는 피라미드에 얽힌 비밀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인물이 어느 정도까지 개입되어 있으며, 로버트 랭던의 아군이 되어 줄 인물과 적군이 될 인물은 누구누구일까...
등등의 수많은 의문점을 갖게 만든 로스트 심벌.
그러나 1권에서는 아직 로버트 랭던의 특기인 기호학과 관련한 그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아직은 피라미드에 감춰진 비밀과 그 힘에 대해 의문만을 가지고 있는 로버트 랭던이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푸느냐와, 말라크에게 잡혀 있는 피터를 어떻게 구출해내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1권을 압도할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이 밀려 온다. 사실 1권의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내 심장을 강렬하게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비밀 단체라 일컬어지는 프리메이슨은 어둡고 음울하며 폐쇄적인 단체의 상징이지만, 여기에서는 그에 대한 관점을 많이 비틀어 놓았다. 비밀에 싸여 있는 조직이지만, 프리메이슨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국회의사당에 감춰져 있는 여러가지 상징들의 비밀과 그 이면에 감춰진 미국이란 나라의 비밀, 그리고 국회의사당의 지하에서부터 도서관, 강당 등등 국회의사당의 구석구석을 모조리 훑고 지나가는 서술 방식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은 캐서린 솔로몬이 연구하고 있는 노에틱사이언스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마음이 물체에 물리적 현상을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본문에서는 그 수준이 이미 상당한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오고, 말라크는 이 연구 자료와 캐서린 솔로몬을 전부 파괴하려 하지만, 캐서린 솔로몬은 극적인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캐서린 솔로몬이 물리학과 철학의 절묘한 결합이라 생각하는 노에틱사이언스는 사실상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동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긍정적 기와 부정적 기가 물리적 힘을 가질수도 있다는 이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것은 책을 참고 하시길)

댄 브라운의 끝도 보이지 않는 지식의 깊이, 스토리의 탄탄함, 그리고 숨이 가빠올 정도의 속도감, 이 모든 것의 뒤에 감춰진 음모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며, 향후의 전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준 로스트 심벌 1. 
2권이 나올때까지의 기대감과 더불어, 얼른 2권을 읽고 싶은데 2권은 도대체 언제 나올까에 대한 초조감이 지금의 나를 둘러싸고 있다.


덧> 책이 예상보다 일찍 나왔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교정의 오류가 약간 눈에 띄었다.

34P 다섯번째줄 : 솔로몬씨가 교수님이 1순위로 꼽은 후보입니다.
교수님은 솔로몬씨가 라든지 교수님이 솔로몬씨가 라고 하는 표현이 우리말 어법에 좀더 가깝다던지 문장의 의미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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