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민음사 모던 클래식 5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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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이 책말고도 한 권이 더 있다. 민음사에서 처음으로 나왔던 그 책을 여전히 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새로운 책으로 구매한 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 키친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벌써 몇 번을 읽고, 좋아하는 구절에는 포스트 잇을 붙여 놓고, 가끔 한번씩 그 부분만을 뒤적여 보기도 한다.

다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 또다시 난 요시모토 바나나가 만들어 놓은 세상으로 푹 빠져 들어갔다. 그녀만의 감각적인 표현들, 그리고 그녀의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독특한 인물들, 그리고 비일상적이면서 일상적인 일들의 세상 속으로.

이 작품집 속에는 총 3편의 단편소설이 등장한다.
키친과 만월은 연작소설이며, 달빛 그림자는 하나의 완전한 단편이다.

상실과 회복, 그리고 새로운 희망과 사랑, 키친과 만월

미카게는 어릴적 부모를 동시에 잃고 조부모밑에서 커왔다. 할아버지도 그 중간에 돌아가시고 이젠 할머니마저 돌아가셨다. 그런 그녀의 앞에 유이치란 청년이 나타났고, 미카게는 유이치와 그의 어머니(실은 아버지) 에리코씨와 함께 살게 된다.

유이치의 집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게 되는 미카게. 그러나 그후 미카게가 그 집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에리코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카게도 유이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미카게는 부모님도 조부모님을 유이치는 어머니와 어머니이자 아버지였던 에리코씨를 잃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싫든 좋든 이별을 하게 마련이지만, 미카게와 유이치의 경우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을 하게 된 경우다. 자신의 언덕이자 자신을 품어주던 바다같은 존재를 상실했을때, 그 슬픔은 얼마나 크고, 그 상처는 얼마나 깊을까.

하지만 미카게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는 유이치와 에리코씨가 미카게의 슬픔과 상처를 메워주었고, 유이치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인 에리코씨가 죽었을때는 미카게가 유이치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순간,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따뜻해지고, 등에 진 짐은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서로를 보듬고 쓰다듬어 주며 서로의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두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따뜻했다.

빈자리는 결국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고, 상처는 그렇게 치유되어 가는 게 아닐까.

절망의 끝에 보이는 한가닥 희망, 달빛 그림자

세편의 단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달빛 그림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내가 읽을때 마다 콧끝이 찡해지고, 결국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게 만든다.

고등학교때부터 곱게곱게 쌓아왔던 4년간의 사랑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츠키는 히토시가 죽은 후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매일 조깅을 한다.
한편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는 형과 여자친구를 한꺼번에 잃어 버린후 여자친구의 유품인 세라복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다.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 이별을 한다.
그러나 그 이별이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오고, 이별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이별을 맞이 해야한다면 그 슬픔은 오죽할까.

사랑하는 사람과 자의든 타의든 헤어지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죽음이란 것에 기인해서 생기는 이별이라면 그건 정말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상처와 슬픔을 줄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라라라는 한 여성을 통해 사츠키는 히토시와의 작별인사를 완전히 끝낼수 있었다. 강과 다리를 사이에 둔 두사람.
마치 삶과 죽음이란 세상으로 양분된 듯한 그 강의 양쪽에서 마지막으로 히토시는 사츠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달빛 그림자의 시기적 배경은 겨울에서 초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히토시를 잃은 사츠키와 형과 여자친구를 한꺼번에 잃은 히라기는 그들의 죽음자체가 끝나지 않는 겨울로 들어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먼저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로 남은 사람들은 다시 삶을 향해 한발을 내디딘다.

일상속의 비일상적인 이야기, 그리고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다보면 특이한 등장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키친과 만월에서는 남자였던 에리코씨가 아내의 사후 유이치를 키우면서 여자로 살아가며, 달빛 그림자에 등장하는 우라라는 영매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고 소설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가는 것은 소설 자체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죽음이란 것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미카게, 유이치, 사츠키, 히라기, 그리고 우라라까지 그들은 모두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힘닫는 데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혼자서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는 힘들다.

누군가와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과 관련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들은 서서히 상처에서 회복되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
그 기간이 그리고 그 치유방법을 사람마다 다 다를지라도... 죽을 것 만큼 힘든 일도 절대로 나을 것 같지 않던 상처도 어느새 새살이 돋고 아물어 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비록 교훈을 주는 책이라거나 인생의 지침을 마련해주는 책은 아닐지 몰라도 읽고 나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바나나 효과가 아닐까.

기억에 남는 한구절>
"지금이 가장 힘들 때예요.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마 더 이상은 힘들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의 한계는 변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또 감기 걸려서, 지금처럼 아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인만 건강하면 평생, 없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겨워서 넌더리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까짓쯤 하고 생각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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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문학의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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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는 1915년 1~2월에 걸쳐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그의 수필을 묶어서 간행한 것이다.
이제껏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와 <도련님>, 딱 두권을 읽은 나로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이 어떻다는 말은 감히 할 수 없다. 두 권의 책에 대한 느낌은 참 달랐고, 각각의 책에 대해 다른 감상과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그의 수필집을 처음 대했을때의 느낌이란 참 남달랐다. 소설속에서 보이는 나쓰메 소세키의 이미지는 소설을 통해 투영되어 어떤 이미지에 가려있었지만, 수필은 나쓰메 소세키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유리문 안에서>는 작가가 만년을 보내던 서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쓴 1년후 사망했다. 그렇기에 왠지 작가가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표현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했다.
유리문은 자신의 서재와 세상을 가로막고 있는 한쪽 면이다. 유리문 안의 좁은 공간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와 1910년대 눈이 핑핑 돌아갈 만큼 어지러운 일본 국내외 정세는 참으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마치 유리문안쪽은 조용조용하게 또한 느릿느릿하게 가는 시계가 있다면 유리문 밖은 정신없이 어지러이 돌아가는 시계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가 시작되기 1년전인 1867년에 태어났고, 이 수필은 다이쇼 시대에 쓰여졌다. 메이지 시대라고 하면 일본의 개국과 함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시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이쇼시대는 메이지 유신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일본 근대화의 물살이 일본을 크게 변화시키던 시기이기도 하다. 쌀파동문제라든지 간토 대지진이 일어나던 시기이지만, 간토 대지진은 나쓰메 소세키 사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쌀값 파동문제만이 이 책에 언급되어 있다.
게다가 이 수필이 쓰여지던 시기는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니 일본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어수선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자신의 현재 생활을 그리고 있는 부분과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생활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재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라든지 자신의 투병 생활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더 흥미로운건 작가 자신의 과거사이다. 현재에서 가까운 과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점점 더 먼 과거로 결국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태어나자 마자 고물상에 수양아들로 보내지게 되었다가 누나가 데리고 온 사연, 다시 시오바라가의 양자로 갔다가 양부모에게 문제가 생겨 생가로 돌아오게 된 사연까지 저자가 이전까지 굳이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사까지 나온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왠지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괜시리 짠해지기도 했었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때 과거를 돌아보곤 하니까.

그러다 보니 메이지 시대에서 다이쇼 시대를 거치는 일본의 변화상이라든지, 자신의 성장 과정, 형제들 이야기 등등 우리가 몰랐던 나쓰메 소세키의 삶의 이야기가 뚝뚝 묻어 나온다. 소설로 접한 그의 이미지와 수필로 접한 그의 이미지에서 받은 느낌이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수필에 나오는 고양이 이야기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겹쳐 보이고, 그가 잠시 했던 교사 생활은 <도련님>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주인공이 나쓰메 자신을 모델로 썼다고도 한다.

수필은 소설과는 달리 꾸밈이 없다.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수필을 난 참 좋아한다. 특히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수필을 좋아하는데, 그건 소설속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작가의 이미지와 수필에서 드러내는 작가의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필을 접함으로써 그 작가에게 한층 더 가까이 가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일본 근대화의 격동기에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작품, 그리고 그의 가치관이나 그가 좋아했던 문화 생활, 일본 사회의 변화 모습등을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유리문 안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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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하인리히에서 깨진 유리창까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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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이라.
제목부터 무척 끌리는 책이다.
사실 우리는 머피의 법칙이니 샐리의 법칙이니 하는 말을 우스갯소리에 섞어서 자주 쓴다. 그러나 그것도 엄밀히 따지자면 이 책에 나오는 한가지 종류의 법칙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법칙들은 역사, 신화, 종교, 인문학, 사회학, 과학, 정치학, 경제학 등등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소개된다.
우리가 자주 들어 보았던 법칙들도 상당수 소개되어 있고, 생소한 법칙도 있지만 그에 관련한 여러 가지 예도 많다. 
왠지 법칙이라는 말에서 생각되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즐겁게 여러가지 분야의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련한 법칙, 문명의 발달 과정과 관련한 법칙,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법칙, 심지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동화에서 인용한 법칙이나 피그말리온 효과같은 신화에서 나온 법칙까지 정말 다양한 법칙에 대한 지식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인요한 법칙은 도도새의 법칙이나, 붉은 여왕의 법칙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틀림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영화 다빈치 코드에 등장했던 피보나치의 수열이나 영화 세렌디피티의 제목이기도 했던 세렌디피티의 법칙, 영화 나비효과의 제목이자 실제로 존재하는 법칙인 나비 효과는 다시금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게 해주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 외에도 멘델의 유전 법칙이나 다윈의 진화이론과 관련한 적자생존의 법칙, 뉴튼의 관성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등 여러 가지 과학 분야와 관련된 법칙도 있고, 마지노선의 법칙이나 토사구팽의 법칙은 역사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이외에도 사회학적 관점으로 연결되는 법칙도 있으며 경제학과 관련된 법칙도 많이 들어 있다. 사실 과학이나 수학, 경제학과 관련된 법칙에서는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 좀 어질어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조차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각 법칙을 설명하면서 설명 자체로 끝난게 아니라 여러가지 실례를 들어 설명한 부분은 각 법칙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책 제목에서도 언급되지만 워낙 다양한 법칙들이 등장하다 보니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읽다가 내가 아는 법칙이 나올때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다. 혹은 알고 있던 법칙이라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좋다. 자신이 관심있었던 법칙을 먼저 펼치고 읽어도 좋다.
어느새 관심있던 분야뿐만 아니라 책 전체를 다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니.

법칙이란 표현이 들어가있지만 딱딱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말랑말랑하게 잘 가공해서 읽는 사람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책이 바로 이것이다. 뭐.. 소화 흡수는 자신이 알아서 잘 해야겠지만. 
비록 경제학과 관련된 법칙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다른 분야와 관련된 법칙도 상당수 있으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속에 수없이 많은 법칙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상의 법칙들이 눈에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감과 책을 읽은 후의 충족감을 가슴에 안고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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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코짱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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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 신이치의 봇코짱은 신쵸사에서 발행된 『인조미인』,『환영합니다 지구인』에 수록된 작품과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된 단편집 중에서 호시 신이치가 직접 선별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이 작품집 역시 쇼트 쇼트(초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수록 편수는 자그마치 서른 아홉편이나 된다. 그리고 호시 신이치의 초기작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SF를 소재로 한 것부터 동화, 판타지, 미스터리, 우화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등 수록된 작품의 느낌 또한 굉장히 다양하다.
 
소재의 다양성, 장르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 하나 하나의 완성도도 높다. 흔히 장편보다는 단편이 단편보다는 쇼트 쇼트(초단편)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짧은 이야기속에 작가가 보여 주어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섬뜩한 기분을 맛보고, 때로는 안타까움을 때로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호시 신이치츼 쇼트 쇼트는 어떤 걸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사람의 머릿속은 과연 어떤 것으로 가득하길래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호시 신이치가 후기에서 쓴 글을 보면,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는 초기작이 많다고 한다. 촌철살인(村鐵殺人)의 소설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답게 이 소설집 속의 소설은 마지막 한 두구절로 앞에서 서술했던 이야기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거나 뒤집어 놓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웃겨서 혼자서 깔깔대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을 콕콕 찝어서 표현한 쇼트 쇼트에서는 저절로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물질 문명의 발달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공감이 가면서도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러운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리는 호시 신이치의 봇코짱.

가벼운 터치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와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잘 짚어내고 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처음 접했을 때 츠츠이 야스타카를 떠올리게 했었다.

츠츠이 야스타카 역시 호시 신이치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 그의 쇼트 쇼트 역시 정말 맛깔나고 재미있다. 책 맨뒤에 나오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해설을 읽는다면 호시 신이치의 소설에 좀더 접근해 볼 수 있는 계기도 얻게 될 것이다. 

쇼트 쇼트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호시 신이치를 선택하라.
결코 후회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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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2 - 완결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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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을 읽은지 열흘 정도가 지나 2권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1권에서 시작된 추격전 진행 양상을 볼 때 2권은 숨 가쁘게 펼쳐지리란 예상이 들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도대체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판단되지 않았다. 로버트 랭던도 그랬겠지만, 읽고 있는 나 역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수시로 판단이 바뀌곤 했다. 

2권에서는 이제껏 등장한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느끼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느낌의 변화도 있었고, 작가가 전해주는 그들에 대한 추가 정보 등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CIA의 사토 같은 경우 1권에서의 느낌과 2권의 느낌이 아주 달라진 경우다. 사실 1권에서의 느낌은 별로였기 때문이다. 무슨 국가 안보 운운하며 관료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였는데, 2권에서는 그런 느낌이 좀 완화되었다고나 할까.

말라크의 과거가 2권에서는 완전히 드러난다. 1권에 나온 과거보다 좀더 현재에 가까운 과거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의 야망,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이코같기도 하고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감추고 있는 최고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는 난 완전히 경악을 해버렸다.

로스트 심벌은 랭던의 역할 뿐만 아니라 캐서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메이슨의 피라미드에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데 있어 캐서린이 가진 지식과 또한 추격자들을 따돌리는데에서도 캐서린의 비상한 두뇌가 한몫을 한다. 보통 이런 식의 소설은 남자가 주가 되고 여자는 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캐서린쪽이 더 멋졌던 경우였다.

따라서 랭던의 역할은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 축소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랭던은 고대 신비주의나 고대의 수수께끼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랭던의 기호학에 관한 지식이나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과정도 다른 책에 비해서 좀 약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신 캐서린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이런 랭던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CIA를 따돌렸지만 말라크에게 잡힌 랭던과 캐서린의 운명의 기로에서 난 내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어쩔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물론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으나, 하여간 랭던뿐만 아니라 읽고 있는 나도 십년감수했다고나 할까.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그곳에 감춰진 진실과 고대 신비주의, 종교, 과학등이 어우러져 커다란 틀을 만들어낸 로스트 심벌. 너무 많은 학문과 그에 대한 견해때문에 좀 산만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으나,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모든 것은 한뿌리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이 잊어버리고 사는 진리에 대한 탐구와 추구. 로스트 심벌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약하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읽은 로스트 심벌은 마무리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마음에 들게 끝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원래 수수께끼나 비밀의 신비는 공개되지 않을때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마술의 원리를 알고 나면 시시해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 책을 결코 시시하다고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 인물의 관계, 그리고 메이슨의 피라미드를 둘러싼 진실과 그것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음모는 한순간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들 만큼 흥미로웠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반전에 대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반응이 좀 신통찮았다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종교와 믿음, 그리고 과학적 토대에 근거한 사실과 신비주의에 근거한 현상들을 교묘히 융합해 내는 글솜씨에는 탄복했지만 결국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 그리고 성경 중심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종교나 학문 등은 왠지 그 나머지를 수식하는 배경 정도로 보이기도 한 건 사실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책이란 없다. 비록 몇 가지 부분이 눈에 거슬리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아주 잘 짜여진 구성, 그리고 다양한 학문과 역사적 지식의 방대함, 빠른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술 방식과 묘사는 댄 브라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워낙 섬세한 묘사가 많아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한장면 한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실제로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떤 식으로 묘사될까 하는 궁금함도 함께 생긴다.

댄 브라운의 또다른 소설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게 될까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덧> 2권을 읽으면서도 오자로 추정되는 것이라든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6페이지 13~14번째 줄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를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는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22페이지 밑에서 두번째줄 : 이 변신이 시작된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문장의 의미가 애매모호합니다.

244페이지 7~ 10번째줄 : "나로서는 역사를 통틀어 서로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인류의 모든 철학이 하나같이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웠다. 거대한 계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지요."

→ 문장의 앞뒤 관계를 따져보면 연결 구조가 어색합니다. 둘다 높임말로 서술되는게 매끄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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