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괴담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2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미미의 괴담은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가 쓴 '신 미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만화이다.
표지부터 뭔가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여자의 텅빈 눈, 그리고 여자를 감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손들과 얼굴들...
제목조차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미미의 괴담은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책 앞뒤 표지에 두편의 짧은 공포 만화가 실려 있다. 처음엔 책을 펼쳤을때 앞장에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이것도 만화?? 왠지 횡재한 기분까지 들었다.
게다가 검정색 종이에 은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일상에서의 비일상적 공포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미미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연작 만화라고 볼 수 있다. 미미와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여러가지 비일상적인 공포가 등장한다.

특히 난 이웃집 여자를 보면서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랐다. 특히 창문 너머로 들여다 보는 여자의 눈과 마주친 미미를 상상하니 내가 오히려 더 공포에 질리게 되었다.

풀소리와 해안은 무섭기도 하지만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강했다. 숲에서 목매달아 죽은 여자의 사연은 아마도 내가 상상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 죽은지 오래되었는데도 아무도 발견해주지 않았던 여자. 그리고....

해안의 경우에는 익사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해변을 소재로 그린 만화다. 밤중에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 역시 익사체로 발견된다. 해안에 숨겨진 비밀을 소재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린 만화이다. 그러나 진짜 궁금했던건 그 해변의 비밀을 이야기해주던 아르바이트 여학생이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묘지의 얼굴 같은 경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비석이라니...
어휴... 솔직히 말해서 난 집값이 아무리 싸도 공동묘지 근처에 있는 집에는 절대로 안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앞으로 묘지를 지날때 마다 비석을 의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 공포 만화의 공포가 일상으로 옮겨오는 그런 느낌이다.

둘이서만도 무섭지만 슬픈 이야기였다. 분신 자살을 한 엄마의 유령이 매일밤 아이를 찾아오는데, 얼마나 아이를 그리면 그 지경이 되서도 아이를 찾아 오는 걸까. 모성이란 건 그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인상에 남은 게 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붉은 원은 사랑에서 비롯된 한 여자의 질투심이 가져온 무서운 생각을 그린 만화이다. 미미와 그 남자 친구의 로맨스도 살짝 가미되어 있으나, 그것보다는 사랑때문에 누군가를 해치려는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는 게 좋을 것같다. 사랑은 기쁨도 가져오지만 슬픔과 아픔도 함께 동반하는 정반대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것이니 말이다.

총 6편에 앞뒷 표지의 두편을 포함해 미미의 공포 여행이 이어지는 미미의 괴담.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와 공포가 묘하게 결합된 이 만화책의 후속편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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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목소리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를 참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예전 토모에 시리즈와 소용돌이 시리즈를 읽으며 공포물의 재미를 만끽했건만, 언젠가부터 공포물이 아닌 다른 장르의 만화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와 멀어진건 사실이다.

독특한 소재와 그림, 그리고 묘한 스토리는 이토 준지 만화의 특징이다. 물론 잔인한 면도 빼놓을 수가 없지만.

어둠의 목소리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거식증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이야기를 담은 피를 마시는 어둠, 사람을 웃게 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개그 콤비 이야기 골든 타임의 유령, 오래전 일어난 댐 붕괴 사고로 인한 홍수의 환상이 계속되는 굉음, 이상 야릇하고 공포스러운 유령의 집을 그린 도깨비집의 비밀, 고깃집을 운영하는 가족의 끔찍한 비밀이 담긴 글리세리드, 죄책감이 속박으로 표현되는 속박인, 그리고 진심으로 용서해 줄 때까지 계속 찾아오겠다는 사형수의 생령이 등장하는 사형수의 벨소리까지.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그런 일상적인 일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비일상적 공포, 그리고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단면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나타나는 공포까지, 이토 준지가 만들어 내는 공포는 과학과 문명만으로는 설명하기 유령에서부터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둠과 공포스러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출된다.  

굉음과 속박인의 경우 후회와 죄책감을 소재로한 공포물인데, 오싹한 공포는 아니지만, 이런 일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나타나는 방식은 이 만화에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피를 마시는 어둠은 공포물의 고전적 소재인 흡혈이란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것이 거식증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맞물려 새로운 공포의 세계의 문을 연다. 오싹하기도 하지만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많이 드는 단편이었다.

도깨비집의 비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여름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유령의 집이란 걸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더 끔찍하다. 자신의 가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악한 인간은 오히려 악귀에 가깝다. 게다가 더 끔찍한 것도 기다리고 있다. (그건 직접 확인하시길..)

글리세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징그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하여간 이런 저런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일곱편 모두 독특한 소재로 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지금은 비록 공포물이 어울리지 않을 추운 계절일지도 모르나, 공포물은 오히려 긴긴 겨울밤의 어둠속에서 읽어야 제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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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제군들 준비되었나.
그럼 이제부터 망상 폭주 기관차에 불을 댕겨라~~~
그리고 소리 높여 망상적 청춘을 구가하라~~~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면 한마디로, 최고로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신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만 표현하자니 이 책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는 야심한 새벽 시간, 난 미친듯이 웃고, 자지러지게 웃고, 뒤집어지도록 웃었다. 

이 책은 모리미 도미히코가 두번째로 펴낸 소설이다. 그의 데뷔작인 태양의 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달려라 메로스, 유정천 가족, 그리고 여우 이야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역 발간된 그의 소설을 모조리 섭렵한 난 그의 두번째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조금 늦게 읽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이렇듯 웃음 폭탄과 망상 작렬을 안겨주는데, 그 서운함은 뒤로 미루리라. 

하여간 그 책들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과 함께 난 기꺼이 망상 폭주 기관차에, 한번은 가짜 헤이잔 전철(유정천 가족)에 몸을 싣고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여전히 망상 폭주 기관차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힘차게 달린다. 마치 끊임없이 연료가 공급되는 꿈의 기차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런 기차가 있다면 나는 절대로 내리지 않으리라.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굉장히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80일간의 다다미 넉 장 반 일주편에서 그 비밀이 밝혀지지만, 난 처음부터 밝히겠노라.

처음에 1화를 다 읽고 나니, 왠지 한편이 완결된 느낌이 들었다.
혹시, 4편의 연작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궁금증을 꾸우우우욱 누르고 다시 2화를 읽었다. '어라라? 근데 왜 이게 1화의 도입부랑 똑같지???' 라는 생각에 '혹시 내가 잘못 편집된 책을 샀나?' 하는 근심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페이크였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자... 제군들..
궁금하지 않은가? 왜 도입부의 이야기가 4화까지 반복되는지.
내가 제군들을 어여삐 여겨 그 비밀을 살짝 이야기해주겠노라.
귀를 열고 경청하라.

혹시 제군들은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1998)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한 여인네가 전철을 타느냐 타지 못하느냐에서 갈리는 운명에 관한 영화말이다.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대학 1학년 파릇파릇한 시기에 네 개의 동아리, 즉 영화 동아리 계, 제자 구함,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그리고 비밀기관 복묘반점(福猫飯店)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총 네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대학 생활의 양상이 조금씩 바뀐다. 아니지, 많이 바뀐다. 
오호라... 그렇게 생각하면 무슨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어느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개 방식이 바뀌는 그런 게임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깝지만.
그러나, 어느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떡하니 붙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남의 불행을 반찬 삼아 밥 세공기를 뚝딱하고 비울수 있는 주인공의 타기할 벗 오즈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역할을 조금씩 바뀌어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해서 나온다. 그런 것이 또한 이 책이 주는 큰 즐거움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고양이 라면의 정체라던가, 암중전골이 무엇인지, 찰떡곰맨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또한 카모 강변에서 갑자기 등장한 무뇽무뇽한 나방떼가 어디서 출현한 것인지, 그리고 주인공의 호기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이 어떤 모습으로 각 이야기에서 등장하는지, 그런 것도 주의 깊게 살펴 읽으면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다른 책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만 귀띔해주자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등장하는 히구치, 하누키씨도 비중있는 인물로 등장하며, <유정천 가족>에 나온 시모가모 너구리 일족이 사는 다다스 숲과 그 신사도 등장한다. 나머지는 제군들이 직접 발굴할 기쁨을 선사하겠노라..

우리의 주인공이 사랑의 훼방꾼에서, 자학적 대리대리전쟁의 대리인에서, 달콤한(그러나 알고 보면 오즈에게 속고, 혼자 망상하던)  생활인에서, 80일간 다다미 넉장반 일주를 한 로빈슨 크루소에서 탈출하여 그가 꿈꾸는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로 도달할 수 있었는지, 아닌지는 제군들이 직접 읽고 알아내길...

그러나, 제군들이 그 결말에 이르기전 작가의 청산유수같은 달변에 헤실헤실, 무뇽무뇽한 상태가 되어도 내 알 바 아니니, 그 점은 각오하고 이 책을 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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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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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네 사람이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야.

 읽으면서 참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녀 네명이 한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다니..
절로 고개가 갸웃해진다.

우연히 만나 한집에서 살게된 네사람, 요시, 당나귀, 요코, 아이코.
이들은 남녀 네명의 공동생활이란 것을 통해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요시는 아이코와 당나귀는 요코와...

요시는 조명 디자이너로 자신의 회사를 차리는 게 꿈이고, 당나귀는 곤충 사진에 매료되어 있다. 요코는 미용사로서 순탄한 길을 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유부남이었고, 그와의 사랑때문에 당나귀와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아이코는 불안신경증을 가지고 있으며,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여자다.

언뜻 보기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네사람은 사실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좋은 사람이란 것... 
그들은 서로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를 쏟아붓는다.

어찌보면 참 실속없다.
자신도 빠듯하게 살면서 빚을 지고, 아이코의 학원비며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당나귀가 만난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보낼 돈을 마련하고, 직장을 알아봐 준다.

저 사람, 사람은 참 좋은데....
우린 이런 말을 할 때 그 뒤에는 좋지 않은 뜻의 말을 숨기고 이야기한다.
이들 넷이 꼭 이런 경우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에서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
물론,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나귀는 요코와 그 남자의 관계에 고민을 하다 네팔로 떠나버리고, 아이코에게 좋은 사람이 생긴 걸 알게 된 요시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물러서지만, 너무 괴로워 몰래 여행을 가기도 한다.

당나귀가 후원하던 고등학생인 돌문어와 페퍼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지만, 너무 어린 부부라 며칠동안 아이들을 버려두고 가출하는 일도 발생하지만, 또 제자리를 찾아온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것. 그건 분명히 참 상냥한 마음이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할 때는 어떤 좋은 사람일지라도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당나귀가 그렇고, 요시가 그랬다. 

당나귀는 네팔에서 돌아와 요코를 받아 들이기로 하고 둘은 결혼을 하지만, 요시는 결국 아이코와 헤어진다. 모든 등장 인물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그건 동화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실적이라 새드 엔딩도 존재하는게 아닐까.

남녀 네명의 공동생활은 어찌보면 도덕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불순하지는 않았고, 화려하고 남에게 내세울 추억거리는 비록 없을지라도 순수하고 맑았던 시기였다. 그런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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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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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혹은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로 불리는 뱀파이어 시리즈의 제일 첫 권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고 유쾌하다. 사실상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읽으면 즐겁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보통 인간, 텔레파시 능력자, 변신 인간등 꽤나 흥미로운 존재들이 등장한다.
뱀파이어는 고전적 뱀파이어답게 은과 마늘을 싫어하고, 밤에만 돌아다니지만 인공 합성 혈액을 섭취하거나 뱀파이어 봉사자들에게 혈액을 제공받으면서 살아 간다. 즉, 여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은 존재이다. 요게 고전적 뱀파이어와는 조금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법적으로 인정 받은 죽은 자들이라...
무척 흥미로운 설정이다. 햇빛에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존재들인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공존의 삶은 자못 흥미롭다.

게다가 인간도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인 수키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인간도 있고, 수키가 일하는 바의 주인인 샘처럼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인간도 있다.

수키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능력때문에 늘 마음 속에 벽을 쌓고 사람들과의 경계선을 긋고 산다. 그러던 중 뱀파이어 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랑 이야기만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면 정말 별볼일 없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로맨스 이외에도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뱀파이어 사이의 세력 다툼이나 가족 간의 문제 등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고 로맨스, 미스터리, SF등 여러 장르를 혼합시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혹 가다가 한번씩 빵하고 터지게 만드는 유머도 갖추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남부 뱀파이어...
왠지 남부라고 하면 남부 사투리를 쓰는 뱀파이어가 연상된다.
(나에게 미국 남부는 노예 제도와 목화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도)

게다가 '빌'이라는 이름은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빌이라니.....  뱀파이어 이름이 말이지....
사실 뱀파이어는 오랜 기간동안 우리들에게 선망과 두려움의 대상인 존재였다. (물론, 가상의 존재라도)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산산히 조각낸 그 이름, 빌.. 차라리 애칭 빌이 아닌 윌리엄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남부 뱀파이어란 독특한 설정을 보면 빌이란 이름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게다가 빌이 입고 있는 티셔츠 - 우리는 뱀파이어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에 긴 망토를 입을 거라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 -에 쓰여진 문구는 완전히 나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Grateful dead = 감사함을 아는 사자(死者)
뱀파이어는 어쨌든 이미 죽은 자이니까.

또한 수키가 빌이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을 하니 <집 밖의 아늑한 관>이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 나는 또 한번 크게 웃었다. 투숙객 빌을 찾자 송곳니이냐 인간이냐고 묻는 말에도 역시 난 큭큭대고 웃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 그런 독특한 표현에 웃지 않으려야 안 웃을 재간이 없다. 

인간처럼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음모도 꾸미고 배신도 하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와 수키와 빌의 달콤살벌한 로맨스, 변신 인간의 등장 게다가 연쇄 살인범까지...
정말 쉴새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이외에도 감정의 교류 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대인들, 가족간의 유대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문제라든지, 아동 성추행과 관련된 사회문제도 크게 대두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언급되고 있다.

인간과 공존하며 주류가 되고 싶어하는 뱀파이어 빌과 수키의 사랑이야기는 알콩달콩 넘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키의 나이가 이십대 중반, 빌은 서른이니 유치하지 않는 사랑이야기도 참 즐겁다. 특히 빌이 수키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머리도 땋아주는 모습은 왠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여러가지 요소와 여러가지 장르가 혼합되어 있지만, 나름대로의 위치를 잘 잡고 있어 전혀 난삽하지 않으며 오히려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미국에서는 벌써 일곱권이나 나왔다는데, 인기가 있는 이유를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벌써 다음권이 읽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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