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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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서울의 중심지라 할수 있는 종로가 생활지역인지라 어릴때부터 인사동은 뻔질나게 지나치며 살아왔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서예동아리 활동으로 조계사 건너편 인사동으로 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했지요. 그때부터였을꺼예요. 화랑이라는 공간에 한 발자국 걸치며 작품을 관람하게 되고, 어려운 내용은 어렵게 받아들이고 쉬운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면서 제 나름의 예술관을 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시간을 들인만큼 제 주위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시회 티켓을 구해 같이 가자는데 누가 싫어할까 싶지만요.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책의 제목을 접하고는 마음이 땡겼습니다. 2014년 7월,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투쟁의 현장과, 그곳이 본래 지녔던 평화로운 일상과 자연을 보여준 <밀양을 살다>전이 서촌 내 류가헌갤러리에서 전시되었습니다. 사진가 18인의 '밀양' 현장 기록과 판화가 이윤엽, 화가 전진경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지인과 관람중에 만난 판화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동안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안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웬지 그 작품의 판매비용은 나도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작품옆에 붙어 있는 붉은 딱지를 보면서 나도 사볼까? 내가 살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며칠동안 허리띠를 동여매야 하나?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작품가격들이 비싸다는 이야기만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지라 작품의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몰랐던 시절입니다. 제 주머니 사정에 비춰서 생각하다가 내가 무슨..이러면서 전시장을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판화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윤엽씨의 판화는 따뜻해서 좋아합니다.

 

그 기억때문에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필자와 같은 월급쟁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필되었다"라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미술품구매 가이드에서 독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로 만든 이 책은 500만원을 제시하면서 "이 정도는 줘야 제대로 된 작품을 산다는 건 미술시장에 처음 쇼핑을 갈 때 알고 가야 할 최소한의 정보"라고 합니다. "독자들이 교양과 지식을 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대한 안내가 되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아, 내가 '미술 투자'라는 단어를 듣고 느꼈던 느낌이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소제목에 있습니다. '컬렉션, 이제 중산층의 자격'이라는 부분이...저는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작품 소장이 목적인지라 책을 잘못 선택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읽기로 시작한 책,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알면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쭈욱 읽었습니다.  미술품 투자를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이 보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첫 컬렉션은 개인전을 두세번 한 작가, 두 점 살 걸로 제대로 된 한 점의 작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공간과 작가의 내용을 듣는게 좋았습니다. 어떤 이력이 있는 공간인지, 어떤 내용을 추구하는지 몰랐던 작가들을 조금씩 아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아는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신생공간인 합정지구와 제 입에서 이름들이 익은 작가분들의 이름이 거론되니 오호라 이러면서 책이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민중미술에 대한 부분과 비엔날레, 그리고 아트페어와 화랑 등 폭넓게 내용들을 풀어주니 새로움도 있었습니다. 대중적인 축제이자 전문가를 위한 미술제전이라는 비엔날레, 아트페어는 전국 각지의 유수 화랑들이 한장소에 모여 며칠간 작품을 판매하는 미술장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말이지만 정확하게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싶었던 거지요. 민중미술과 관련된 부분은, '민중아트(minjungart)'라는 고유명사로 정착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한 시개의 획을 긋은 미술장르지만,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시장-서울시립미술관에 38억원 상당의 민중미술작품을 기증한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의 이야기도 신선했습니다. 민중미술작품에 감동하고 그 미술사적 중요성을 알고, 화가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한, 이런 분들이 있어 민중미술계가 꾸준히 성장할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셈이니까요. 이 부분은 민중미술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미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집필로 생애 첫 컬렉션을 합니다. 저자는 "오로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켈력션"으로"작품 구매를 통해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신진작가의 앞날에 작은 징검돌 하나는 놓아주자"고 희망합니다. 투자라는 말이 개인의 자본축적이 아닌, 미술계의 투자로 느껴져서 기분좋게 책을 덮었습니다. 당장 500만원으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저도 제가 좋아라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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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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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더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일본 최고 지성이 30년 내공을 담아 전하는 읽기와 쓰기에 대한 모든 것. 


언어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한다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언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언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피이자 살이고, 뼈이자 피부입니다. 얼마나 양질의 언어인가, 어떻게 생긴 언어인가,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 감각, 삶의 방식이 송두리채 영향을 받습니다. 영어를 솜씨 좋게 구사하게 되었다는 것은 '영어를 모어로 삼는 종족의 사고방식, 감각'을 내 몸에 새기고 각인시켰다는 것을 뜻합니다.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10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고베여학원대학에서 '창조적 글쓰기'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강의를 할 당시의 열의와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14강으로 정리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 예상하면서 쉽게 읽혔는데 중간부분에 오니 전문적인 내용이 있고, 강의의 범주가 워낙 큰 지라 두어번 다시 되씹어 읽고 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언어에 대해, 모국어의 개념에 대해 강단에서 100여명의 수강생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자 후기에 밝혔듯이, 마지막 강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1년동안 재직한 대학의 마지막 강의이기에, "'마지막이니까 그래도 뭔가 보여주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겨 평상시보다 좀 다 강하게 '빙의'했"(p.315)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 역설적이지만 저출산 정책과 아동 학대는 사상적으로 동일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중략)...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이해득실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령하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 (p.202)  위 본문내용처럼, 주제와 다른 이야기같지만 일맥 관통하는 다양한 사고와 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내용으로 서문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언어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서 놀랬습니다. 언어 정책을 세우는 정치가, 관료, 학자들이 "모어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 집단의 지적 창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점"(p.10)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에 최적화된 교육'을 밀어붙어 지적 생산력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와 전혀 다른 이국의 우주관, 윤리규범, 미의식과 만나는 일(p.10)이라고 합니다. 


초등 학부모인지라 영어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라 이런 부분이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는 그 집단의 우주관이라는 명제에, 우리 아이들이 본인에 대해, 모국에 대해 정립된 상태가 아닌데 영어사용국가의 우주관을 익히게 하는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이젠 외국어의 직역이 가능한 시기인데 말이죠. 


모국어의 위기감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책에서 본질적인 주제로 삼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서 집중하기로 합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는 능력도, 글을 정확하게 쓰는 능력도 아니라고 합니다. 필요한 것은 독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자가 가능하면 기분좋게 술술 읽어주기를 바라는, 속 깊은 마음이 '설명'에 특별하고도 풍부한 색채를 더해준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전체 강의 내용보다는 부분 내용으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가깝게 다가간것 같아 기분이 흡족합니다. 그러나...책을 다시 읽어볼 계획입니다. 저자, 메타 메세지, 독자 등 언어 환경을 기반으로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쉽사리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저작물-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언어학적인 부분과 사회문화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는 지라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와 피에르 브루디외의 '구별짓기'의 설명을 통해, 집단의 사회적 행동을 규정하는 보이지 않은 힘(무의식적인 속박이며 계층사회를 성립시키고 있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만의 특수한 언어 환경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대상'에 대한 부분도 설명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강의의 내용이 인문문학적으로 깊게 들어가는지라 중간중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오래전 어려웠던 글을 읽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이해가 되어서 기뻐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책도 기대가 됩니다. 1강씩 나눠서 읽어보고 되씹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인문학 책을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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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종교이야기 -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를 위하여 My Little Library 3
김환영 지음 / 한길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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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어린 시절, 교회선생님이 창문에서 교회가자고 일요일 아침마다 저와 동생을 부르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회 예배실, 진갈색의 긴 방석 위에 앉아 기도를 드리는데, 제 눈에 빵구가 난 양말이 보여 창피했습니다. 성탄절마다 자잘한 먹을꺼리를 받으러 다녔던 기억도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교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2개의 교회로 쪼개졌습니다. 날라리 교인으로 기독교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성경도 두어번 완독했습니다. 가끔 성경 순서(창세기-출애굽기로 시작하는 구약 순서)를 노랫말로 부르곤 합니다. 여기까지 쓰면 아, 기독교인인가 보구나 싶지만 아닙니다. 종교를 묻는 질문에는 당당히 무교라고 체크합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저의 생활에서 종교적인 삶을 체화시킬 수 없는게 가장 큰 이유같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제가 종교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게 있었다는 말입니다. 종교가 없는 상태이지만, 조물주=신을 믿기는 합니다.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에 맞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성탄절에는 교회를, 석탄절에는 절에 가고 싶어 하며, 지역 내 여행을 하면 종교시설을 둘러보곤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나라의 민속과 다른 나라의 종교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중입니다. 이런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제가 읽기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한길사에서 출판했다고 해서 신뢰가 갔습니다. 글이 어렵더라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표지를 넘기고 보니 수월하게 익히는 내용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종교학개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학문의 연장선상에서 혹은 인간의 삶을 통틀어 묻게 되는 질문을 들며 지식뿐만 아니라 종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서론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종교에 대해 조크를 해도

그 종교가 개의치 않는다면 그 종교는 좋은 종교다. 

-길버트 체스터턴

 

, 페이지 하단에 적힌 문장을 보고 답답했던 마음이 뚫렸습니다. 본문에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불교의 염화미소, 개신교의 데살로니가 전서  1장의 바울이 말한 항상 기뻐하라는 문구, 이슬람의 일화 등.

 

최근 성()과 속()과 웃음, 종교와 웃음의 관계를 연구하는 종교학자·종교사회학자들이 늘고 있다. ...종교문화속에서 생성되는 우스갯소리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일차적으로 경전 자체에서 웃음을 찾는다. 그들의 논리는 유머는 강력한 설득의 도구라는 것이다. (p.17)

책의 전반을 휘두르는 내용은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잡다한 지식이기보다는 저자가 원하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종교학개론 인 셈입니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신교의 비율이나 우리나라 종교의 갈래에 대한 설명 등 자잘하지만 한번은 궁금했던 내용들입니다. 또한, 눈길이 가는 부분은 페이지 하단에 적힌,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명언들입니다. 


 

우리에겐 서로 미워할 만큼의 종교는 있으나 서로 사랑할 만큼의 종교는 없다. -조너선 스의프트


종교를 위해 순교하는게 그 종교를 철저히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보다 쉽다. -호르헤 보르헤스


약간의 철학은 인간 마음의 방향을 무신론으로 향하게 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은 인간 마음의 방향을 종교로 돌리게 된다. -프랜시스 베이컨


우리는 조금 알수록 더 강하게 믿는다. -미셸드 몽테뉴

 

각 종교의 경전들도 쉽게 접해 인식의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싶어집니다.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경전을 통한 삶으로 체화시키는 분들과 종교를 통한 구원까지 논할 수 있는 생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개론을 읽었다면 이제는 원론으로 넘어가고 싶어지는군요. 작가님의 다음 집필을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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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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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그림이 내 곁에 다가온 순간이 지금까지 내가 그린 그림을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작품을 실제로 보고 온몸이 전율에 휩싸였고, 울컥하는 감정을 넘어 눈물이 쏟아지는 경험을 로스트의 작품을 통해 겪었던 것이다." 책의 저자인 박미성님은 여는 글에서 본인의 경험을 통해 예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는글과 목차를 쭈욱 흝어보면서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전문적 식견은 아니더라도, 대형기획사에서 주최하는 미술가들의 전시회에 가서는 오랜 시간을 그림을 쳐다본 적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미술가들이 그린 일상의 모습이 저의 생활과도 일치되는 모습이 있었던지라 몇 장면이 기억되곤 합니다. 삶에 대한 갈망이 있을 때, 그 감동이 더 있는 듯합니다.

 

강의로 시작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강의의 흥미, 대중의 관심 등 피드백을 바로 바로 받을 수 있는 강연에서 검증된 내용이기에 책을 읽는 동안 흥미진진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미술사 이론이 아닌 개별의 미술가들 통해 그 시대를, 미술가들의 사조를 설명하는 방법인지라 이해가 더 빠르게 됩니다. 

 

천재형vs노력형, 르네상스의 두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빛에 매료된 두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 · 요하네스 베르메르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화살을 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 프란시스코 고야

위대한 빛, 그리고 우정 에두아르 마네 · 클로드 모네

불꽃 튀는 천재들의 만남 폴 고갱 · 빈센트 반 고흐

애증의 줄다리기 속에서 피어난 예술 오귀스트 로댕 · 카미유 클로델

가장 요란한 작가와 가장 과묵한 작가 앙리 마티스 · 파블로 피카소

상식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살바도르 달리 · 르네 마그리트

 

작가들 앞에 붙은 소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암시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도 각자의 삶이나 작품들을 최대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술가들과의 조우를 통해, 삶에 대한 열망이 예술포 표현되는 지점도 확인해보세요. 

 

참, 대중들을 위한 책에서는 도판이 아쉽게 마련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보더라도 아쉽게 마련인지라, 한 페이지씩 할애하여 작품들을 보여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작품의 크기와 색감은 머리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도 미술사들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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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이야기
니시 카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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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에 각인된 흰밥의 특별한 기억! 

활자로 읽는 음식 맛은 3할정도 더 맛있다.

 

 

표지 앞면을 채운, 그릇에 가득 담긴 흰쌀밥은 책을 읽는 독자의 추억과 현실에 맞게 각각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듯합니다. 취사가 완료된 압력솥 뚜껑을 열어 확 퍼지는 김을 입김으로 후후 불면서 흰쌀밥을 밥공기에 담습니다. 좋은 쌀로 만든 밥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갓 지은 쌀밥도 참으로 맛있습니다. 그 쌀밥에 알맞게 익은 붉은 김치를 올려 먹는 것을 제 아이는 가장 좋아합니다. 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면서 아, 내가 밥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저거구나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추억으로 책을 선택했습니다. 가볍게 읽기 쉬운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부담이 없었습니다.

 

이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자란 니시 나가코 작가는 성장 환경이 남달라서 그런지 일본 음식에 대한 애정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일본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식도 그렇지만. 추억과 연계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추억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간간히 실려 있는 음식 관련 드로잉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 편집이 이렇게 되어 있다면 책에게서 눈이 안 떨어지겠네요. 다행히 중간중간에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놈'이라는 단편도 좋습니다.

 

누구의 생각인가.

'놈'이다.

이 '놈'이란 하나코가 종종 떠올리는 '존재'였다. '신'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 말로는 느낌이 딱 와 닿지 않는다. 어쨌든 어딘가 먼 곳, 아주 높은 곳에서 하나코가 우쭐해져서 방방 뜨지 않는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아, 신의 존재를 저렇게 표현하다니...읽으면서 웃음이 퍼졌습니다. 목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입원한 하나코가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서 '놈'과 음식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재미있었습니다. 수술을 끝낸 엄마가 저에게 한 말씀은, 흰 쌀밥과 돼지 갈비가 드시고 싶으시는 거 였습니다. 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가 회복되는 중이구나 싶어서 안도했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작가처럼, 음식과 관련된 추억은 끄집어 낼수록 많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어떤 형식으로라도 기록을 해야 겠구나 생긱이 들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말이죠.

 

예상대로 쉽게 읽혔습니다. 다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은 일본 음식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상상이 100%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란띠지에 밝혔듯이 "위는 추억으로 만들어졌다"는 문구처럼, 우리나라 음식인 한식에 대한 글이라면 참으로 즐겁게 읽었겠구나 싶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일식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읽으면 저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더 있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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