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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라이트와 유인등 ㅣ 에리사와 센 시리즈 1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며든다, 스며들어...
공원에서, 숲에서, 산에서 곤충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30대 중반의 남성을 봤다면 잠시 눈길이 머물렀을지도, 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말았을 거예요. 조금 특이해 보일 순 있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으니까, 개인의 취미활동은 존중하니까요. 에리사와 센, 처음엔 이 소설의 주인공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자칭 사립 탐정이라고 소개하는 인물도 있어서, 에리사와는 조연이구나 싶었죠. 아무래도 순한 인상에 어리버리한 태도가 상대방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면서, 위험한 사람은 아니겠다는 판단을 하게 만드네요. 설마, 고도의 전략? 이라고 하기엔, 그 엉성함이 너무 완벽해서 속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네요. 초면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스며드는 에리사와 센을 보면서 저 역시도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네요.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은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의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이라고 하네요.
대표작이라고 알려진 <매미 돌아오다>, <잃어버린 얼굴>을 아직 읽어보질 않아서 어떤 분위기의 작품인지 몰랐는데, 이 한 권으로 확실히 사쿠라다 도모야 풍이 뭔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곤충 생태에 빠져 어디든지 달려가는 에리사와 센이 특유의 관찰력으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롭네요. 우리 일상과 밀접한 장소들, 이를 테면 밤의 공원이나 한낮의 등산로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질 때는 섬뜩한 공포를 느끼기 마련인데, 사진 배경처럼 어슬렁거리던 에리사와 센이 슬그머니 나타나서 핵심을 짚어낼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 몰입하게 되네요. 잔인한 장면 없이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하다니, 마치 에리사와 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곧 새로운 장르가 된 것 같네요.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이라는 제목처럼 빛에 이끌리는 것이 곤충인지 인간인지, 진짜 에리사와 센이 쫓는 것이 곤충인지 사건인지 묘하네요. 일본 미스터리 랭킹 3관왕을 차지한 작가의 필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확인하는 계기였네요. 아참, 곤충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많아졌다는 것도 에리사와 센의 영향이랄까요.
"··· 저에게 '횃대'라는 단어는 새장 안에 가로질러 놓인 한 줄기의 막대를 떠오르게 합니다.
카운터가 새장의 횃대라면, 가게는 곧 새장이겠죠. 손님들은 회사든, 가족이든 어떤 조직이든······ 크게 보면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그곳을 벗어나 마음을 달래러 찾아온 이곳마저 새장 안이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가게 이름을 '나나후시'라 지음으로써 이 횃대를 숲속의 한 그루 나무에 비유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렇군. '나나후시'라는 이름은 이 횃대에 모여든 우리를 말하는 거였어."
"에리사와 씨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들었네요. 대벌레에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대벌레 같은 묘한 곤충을 보면 진화에는 역시 무언가 의지가 작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지가 되고 싶다는 강한 소망이 없었다면 그런 모습에 도달할 수 없었겠죠. 저는 언젠가 대벌레가 진짜 나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자, 다시 한번 건배하시죠!"
"건배라니, 무엇을 위해서?"
"물론 우리 '인간 대벌레과科'를 위해서죠." (124-12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