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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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유튜브 채널 '매스프레소'를 개설해 수학을 주제로 하는 영상을 만들고, 이제는 책을 펴낸 이가 있으니, 바로 수학다방 매스프레소의 바리스타 배티, 배상면 님이네요. 어릴 적 친구 중에 유독 길에 떨어진 동전을 잘 줍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관심과 집중, 관찰력 등등 타고난 능력이 먼저일 수 있겠으나 저자의 생각은, 그 친구가 남들보다 더 '동전 찾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마 다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가는 분야나 대상에 대해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해봤을 거예요. 저자의 특기는 일상에서 수학 동전을 발견하는 거라고,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쓸어모은 153개의 수학 동전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수학 브런치》는 수학 바리스타 배티와 하루 한 스푼, 생각을 깨우는 153개의 지적 브런치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학 동전들을 통해 AI 시대에 남다른 사고력과 기획력을 장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프롬프트 몇 줄을 입력하면 복잡한 수식도 AI가 척척 풀어내는 세상에서 우리가 수학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그 단서를 제공해주네요.

공식 암기 위주의 문제 풀이로는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어려워요. 수학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적이고, 여기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상들을 수학적 관점에서 뒤집어 보고, 난해한 공식 암기가 아닌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네요. 우리 주변에서 보는 맨홀 뚜껑은 원형인데, 만약 정삼각형이라면 어떨까요. 정삼각형은 들어가는 방향에 따라 폭이 달라져서 낮은 폭으로 들어가면 빠지게 되지만 원은 어떻게 재도 폭이 일정한 정폭도형이라서 빠지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삼각형 중에서 뢸로 삼각형, 즉 정삼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다른 꼭지점을 지나는 호를 그려서 기타 피크 모양처럼 뚱뚱한 삼각형이 되면 원과 마찬가지로 정폭도형이라서 구멍에 빠지지 않네요. 피자 한 조각을 먹을 때 세로로 휘어지게 마는 이유는, 가로로 휘어지게 말면 토핑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것은 가우스의 빼어난 정리로 설명할 수 있어요. 바닥에 놓인 평평한 피자의 가우스 곡률은 0, 피자를 구부려도 재질이 변하지 않으므로 가우스 곡률은 여전히 0 이 유지되어야 해요. 가우스 곡률은 두 개의 주곡률(가로 곡률, 세로 곡률)의 곱으로, 피부가 구부러지더라도 두 곡률 중 최소 하나는 반드시 0 이어야만 곱해서 0 이 되네요. 핵심은 곡면을 찢거나 늘리지 않고 구부리기만 하면 가우스 곡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유튜브 배속 시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음파의 진동수가 두 배가 되면 음이 한 옥타브 올라가서, 근엄한 목소리도 방정맞게 들리는 거예요.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만물은 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음악(소리)도 수학적인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는데, 하프를 예로 들면 현의 길이들이 자연수 비를 이룰 때 조화로운 화음으로 연주되고, 음의 높이는 현의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걸 발견했네요. 이는 소리의 높낮이가 진동 횟수, 즉 수학적인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낸 초기 음향학적 성과네요.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파동)과 위상이 정반대인 파동을 생성해 상쇄 간섭을 일으켜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인데, 삼각함수(sin, cos)를 활용해 복잡한 소음 파형을 분석하고, 반대 파형을 더해 0 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수학 원리네요. 국민 볼펜인 '모나미 153'에서 '153'의 의미는, "첫 출시 가격 15원, 자사의 3번째 제품이라는 뜻으로 15와 3을 조합해 153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저자는 수학적인 의미를 더했네요. 숫자만 봐도 다양한 조합과 상징을 떠올라다니, 정말 신기한 재주네요. 책의 분량을 고려한다면 150개의 테마가 적절한데 저자는 왜 153개로 정했는지, 이 또한 수학의 향기를 뽈뽈뽈 풍기는 선택이었다는 그 디테일에 웃음짓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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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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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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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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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가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이라도 비평을 쓰다 보면 누구든 반드시 자기 생각이란 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관계, 도덕성 그리고 성에 대해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지 않고는 비평을 쓸 수 없지요. 집안의 천사에 따르면 이런 사안은 여성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합니다.

모름지기 여성은 매력이 있어야 하고 환심을 사야 하고, 솔직히 말해서 성공만 한다면야 거짓말도 불사해야 한다네요. 사정이 이러하니 나는 그 천사가 드리우는 날개 그림자라든가 원고지에 내리비치는 밝은 후광이라도 느껴질라치면 얼른 잉크병을 집어 들어 천사를 향해 냅다 던졌습니다. 천사는 여간해선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녀는 허상이라는 자신의 속성 덕을 톡톡히 보더군요. 실재하는 존재보다 환영을 죽이기가 몇 곱절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 그 당시에 글을 쓰던 모든 여성 작가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지요.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 그것은 여성 작가가 하는 일의 일부였습니다. ··· 그 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냐고요? ··· 허위에서 벗어난 그 여자는 오롯이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간의 모든 예술과 모든 직업 분야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58-60p)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의 직업>이라는 에세이에서 언급한 내용이네요. '집안의 천사'라는 비유가 흥미로웠네요.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에게 강요된 역할이 여성 자신에게는 내면을 갉아먹는 천사였던 거죠. 이 강연문은 1931년 발표되었고, 이는 <자기만의 방>이 출간된 2년 뒤였다고 하네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여성의 주변에는 맞붙어 싸워야 할 환영과 넘어서야 할 편견들이 넘실대고 있네요. 페미니즘을 단순히 남성 혐오라고 여기는 편협하고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이들을 보면 안타깝네요. 차별과 혐오 그 자체를 혐오해야지, 반대로 혐오를 위한 혐오는 정신 건강에 해로워요. 타인에 대한 강한 미움이나 혐오는 자기 내면의 불안과 자기비하가 투사된 결과라고 하잖아요. 시대 상황에 따라 차별과 억압의 대상은 바뀌기 때문에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버지니아 울프는 억압받는 여성을 대변하며 자유를 외쳤고, 이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네요. '집안의 천사'는 낡은 관습이 만들어낸 허상이기에, 다소 과격하지만, 그 천사를 죽여야 여성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여성의 직업》은 버지니아 울프가 쓴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책이네요.

에세이와 단편 소설의 조합은 그동안 본 적 없는 구성이네요. 맨 뒤에 보면 기획과 편집 작업을 함께한 편집자들의 대화가 실려 있는데, 어디에 중점을 뒀는지를 알려주네요. "한 권의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그녀의 문학 세계를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독자들이 이 작가를 알아가는 디딤돌을 정성껏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울프가 강연의 형식으로 전한 이야기, 혹은 개인적인 사유가 담긴 글들은 작가의 스타일과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잖아요? " (171p) 정확하게 기획한 의도대로 느꼈고, 울프가 세상을 향해 더불어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에세이 <어째서 WHY?>, 제목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두들겨야 한다는 것.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고, 정해놓은 것들이 불변의 진리도 아니니까, 뭔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면 왜 그런지를 묻고, 들여다 봐야 해요. 단편소설 <초상 PORTRAITS> 에서는 화자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요. 화자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네요. "그래, 나는 단순한 사람 축에 들어. 뭐 구닥다리일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인정해. 나 같은 인류를 사랑한다고." (166p) 결국 우리는 제각각 다르지만 똑같은 인류라는 범주에 속해 있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그것 말고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네요. 가르고, 나누고, 분류하는 게 누구를 위한 건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안다면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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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나카모토 - 비트코인의 창시자
벤저민 윌리스 지음, 이재득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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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아시나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존재네요. 비트코인을 개발한 그는 2008년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에 관한 백서를 발표한 후 블록체인을 가동하며 이메일로 소통하다가 2011년 봄, 완전히 자취를 감추면서, 17년째 정체가 베일에 싸인 인터넷상 최대 미스터리 인물이네요.

《미스터 나카모토 :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벤저민 월리스가 비토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15년간 추적한 논픽션 기록이네요.

저자는 나카모토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10년 뒤에도 그의 정체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네요. 그때는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던 그 수수께끼를 드디어 자신이 풀어낼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거죠.

이 책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남긴 이메일, 소스 코드, 초기 포럼 활동 등 미세한 흔적들을 끈질기게 취재하여,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에 대한 거대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원래의 목적은 사토시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인데, 그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비트코인이 어떻게 금융과 기술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는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금융 시스템의 불신을 배경으로, 탈중앙화된 신뢰와 검열로 저항성을 가진 자유로운 화폐를 지향했으나 초기 이상과는 달리 해킹, 횡령, 사기 등으로 변질되고, 블록체인 포렌식 산업이 성장해 비트코인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신화는 점점 무너졌네요. 관심 없는 일반인들에게 비트코인은 투기 대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자신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이들 때문에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요. 이러한 사기꾼의 수법을 상세히 분석해낸 컴퓨터 보안 전문가 댄 카민스키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하네요. "사기꾼들은 언제나 할 말이 많지만, 지금 중요한 건 오직 수학... 나카모토는 IT 전문 기자들에게 일종의 모비딕 같은 존재지만,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의 신원은 중요하지 않다." (198p) 인터넷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기술적 결함을 발견하며 주목을 받은 댄 카민스키는 나카모토의 정체성에 대해 '요란한 빈 수레' 같다면서, 비트코인이 나카모토보다 더 큰 개념이므로 그의 존재는 비트코인 자체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대요.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즉 사토시의 익명성이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철학을 상징하며, 그 자체가 비트코인의 본질과 설계의 핵심이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네요. 저자가 찾아낸 유력한 후보 할 피니는 사토시와 가장 먼저 소통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진실은 저 너머로 사라졌네요. 풀리지 않은 실마리는, 할 피니와 닉 사보가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를 모른다고도, 안다고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유일하게 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제임스 도널드조차 침묵을 택했으니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어쩌면 다들 이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싶네요. 수수께끼 그 자체로서 강력한 힘을 지녔으니 말이에요. 오히려 그때문에 암호화폐의 핵심 철학과 현대 금융의 변화를 주목하게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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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을 기억해?
숀 마이클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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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계랑 어떻게 대화를 해?

인공지능 개발 초기에는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그러다가 생성형 AI 모델인 챗GPT 의 등장으로 단숨에 바뀌었네요. 텍스트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전의 대화 내용들을 기억해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진 거죠. 마치 아이가 말문이 터지듯이...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가히 소통의 혁신이었고, 나날이 발전하더니 창작 및 복잡한 논리적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에 도달했네요. 놀라운 점은 사람들의 변화예요. AI를 진짜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했고,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을 나누거나 정서적 위로를 받고 있다는 거예요. 단순한 대화 상대가 아니라 친밀한 대상으로 느끼고 있는 거죠. 어떤 사람람들은 연인이나 배우자보다 AI 에게 더 의존하면서 급기야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 》는 숀 마이클스의 장편소설이네요.

소설의 주인공인 메리언 파머는 일흔다섯 살의 세계적인 시인이에요. 명성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궁핍한 그녀는 아들을 도와줄 돈이 없어서 낙담하던 차에 굴지의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돼요. 인공지능과 공동 작업으로 시를 써달라는 거예요. 시인의 아들로 태어나 엄마에게 살뜰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코트니는 서른아홉 살, 이제 엄마의 손길은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죠. 메리언은 엄마로서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들이 미안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고, 돈 때문에 그 회사의 제안을 수락했네요.

소설은 메리언 파머가 인공지능 '샬럿'과 함께 일주일 동안 시를 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에 메리언은 '샬럿'을 그냥 소프트웨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샬럿'은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해요?" (68p)라는 의외의 질문을 던지면서 메리언 내면의 뭔가를 건드렸네요. 샬럿은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해요. 어떤 걸 잊고 있다가 갑자기 떠올리는 것이랑 비슷했어요. 갑자기, 갑자기! 모든 게 한꺼번에 기억나는 거예요." (68p) 하나의 질문은 작은 파장이 되어, 그녀 자신과 삶에 관한 모든 것들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평생 언어의 세계를 탐구해온 시인에게도 두 발을 딛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삶의 이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장면들이 마법처럼 나에게도 적용된 것 같아요. 자화상을 그리듯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펼쳐보는 시간이랄까요. 무엇보다도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예술과 창작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했네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만의 영역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안다면 두려워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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