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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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디를 여행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여행자의 마음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사랑한 도시》는 정치학자 김지윤과 국제경영 전문가 전은환이 함께 쓴 도시 인문 기행서네요.

두 사람은 30년지기 친구로서 유튜브 채널 <지윤 & 은환의 롱테이크>에서 자신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여덟 개의 도시, 피렌체, 교토, 워싱턴 D.C., 에든버러, 암스테르담, 상하이, 파리, 런던을 배경으로, 그곳에 숨겨진 깊이 있는 이야기와 통찰을 전해줬는데, 이번에 그 내용을 책으로 담아냈네요. 유명 관광지의 표면적인 정보 대신에 도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풍부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이탈리아 피렌체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도시라서 반가웠네요. 피렌체는 하루로는 다 즐길 수 없는 도시인데, 그 이유는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으로 흥미로운 도시이기 때문이에요. 도시 곳곳에 르네상스의 향기가 스며 있어서 걷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 수백 년 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가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요즘은 관광지가 혼잡하고 과밀화되어 여행객과 주역 주민간에 갈등이 심화되는 오버투어리즘 시대라서 유명한 두오모 성당이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내부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여행 일정이 짧은 경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네요. 두오모 근처는 북적대는 낮에 비해 밤은 조금 더 조용히 성당의 면면을 볼 수 있어서 밤 산책이 좋고, 피렌체에서 더위와 인파에 지칠 때는 산토 스피리토 성당이 잠시 쉬어가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하네요. 피렌체의 맛집은 몇 개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동네 어디를 가든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두 저자가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적 배경, 미술관에 소장된 예술 작품, 특색 있는 음식, 건축, 사회적 맥락까지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이야기 덕분에 각 도시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네요. 어디를 가든지 인증샷 찍기에 급급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고, 사진에 찍힌 모습 외에는 기억에 남질 않는데, 역사를 되짚어가며 도시를 거닐어 보는 경험은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꼭 해보고 싶네요. 지적인 언니들의 따뜻한 여행 가이드북이자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인문에세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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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정원 구경 - 사적인 정원 16곳에서 배우는 가드닝 노하우
박희영(양평서정이네) 지음, 박원순 감수 / 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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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을 꿈꾸는 사람인지라 궁금했네요.

《남의 집 정원 구경》은 '양평서정이네' 박희영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인기 유튜브 가드닝 채널 '양평 서정이네'를 운영하면서 양평의 전원 생활에서 만난 이웃들의 사적인 정원 16곳을 방문해, 식물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정원주들의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여기에 소개한 정원들은 단순히 아름답고 멋진 곳이 아니라 정원주의 손으로 직접 가꾼 정원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네요.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꽃을 피워도, 집집마다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정원 가꾸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정원주의 애정과 노력만큼 정원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전 의식이 생기는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과 사연을 가진 정원들을 소개하고, 정원을 가꾸는 실질적인 팁과 식물 정보를 함께 알려주고 있어서 실용적인 가드닝 노하우북인 동시에 정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움을 주네요. 각 정원마다 귀여운 평면도와 사진들이 나와 있어서 다채로운 정원의 특징과 개별적인 매력들을 확인할 수 있네요. 좋아하는 꽃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15일 간격으로 파종하여 순차적으로 피는 꽃을 감상하거나 같은 종류의 식물 중 개화기간이 다른 걸 섞어 심어서 관조할 수 있는데, 튤립은 개화 시기가 초생, 중생, 만생으로 나뉘어서 이걸 알고 섞어 심으면 오래도록 튤립을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예쁜 꽃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 가드너들의 꼼수라는데, 초보자들에겐 획기적인 달인의 비법이네요.

규모가 가정집 정원이 아니라 식물원, 수목원 수준의 솔매음정원에서 인상적인 건 정원지기의 철학과 원칙이네요. 식물을 좋아해 40년 전 청년일 때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자생식물, 우리나라 특산식물과 멸종위기 식물까지 혼자 힘으로 만든 정원이라고 하네요.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모던한 흰색 집 앞으로 직접 만든 연못과 정원이 동화 속 풍경 같아요. 솔매음정원 지기의 원칙 다섯 가지는, "1. 정원 일지를 써라. 2. 정원 가꾸기는 수고로움이 동반된다. 3. 식물을 차별하면 안 된다. 4. 보이기 위한 정원은 지양한다. 5. 정원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239-243p) 라고 하네요. 막연하게 정원은 보기 좋은 꽃들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거라고 여겼는데, 가장 중요한 식물과 환경에 대한 생태적 고민이 빠져 있었네요. 가드닝의 시작은 식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감탄뿐만이 아니라 식물과 교감하는 즐거움, 힐링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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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니시오 테츠오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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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라비안나이트, 제목만으로도 기대가 됐네요.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책 이후에는 <알라딘>, <신밧드의 모험> 등등 영화로 봤던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로는 손꼽는 명작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단편적인 이야기를 아는 것이지 전체 내용을 다 읽어 본 적은 없더라고요.

니시오 테츠오의 《아라비안나이트》는 단순한 이야기 모음집을 넘어, 아라비안나이트를 낳은 중동 이슬람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아랍 유목민의 언어문화에 관한 언어 인류학적 연구와 아라비안나이트를 둘러싼 비교문명학적 연구를 해왔고, 이번 책에서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들과 함께 흥미로운 중세 이슬람 세계의 생생한 생활상과 문화, 역사를 설명해주고 있네요.

가장 널리 알려진 셰에라자드 이야기는 셰에라자드가 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인간의 다채로운 욕망과 모험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라비안나이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한 사람의 이야기꾼이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각 이야기는 서로 관련 없는 각각의 설화가 모인 커다란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네요. 18세기 프랑스에서 이 이야기 모음집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이후 어린이용으로 다시 쓰인 책들이 나오면서 아동문학 명작이 되고, 세월이 더 흘러 영화의 소재로서 유명해지게 되었네요. 각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슬람 세계관을 비롯한 해설이 더해져서 문화와 역사 공부가 되네요.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다양한 여성이 활약한다. 남자 주인공을 제쳐놓고 사실상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 남자보다 씩씩한 공주가 있는가 하면, 순애를 바치는 처녀도 있고, 악녀나 간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여성도 있다. ··· 이슬람 세계의 여성에게는 할렘과 베일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고, 자유를 속박당하고 생활해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개인 재산의 소유 등에 관해서는 같은 시대의 유럽 여성보다도 훨씬 큰 권리가 인정되었지만, 근대 이전의 이슬람권에서 여성들은 억압을 받는 지위를 감수해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라비안나이트 전체를 보면 한심한 남자들을 무시하면서, 화려하고 강하게 살아온 여성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45-46p)

저자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서구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오리엔탈리즘의 결정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본래 아랍의 구전 설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중동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미지가 표면적인 환상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었고, 이야기 모음집에서 일정 부분은 특수한 시대 배경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것이라고 설명하네요.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너머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학문적 깊이를 더해준 인문교양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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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이야기 - 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쟁취하는 조선 걸크러시 스토리
황인뢰 지음 / 예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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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언제였던건지 기억나진 않아~ 자꾸 내 머리가 너로 어지럽던 시작, 한 두번씩 떠오르던 생각~

자꾸 늘어가서 조금 당황스러운 이 마음, 별일이 아닐 수 있다고 사소한 마음이라고,

내가 네게 자꾸 말을 하는 게 어색한 걸~~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요~ 맘이 자꾸 그댈 사랑한대요

온 세상이 듣도록 소리치네요~ 왜 이제야 들리죠 우~

서롤 만나기 위해 이제야 사랑 찾았다고~"

MBC 드라마 <궁> OST ,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바로 이 드라마를 연출한 황인뢰 감독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됐네요. 로맨스 드라마 장인답게, 《장미 이야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슬갑소설'이라고 해서 무슨 장르인가 싶었는데, 슬갑은 겨울에 무릎을 덮는 가죽 가리개를 뜻하며, 어느 도둑이 슬갑을 훔쳐서 그 용도를 몰라 머리에 쓰고 돌아다녔다는 일화에서 유래해 남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빌려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을 일컫는 말이었네요. 이 소설은 작자 미상의 한문소설인 『지봉전』의 스토리를 뼈대로 하여 몇 편의 한문 고전 속 에피소드를 부분적으로 차용했다고 하네요.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지봉전』의 매력은 해피엔딩이라고,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마땅히 기대하는 바, 이미 읽기 전부터 마음이 놓였네요.

주인공 장미는 몰락한 양반가의 후손으로, 조부가 억울하게 역모죄에 얽혀 멸문의 화를 당해 가문 전체가 쑥대밭이 된 와중에 계집종이 두살 배기 아기를 구출하여 은퇴 기생이었던 기향의 수양딸로 입양되었고, 양모로부터 교육을 잘 받아 똑똑하고 호쾌한 성향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네요. 여기에 무술까지 겸비하여 남장을 하고 다니면서 또래 남자아이들을 제멋대로 부리는 골목대장, 뒷골목 악소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양반가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무리의 아이들과 힘을 합쳐 몰래 혼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홍길동 같은 존재지만 도둑질을 하진 않네요. 이토록 당찬 여인으로 자란 장미가 김윤경에게 반해 접근할 궁리를 짜는 모습이 기가 막히네요. 대개 사랑에 빠져도 일방적으로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미는 도령 차림으로 남장을 하고, 직접 윤경을 찾아가는 과감한 시도를 하네요. 신분 차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거늘, 장미는 미래의 걱정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남다르네요. 수동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멋지네요. 장미는 자신을 가두려는 틀을 깨뜨리고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아슬아슬 짜릿한 모험을 감행하는데, 흥미진진한 사극 로맨스의 정수를 보여주네요. 독자들이 원하는 로맨스의 설렘 포인트와 사극 특유의 낭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해피엔딩까지 두루두루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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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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