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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정재환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과거 TV 에서 개그맨과 방송진행자로 봐왔던 정재환 님이 현재는 말로 역사를 풀어내는 역사지기로 활동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네요.
30대 중반에 한글 사랑에 빠져서 한창 대중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 자리에서 내려와,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공동 창립하여 우리말글 사랑 운동을 이끌었고, 마흔 살에 성균관대 역사학과에 진학하여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현재는 대학교수이자 한글연구가로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과 우리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있는 분이네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보라서 존경스러워요.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는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3 한국사 특강이네요.
저자는 이번 한국사 특강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전자, 미래를 전망하는 희망 유전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네요. 우리의 역사를 모두 한 권에 담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5000년 역사 중 10가지 핵심 장면을 엄선하여, 역사적 장면과 의미를 쉽게 풀어낸 인문 교양 강의네요. 다른 한국사 강의와의 차별점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역사 속 유전자를 통해서 지식과 지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전곡리 주먹도끼에서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대한민국 기술력의 원천과 꿈꾸는 대로 만드는 유전자를 , 단군신화에서 한민족 역사를 연 시원의 유전자를,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신라가 뿌린 통일과 통합의 유전자를, 몽골군을 물리치기 위해 국가 주도로 조성한 활자판 팔만대장경에서는 고려인의 호국정신 유전자와 최고의 불교문화 ·목판인쇄 문화를 꽃피운 지식과 기술의 유전자를, 고려 도공의 뜨거운 예술혼의 유전자로 빚어낸 천하제일 명품 고려청자에서는 도전과 실험정신의 유전자를, 훈민정음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유전자를, 정조의 이상 도시 수원화성에서는 호호부실 인인화락(집집마다 부유하고 사람마다 화평하고 즐겁게 산다)의 유전자를, 좌절된 근대 갑신정변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개혁과 혁명의 유전자를, 최초의 광장 만민공동회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의 유전자를, 말과 글을 지킨 독립운동 조선어학회에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유전자를 찾을 수 있네요.
사상 초유의 관민공동회 자리에서 연단에 등장한 백정 박성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해요.
"이놈은 대한에서 가장 천한 사람이고 무식하지만 이제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리하게 하는 방도는 관리와 백성이 마음을 합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천막에 비유하건대, 한 개의 장대로 받치자면 힘이 부족하지만, 만일 많은 장대로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은 매우 튼튼합니다. 바라건대 관민이 합심하여 우리 대황제의 성덕에 보답하고 국조로 하여금 만만세를 누리게 합시다." (202p)
방성춘은 대황제의 훌륭한 덕에 보답하자는 충군의 전통적 관념을 드러냈지만 만민공동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고 있었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황제에게 바치는 '헌의 6조'를 채택했는데, 그 내용은 국정의 난맥상을 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적이었네요. 고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요구였기에 고종의 뜻대로 만민공동회는 해체되었지만 그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와 투쟁은 역사로 남았고, 시공간을 관통하여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로 이어지는 힘이 되었네요. 역사는 더디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믿음으로, 오늘의 역사를 써내려가야 할 시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