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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율라 비스는 《소유하기, 소유되기》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생애 첫 집을 마련하면서 소유가 정체성과 삶을 규정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욕망과 행동을 지배하는지를 탐구하고 있어요. 소유하기와 소유되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소유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어요. 소유의 개념을 되짚어보게 하네요.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는지가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는 구조, 즉 소유되기의 과정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네요.
내 집 마련,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인생의 목표 중 하나로 인식되다 보니 저자가 첫 집을 구입한 뒤에 자본주의와 중산층, 소유의 의미를 살펴보는 여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네요.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이 쓰는 것이 대체 어떤 장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하네요. 사실 장르가 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단순히 집이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집을 소유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소유라는 행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네요. 자본주의 체제하에 살면서 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일체의 소유 없이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소유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어요. 때로는 정원 가꾸기처럼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돌봄의 대상으로 소유의 의미를 찾는 저자의 경우처럼 정해진 답이 없는 삶에 관한 성찰이네요. 그러니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할 차례네요. 나에게 소유란 무엇인가, 소유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많은 것을 소유한다 해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듯, 공허한 삶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네요.
"나는 『계급 이해하기』 로 돌아간다. 내가 펼쳐 둔 페이지에 1970년대 포스터 그림이 실려 있다. 그 속에서 웬 여자가 걸레를 들고 울타리에 기대어 선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위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계급 의식이란 당신이 울타리의 어느 편에 있는지 아는 것이다.>" (102p)
솔직히 '계급'이란 단어를 보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데, 그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우리의 현실에 존재하며 가장 나쁘게 드러나는 계급의 흔적이 차별과 혐오라고 여기기 때문이네요. 비교하며 우위를 정하는 계급이라면 누가 그 기준을 정했는지 되물어야겠네요.
「우리는 돈이 있었어.」 존이 마지못해 인정한다.
「하지만 그걸 이 집에 써버렸지. 이제 우리는 돈 안에서 살고 있는 거야.」
「맞아, 그리고 예술 없이 살고 있지.」 나는 동의한다. (112p)
영끌,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그저 예술 없이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닐 것 같네요.
베이비시터가 <상대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해주자, J는 이렇게 물었다.
「나한테 진짜 긴 초가 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긴 초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은 부자고 나는 아니에요?」
「이래서 아무도 자기가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나는 베이비시터에게 말한다. (114p)
<마흔 살이 되어 갈 때, 나는 허비된 시간 속에서 시들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파악하고 그 속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특별한 꿈을 꾸었다.> 코널리는 말한다.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죠.」 이 이웃은 언젠가 내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음악과 연극에 써서, 콘서트와 공연을 보러 다닌다. 그녀는 예술에 투자한다. 나는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시간은 글에 쓰고 내 돈은 이 집에 쓴다. 나는 땅을 파는 동안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나는 이 책 ㅡ 이 책 ㅡ을 팔아서 나 자신에게 시간을 사 줄 것이다. 내가 이미 글쓰기에 써버린 내 시간이 제값을 스스로 치를 것이다. ··· 시간에 대한 나의 욕망 위에서 책들이 결코 균형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나는 갓 파낸 흙이 가득 담긴 손수레가 나의 조용하지 않은 무덤 위에서 쉬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이제 나는 내가 판 구덩이 속에 들어와 있네, 나는 재미있어하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성취처럼 느껴진다." (365-26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