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
류다영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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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이 뭐예요?"

"성이 뭐예요?"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면 필요한 책이 있어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는 류다영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딸과 아들을 키워낸 엄마이자 부모교육, 성교육, 성평등교육 인문교육, 청소년교육 전문 강사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양육자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아이의 양육과 성교육에 서툰 초보 양육자와 부모라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예요. 아이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할까에 관한 고민이 있다면 먼저 부모 스스로 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양육자로서 가능한 성교육의 범위와 성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해요. 성교육은 미리 준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가장 큰 효과와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에 부모와 양육자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을 다루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과 건강한 성 가치관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양육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일 거예요.

아이의 모든 질문에 즉답해야 할까요. 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러워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잘 모르겠으면 쿨하게 모르겠다고 인정하고 언제까지 정리해서 답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아이의 질문에 답을 바로 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대신 어떤 질문이든 진심으로 대해주면 돼요. 아이와의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가 있다면 아이는 언제든지 질문으로 손을 내밀 것이고, 어른들은 그 손을 꼭 잡아주면 된다는 거예요. 실질적인 성교육에 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부모와 양육자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네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피해를 봐도 아이를 비난하지 않고 믿고 지켜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해요. 또한 내 아이의 두드림에만 화답하지 말고 내 아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의 두드림에도 반응 보여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요. 내 아이가 소중하듯 세상에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근래 일부 학부모들의 심각한 갑질로 인해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이 상처받는 상황을 보면서 윤리 의식과 인권에 관한 교육이 절실하구나 싶었어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고 있는 것 같아요. 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른들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네요. 언제라도 손 내밀면 잡아주고, 언제라도 문 두드리면 열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면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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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방윤희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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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이 보는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봐야만 해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이 끌려 저절로 눈길이 가는 것들은 모두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는 새와 함께한 일상을 기록한 책이에요.

저자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요. 새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동네를 산책하다가 개천에 날아드는 새가 어떤 새인지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보다가 새를 좋아하게 되었대요. 어쩐지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닮아 보여요. 그냥 바라볼 순 있지만 계속 바라보게 되는 건 마음이 하는 일이겠죠. 몇 년 동안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낸 《내가 새를 만나는 법》, 한국의 멸종위기 생물을 다룬 《사라지지 말아요》라는 책을 냈다고 하니, 진심으로 애정이 느껴져요.

이 책에서는 지난 일 년 동안 버드피딩과 탐조 활동을 하며 저자가 깨닫게 된 새들의 삶과 의미가 담겨 있어요. 우선 버드피딩이란 베란다나 정원에 모이통을 설치해 야생 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라고 해요. 저자는 자신의 집 창틀에 새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씨 등을 놓아두고 구형 핸드폰과 핀마이크를 설치한 뒤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을 촬영했고, 녹화된 영상을 보며 관찰일기를 남겼다고 하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 순으로 새들에 관한 기록이 글과 그림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그림만 모아놓아도 예쁜 새 그림책이 될 것 같아요. 새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창틀 먹이터에 찾아오는 참새,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까치, 어치, 직박구리, 맷비둘기, 물까치, 청딱따구리, 호랑지빠귀, 붉은배새매, 파랑새를 알게 되고, 저자가 이름을 붙인 동백이, 동선이, 동주, 동미라는 동고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니 점점 친밀감이 생기네요. 한쪽 발을 다친 참새 흑발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멀쩡하게 돌아와 해바라기씨를 먹는 모습에 눈물 날 정도로 기뻐하는 그 마음도 이해할 것 같아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어떤 새가 하루에 얼마나 오는지, 방문 횟수까지 적으면서 숫자울렁증까지 참아냈다니 대단해요. "2022년 12월 31일, 오늘의 방문 기록, 모든 새 총 2451번." (258p) 어떻게 매일 창틀에 날아오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지, 저자의 말마따나 창틀 스토킹을 하며 바쁘게 지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 비단이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창문틀에 해바라기씨를 놓아둔 것이 방구석 탐조기의 시작이라고 해요. QR 코드를 찍으면 저자가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로 볼 수 있어요. 책 내용을 읽고 영상을 보니 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저자는새들을 관찰하면서 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차츰 그 시선이 자신을 향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대요. 우리 삶에도 저자와 같은 '하루 잠시 새 볼 틈'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설레며 기다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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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춘 The Fortune - 타고난 팔자를 뛰어넘는 돈복 끌어당김의 법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9
김동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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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무엇일까,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역이나 사주명리학에 관한 책을 읽게 됐어요.

이론 중심의 책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읽는다고 해서 전부 이해했다고 보긴 힘들어요. 겨우 개념을 알아가는 단계인 거죠.

중요한 건 운명에 대한 자세를 배우는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 더 포춘 The Fortune》은 국내 최초 사주 오행 성공학이자 내 인생에 부(富)를 더하는 운명 사용설명서라고 하네요.

저자는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이자 한국사주명리학회 회장으로서 다수의 강연과 저서를 집필하면서 인생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30년간 20만 명이 넘는 이들의 운명을 상담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사주 오행 성공학을 결합한 돈과 복을 끌어당기는 법칙이 나와 있어요.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행복'이며, 그 안에는 이타심, 열정, 평화, 완벽, 창의가 담겨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행복하려면 타인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에요. 돈을 벌기를 바라고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점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네요. 저자는 운명학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공, 돈, 행운을 얻을 수 있는지를 분석해왔고, 그 내용이 책 속에 잘 정리되어 있어요. 시대를 앞선 리더들의 삶과 행복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자신의 운을 혁명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모두가 궁금할 만한, 운이 좋아지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준비 단계가 있어요. 운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계획하고 준비한 사람에게 운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돼요. 낯선 것에 저항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운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운이 좋아지는 첫 번째 방법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두 번째 방법은 지금을 감사하게 여길 것, 세 번째 방법은 행운을 잡을 것, 네 번째 방법은 행운의 반대인 불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 다섯 번째 방법은 운이 좋은 사람과 만날 것, 여섯 번째 방법은 자신의 행동과 환경을 변화시킬 것, 일곱 번째 방법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것. 신기하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비법과 일치하는 내용이에요. 그러면 무엇이 다를까요. 그건 사주 오행을 기반으로 한 특성을 이해하고, 본인의 적성을 찾아서 각각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침이라고 볼 수 있어요. 본인이 어떤 기질을 타고났는지를 알면 성격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잘 이끌어갈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좋은 관계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행복해지려면 좋은 우정과 좋은 인간관계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네요. 또한 개인의 성공과 운은 공동체의 운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필요해요.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야말로 밝은 미래를 여는 열쇠인 거예요. 우리의 삶은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행운을 만들고, 행복해질 수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삶의 보석은 바로 지금" (238p),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부자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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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부사 -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
장세이 지음 / 이응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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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부사가 왔어요~"

사과 품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부사일 거예요. 그래서 부사 하면 바로 사과를 떠올리고, 아삭 씹을 때의 달콤새콤한 맛이 생각나네요.

《맛난 부사》는 맛있는 사과 이야기가 아니라 문장에 사용되는 품사, 어찌씨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부사를 몹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직 부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을 썼으니 말이에요.

신입 기자 시절에 원고 양을 가늠하지 못해 쩔쩔 맬 때 고참 선배가 '기사가 넘칠 땐 부사부터 지워라!'라는 조언을 했는데, 부사의 말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 문단을 통째로 지우는 선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부사를 지켜냈더라는 일화에서 진짜 사랑이 느껴지네요.

이 책은 저자가 매료된 부사의 네 가지 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음식의 다섯 가지 맛인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물맛에 빗대어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부사는 동사나 형용사의 뜻을 분명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부사를 적절히 활용하면 내용을 강조하고, 듣는 이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지만 주된 것이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지고 있어요. 근데 저자는 이에 반박하며 부사의 네 가지 힘을 이야기하네요. 하나, 스며드는 힘! 둘, 덧붙이는 힘! 셋, 응어리진 힘! 넷, 아름다운 힘! 가만히 생각해보니 평소에 부사를 많이 써왔고, 알게 모르게 부사의 말맛을 즐겼더라고요. 아하, 이것이 부사의 멋과 맛이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부사는 모두 우리말 단어라서 부사와 더불어 우리말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어요.

단맛의 부사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기꺼이', '비로소', '바야흐로', '마냥', '부디'이고, 짠맛의 부사는 삶의 비애가 배어 눈물어린 '어이', '이토록', '오롯이', '애달피', '아스라이'이고, 신맛의 부사는 일상의 흐름을 바꾸는 청량한 '자칫', '새삼', '이따금', '불현듯', '사뭇'이고, 쓴맛의 부사는 고난에 맞서는 쓰디쓴 '차마', '굳이', '겨우', '도무지','차라리'이고, 물맛의 부사는 만물을 보듬는 물같은 '모름지기', '웅숭깊이', '고즈넉이', '두루', '고이'예요. 모두 스물다섯 개의 우리말 부사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담아낸 책이라서 읽으면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일상에서 자주 사용했던 단어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스물다섯 단어 중 딱 하나, '웅숭깊이'는 처음 알게 된 부사라서 좋았어요. 웅숭깊이는 '웅숭 + 깊이'의 구조이며, '생각이나 뜻이 넓고 크게', '사무이 되바라지지 아니하고 깊숙하게'라는 뜻이고, 닮은 말은 '깊이', '너그러이'가 있대요. 가마솥 밥 다 퍼내고 솥 바닥에 눌러붙은 한 톨의 쌀알까지 우린, 물맛 중에서도 깊고도 맑은 숭늉의 맛을 가진 말이라는 소개가 참 멋졌어요. 세상엔 다양한 맛이 있지만 오래도록 좋아할 맛은 웅숭깊이 같은 맛일 것 같아요. 예쁘고 맛난 부사, 앞으로 더 자주 사용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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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투명 시인선 1
최진영 지음 / 투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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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간절한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위안이 될 줄이야.

드러내지 못한 마음, 일부러 감췄던 마음,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 그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다면 시가 되었을 거예요.

시를 읽으면서 너무나 알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이 찌르르, 시인의 말 덕분에 켜켜이 쌓여 있던 마음들이 스르르 흘러가네요. 시인은 "뒤돌아보니 기쁨도, 슬픔도, 그리고 아픔마저도 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p)라고 말했는데, 아픔마저도 사랑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 사랑이라는 단어가 왠지 시리고 아프네요. '기꺼이'가 아니라 '기어이' 그럴 수밖에 없는 듯, 그럼에도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는 최진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라고 하네요.

우선 PK 가 뭔지 몰라서 궁금했는데,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Player Killer)의 줄임말이래요. <PK 1> 과 <PK 2>라는 시를 보면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만드네요. 눈 앞의 적을 처치하면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벨이 올라가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 것. 게임 화면에 뜬 문자, [이 지역에는 아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 죽이시겠습니까?] (55p) 를 현실에 그대로 옮겨와도 낯설지 않다는 게 더 소름끼치네요.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 집을 나서면서부터 / 우린 이미 게임을 시작하고 있는 거야 / (···) 나보다 약할 것 같은 놈들은 경험치 도시락이지 / 내가 레벨업이 필요할 때 PK 를 걸자고 / 쓸 만한 아이템 하나에 목숨 하나 / 내 레벨을 올릴 수 있다면야 뭐. / 다들 그렇게 살잖아? / (···) 언제나 등 뒤는 비어 있고 / 정면에서 웃고 있는 놈이 가장 위험한 놈이지 / 걱정하지마! 죽이면 죽일수록 우린 강해질 거야." (56-57p)

지긋지긋한 경쟁 사회, 그야말로 전쟁터 같아요. 성적으로 줄 세우고, 돈으로 줄 세우고, 힘으로 줄 세우는 세상에서 나는 그 줄 어디쯤인지 곁눈질할 수밖에 없어요. 레벨업을 위해서라면 뭐든 가능한 게임이 이미 우리 현실에서도 진행 중이지만 그 살벌한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은 역시 사랑인 것 같아요. 시는 간절한 희망이자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아침>이라는 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 우리 조금만 더 사랑하자 // 오늘이 마지막이더라도 / 널 가장 사랑했던 날이 / 오늘이 되도록." (100p)에서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들의 아침이 괴로움보다는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시인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힘들어도 버티는 거죠. 최진영 시인의 첫 시집은 2021년 발간되었고, 초판 1,000부가 모두 나가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바로 그 첫 시집이 2023년 새로운 표지로 나온 거예요. 어둡고 붉은 빛 바탕 위에 칼 모양의 표지가 섬뜩할 수도 있지만 시를 읽고나니 칼보다 칼을 쥔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어요. 우리 삶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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