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문학 -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강영준 지음 / 두리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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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 문학을 얼만큼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네요.

요즘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고 있지만 이전 세대의 문학 작품들은 교과서에서 본 것 말고는 아는 게 없거든요.

《최소한의 문학》은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우리 문학을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상산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강영준 선생님으로 십대들과 함께 독서와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숏폼과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소비하는 세상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우리 시대의 진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우리 문학이며, 이 책에서 1910년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근현대 소설 서른두 편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전하고 있어요.

첫 번째 소설은 1917년, 이광수의 「무정」 이고, 마지막 소설은 2016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네요. 1910년대는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이 문학을 국민 계몽의 도구로 삼던 시기였는데, 이광수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대중의 감정과 계몽의 메시지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나는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100년 전 소설로 시작해서 최근의 소설을 쭉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니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거대한 서사로 와닿네요. 저자는 각 작품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작품 속 인물들을 분석하여 이야기 속에 내재된 사회 구조와 개인이 처한 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원작의 일부분을 '짧게 읽기'로 만날 수 있어서, 작품이 지닌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네요.

1962년 발표된 이호철의 「닳아지는 살들」은 《무너앉는 소리》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며, 작가는 이들 연작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 문제와 부조리한 인간 삶의 모습을 파헤치고 있어요.

"은행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몇 해 전 은퇴한 칠십을 넘긴 집주인은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거실에 앉아 무작정 20년 전 북으로 시집간 큰딸을 기다린다. 전쟁과 분단으로 큰딸의 귀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생각할 때 그의 정신은 정상이 아니다. 이는 마음속에 고향을 묻어야 했던 피난민 1세대의 정서적인 혼란을 상징한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지시하거나, 누군가를 돌보는 권위를 갖지 못한 그는, 해체되어 버린 가부장제의 유령과도 같다. ··· 서술자인 막내딸 영희는 집안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유일하게 자각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 이들은 모두 한 지붕 아래에 머물고 있지만 정서적 연대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 제각기 흩어져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타자화된 존재들을 보여준다." (148-149p)

단순히 문학 작품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작품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네요.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이었네요. 소설로 읽는 우리 시대의 모습들 속에서 현재의 나를 비추어보며,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게 되네요. 저자의 말처럼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독자의 눈을 뜨게 만들 수 있기에, 우리 문학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길을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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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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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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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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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편리한 인스턴트 음식,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탓일까요.

뭔가 이전보다 조급해지고, 짜증이나 분노가 많아진 것 같아요. 원래는 느긋했다고,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 지경이네요. 입에만 좋은 음식들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새 바뀐 입맛은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단순히 먹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정관스님 나의 음식》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백양사 천진암 정관스님의 삶과 사계절 레시피를 담아낸 특별한 에세이네요.

이번 책은 2026년 개정판으로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이네요. 맨 처음에 정관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후남 셀만, 현재 스위스 리헨에서 기자와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정관스님과의 인연은, 2017년 무렵 천진암으로 스님을 찾아가 취재를 하게 되면서였고, 이후 취리히의 리트베르크 미술관에 정관스님을 소개하면서 스위스에 스님과 사찰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대요.

"정관스님은 백양사 산내 암자 중 비구니 수행 도량인 천진암에서 지낸다. 고요한 곳이지만, 배움을 얻고자 찾아온 젊은 사람들로 붐빌 때도 많다. 가파른 산비탈에 있는 스님의 처소 아래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스님의 사찰음식 수업장을 갖춘 공양간이 있다. 넓은 안뜰에는 가마솥 세 개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많은 요리를 한다. 스님은 공양간의 널따란 탁자에 온갖 채소와 과일과 견과류를 말린다. 공양간은 온전히 스님의 세상이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도 이곳에서 대접한다. 스님을 찾는 손님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스님 맞은편에 앉아 스님이 차를 준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스님의 차분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 정관스님과 함께 하는 산책은 언제나 특별하다. 스님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과 친숙하다. 때때로 몸을 굽혀 식물을 만지고, 잎을 따서 씹어보기도 한다. 모든 식물의 이름을 알며, 어떤 향기가 나는지, 언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들어가는지를 안다. ··· 스님은 식물의 다양한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해 우리의 일부가 되는지도 알고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되기에, 건강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끊임없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이다." (23-29p)

곁에서 정관스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이야기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읽다보니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결 더 가깝게 느껴졌네요. 사찰과 스님은 뭔가 나와는 먼, 다른 세계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글과 사진만으로도 인연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어요. 정관스님이 안내하는 수행자를 위한 깨달음의 음식들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 숨쉬는 생명력이 전해지면서 소중함을 느끼게 되네요. 사찰음식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모든 중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수행의 방편이며, 승려로서 음식을 먹는 이유는 생명을 이어가고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고, 나머지는 모두 탐욕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정관스님은 자신은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강조하면서,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니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라고 이야기하네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행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사찰음식을 통해 그 수행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네요. 정관스님은 음식의 시작이 식재료를 잘 알고 친근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스님이 알려주는 제철 식재료의 특징과 사계절 레시피를 통해 더 좋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아서 기쁘네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제철 식재료에 최소한의 양념을 더해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찰음식, 그 안에 담긴 정관스님의 삶과 철학 그리고 요리법까지 배울 수 있는 귀한 책을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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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를 깬 자들 - 프랑크 제국과 중세의 운명을 바꾼 형제들의 전쟁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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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존의 국제 규범, 동맹 관계, 외교적 관례를 거부하며, '힘의 외교'로 밀어부치더니, 급기야 전쟁까지 일으켰네요. 그동안 노벨평화상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던 검은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난 게 아닌가 싶어요.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구축되어온 대서양 동맹,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무참히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충격적이네요. 대혼란과 격변의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맹세를 깬 자들》은 9세기 카롤로스 대제 사후 프랑크 제국의 혈연 간 내전과 분열의 연대기를 다룬 역사책이네요.

중세 역사학자인 두 저자들은 카롤로스 마그누스가 이끈 프랑크 제국의 역사에서 그동안 누락되고 적당히 가려져 있었던 불화와 반란에 초점을 맞추어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카롤루스 대제는 서유럽의 대부분을 정복하여 거대한 통일 제국을 건설했지만 통치자가 죽자 분열의 시기를 맞이했네요. 유일한 상속자인 경건왕 루도비쿠스 1세가 840년 사망하기 무섭게 아들들이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프랑크 제국에 내전이 터졌어요. 이 책에서는 841~843년이라는 결정적인 시기인 퐁트누아 전투의 참극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에게 되뇌인 거짓말들로 어떻게 무너져내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9세기 프랑크족의 이야기는 제국의 탄생과 분열, 몰락의 대서사이며, 권력과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기만적이었는지, 위대한 전설 이면의 아름답지 못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어요. 장남이자 앙젤베르의 후원자였던 로타리우스 1세는 아버지가 죽은 후 황제 칭호를 물려받았고, 동생들인 독일왕 루도비쿠스 2세와 대머리왕 카로루스 2세 위에 군림하는 지배권을 즉시 주장했어요. 세 형제는 모두 통합이라는 허상을 유지하고 싶어했지만, 동생들은 제국의 영토에서 분리된 독립적인 왕국을 다스리기를 원했기 때문에, 841년 6월에 세 형제는 처음으로 전장에서 마주하며 피에 젖은 퐁트누아 전투를 치르게 된 거예요. 내전 당시 형제들 사이에 발생한 폭력과 거짓말들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내고 있어요. 아달라르가 썼을 것으로 추측되는 편지를 보면 에르망가르드 황후가 처음에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라고 밝히면서, 에르망가르드 황후가 내전의 모든 책임은 당신 탓이다, 형제 왕들 사이에 불화를 조장한 아달라르에게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런 짓은 분명 악마의 소행이라고 힐책한 부분을 항변하고 있어요. 아달라르의 눈에는 탐욕스러운 자들, 자신들의 배와 주머니만을 채우려고 경쟁자의 군대들 사이를 오가는 자들이 진짜 악마였기에, 또다른 퐁트누아 전투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간청했다고 해요. 프랑크 왕국의 군인이자 시인 앙젤베르는, "형제가 형제의 죽음을 준비하고, 삼촌이 조카의 죽음을 준비한다" (371p)라며 탄식했다고 하네요. 프랑크 왕국의 군인이자 시인 앙젤베르는, "형제가 형제의 죽음을 준비하고, 삼촌이 조카의 죽음을 준비한다" (371p)라며 탄식했다고 하네요. 형제와 형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칼을 겨눈 비극적인 대살육전은 프랑크 왕국의 강력했던 국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네요. 이것은 음모와 계략을 꾸미고, 서로를 죽였던 프랑크족 본인들이 괴물이었고, 잉크와 맹세로 만들어낸 거짓말의 제국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네요. 형제간의 전쟁은 유명한 베르됭 조약을 통해 표면상으로는 843년에 막을 내렸고, 현대 유럽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라는 개별 나라들의 기원이 형성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네요. 맹세를 깬 자들의 최후, 그 역사의 진실을 파헤쳐 내려간 흥미로운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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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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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날씨를 확인해요.

대체로 맑은 상태인 날이 좋지만 늘 내 맘 같지는 않다는 걸 일기예보를 보며 생각해요.

마음 날씨... 내 것 같은데 내 것 같지 않은, 그 마음을 챙기는 따스한 그림과 이야기를 만났네요.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마음 소란한 날에 당신의 불안을 잠재우는 예술가의 삶과 그림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네요.

마음속 바람이 부는 날, 마음이 소란한 날, 그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나만의 다정한 미술관'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어요.

저자 허나영 님은 어릴 때부터 화가를 꿈꾸며 미술 입시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화집을 접한 뒤 화가의 꿈을 접었다고 해요. 입시를 위한 미술과 진짜 미술과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였고, 이후로 미술 관련서들을 탐독하면서 점차 세상에 퍼져 있는 훌륭한 그림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열정을 불태웠다고 하네요. 직접 그리지 않아도 예술을 사랑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보며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졌기에,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은 마음 날씨에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너무나 사적이고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었으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만큼 솔직했기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고백했는데 그 용기 덕분에 우리는 '예술이라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선물받았네요. 불안으로 일렁이는 안개 낀 아침에는 르네 마그리트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스며드는 우울의 바람 부는 날에는 파블로 피카소와 이중섭의 그림을, 빛 아래 생긴 그늘 구름 낀 날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을, 몸도 마음도 다 젖어버린 비 오는 날에는 렘브란트 판레인과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을, 사랑이 상처로 남은 서리 내리는 날에는 에드바르크 뭉크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더는 버틸 수 없는 폭풍 치는 날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구본주의 그림을, 상처가 눈에 덮이는 눈 날리는 날에는 마르크 샤갈과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그림을, 결국 비는 그치고 바람은 멎은 별이 빛나는 밤에는 김환기와 앙리 루소의 그림을,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 해가 뜬 날에는 클로드 모네와 길상화의 그림을 보는 거예요. 사람마다 감상이나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여기에 수록된 예술작품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움직이네요. 예술과 삶 그리고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네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 봄날의 햇볕처럼 사르르 눈을 녹이며 온기로 채워주네요.


"자신이 거기에 있다고 신호를 보내듯 별과 달이 반짝거리는 하늘을 보면 자연스레 김환기 1913~1974 의 작품이 떠오른다. 시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 (1969) 속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부제로 한 연작이다. 김환기는 친구였던 김광섭 시인을 비롯해 떠나온 고향과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마치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듯이 표현하였다. 색점 하나를 별 하나로, 그리고 별 하나를 그리운 사람으로 대입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 마치 수채화처럼 맑고 흐린 색들이 화면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짙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색점들이 하나하나 수놓듯이 화면에 떠 있다. 이렇듯 점 하나하나가 모인 화면은 일렁이듯 푸른 화면을 만든다. 이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작품 속 색점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늘에서 별빛 하나를 발견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작가가 점 하나에 그리움을 담았듯이, 보는 이 역시 점 하나에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담아볼 수 있다." (199-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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