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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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오나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경찰이면서도 몰래 불법 포커 게임을 즐기고, 범죄 조직과 연관된 정보원 다비드를 남자친구로 사귀면서 위험한 계획을 세우고....

그녀에게 지난 몇 년간은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모범적인 경찰이었던 그녀의 삶이 부서진 건 세 살 아들의 죽음과 딸 베아트리세의 납치 사건, 페테르와의 이혼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레오나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부모님은 체벌을 통해 그녀의 정체성을 짓밟았습니다. 그 덕분에 레오나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가면 쓴 삶을 살아왔습니다. 모든 것을 타인의 기대에 맞춘 삶은 지루했지만 견딜 수 있었는데...  도미노처럼 한 번 무너진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레오나의 목표는 하나.

스웨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 더 이상 연극을 하지 않고 원래의 자기자신으로 인생을 사는 것.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돈!!!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레오나는 현금 수송차 습격 사건을 계획했다가 실패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벌써 1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이후로 강력 범죄 수사과 제2수사 팀장 알렉산드라는 레오나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급기야 미행까지 하게 됩니다.

소설 중반부까지만 해도 알렉산드라의 시선으로 레오나를 봤습니다. 돈 때문에 부패한 형사,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는 무대포 형사라고.

하지만 사회적 약자만 노리는 불법 장기 밀거래 조직을 뒤쫓는 레오나를 보면서 점점 그녀를 응원하게 됐습니다. 조직 내에서 독단적인 행동은 결코 환영받지 못하지만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이라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습니다. 끔찍한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다면 레오나의 수사방식은 탁월한 것이지,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레오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건 그녀만큼 고통의 나락에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모든 의문은 풀렸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우리는 레오나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를 향한 시선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버텨냈고, 해야 할 일을 해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레오나는 대단히 멋진 사람입니다.

범죄 소설 중에서 오랜만에 멋진 주인공을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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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평선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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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기 시노의 <빙평선>은 여섯 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일본의 정서가 우리와 이토록 비슷했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작품들입니다.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느니, 여자는 그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느니, 동네 사람들한테 말 나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느니 등등...

문득 근래 봤던 영화 <버닝>이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분명 서로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섯 편의 소설인데도 그 흐름이 전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설충>의 주인공 다쓰로와 시키코의 아슬아슬한 관계, <안개 고치>의 주인공 마키와 야마모토의 애매한 관계, <여름의 능선>의 주인공 교코와 남편 다키의 냉랭해진 관계, <바다로 돌아가다>의 주인공 게이스케와 기네코의 가깝고도 먼 관계, <물의 관>의 주인공 료코와 니시데의 끈질긴 관계, <빙평선>의 주인공 세이치로와 도모에의 안타까운 관계.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여자와 남자라는 관계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은 단조롭고 특별한 사건은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만약 소설이 아니었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주인공의 속내를 들여다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음의 소용돌이, 눈보라 치는 길을 홀로 헤쳐가는 듯한 느낌. 온전히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주인공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했습니다. 현실에 붙잡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무겁게 짓눌리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산다는 건 뭘까, 그냥 살아가는 대로 순응하는 것이 맞는 걸까.

한 번쯤은 마음이 원하는대로 살 수는 없는 걸까.

마지막 <빙평선>은 사쿠라기 시노의 데뷔작이라는데, 왜 이 작품이 그녀의 소설 세계의 원점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숨을 쉬면 가슴이 얼어붙을 것 같은 찬바람, 발밑에는 얼어버린 바다 그리고 달빛은 저 멀리 바다 끝 빙평선을 비추는 그 곳에서 도모에는 세이치로에게 말합니다.

"여기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297p)

열여덟 살의 세이치로처럼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도모에의 이야기가 어쩐지 거짓말처럼 들렸던 것이 실은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쩌면 이 소설도 소설이 아닌 실화 같아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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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로그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희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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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버틸 수 없어......"

"그래? 그럼 절반쯤 온 거야. 버티는 건 그때부터 시작이야."

"눈뜨고 볼 수 없어......"

"그래? 그럼 눈을 뜬거야. 세계를 보는 건 그때부터 시작이야."  (43p)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러블로그>의 주인공은 편집장에게 매번 혹평을 듣는 코믹픽션 작가입니다.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 작가라니, 수영하지 못하는 물고기처럼 너무나 이상한 설정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떤 부분이 가상 세계인지 가늠이 안 됩니다.

카페에서 잃어버린 원고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 안드로메다급이라서 쫓아가기가 버거웠습니다. 주인공이 추격전에 지쳐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말하는 그 느낌을, 왠지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의도된 언어 유희가 난무하는 이야기 속에서 웃음 대신 진지한 고민에 빠져듭니다. '나만 이상한 건가.... ?'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코미디 소설이라고 소개되었는데 자꾸만 멈칫거리게 됩니다. 결혼하지 못하는 커플매니저가 원했던 소개팅남은 돈 많고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그저 말이 통하는, 그리 웃기지 않은 유머로 자신을 웃게 만드는 순박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된 소개팅남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보이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

숨은 것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

너를 너로서 좋아하는 것

나를 나로서 발견하는 것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야기를 쓴다." (244p)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알고 싶은 미스터리, 그건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을 해도, 사랑을 안 해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뭔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누구든 우리는 곧잘 잃어버리고 언제나 찾아 헤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알게 된 진실조차 의심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 안에서 확신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한 가지 놀라운 건 <러블로그>를 읽으면서 느꼈던 낯설고 껄끄러운 감정들이 작가의 원래 의도였다면 성공이라는 겁니다.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시길. 아니, 그냥 정신을 확 놓아버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놔두면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설명하기는 어렵고 직접 읽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읽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원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어찌됐든 수장작이고, 작가의 피땀눈물이 들어간 작품이므로 그 세계를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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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기술 - 하루에 하나, 좋은 시간을 찾는 100일간의 마음 연습
페드람 쇼자이 지음, 박종성 옮김 / 위너스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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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기술?

초능력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누구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단지 시간을 관리할 수는 있습니다.

이 책은 '100일간의 마음 연습'을 통해서 시간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개인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시간을 잘 다룰 줄 아느냐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저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신 수련법과 실용적인 기술들을 알려줌으로써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 관리는 매일 할당된 시간에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는다고 합니다. 이때 좋은 습관이 완전히 몸에 붙이기까지는 최소 90일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은 100일 동안 수련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날에는 '인생 정원 가꾸기'로 시작해서 마지막 날에는 '시간 투자 효과 극대화하기'로 끝납니다.

가볍게 전체 내용을 읽은 후 매일 수련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련'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현재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실천해가는 것. 수련을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삶의 에너지와 열정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부턴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여러 개를 한 번에 처리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상은 집중력이 깨지고 조급증만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기'라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며 실천하기. 평소 습관 때문에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크게 나눠서 일정을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행동 중에는 불필요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 스마트폰 들여다보기처럼.

일정은 일과 휴식이 서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계획하고, 확정한 뒤에는 중간에 마음대로 변경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일이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만 치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행복을 누릴 시간이 줄어듭니다.

100 가지 수련법 중에서 유독 '가족과 함께하기'가 마음에 남는 걸 보면,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돌려보니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한 시간을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보낼지 확실히 아는 것이 '시간을 멈추는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적 같은 오늘, 맘껏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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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말 한마디
임재양 지음, 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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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도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을 만나도 절대 편안한 적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닌데다가 무뚝뚝하고 차가운 의사를 만나면 곤욕스럽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아픈 증상을 얘기했더니 말꼬리를 싹둑 자르면서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

민망함에 입을 꾹 다물고 "예. 아니오."라는 말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1분 진료가 대부분이고, 자판기보다 빠른 처방을 받기 위해 몇 십 분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

그래서 웬만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기피 대상 1호가 '의사'입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라는 책을 보고 무척 궁금했습니다.

"병(病)만 보지 않고 사람도 봅니다."라는 책 띠지의 글귀.

진짜?

세상에 그런 의사가 존재한다고? 

이제껏 살면서 이 분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는, 첫째 유방암 전문의라서, 둘째 대구 삼덕동 골목 안에 위치한 한옥 병원 원장님이라서.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나면 모를까, 앞으로도 쭉 의사와 환자 관계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미를 느꼈습니다. 환자에게 '상처 주지 말자'는 것이 병원 모토라고, 매일 다짐하며 하루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

병원 직원이 다섯 명인데, 환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상처 주지 말자는 의사. 병원 개업한 지 27년 되었는데, 직원 다섯 명 모두 15년 넘게 근무했고, 두 명은 처음부터 같이 근무했다고 하니 수긍이 갑니다. 사실 병원만큼 이직률 높은 직장도 없는데, 작은 병원이지만 오랜 세월 함께 일했다니 믿음이 갑니다.

스스로 미련한 곰이 의사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의사.

실력만 뛰어나다면 사람 대하는 기술이야 미련한 곰이 훨씬 정감가고 좋을 수밖에.

더군다나 외과의사로서 환자 몸에 칼을 대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태도는 존경할 만 합니다. 환자들이 진심으로 의사에게 바라는 바.

실제로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하고, 노력하는 의사라면 진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의사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원래 10년 전부터 세로토닌 문화원의 소식지에 매달 칼럼으로 쓴 글을 묶어낸 것이랍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소탈함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의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었는데, <의사의 말 한마디>를 보면서 아주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천연기념물 두루미를 만난 듯한 느낌이랄까.

아참, 책 속에 이시형 박사님의 그림이 삽입되었는데 차분한 수묵화라서 글과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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