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 -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하이퍼 리얼 현장중심 드라마 작법 노하우
손정현 지음 / 이은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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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는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드라마 작법서예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하네요.

하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아요.

일단 재미있어요. 

요즘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별거 아닌 것도 스토리를 담아내면 특별한 것이 되듯이, 스토리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과연 어떻게 드라마 대본을 쓸까라는. 그래서 대본집을 구입해서 읽어보기도 했어요.

이 책을 읽어보니 드라마 작법을 위한 훈련으로 단막극 대본을 필사하는 방법이 나와 있더라고요. 매일 시간을 내서 한 시퀀스라도 꾸준히 필사하면 어느 순간 저절로 지문 쓰는 법, 구성의 리듬감, 대사 쓰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해요. 저자가 강추하는 작품은 정유경 작가님의 <내 약혼녀 이야기>(2001년, MBC)예요. 단막극 최초로 팬클럽이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했던 작품이라고 하니 필사하는 과정도 즐거울 것 같네요. 단, 현직 드라마 작가님 중에는 작가지망생들에게 하나 안 시키는 게 바로 필사라고 하네요. 요즘 드라마 트렌드가 워낙 다양해서 뭐 하나만 열 번 베낀다고 될 게 아니라는 거죠. 고로 필사를 하느냐 마느냐는 선택 사항이에요.

쫄지 않고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배째라 정신도 필요하다고 해요. 5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 중에 속으로 얘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는데, 5년 후에 웹드라마 공모전 당선 및 웹소설 수상 등등을 하며 드라마 작가로 당당히 데뷔했대요. 그 학생은 작가 교육생 시절 온갖 지적질과 절망적인 혹평을 당했는데도 드라마를 좋아했고, 글 쓰는 걸 꾸준히 했던 거예요. 무엇보다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원하던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작가 지망생으로 백수 생활을 하면 경제적 곤궁에 빠질 수 있으니까 최소한의 경제생활은 필수라는 점. 드라마도 살아온 경험과 깊이만큼 우러나오는 거니까, 무슨 일을 하든지 다 드라마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생각이 중요해요. 실제로 어떤 작가는 중고차 판매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그걸 배경으로 한 미니시리즈가 당선되어 올해 입봉 준비 중이라네요.

이 책의 구성은 처음 - 중간 - 끝 - 보너스 페이지 순으로 드라마 대본처럼 작법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어요.

강의를 듣는 것처럼 말하는 어조로 적혀 있어서, 술술 읽게 되네요. 


# scene 21

싸우거나 웃기거나!

아니면 엄청난 볼거리를 주거나!

 - 세련된 설명을 해주는 대사 스킬

: 대본을 집필하면서 초보작가들이 제일 못하는게 '설명'이야.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반드시 주어야 할 정보나 배경이나 팩트들이 있잖아.

신인작가들이 많이 저지르는 오류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구구절절히 다 대사로 설명하든가

아님 '작가'만 아는 얘기를 계속 '작가'만 알고 있는 경우야.

이러면 채널 바로 돌아간다.

... 그리고 '설명'에서 어쩌면 제일 중요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점.

처음부터 다 보여주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보여줄 것.

관객과 '밀땅'을 하라고 했었지? 일맥상통하는 얘기야.

한때 인기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잊혀져 가는 어떤 작가가 이희명 작가한테 물어본 거야.

"형은 어떻게 그렇게 미니시리즈를 세 개 연속으로 할 수 있어요?

도대체 비결이 뭡니까?" 했더니 이희명 작가가 수줍게 얘기했어.

"궁금하게 만들면 돼..."        (150-152p)


드라마 작법을 모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백퍼센트 공감하는 말이에요.

우연히 어떤 드라마 첫 회를 봤는데, 다음 회가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열혈시청자가 됐거든요. 반대로 첫 회에 아무런 궁금증과 흥미를 주지 못하는 드라마는 더 이상 안 보게 되더라고요. 정말 굉장한 드라마는 웃다가 울게 만드는 스토리인 것 같아요.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의 특징은 배우의 대사가 남달라요. 일상적인 대화처럼 자연스러운데 뭔가 꽂히는 한 마디가 있어요. 재미있는 대사는 유행어가 되고, 심도 있는 대사는 어록으로 남는 것 같아요.

다시 본론에 집중하자면, 대박나는 드라마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싶은 드라마 작가지망생을 위하여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결국 스스로 끌리는 일이라야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내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마음속으로는 '내가 1등이다!' 하면서, 남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쭉 노력하는 거죠. 될 때까지, 알아줄 때까지, 대박날 때까지!                                                                                                                                                                  

"진짜 좋은 사람이 좋은 작가가 되는 거예요. 이건 명제인 것 같아요."  - 박재범 작가  <신의 퀴즈> <김과장> <열혈사제>

"내 삶의 경험만큼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정현민 작가 <정도전> <녹두꽃>

"자신이 가장 재미있는 걸 쓰세요. 그게 통하더라고요."    - 원유정 작가 <모두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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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모자란 키스 바일라 8
주원규 지음 / 서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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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둘. 이번엔 진짜 진하게 키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신미가 갑자기 멈췄다.

마루가 놀란 얼굴로 신미를 보며 물었다.

- 왜?

- 한 개가 모자라.

- 뭐라고?

- 키스가 한 개, 딱 한 개 모자라다고.

- 한 개가 모자란 키스? 그게 뭔데?

- 그게 뭘까? 정말 넌 몰라?

- 나는 모르지.

- 난 네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137-138p)


<한 개 모자란 키스>는 주원규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

도대체 한 개 모자란 키스는 뭘까요.

주인공 마루는 '신일특별사립민족고등학교'라는 긴 이름의 학교 신입생이에요.

남들과 달리, 입학 후 한 달만에 등교하는 길이에요. 

왜냐하면 입학식 날에 알바하다가 사장이 편의점 물건을 빼돌린다는 누명을 씌워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았거든요.

물론 무죄판결을 받았으니까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거예요. 

1학년 3반 교실에 들어간 마루에게 말을 걸어 온 친구는 단 한 명, 종구였어요. 18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의 종구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어요.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벌점과 내신을 신경쓰느라 새로 온 마루에겐 전혀 관심 없는 스물다섯 명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사실 마루가 특별사립고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건 특별전형 덕분이에요.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자녀 중에 엄선해 전교생 백 명 중 한 명 꼴로 선발하는데, 마루는 신일고의 유일한 특별전형 학생이에요. 그러니까 마루를 제외한 전교생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의 아이들인 거죠. 하교 시간만 되면 학교 앞에 수입차가 줄지어서 아이들을 태워가요. 마루만 혼자 버스 정류장에서 배차 시간 30분인 버스를 기다려요. 

마루가 복학해 정확히 일주일째 되던 날, 하굣길 버스 정류장 앞에 검은 대형차 한 대가 섰어요. 뒷자석 차창이 내려가면서 신일고 교복 차림의 여자아이가 마루에게 말을 걸었어요. 자기 이름은 허신미라고 소개하면서, 요점은 "우리 친구 하자."였어요. 뜬금없이 처음 본 사이에 친구를 하자는 아이가 바로 그 신미예요.

마루 인생 첫키스의 주인공 신미. 그리고 '한 개 모자란 키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 아이.

짧은 이야기, 단순할 것 같은 학교 로맨스인 줄 알았더니 결말은 전혀 다른 장르였어요.

그리고 뭔가 굉장히 아쉬웠어요. 당당하고 멋진 마루는 충분한 답을 찾은 것 같은데, 그걸 바라보는 제 입장에서는 여전히 한 개 모자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도 그 부족함과 결핍이 주는 의미 때문에 마루의 담임 경동호 선생처럼 씁쓸함이 남는 것 같아요. 그게 굳어버린 어른과 성장하는 아이의 차이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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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선물 - 수학을 하는 것과 인생을 사는 일의 공명에 관하여
모리타 마사오 지음, 박동섭 옮김 / 원더박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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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수학이란 그리 만만한 친구가 아니라서, 선뜻 친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학과 친한 사람들, 더 나아가 수학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합니다.

참으로 궁금합니다. 

<수학의 선물>은 일본의 수학자 모리타 마사오가 5년간 계절마다 써 온 열아홉 편의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낸 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수학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수학적 사색을 끌어내는 책입니다.

부제는 '수학을 하는 것과 인생을 사는 일의 공명에 관하여'입니다.

수학자에게 수학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자가 바라보는 세계, 그 삶은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져 있을까요.

그는 수학적 언어를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수학이 삶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잇는 '이유'.

'지금'부터 미래를 이끄는 '추론'.

'이유'도 '추론'도 영어로는 리즌 reason 이다.

'지금'에만 있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reason 의 힘으로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고 

'이성' reason 의 힘으로 타자의 마음을 헤아린다.


reason 이라는 말의 기원은  라틴어  라티오 ratio 라고 한다.

ratio 에는 '견주기' 比 라는 의미가 있다. 

단위에 견주어 상대적인 크기를 측정하는 것.

그것이 '견주기'라는 발상의 기본이다.

'미지'를 '기지' (알고 있는 것)에 견주어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 ratio 다.


인간은 명백한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에

'나'와 '현재'를 시작점으로 삼아 미지의 우주를 상대적으로 측정하려고 한다.

... 문제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기지' 같은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견주어서 측정하는 단위란 현재의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학이라면 셈을 하는데 쓰이는 '1'과 증명의 바탕이 되는 '공리'가 추론과 계산의 시작점이고,

인생에서는 '나'와 '현재'가 세계를 시간과 공간의 펼쳐짐 속에서 파악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 있는 그대로의 우주에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건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reason 은 창조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78-80p)


저자의 아들은 태어난 다음날,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외부 일을 하고 있던 저자가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달려가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수술을 받고 전신에 튜브를 낀 채 침대 위에 고통스럽게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별일 아닌 듯 아들과 공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지금은 기적처럼 고맙다고.

왜 아니겠습니까.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에게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걸 자각하는 일은 별개일 뿐.


"수학은 '선물'이다. 이것은 나의 실감이다.

... 그 수학에 나는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았다. 

인생이 던져 준 갈등과 중압감으로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을 때도 

수학을 하는 시간만큼은 왠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수학은 도움이 된다.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수학의 커다란 이상을 품은 사고에 마음이 구원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중한 선물을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전해 주고 싶다."   (107p)


이 책을 읽고나니 반드시 수학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선물'을 찾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무너지는 나를 구원해주는 그것.

'나'와 '현재'를 시작점으로 해서 각자 삶의 이유를 창조해낼 것.

모리타 마사오의 <수학의 선물>이라는 책은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선물을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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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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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많아진 것 같아요.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람들.

그래서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 않으면서 내색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딱히 싫은 것도 아니라서.

유별나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어요.

뭐가 좋은 거지?

제 인생에서 유일한 고양이는 어릴 때 마당에서 키웠던 고양이에요. 개와는 달리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서, 마당에 그냥 있나보다 했던 것 같아요.

귀여운 강아지는 함께 놀 수 있어서 좋았는데, 고양이는 밥 먹을 때만 다가왔다가 나른하게 앉아만 있어서 영 재미가 없었거든요.

서로 멀뚱멀뚱 쳐다봤던 기억뿐이에요. 

<공공연한 고양이>는 열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집이에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

저와 같이 고양이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궁금증 해결이 될 수도 있어요. 아니면 더더욱 궁금해질지도 몰라요.

최은영 작가님의 <임보 일기>는 임보, 임시보호를 하는 동안에 정이 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애묘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사랑에 빠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이별하는 내용이 주인공만 달리 하면 애절한 로맨스네요.

조남주 작가님의 <테라스가 있는 집>은 고양이 쿠키를 키우는 지나 씨의 이야기예요. 세상에 설마 고양이 때문에... 그런데 실제로 지나 씨와 같은 고양이 집사가 있을 것 같아서, 그 마음을 존중하겠어요. 비록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정용준 작가님의 <세상의 모든 바다>는 겨울 아침에 태어난, 눈처럼 새하얀 순백의 아름다움을 가진 설이 씨의 이야기예요. 자신의 삶에 대해 한 치의 의심 없이 살 수 있다는 건 저 하늘에서 내리는 눈 같아요. 설이 씨는 행복해 보이는데, 왜 저는 씁쓸해지는 걸까요. 아무래도 세상 때가 탔나봐요.

이나경 작가님의 <너를 부른다>는 고양이 '그림자'를 통해 언니 유진을 그리워하는 동생 유선의 이야기예요. 언니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야?  만약 내가 동생 유선이었다고 해도 똑같았을 것 같아요. 믿고 싶어요, 그림자가 내 소원을 들어주기를.

강지영 작가님의 <덤덤한 식사>는 동물병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장수의 이야기예요. 다나는 지하주차장에 쓰러진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어요. 수의사 윤이 고양이를 살렸어요.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살게 해줬어요.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이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장수는 공혈묘예요. 다른 고양이들에게 수혈해주는 고양이. 

고양이는 덤덤해야 오래 살 수 있다는데, 그 모든 걸 지켜보는 '나'는 덤덤하지 못해요. 저 역시 이 사연을 보고나니 덤덤할 수 없네요. 

박민정 작가님의 <질주>는 예술대 문창과 신입생이던 '나'의 이야기예요. 영화과 선배들의 요청으로 영화 <질주>에 출연하게 된 나는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을 겪게 돼요. 영화를 찍는 장소였던 학사촌아파트 703호에서 선배들과 스태프는 여기저기 쏘다니면 울어대는 고양이들을 보고 소리쳤어요. "이것 좀 어디 갖다 버려라, 사운드 계속 들어오잖아." (97p)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지만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남자 배우와 감독의 만행은 범죄였어요. 자신들은 몰랐다며 발뺌해도 엄연한 범죄.

김선영 작가님의 <식초 한 병>은 꽃나무를 잡고 자는 고양이 얌이에 관한 추억 이야기예요. 낮잠 자는 고양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김멜라 작가님의 <유메노유메>는 인간이 된 고양이 유메와 고양이 집사 미애 씨의 이야기예요. 고양이 집사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장면일 것 같아요. 고양이의 수명은 너무 짧은 것 같아요. 기왕 인간과 함께 살 거라면 더 오래 살아야지...

양원영 작가님의 <묘령이백>은 짧은 SF 소설이에요. 사랑하는 고양이를 떠나보낼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집착과 욕망의 이야기. 그러나 고양이 집사들이 꿈꾸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묘령이백은 200년을 산 고양이예요.

 "귀엽지라도 않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귀엽지라도 않으면! 요망한 것, 이 요물." (169p) 

조예은 작가님의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은 우주 어딘가에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행성이 있다고 믿는 작가의 상상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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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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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은  제 머릿속에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의 이름을 강렬하게 남긴 작품이에요.

바로 그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Nine Perfect Strangers

역시 기대한 만큼 놀라운 작품이었어요.

평범한 설정 속에서 예기치 못한 반전을 주는 이야기.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소설에는 아홉 명의 타인들이 등장해요.

쉰두 살의 로맨스소설 작가 프랜시스 웰티.

젊은 챈들러 부부인 제시카와 벤.

마흔 살의 꽃미남 라스 리.

서른아홉 살의 여성 카멜 슈나이더.

쉰여섯 살의 남성 토니 호그번.

마르코니 가족으로 남편 나폴레옹과 아내 헤더는 동갑내기 마흔여덟 살 그리고 딸 조이는 스무 살.

낯선 아홉 명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였어요. 바로 '평온의 집'.

평온의 집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고급 휴양지이며 신청자들은 열흘 동안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해요.

원장은 마리아 드미트리첸코, 사람들은 그녀를 마샤라고 불러요. 키는 180센티미터가 넘고, 지나치게 하얀 피부와 커다란 초록색 눈을 가졌어요.

평온의 집에 들어오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요. 디지털 디톡스인 거죠. 개인적으로 가져온 간식이나 커피 등도 전부 압수품목이에요.

열흘 동안 평온의 집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스무디만 먹을 수 있어요. 특이한 건 매일 아침 채혈을 한다는 거예요. 건강체크 목적으로.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낯선 사람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낯섦에 있었다.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한 사람의 모든 걸 알아버린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이혼 준비일 수도 있다."  (91p)

   

겉만 봐서는 알 수 없어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자유로운 일상에서는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던 그 마음이 '평온의 집'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돼요.

첫 장면이 10년 전, 야오와 마샤가 구급대원과 환자로 만나는 장면이에요.

마샤는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실려나오면서 심장이 완전히 멈춰버렸다고 적혀 있어요.

그로부터 십 년 뒤에 마샤는 평온의 집을 운영하는 원장이 되어 있어요.

뭔지 짐작이 되나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는 호기심들이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읽게 되는 매력인 것 같아요.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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