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처방합니다 - 매번 먹는 진통제보다 강력한 면역 치료법
정가영 지음 / 라온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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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처방합니다>는 진통제보다 강력한 면역 치료법에 관한 책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헬스케어의 핵심은 면역력이라는 것.

사실 저는 특정 약에 대한 부작용이 생긴 이후로 약 복용을 되도록 삼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무조건 병원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내 몸을 챙기자는 주의라서, 이 책이 알려주는 면역 치료법에 주목했습니다.

저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전공의 3년 차 시절에 기능의학의 영양치료라는 신세계에 눈뜨면서, 환자를 약이나 수술이 아닌 영양과 생활습관을 통해 병의 원인을 밝히고, 전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기능의학을 통해 내 몸을 지키는 강력한 면역 시스템 관리를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파워 면역력을 올릴 것인가?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몸에 좋은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하고, 질 좋은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사방에 퍼져 있는 화학물질을 조심하며,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건강상식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면역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알맞은 관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방법적인 측면만 볼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를 알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인공 화학물질들이 왜 위험한지, 몇 년 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면역독성이란 사람이 의약, 농약, 일반 화학물질,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돼 인체의 면역 시스템에 발생하는 이상 증상 및 유해한 영향을 뜻합니다. 산업화에 따라 개발된 여러 가지 새로운 인공 화학물질들이 불필요하고 잘못된 면역반응을 자극하여 자가 면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가 면역 질환이란 내 몸의 면역세포가 건강한 정상 세포를 적군으로 오해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모든 질병을 통칭하는 것으로, 전신 홍반 루프스, 쇼그렌병,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 하시모토 갑상선염, 건선, 전신성 경화증 등 80여 종의 질병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가공식품들을 먹고 있으며, 발암물질 중금속에 노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 오염 물질이 면역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몸은 이러한 유해물질,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배출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파워 면역력을 갖기 위해서서는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의 조절과 함께 제노바이오틱스의 해독을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책 부록으로 해독주스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토마토, 사과, 바나나를 믹서기로 갈아서 죽 형태로 먹는 것입니다. 재료는 평범하지만 해독주스를 꾸준히 먹으면 살이 빠지고 만성피로가 해소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하게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자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치료의 핵심으로 해독주스를 처방했다고 합니다. 

면역력이란 내 몸의 밸런스를 맞춰갈 때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고 싶다면 책에 나오는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고, 그 결과 몸의 밸런스가 많이 깨졌다면 책에서 알려주는 실천 지침들을 따라서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면역력 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능의학 검사 항목이 나와 있습니다. 소변 유기산 검사,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 검사, 타액 호르몬 검사, 모발 미네랄 중금속 검사, 환경 호르몬 검사. 이러한 검사들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부분입니다. 면역력 처방의 핵심은 '내 몸은 내가 지킨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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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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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국선변호사의 회고록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국선전담변호사가 도입된 것이 2004년의 일이라는 것.

저자는 2014년,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었고,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되어 일해 왔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변론한 사건을 기초로 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법과 사람 사이, 범죄 안팎의 풍경들.

일반적인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와는 달리 국선변호인과 피고인의 관계는 좀 독특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정해준 국선변호인이라는 점 때문일 겁니다. 국선변호인은 최대한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조언하는 건데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변호사 비용을 내지 않으니 자기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고 성의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 나쁜 국선이 되고 맙니다.

핵심은 '소통'이라고 합니다. '좋은 국선'이냐, 아니면 '나쁜 국선'이냐는 피고인과 의사소통이 얼마나 잘되는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어느 청각장애인의 변호를 맡았던 이야기에 눈길이 갑니다. 그 남자는 수화를 배운 적이 없는 청각장애인이라서 경찰이 필담으로 피의자신문을 진행했는데, 그 내용을 보니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고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혐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형사 재판에서 구현돼야 하는 중요한 이념 중 하나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입니다.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일을 다루는 민사 재판과 달리 형사 재판은 국가(검사) 대 개인(피고인)이므로 피고인이 변명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합니다. 따라서 청각장애인(법에는 '농아자'로 표현돼 있다)은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사건으로 규정하여 방어권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건에서 방어권 제도로써 제대로 보장되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말문이 막힐 것 같다고 말합니다. 변호인이 피고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으니 피고인을 제대로 변호하는 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이렇듯 제도가 있어도, 그 제도가 공정하게 운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생각합니다.

형사 재판에서 국선변호를 받는다고 하면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재산이나 소득이 상당한데 국선변호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폼 나는 차를 몰고 다니면서 남의 돈 고작 몇 천만 원을 갚지 않으려고 시간 끌기용으로 국선변호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본전(원래 받은 약식 명령의 벌금)이 100만 원인데 변호인을 선임하려면 최소 그 몇 배를 줘야 하니까 그 돈이 아까운 경우, 자기가 유죄라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돈 들여 변호인을 선임할 필요가 없는 경우, 수행비서까지 거느린 건물주 아저씨가 어차피 쓸 변호사 수임료를 국선변호를 선택하여 밥이나 봉투를 건네며 생색내려는 경우 등등.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진짜 국선변호가 절실한 이들의 기회를 뺏는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실제로 먹고살기 위해 억울함을 밝히는 걸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법이란, 법적인 권리란 그저 그림의 떡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국선변호인이 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 책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사소하고 조각난 이야기들이 앞으로 국선변호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든, 혹은 제안이든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법은 법정에 선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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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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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따라 간다는 말이 있어요.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지 클래식 2>은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책이에요.

어떤 분야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친해질 수 있듯이, 클래식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어렵다거나 지루해서 별로였다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저자는 원래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클래식과는 무관한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클래식 음악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대요. 방송국을 나온 후에는 2014년 팟캐스트 <이지 클래식>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클잘알(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네요.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타고날 때부터 클래식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거죠.

눈높이 교육, 아니 눈높이 해설이 된다는 말씀.

저한테는 어릴 적 음악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음악을 등지고 살았는데 그걸 지금에서야 얼마나 후회하는지 몰라요.

인생에서 음악은 샘물 같아요. 팍팍한 삶을 촉촉하게. 

그러니 음악 없는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겠어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은 음악과 친해지는 중이에요.

<이지 클래식>의 첫 번째 책은 2016년 7월 27일, 세상에 나왔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어쩜, 이것도 한 발 늦었네요. 두 번째 책부터 알게 되었으니.

다행인 건 클알못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는 법.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가 클래식을 알아가는 최적의 시기라고, 저만의 생각이에요.

이 책의 특징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인물 중심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에요.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다양한 분야에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가 만날 음악가들은 ① 프란츠 슈베르트, ② 니콜로 파가니니, ③ 요한 슈트라우스 2세, ④ 클로드 드뷔시, ⑤ 모리스 라벨, ⑥ 에드워드 엘가, ⑦ 엑토르 베를리오즈, ⑧ 구스타프 말러, 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⑩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⑪ 에드바르 그리그, ⑫ 장 시벨리우스, ⑬ 안톤 브루크너, ⑭ 벨러 버르토, ⑮ 아르놀트 쇤베르크, ⑯ 조지 거슈윈, ⑰ 레너드 번스타인이에요. 

그 중에서 처음 만나는 음악가는 독일 가곡의 왕 슈베르트예요.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셜록 홈즈> 시리즈 영화의 2편인 <그림자 게임>에서 모라이어티 교수가 자신을 쫓아온 홈즈를 붙잡아 고문하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의 레코드를 틀어 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나와요. 가곡의 가사에 나오는 어부를 자신으로, 붙잡힌 홈즈를 물고기에 비유한 거죠.

책 속에 QR코드가 있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D.667)>를 직접 들을 수 있어요.

어린 시절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힘들게 음악의 길을 걷다가 서른한 살 나이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예요. 빈 중앙묘지에 슈베르트 묘가 있는데, 둘째 형이 평소에 존경하던 베토벤의 옆에 묻어주자고 제안해서 슈베르트의 비석 옆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비석이 함께 서 있다고 하네요.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슈베르트>(1899)를 보면 피아노 연주를 하는 슈베르트의 옆모습이 무척 진지한 것 같아요. 설마 주변에 서 있는 여성들 때문에 긴장한 건 아니겠죠.

마지막으로 슈베르트의 대표음악 목록이 나와 있어요. 추천음악 한 곡은 QR코드로 들을 수 있어요.

음악가들마다 흥미롭게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어요.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영화 <타이타닉>이나 <트와일라잇>이라면 봤거나 어떤 영화인지는 알 거예요. 제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은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에요. 영화 <엘비라 마디간> 전반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반해버렸죠. 세상에나, 지금 찾아보니 이 영화가 1967년 작품이네요. 사실 모차르트 음악은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주장 때문에 한때 붐이 일었죠.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우리나라 가요 <칵테일 사랑>의 가사에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이십일번'이 등장할까요. 모차르트 음악은 누가 들어도 반할 만한 것 같아요. 암튼 모차르트밖에 모르던 클알못도 이 책을 읽으면 열일곱 명의 음악가들에 대해 알게 돼요.

또한 클래식 음악을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도 지도와 함께 알려줘요. 클래식에 관한 작은 관심이 이 책을 읽게 했다면, 그다음은 사랑의 시작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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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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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를 아시나요?

힌두교는 다신교라서 다양한 신들이 존재해요. 인도 신화는 바로 그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예요.

근래 인도 신화에 대한 책을 읽고 더욱 관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푹 빠졌어요.

이 책은 특별히 인도 민화가 등장해요. 

와우, 한 번 보면 그 강렬함에 매료될 걸요.

제 눈길을 사로잡은 인도 민화는 <명상하는 시바>예요.

원래 시바는 푸른색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바를 분홍색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얼굴에 수염만 달려 있을 뿐 귀여운 요정 같아요. 왠지 알라딘에 나오는 지니처럼.

그런데 시바의 정체를 알면 깜짝 놀랄 거에요. 시바는 힌두교 신의 세 번째 신이며 파괴의 신으로 불린대요.

전지전능함과 위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힌두교의 다른 신과는 달리,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목에는 해골목걸이를 걸고 다니며, 머리에는 늘 치명적인 독을 지닌 코브라를 두르고 화장터에서 일하는 천민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으로 표현된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시바는 만물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위력을 지녀서 모든 신들이 힘을 합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신이에요. 시바는 거무스름한 피부에 네 개의 팔과 이마에 제3의 눈을 지녔어요.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의하면,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갖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 어느 날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시바의 두 눈을 양손으로 가렸는데, 그 순간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렸어요. 시바의 눈은 태양을 통제하는 빛을 간직하고 있어서 시바의 눈을 가리면 빛이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시작된 거죠.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자, 모든 신과 악마, 인간들이 자신들을 어둠 속에서 구해달라고 동시에 소리쳤고, 이 비명 소리를 들은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만들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다시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대요. 

오호, 무섭기만 한 줄 알았더니 자애롭네요. 그래서 시바는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가운데 인도인들의 사랑과 경배를 가장 많이 받는 신이라고 하네요. 

시바는 위대한 신이면서 가장 천한 계층의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사귀며 어울린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그를 경배하는 수많은 사원과 조각상, 그림들을 인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대요.

그러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그 시바가 아내 파르바티 곁에 있는 소년을 삼지창으로 내리쳤는데 그 소년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었다 해도 신인데, 아들을 몰라보고 죽이다니... 당황한 시바가 정신을 차리고 말하길, 우리 아들은 신이므로 죽지 않는다고, 자신은 아이를 파괴한 게 아니라 아이의 머리만 파괴한 거라고 했대요. 그다음에 시바는 아기 코끼리의 머리를 가져다가 아들의 어깨 위에 얹어놓았대요. 이 모습을 본 파르바티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가엾은 아들이 신들의 놀림감이 될 거라고 슬퍼했대요. 다행히 모든 신들이 파르바티 주변으로 몰려들어 아들의 사정을 듣고는 다 잘 될 거라며 위로했대요. 위대한 신 시바가 자신의 아들에게 코끼리 머리를 주었다면 그것이 그 소년에게는 가장 좋은 거라고. 이때 브라마와 비슈누는 가네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특별한 재능을 부여했어요.

"코끼리 머리를 가진 가네샤는 지혜의 신이 될 것이다." 

브라마가 말했다.

"가네샤는 천국의 서기이자 문학의 신이 될 것이며, 

장애물의 제거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종교의식에서도 어떤 다른 신들이 경배되기 이전에

제일 처음 경배될 것이다. 

가네샤는 새로운 사업을 여는 이들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신이 될 것이다." 

비슈누가 덧붙였다.     (87-88p)

신들의 세계도 인간과 똑같은 것 같아요. 불행한 사건이 도리어 축복이 되었어요.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갖고 있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훗날 인도인들이 경배하는 지혜의 신, 부와 명예의 신 가네샤가 되었어요. 잘 생긴 미모를 가진 신들보다 코끼리 머리의 가네샤가 더 매력적인 건 그 지혜로움에 있어요. 물론 코끼리 머리도 멋져요. 책에 나오는 가네샤 그림을 보면 비단에 석채와 금분으로 그려져 색채 조화가 뛰어나고, 검은 바탕에 형광빛이 도는 엷은 민트색의 가네샤는 화려하게 느껴져요. 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라서 방에 걸어두고 싶어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인도 민화와 함께 그 민화 속 신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인도 민화에는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형상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일상들이 담겨 있어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도인들에게 민화를 그리는 일은 신을 명상하고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지금도 인도 민화를 그리는 방법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지역별로 마두바니 민화, 남부 지방 민화, 왈리 민화가 거의 3000년 이상을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대요. 부록으로 왈리 민화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4가지 샘플 도안이 실려 있어요. 신기하게도 인도 민화가 제 내면의 예술적 욕구를 끌어올린 것 같아요. 인도인들처럼 신을 명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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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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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눈먼 자들의 도시』,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동일한 소설을 또 읽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은 시시하니까.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아닌 사실, 사실 너머의 진실.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아는 것과 그 이야기가 지닌 의미를 깨닫는 건 다릅니다.

이 소설은 1995년 포르투갈어판으로, 1998년 한국어판이 나왔습니다. 

1922년생 주제 사라마구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 쓴 소설이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눈이 멀었다'라는 설정을 비유가 아닌 실재하는 상황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번째 장면에서, 어떤 한 남자가 운전을 하던 도중에 눈이 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남자의 눈이 건강해 보이는데, 그는 눈이 안 보인다며 절규합니다. 눈 먼 남자를 돕겠다면 나선 낯선 남자는 눈 먼 남자를 집에 데려다 준 후 눈 먼 남자의 차를 훔쳐갑니다. 첫 번째 눈 먼 남자를 시작으로 해서 도시는 집단적 실명 현상이 전염병처럼 퍼져갑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의 아내입니다. 왜 그녀만 실명이 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공포와 혼란의 도시를 목격하게 된 의사의 아내, 그녀의 눈을 통해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시기는 2008년입니다. 그때는 유일한 목격자, 의사의 아내 입장에서 바라봤습니다. 눈 먼 세상이 지옥처럼 보였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끔찍했습니다. 그건 마치 인간다운 본질에 대해 눈 감아 버린, 괴물들의 세계였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아무런 힘이 없는 의사의 아내가 위태롭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영웅이 아니라 약자라서 슬펐습니다.

2019년에 본 <눈먼 자들의 도시>는, 놀랍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닮아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가짜 뉴스와 음모 조작, 약육강식의 세계.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의 첫 장에 적힌 문구입니다.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내 눈은 제대로 보이는지, 볼 수 있는 게 맞는지.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눈을 통해 본 것들을 진짜라고 믿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 중에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있습니다. 6명의 실험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농구공을 서로 패스하면서 그 횟수를 세도록 지시한 뒤,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그들 옆을 천천히 지나가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바로 앞에 사물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똑같이 눈을 뜨고 있는데, 왜 누구는 보고 누군 보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대상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실험'에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바로 실험 참가자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에 해당됩니다. 결과적으로, 고릴라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집중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사고를 유발하는 돌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건 세상을 향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보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보여준 지옥이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우리가,

행동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247p)


"의사가 말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조직이 없다는 거야, 각 건물마다, 각 거리마다, 각 지역마다 조직이 있어야 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거로군요, 아내가 말했다. ... 눈먼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조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스스로를 조직해야지, 자신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눈을 갖기 시작하는 거야.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실명의 경험은 우리에게 죽음과 고통만 주었어요, 내 눈도 당신 병원처럼 쓸모가 없어요. 

사모님 덕분에 우리는 아직 살아 있잖아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내가 눈이 멀었다 해도 우리는 살아 있을 거야, 세상은 눈먼 사람들로 가득해, 하지만 난 결국 우리 모두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시간의 문제일 뿐이야. 

죽는 건 늘 시간의 문제였지,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는다니, 이런 식으로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건 없을 거예요. 

...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눈은 멀지 말아야 해요, 의사의 아내가 말했다."    (418-4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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