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크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스.피.크. SPEAK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감히 짐작조차 못했어요.

이제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해요.


<스피크>는 그래픽노블이에요.

원작 소설은 로리 할스 앤더슨이 1990년대 후반에 썼다고 해요. 

미국에서 매년 가장 뛰어난 '영 어덜트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 '프란츠상' 첫 회 수상작이자 '내셔널 북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어요.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피크>가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이스너상' 수상작가 에밀리 캐럴이 그렸어요.

그림이 보여주는 색다른 방식이 원작의 깊이를 더해준 것 같아요. 작가의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첫 장면은 주인공 '나', 멜린다 소디노가 메리웨더 고등학교에 가는 첫 날, 아침 풍경이에요.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 같지만.

종이뭉치를 내 머리에 맞히며 깔깔대는 아이들.

'나는 왕따다.'

한때 절친이었던 레이첼 브륀은 나에게 "난 너 싫어."라고 말했고, 이제는 아예 모른 척 하네요.

'나는 더 이상 그때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역겨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지난 일이니까.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을 거다.' 

학교 선생님들도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소통하자느니, 감정 표현을 하라느니, 모두 거짓말이에요.

꼭 해야 하는 말은 사실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멜린다는 아무 말 안 하는 걸 택한 거예요.

그 후로 몇 주간, 멜린다는 버티고 있어요. 늦게까지 남아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괴롭힘 당하는 일 없이 학교에서 나갈 수 있어요.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어요. 도대체 멜린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이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면 억지로 말하기를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멜린다를 보면서 마음 아팠어요. 혼자 점심을 먹고 몰래 빈 공간으로 숨어드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작년 8월의 어느 밤, 멜린다는 레이첼를 따라 파티에 갔어요. 맥주와, 선배들, 음악이 있었죠. 맥주를 세 잔 연속해서 마셨더니 토할 것 같았어요. 

혼자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어요. 그때 잘생긴 고등학생 오빠가 다가와 말을 걸었어요. 얼떨결에 그 오빠 품에 안겼고 그는 내게 키스했어요. 처음 몇 분간은 설레었지만 그가 점점 거칠어졌어요. 맥주에 취한 내 혀는 굳어 버렸고 어쩔 줄 몰랐어요. 어떻게 말하지. 이러지 말라고. 아니야. 이러는 거 싫어. 입술이 중얼거렸어요. 가겠다고, 친구가 기다린다고, 부모님이 걱정하고 있다고. 그는 내 위에서 바위처럼 짓눌렀고 나는 머릿속으로 비명을 질렀어요. 싫어! 이러는 거 싫다고! 하지만 아무도 내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그 사실을 그도 너무 잘 알았어요. 쾅! 싫어!  그에게서 더러운 맥주 냄새가 났고, 그는 나를 아프게 했어요. 나를 나프게 한 그놈은... 미소를 지었어요. 

나는 경찰에 전화했어요. 그걸 본 누군가 소리쳤어요. 얘가 경찰을 불렀어!  나는 간신히 기어 나왔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지나서 도망쳐야 했어요. 모든 것으로부터. 모두에게서. 나는 텅 빈 집으로 걸어왔어요. 아무 말도 없이. 

메리웨더 고등학교에서 멜린다는 그놈을 봤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뻔뻔하게 잘 지내는 앤디 에반스.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멜린다는 그때 이후로 모든 게 변했는데, 매일 고통스럽게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그놈은 멀쩡할 수가 있죠?

그놈이 이번에는 레이첼과 사귀고 있어요. 어쩌죠?  그놈이 나쁜 놈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레이첼은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니.

멜린다는 친구를 위해서 용기를 내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속상했어요. 로리 할스 앤더슨은 열세 살에 멜린다와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요. 그 고통의 시간 동안 글을 썼고 <스피크>가 탄생한 거예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힘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스피크>. 

쉽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예요. 누군가 용기 내어 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들어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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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 하이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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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지루한 수업 시간에 한 번쯤 졸았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음, 난 한 번도 없는데...라는 사람은 빼고.

어쨌든 선생님이 교과서 내용을 설명하실 때는 스르륵 내려가는 눈꺼풀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는 기가 막히게 번쩍 뜨이죠.

왜 그럴까요. 

일단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 이야기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싫어한다면 그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재미없는 건 관심이 없어서 멀어지고, 점점 모르는 내용이 많아지니까 알아들을 수 없어서 더욱 싫어지는 악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공부는 억지로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해야 진짜 공부라는 것.

수학이나 과학이 어렵다는 편견이 생긴 건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수학과 과학 이야기는 어떨까요.

뭔가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는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고등학교 물리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과서 밖 일상에서 생기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수학, 물리, 과학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어떤 부분이든 순서와 상관 없이 볼 수 있어요. 

이 책에 나오는 43개의 주제 중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건 다음과 같아요.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지식과 연계하여 과학적 사고를 넓혀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 어떻게 쪽지를 전달할까?  - 암호의 원리

A가 C에게 'Love'라고 적은 쪽지를 전하려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B를 통해 전달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B가 쪽지 내용을 모르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암호학에서는 암호 알고리즘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겠죠.


◎ 수학자는 도박장에서 돈을 딸 수 있을까?  - 확률론

위 질문에 대해 진짜 연구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17세기 네덜란드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1757년에 출간한 저서 《주사위 도박 이론》에서

확률론을 이용해 도박 결과를 분석했다고 해요. 이것이 확률론의 시작이래요. 역시 호기심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네요.

혹시나 영화 때문에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면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면 NO!

도박은 속임수 게임이라서 수학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에요. 결론은 도박은 절대 금물.


◎ 누가 더 대단할까?  - 교류 VS 직류

페러데이가 발명한 발전기는 직류 발전기였지만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은 대부분 교류예요.

대부분 전기라고 하면 발명왕 에디슨을 떠올려요. 그런데 우리가 잘 몰랐던 천재가 한 명 더 있었어요. 바로 니콜라 테슬라예요.

테슬라는 에디슨이 만든 원시적인 발전기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지만 에디슨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에디슨 회사를 그만뒀어요.

이런, 에디슨 너무해.

만일 테슬라가 교류 발전기에 대한 판권을 오늘날까지 유지했다면, 누적 판권 비용은 아마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었을 거래요. 현재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교류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테슬라는 두 번이나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쳤고, 말년에는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았어요.

1943년 1월 8일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그를 불렀는데, 테슬라는 전날 밤 호텔에서 숨을 거뒀어요. 비운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 이제는 그 이름을 기억해야겠어요.


◎ 핸드폰 터치스크린은 어떤 원리일까?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터치스크린 전자제품을 보면 신기해요.

터치스크린은 손가락 위치를 어떻게 아는 걸까, 왜 장갑을 낀 손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시중에서 주로 쓰는 터치스크린은 대부분 축전기식 터치스크린이에요.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1745년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교수 피터르 판 뮈스헨브루크가 전하를 저장하는 레이던병을 발명했어요. 이 병의 기본 원리는 전기가 통하는 금속 막대와 금속 사슬로 전하를 병 안에 집어넣고, 병의 안팎에 금속막을 붙여요. 이렇게 하면 전하를 병 안에 축적할 수 있어요. 

1752년 미국 독립전쟁을 이끈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레이던병을 이용해 유명한 '번개 실험'을 했어요. 그는 연을 이용해 번개를 레이던병에 끌어들여 하늘의 번개와 지상의 전기가 같은 물질임을 증명했어요.

와우, 놀랍죠?  초기 인류가 불을 이용하면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면, 전기는 현대문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죠. 

그다음은 스마트폰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터치스크린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신기하던지, 요즘 애들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터치스크린의 원리는 어떤 부분과 손가락이 닿으면 축전기와 결합해 스크린의 전기장을 바꾸고, 센서와 칩을 통해 전기장과 전류의 변화를 분석하면, 손가락이 닿은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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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 - 26살, 9개월 만에 사법시험을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의 패턴 공부법
이윤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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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여유~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부의 신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듯.

마치 수능 만점자에게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었을 때 듣게 되는 답변처럼.

학창 시절 내내 모범적으로 꾸준히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이변이 없듯이.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에 빠져 지내다가 '무사히' 법대 진학 후에는 부모님의 감시를 벗어나 더욱 게임중독이 되었다고.

여기서 잠깐, '어떻게 게임에 빠졌는데 대학을 갔지?'라는 의문과 함께 꽤 머리가 좋았다는 걸 추측하게 되네요.

스물여섯 살, 게임중독이던 대학생이 9개월 만에 사법시험을 합격했다면 이건 역시 머리였구나 확신할 수밖에.

흔히 엄마들의 단골 멘트,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와 같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를 하기 싫어하면 잘 하기가 어렵지요.

당시 저자는 대학 입학 후 공부는 내팽개치고 종일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제적을 당했고, 연이어 입영통지서를 받고, 사법시험 폐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어요.

이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나는 왜 게임을 하는 걸까, 왜 게임을 끊지 못할까, 공부하기 싫은 것을 게임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사법시험에 합격해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 꿈을 떠올렸다고 해요. 그래서 바로 사법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구체적인 꿈과 목표를 향해 자신만의 성공 전략을 세웠던 거예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해요.

시험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

스스로 공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철없던 대학생이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처럼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결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복을 달성하고자 공부를 택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선택에 책임감이 떠오를 것이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합격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죠. 

"진짜 공부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행복'을 위해 '나'는 공부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내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도 말이다. 

이런 태도와 마음가짐이야말로 그 어떤 공부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25p)

매우 공감했어요. 

저 역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합격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놀랍게도 저자가 알려주는 공부 전략의 핵심은 '합격자처럼 계획하라'였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이 합격수기를 모으는 것이었대요. 간접 체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모아본 수기들 속에서 합격자들이 말하는 공부법과 습관에는 비슷한 공통점과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고 해요. 합격수기를 분석한 후 직접 고안한 방법으로 1개월 반 동안 하루 16시간 공부, 세 시간 취침으로 미친 듯이 공부한 끝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고, 이후 2차 시험도 단 7개월 준비 후에 당당히 합격했어요.

결국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준비해야 해요. 그래야 구체적인 방법이나 세부적이 기술을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확실한 합격을 위한 공부법이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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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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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이 눈앞에 숫자로 표시된다면 어떨까요.

이 소설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인 타임 In Time> (2011)이 떠올랐어요.

당시 영화가 보여준 미래 가상 세계는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영화 속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돼요.

"TIME IS MONEY, TIME IS POWER."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 노화가 멈추고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시간을 제공받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노동을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해요. 반면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풍족한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어요.

충격적인 장면은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여 시계에 "0"이 표시된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모습이었어요. 배터리를 제거한 로봇처럼 힘없이 스르륵 쓰러지면서 끝나는 죽음. 자신의 수명을 구체적인 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주 같았거든요. 많든 적든간에.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는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전부  "당신이  ... 할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 번 남았습니다"라는 제목이라는 것.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그 남은 횟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것을 상상하는 재미뿐 아니라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어요.

일단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눈앞에 보인 건 가즈키가 열 살 생일이 되던 날이었어요. 왜 가즈키에게만 그런 문장이 보였는지는 알 수 없어요. 원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좋아하는 가즈키는 엄마가 손수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1씩 줄어드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열세 살이 된 가즈키에게 남은 횟수는 328번, 만약 숫자가 0이 되면 엄마는 죽는다? 그때부터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거부했어요. 사회생활 10년차가 된 가즈키는 동료가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맛보고나서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졌어요. 아직도 남은 횟수는 328번이라 다행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 짐작했듯이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의 과거와 미래 어떤 순간이든지 딱 1분간 통화할 수 있어요. 1분씩 총 5분의 시간으로 내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 또한 SF영화 때문에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 내 인생에서 시간여행은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 이 내용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상상인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수업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 일본에서도 행운의 편지가 유행했었나 보네요. 행운의 편지를 받고 열심히 7통의 편지를 썼던가, 아니면 무시했던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주인공처럼 연달아 7번의 불행이 찾아온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도대체 행운의 편지는 누가 만든 걸까요. 참 심술맞은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 ...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매일 거짓말 홍수 속에 살고 있지요.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냥 슬쩍 속아주며 살고 싶어요.

당신이 놀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9241번 남았습니다 ... 어린애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인다면 제대로 놀 수 있을까요. 수줍음 많은 소년 다부치는 그 횟수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어요. 누구 말마따다 아끼면 X 된다고,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야죠.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 오,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자신이 살 날까지 숫자로 보여주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눈앞의 숫자가 7000일에서 멈췄어요. 작동이 중지되어 정보를 복구 중이라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소설을 통해 들여다 본 우리 삶의 수많은 기회들.

모두 일일이 횟수로 표시해서 볼 수 있다면 복잡해서 하루도 못 살 거예요. 안 보이길 천만다행이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에요. 아낌 없이 사랑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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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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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스퉁 민체이'라는 아름다운 강변에 산다고 대답한다.

스퉁 민체이는 '승리의 강'이라는 뜻이지만

막상 그 이름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게 되면

사람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좋아 '강'이지, 실제로 스퉁 민체이는 프놈펜에서,

아니 캄보디아 전체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장이다.   (16p)


예전에 이런 아파트 광고가 있었어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가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내가 사는 곳이 곧 나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자본주의 발상.

<렌트 콜렉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   (346p)


주인공 상 리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있는 스물아홉 살 여성이에요.

상 리에게는 남편 기 림과 생후 16개월 된 아들 니사이가 있어요. 매일 쓰레기를 주우며 살고 있어요.

매월 첫째 날은 어김없이 암소가 찾아와요. 암소의 진짜 이름은 소피프 신인데, 우리는 그녀를 '암소' 또는 '집세 수금원(Rent Collector)'이라고 불러요. 그녀는 몇몇 땅 주인들을 대신해 스퉁 민체이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집세를 걷으러 다녀요. 소피프는 퉁명스럽고 냉혹하며 화를 잘 내는 여자예요. 대부분의 시간은 잠을 자거나 욕설을 지껄이거나 싸구려 술을 마시며 빈둥거려요. 오직 단 하루, 집세 걷는 날만 술에 취해 있지 않아요.

쓰레기 줍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퍼요. 프놈펜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곳 사람들은 남들이 내다 버린 것들에서 삶을 일구며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상 리는 요즘 계속 할아버지 꿈을 꿔요. 할아버지는 어린 상 리에게 늘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셨어요.


"인생이 늘 그렇게 힘들고 잔혹한 것만은 아니란다. 우리의 고난은 순간에 지나지 않아." (11p)

"상 리."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

"오늘부터 시작이야.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 될 거야."  (12p)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산다는 건 '좋은 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요. 그래도 상 리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덕분에 잘 버텨내고 있어요. 단지 니사이가 매일 설사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프다는 것, 매달 집세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빼면. 아니, 이젠 버티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남편 기 림이 집세 낼 돈을 강도들에게 뺏긴 데다가 심하게 얻어맞아 죽을 뻔 했거든요. 이런 딱한 사정을 듣고도 소피프 신은 꿈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눈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기 림이 주워온 그림책을 본 소피프의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더니 풀썩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고통스럽고 슬픔에 가득 찬 탄식으로 변했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 리는 무엇이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던 여자의 감정을 흔들었는지 생각했어요. 뭘까...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살짝 들썩이던 입술, 그건 소피프 신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다음 날 상 리는 소피프를 찾아가 부탁했어요. 

"제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58p)

스퉁 민체이 사는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몰라요. 상 리가 소피프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그건 이 소설을 읽는 저한테도 일어났어요. 문학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한 소피프의 가르침을 상 리와 함께 배웠어요. 


"좋든 싫든 희망은 우리 가슴 속에 아주 깊이 새겨져 있어서 내칠 수가 없고,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다시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우리 자신이 사란이고 태터코트이고 신데렐라이기 때문이야."  (3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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