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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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고갯마루에서 우리는 만났고,

서로를 알아봤고,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고 있는 길과 걸어가고자 하는 길을

이야기했다."   (23-24p)


살다보면 보이지 않는 경계를 발견하곤 해요.

그 경계는 좋거나 나쁜 무엇이 아니라 너와 나를 구분짓는, '다름'의 발견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저한테 그 '다름'이 보여주는 새로운 '길'이에요.


저자는 도시소설가로서 사방이 콘크리트인 작업실을 벗어나 문장 밖을 쏘다니고 싶었고, 수많은 농촌 마을을 돌아다녔다고 해요.

가장 많이 간 마을이 전라남도 곡성군이었고, 그곳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된 거예요.

농부과학자 이동현님.

곡성군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美實蘭) 대표이자 미생물 박사라고 해요.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부라고 해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서로의 곁에 머물면서 달라지는 과정이 이 책속에 담겨 있어요.

저자는 그 시간들을, '두 번째로 내 삶을 깨우는 시간'이자, '우리가 함께한 발아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새롭고 낯선 만남이 특별한 인연이 되어, 서로를 흔들어 깨우면서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져요.


"아름답지요?"

곡성에 갈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들었다고 해요. 아름답지 않느냐고 묻던 그곳은, 저자에겐 아름다움이란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장소였대요.

그래서 침묵한 것인데, 이 대표는 오히려 강한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웃고 넘어갔다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어요. '오늘 나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꼈지?' 

우리가 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매혹되었기 때문이에요. 강렬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관계 속에 아름다움이 있어요.


땅에 매혹된 소설가와 이야기에 매혹된 과학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두 사람의 낯선 삶이 나를 흔들어 깨우네요. 경험해본 적 없는 그들의 삶이 나에게 영향을 줄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어요. 

초록빛 물결을 이루는 논두렁 사진을 바라보며, 사람과 동식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진짜 세상이 보였어요.


씨나락은 내년 농사에 사용할 볍씨고, 오가리는 장독의 사투리래요. 옛날부터 한반도엔 터주 즉 집터를 지키는 지신(地神)을 모시는 신앙이 있었는데, 전라도에선 철륭, 경상도에선 텃고사, 충청 이북엔 터주라고 불렀대요. 전라도에선 집 뒤 장독대에 대부분 철륭을 모셨는데, 청단마을에서 철륭을 오가리에 모신다는 풍습 자료를 읽고 두 사람이 직접 찾아갔대요. 아흔여섯 살 김씨 할머니에게 철륭 오가리 이야기를 꺼냈더니, 툇마루로 데려갔대요. 나무판 세 장을 걷어낼 때까지 할머니는 뒷짐을 진 채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바라보시더래요. 오가리는 거기 그대로 있었대요. 할머니는 열여덟 살 꽃다운 나이에 이 험한 골짜기 마을로 시집와서 아흔여섯 살까지, 긴 세월을 농사짓고 가족을 챙기며 보냈대요. 

"고맙구만, 고마와." 

"저희가 고맙죠. 오가리를 마루나 방 밑에 묻어두고 썼단 얘길 듣기만 했지 직접 본 건 처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시상 뜨기 전에 저것을 다시 몬챠볼 줄은 참말로 몰랐네. 영판 고마와."  (147-148p)

...

곡성은 대대손손 벼농사를 짓고, 쌀을 신앙의 대상으로 떠받든 곳이었다. 

미실란과 곡성은 '쌀'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너무나도 어울리는 조합인 것이다.

이것은 정녕 우연일까. 오가리에 깃든 철륭이 미실란을 곡성으로 끌어당긴 것은 아닐까.

툇마루 밑에 오가리를 숨긴 까닭이 가족 먹을 곡물을 감추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가리는 김 할머니 가족이 가장 소중한 것을 두는 비밀 금고이기도 했다.

다른 것은 다 빼앗긴대도 결코 내어줄 수 없는 물건을 거기에 뒀다. 툇마루 밑 오가리에 모신 씨나락을 떠올려보라. 

거기에 철륭이 깃드는 것은 농부에게 씨나락이 곧 목숨이기 때문이다. (149p)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았는가.

얼마나 자주 소중함을 되새기며 새로운 다짐을 보태는가.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어요. 

세상 풍파가 거셀수록 내 삶의 중심으로 돌아와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 마음의 오가리를 열고 씨나락을 품으라고 이야기하네요.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라고요.


지금 우리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을 지겨내는 의지가 필요해요. 큰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굳건한 뿌리를 내려야 해요.

농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농부의 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네요. 매혹적인 이야기꾼 덕분에.


발아 = "한껏 솟아오르고 또 한껏 뻗어내려"

모내기 = "세상의 모든 마음을 주고받다"

김매기 = "지키고 싶다면 반복해야 한다"

추수 = "여기까지 왔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파종 = "사람이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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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 읽고 씩 웃으면 싹 풀리는 인생공부 - 세상에서 가장 기발하고 재밌는 멘탈 트레이닝
존 자브나.고든 자브나 지음, 정유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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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곳을 뻥 뚫어주는 것은?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거예요.

<쓱 읽고 씩 웃으며 싹 풀리는 인생공부>를 읽으면서 제 속이 뻥 뚫린 것 같아요. 

바로바로 소화제처럼.


웃음은 최고의 명약이라고 했던가요.

이 책은 10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너무 쓰면 먹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달달한 성분을 섞어서 약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되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아요. 유머와 풍자를 달달하게 섞었거든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저자가 친절하게 이 책의 활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야기마다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편의에 따라 매겨진 숫자일 뿐이나 본인이 내키는 대로, 순서와 상관없이 읽으면 돼요. 하나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읽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난 후에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물론 책의 소재가 된 이야기들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있어요. 결국, 농담일 뿐이라고.

소화제가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고 해서, 다량을 한 번에 먹을 수는 없듯이, 이 책도 곁에 두고,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 펼쳐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재미있어요.


짧은 이야기 다음에 해석이 나와 있어요. 

이건 원래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거야, 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가볍고 유쾌한 농담을 던지고 본론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랄까. 당연히 무슨 뜻인지,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했겠지만 추가하는 이야기는 친절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맞아, 그래.'라고 공감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31. 항해일지의 진실 

 : 사실이 항상 진실은 아니다

젊은 갑판원 찰리가 항해 중에 난생처음 술을 마신 뒤 꽤 취했다. 다음날 그는 배의 공식 항해일지에 선장이 기재한 내용을 보았다.

"오늘은 찰리가 술에 취했다."

찰리는 선장에게 가서 그날 자기가 난생처음 술을 마셨다는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자주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일 텐데,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찰리가 설명했다.

"정말 안됐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므로 바꾸지 않을 생각이네." 선장이 말했다.

며칠 뒤, 찰리는 일지 쓰는 당번이 되었을 때 이렇게 썼다.

"오늘은 선장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 

    

- The Insight from story -

단지 어떤 일이 사실이라고 해서 정확하고 전체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100p)


- Life Lesson -

사람들은 신빙성 있는 말로 상대를 기만할 때 '호도성 거짓말'을 종종 이용하곤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노골적인 거짓말보다는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사람들이 가장 흔히 이용하는 호도성 거짓말은 다음과 같다.

편향적 정보 선택, 그릇된 방향 제시, 과장, 에피소드, 거짓 통계


"절대적인 진실이란 없다.

모든 진실은 반쪽짜리 진실일 뿐이다."

  -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102p)



62. 어리석은 지구인

 : 나를 가로막는 건 항상 나다

지구 상공을 맴도는 비행접시 안에서 두 외계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첫번째 외계인이 말했다. "이 행성을 지배하는 생명체들을 관찰해왔는데, 그들이 인공위성 기반의 핵무기를 개발한 것 같아."

"대단하군. 그럼 그들도 지능이 있는 새로운 생명체야?" 두번째 외계인이 물었다.

"아니, 그렇진 않아." 첫 번째 외계인이 대답했다.

"그들은 그 무기로 같은 종족을 겨누고 있거든."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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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브리프 DEBRIEF Vol.2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우리 삶 - POST COVID-19 디브리프 DEBRIEF 2
바이러스디자인 UX Lab. 지음 / 바이러스디자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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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나왔어요.

요즘 우리가 얻는 정보들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소비되는 것 같아요. 휘리릭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제대로 골라내는 필터.

디브리프는 특정 이벤트 혹은 이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로 제공하는 융합 트렌드 전문 서적이라고 해요.


<디브리프 DEBRIEF Vol.2>의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우리 삶'이에요.

현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우선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어요. 통계 현황을 보니 정말 무서울 정도의 전파력과 치명률을 가진 전염병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미 그 과정 속에서 전례없는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다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물면서 타인과의 대면이나 접촉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이미 시작된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크게 소비(Commerce), 식문화(Dining), 문화와 레저(Culture & Leisure), 업무와 교육(Work & Edu)으로 나누어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있어요.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쇼핑 고객군이 확장되는 변화가 일어났어요. 오프라인 매장들도 비대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나 비대면 결제 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있어요. 또한 공유 경제는 지고 구독 서비스가 뜨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컨텐츠에 대한 구독에서 나아가 자동차, 세탁, 반찬과 도시락 등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요. 한때 소비 트렌드의 선두에 있던 공유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커졌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더욱 허물어진 형태가 될 거예요. 어떻게 온라인 세계와 아날로그적인 체험을 절충하여 소비자를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중 두드러진 점이 집에서 요리하는 훔쿡의 증가일 거예요. 집에서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지역 농산물의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요. 

오프라인 식당들도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그동안 매장내 셀프 서비스는 있었지만 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니 놀랍네요.

문화와 레저는 오프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크게 위축된 분야예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현실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어요. 이제는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집에서 주로 놀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집에서 주로 즐기고 노는 사람들을 일컫는 홈 루덴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어요. 

업무과 교육도 스트리밍 시대가 되었어요.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일과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환경이 구현되면서, 과거에 상상했던 미래 사회가 현실이 된 것 같아요. 아직은 시스템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라서 혼란은 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디브리프 DEBRIEF Vol.2>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된 부분들을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할 것인지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처럼 불확실성은 무지한 사람에게는 위기지만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인 것 같아요. 변화는 파도처럼 밀려오고, 지금은 그 파도를 올라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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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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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떡볶이를 먹었어요.

평소에 매운 음식을 못 먹는데 떡볶이만큼은 매콤해야 더 맛있어요.

뱃속까지 얼얼한 느낌이 떡볶이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네요.


<주관식 문제>는 장우석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한국추리문학선 아홉 번째 책 속에는 모두 아홉 편의 추리소설이 있어요.

표제작 <주관식 문제>는 장우석 작가님의 등단작으로, 2014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에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게재된 작품이라고 해요.

제목을 바꿔서 더 흥미로워진 것 같아요. 단순히 제목만으로 유추하거나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은 좀 시시하니까.

재미있는 건 주인공이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데, 저자 역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거예요.

누구보다도 학교를 잘 아는 장본인.

당연히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 장르가 추리소설이라 일부 내용은 범죄사건이 등장해요. 

한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어요. 원래 떠돌던 학교 괴담뿐 아니라 실제 여고에서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버무러져서 현실 공포감을 극대화 했던 것 같아요. 귀신은 그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 외면하고 감춰버린 추악한 진실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무섭다는 원초적인 느낌 이외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 불편함, 불쾌감...

<주관식 문제> 소설 말미에 2017년 영화화 되었고,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선 진출했다는 내용이 보고 살짝 놀랐어요.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을지 궁금하네요.


아홉 편의 소설은 <주관식 문제>, <안경>, <영혼샌드위치>,<가로지르기>, <파트너>, <인상파 소묘>, <늪>, <방해자>, <인멸>이에요. 마치 떡볶이 순한 맛으로 시작해서 점점 매워지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점점 그 대상이 확장되면서 인간 그 자체가 보였던 것 같아요. 교사, 학생, 학부모, 직원, 경찰 등등 사회적으로 규정짓는 껍데기 말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하필이면 그 내면이 온통 시커멓게 오염된 걸 발견했으니, 그리 유쾌할 수는 없겠죠.


"저 그림 속의 하늘이 보랏빛이죠? 여러분 보랏빛 하늘을 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민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랏빛 하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가는 직접 본 하늘을 그린 거예요. 

자신의 눈에 들어온 순간적인 느낌을 화폭에 담으려고 한 거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 순간의 느낌."

아이들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중에는 뭔가 느낌이 온 표정을 짓는 아이도 한두 명 포함되어 있었다.

고전주의가 선의 예술이라면 인상주의는 색의 예술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을 그릴 것인지보다 어떻게 그릴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어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더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매 순간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삶의 핵이 들어가 있다.

절정의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는 나만의 색깔. 

        (234-235p)


끝까지 읽고나면 '보랏빛 하늘'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작가님이 추리소설을 선택한 것도 우리에게 '보랏빛 하늘'을 보여주려던 게 아닐까...

우리는 늘 하늘을 보면서도, 그 하늘을 다 보지 못했던 거라고. 주관식 문제를 봤지만 제대로 풀지는 못한 것 같아요. 왠지 숙제가 되어버린 듯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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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뇌 - 뇌졸중 환자의 물음에 세계 최고 전문가가 답하다
Mike Dow.David Dow.Megan Sutton 지음, 김형석 옮김, 김성수 감수 / 군자출판사(교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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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뇌졸중은 노인 질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젊은 나이에도 뇌졸증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충격이었어요.

아직 젊다고 건강을 자신할 게 아니라, 젊을 때부터 건강을 위한 노력을 필요해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잖아요.

무엇보다도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고장난 뇌>는 뇌졸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책이에요.

우선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서 무척 놀랐어요. 20년 전에 저자의 동생 데이빗은 심각한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그때 데이빗의 나이는 고작 열 살, 저자는 열다섯 살이었대요. 어머니가 울면서 데이빗에게 실어증이라는 증상이 있다고 말했을 때, 저자는 그 생소한 말이 뭔가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고 해요. 왜냐하면 의료진이 '4기 암' 같은 말을 할 때와 같은 톤으로 그 단어를 계속 사용했기 때문이래요. 그때나 지금이나, 의사의 설명은 늘 충분하지 않아요.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에는 너무 바쁜 탓이겠지요. 

저자의 동생과 어머니가 환자와 보호자로서 배웠던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수동적 자세는 뇌졸중 회복에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매일 동생은 전사와 같이 치열하게 싸웠고, 결국엔 극복해냈어요. 모든 의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어요. 이른바 '뇌졸중 생존자(stroke survivor)'가 된 거예요.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했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다음과 같아요.


"한 번에 한 걸음, 한 글자, 한 음절, 한 움직임, 한 치료, 한 도전, 한 날(day)씩 20년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동생에게 있어 치료는 병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뇌졸중 생존자에게 있어서는 삶을 살아가는 매일, 매 순간이 회복을 위한 것이 되니까요." (xviii)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뇌졸중 생존자와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100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당장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 그게 핵심이에요. 

어렵고 복잡한 의학용어 대신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뇌졸중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요.

저자와 동생 데이빗은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시작해서, Q&A 방식으로 뇌줄중 회복 분야에 관한 전문가들의 최신 지식을 알기 쉬운 매뉴얼로 정리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1번 질문부터 100번 질문까지, 각 질문마다 세계 최고 전문가의 답을 얻을 수 있어요. 

한 마디로 뇌졸중 회복을 위한, 가장 친절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1. 뇌졸중이란 무엇인가요?

[저자 노트]  뇌졸중은 뇌의 혈류가 끊어진 것을 말합니다. 

...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의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의 손상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가에 따라 뇌졸중 생존자의 몸과 마음에 각종 증상이 생깁니다. 

여기에는 신체적, 인지적, 의사소통적 증상들이 포함되는데, 그 양상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 뇌줄중 이해를 위한 그림이 나와 있어요.  (5p)

데이빗은 뇌졸중에 대해 말로만 듣고 이해하기는 어려웠다고 해요. 영상이나 시각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대뇌 좌반구의 발생 : 우측 반신의 소력감이나 감각 문제, 언어장애, 분석 능력의 손상

대뇌 우반구의 발생 : 좌측 반신의 소력감이나 감각 문제, 시각 및 공간 파악의 장애, 충동적이고 부적절한 행동


☞ 마이크 박사의 팁 

"옛말에 이르길,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회복을 위한 긴 여정에서 첫 단계는 바로 머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뇌졸중으로 인해 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배움으로써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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