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 - 대학 4년간 배우는 내용을 한권에 담았다!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시리즈
조사연 옮김, 히라노 아쓰시 칼 감수 / 더퀘스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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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선뜻 배울 생각을 못한 건 관련 서적이 어렵게 느껴져서예요.

그런데 여기, 알기 쉽게 설명된 경영학 입문서가 나왔어요.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은 경영학 기초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각 챕터가 스토리텔링과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용어와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우선 경영학은 왜 배워야 할까요.

책에 등장하는 경미 씨처럼 카페를 창업하거나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취준생이라면 경영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아요.

"경영학을 배우면 회사에 어떤 부서가 있고 다른 부서는 어떤 목표 아래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돼요.

부분을 알고 경영자 시점으로 전체를 바라보면 소속 부서에서 자신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죠.

그러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보람도 생깁니다. 

일반 사원이 경영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5p)

저 역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경영자 시점' 때문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 스스로 CEO의 마인드를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요. 어찌보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CEO라고 할 수 있으니, 경영학을 배우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경영학은 기업을 비롯해 조직이 가진 사람, 물건, 돈, 정보 등의 경영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세상에 효과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이 책에서는 경영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경영학의 중심 주체인 기업에 대해 알려주고, 경영 활동에 필요한 경영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생산관리, 조직에 관한 핵심 지식만을 골라 설명해주고 있어요.

경영전략에서 사업 범위를 정할 때는 세 가지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요.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고객축), 어떻게 제공할까(제품, 기술축),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기능축)를 염두에 두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성공한 기업은 강점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강점, 즉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핵심역량의 조건은 적용 가능성, 내구성, 대체 가능성, 희소성, 모방 가능성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핵심역량을 찾아야 위기에 대처할 수 있어요. 기업을 작은 조직, 더 작게는 '나' 자신으로 생각하면 경영전략이 성공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경영전략에 기초하여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이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경영자원을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가,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조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기본적인 경영학의 개념을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기업과 조직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유용한 도구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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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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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여덟 가지 주제로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 여덟 가지 주제는 음식, 산, 반려동물, 꽃, 과거시험, 집, 계모임, 한류스타예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 문익 조익은 호남 관찰사 민후의 부탁으로 <용졸당기>를 썼는데, 거기에 '순채국과 농어회로 입맛을 맞추고'라는 문구가 나온대요. 조선 선비들에게 순채국과 농어회는 어떤 의미이길래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순채국과 농어회는 '순갱노회'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순로'라고도 한대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언급된 것은 진나라 장한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대요. 장한이 재상으로 있을 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워 벼슬에서 물러날 기회만 엿보다가 정세를 살펴보니 곧 난리가 날 것 같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고 있었대요. 마침 가을이 되어 농어회와 순채를 핑계 삼아 고향으로 갔고, 그 덕부에 장한은 목숨을 건졌다고 하네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장유는 벼슬살이가 힘겨울 때나, 고향을 그리워할 때에 순채국과 농어회를 자주 인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순채국과 농어회는 음식 자체의 의미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비들은 음식에 대한 미적 기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품평하거나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기록은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식욕을 절제하는 선비의 정신을 보니 오늘날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 투어로 넘쳐나는 식욕들이 지나친 탐욕처럼 느껴지네요. 

선비의 삶에서 꽃은 좀 의외의 주제라서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꽃은 무엇일까요.

1474년 강희안은 꽃 키우는 방법을 다룬 조선 최초의 전문 화훼서 『양화소록』에서 매우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네요. 선비가 꽃을 키우는 이유에 대한 서술로, 꽃이란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키우고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니, 운치와 절조 없는 것은 감상할 필요조차 없기에 아무 꽃이나 키울 수 없으며, 이는 비루한 사람과 한 방에 있는 것처럼 피해야 할 일라고 적었대요. 강희안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같은 작은 것이라도 이치를 탐구하여 근원으로 들어가면 지식이 미치므로, 결국 꽃을 키우고 감상하는 이유는 성리학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대요. 꽃을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사랑하면 될 것을, 선비들은 참으로 복잡한 사색을 하였네요. 

조선시대 선비가 가장 사랑한 꽃 1위는 매화라고 해요. 2위는 아마도 국화일 거라고요. 추위에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매화와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도도한 오상고절 국화는 선비 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거죠.

선비가 머무는 곳으로 책에 소개된 계일정은 경기도 용인 모현동에 가면 연안 이씨의 종가 옆에 있다고 해요. 옮겨 놓은 것으로 사실 연못을 새로 파고 정자를 다시 지은 것이라는데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고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한옥은 멋스러움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 언젠가 가능하다면 한옥 스타일로 집을 건축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구석구석 되짚어보니 나름의 풍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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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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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를 읽기 전까지는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게 라틴아메리카는 미지의 세계이기 전에 관심 밖의 세계였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어요.

저자는 '자연으로부터 축복 받은 라틴아메리카는 왜 역사로부터 저주를 받았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우선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멕시코 이야기부터 꺼내보면 미-멕 국경지대의 사막 지역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티후아나와 샌디에고 사이에 설치된 국경 장벽에 관들이 매달려 있는데, 미국으로 넘어가려다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와 해당 년도가 관 뚜껑에 비문처럼 적혀 있다고 하네요. 트럼프의 보호주의 때문에 국경에 거대한 장벽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어요. 미국과 접하고 있는 멕시크 북부 경계지대는 이미 거대한 전염병 번식장으로 둔갑했고, 절대 다수의 경계인들은 취약한 환경에 내몰렸어요. 국경의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이들 경계인들은 그야말로 국가의 바깥에 버려진 상태예요. 대략 80~90%가 마약중독자인 데다가,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구걸, 단순 일용직, 소매치기, 강도,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니 지옥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라틴아메리카에는 일제 시대에 이주했던 한인들의 역사가 흐르고 있어요.

민족 수난사를 작품으로 그려낸 주요섭은 1930년, 동아일보에 「구름을 잡으려고」라는 미국 이민 1세대의 탈 멕시코 정착기를 연재했다고 하네요. 이 소설에는 팔리지 않고도 팔려온 종처럼 살아가던 멕시코 애니깽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1905년에 제물포항을 출발해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20여 개의 에네껜 농장으로 팔려나갔던 한인 1,033명과 그 2세들이 쿠바 애니깽의 조상들이라고 해요. 쿠바 한인들의 역사를 전혀 몰랐다가 최근 다큐영화 <헤로니모>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쿠바는 쿠바 혁명, 체 게바라로 기억되는 나라였는데, 쿠바 혁명 이후에 실질적으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음악의 생산 시스템, 소비 방식, 유통 구조, 교육 체계였다고 해요. 다채로운 음악 장르가 혁명 이후 쿠바 사회의 실질적인 사운드 트랙 구실을 했어요. 라틴아메리카를 강타했던 K 팝, K 드라마, K 뷰티 돌풍의 진원지 중 한 곳이 쿠바였대요. 자본주의 음반 산업은 낙후되었지만 음악이 빈곤하지는 않았던 건 음악에 관한 한 쿠바는 대체불가능한 호모 뮤지쿠스의 땅이기 때문이에요. 쿠바인들에게는 니체의 말대로 '춤추지 않고 보낸 하루는 삶 없이 보낸 하루에 불과하다' (107p)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도 적나라한 고통이 생생하게 표현된 자화상이라 섬뜩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알고 나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소개된 멕시코 혁명의 여성 참전용사 아멜리아 로블레스 대령을 보면 멕시코의 여성사를 짐작할 수 있어요. 아멜리아는 여성 혁명군으로 남장한 채 싸웠고 아멜리아가 아니라 아멜리오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욕과 혐오와 차별의 삶을 살았고, 무훈을 공인받지 못했으며 등록되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소수자의 수모를 겪었다고 해요. 여성 혁명군 중 아델리타도 근래에 무훈을 공적으로 재평가 받았어요. 멕시코 혁명이 발발한 지 100년도 넘게 지났지만 아델리타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가난, 차별, 배체, 억압, 폭력이 끊이지 않기에 아델리타스의 인정투쟁은 대를 이어 현재진행형이라고 하네요.

마야와 아스테카 문명권은 물론이고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를 비롯한 메소아메리카 일대에서는 카카오 원두가 화폐로 통용되었다고 해요. 카카오 콩을 눈알처럼 귀하게 여기던 마야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초콜릿은 사치품이에요. 적어도 카카오 해안의 초콜릿색 노동자들에게는 집단 희생과 피의 상징물이라는 사실. 특히 아동노예 문제는 아프리카와 초콜릿 산업의 검은 커넥션을 지탱하는 초콜릿의 가장 어두운 이면이라고 해요.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알아야 보이는 세상,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를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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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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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은 괴테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과 그의 인생을 통해 배우는 책이에요.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각 파트마다 주제와 핵심 키워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각 파트가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고 본문에 나오는 핵심 용어나 개념을 해시태그로 표시하여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괴테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괴테의 사상을 자아성찰과 인간, 인간의 감정, 고통과 위로, 조언 그리고 의지와 용기, 사랑과 우정, 이별, 인간의 삶, 자연과 신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하나씩 짚어가고 있어요. 그의 사상은 작품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에 작품 해설과 함께 작품 속 문장을 읽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 괴테가 쓴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만 들어봤지,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더라고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발췌된 내용이나 인용된 부분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읽었다고 착각했었나봐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괴테가 위대한 작가에서 위대한 철학자로서 다시 보게 되었어요. 

<괴테의 교양>이 제게는 괴테의 재발견이라, 본격적으로 괴테의 작품들을 차근차근 정독해볼 생각이에요.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꼭 철학서를 펼쳐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괴테의 작품 해설과 함께 작품에서 발췌한 문장을 읽어 보니,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삶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느낄 수가 있어요. 괴테의 문장들을 모아 놓으니 인생 명언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괴테는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한테서만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똑같은 충고도 어떤 대상이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생은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아 그를 통해 배우는 것이 참된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하나봐요. 괴테가 존경했던 인물은 독일의 미술 고고학자이자 예술 비평가 빙켈만과 철학자 칸트였다고 해요. 또한 프리드리히 실러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괴테뿐 아니라 괴테와 함께 했던 여러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생의 동반자로서 훌륭한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좋지만 지금 만나고 싶은 건 괴테의 작품들과 같은 훌륭한 책들이에요. 



001 > '나'는 무엇인가

#자신 #인간의 정신 #보물 #무한함


▶ 당신은 결국, 당신 자신인 것이지요. 수백만 가닥의 곱슬머리로 된 가발을 쓰고, 

아무리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영원히 당신 자신인 것이지요.

나도 그리 느끼네. 내가 인간의 정신이라고 끌어 모은 온갖 보물들은 다 쓸모없는 것이었네.

결국 내가 어느 자리에 앉아 있든 어떠한 힘도 새로이 생기지 않았지.

털끝만큼도 나아지지 않았고, 무한함에 조금도 다가가지 못했지.

        ● 『파우스트』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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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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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는 자살은 나약한 사람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 자신이 정말 죽고 싶은 순간을 겪고 나니 함부로 판단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어요.

자살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죽음은 똑같은 슬픔과 고통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라는 제목이 너무나 강렬했어요.

저자는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요구하기 전에 자신의 암흑기의 자기혐오와 구제불능의 열패감에 대해 고백하고 있어요.

바로 그 부분에 마음이 끌렸어요. 다른 분야의 전문가였다면 자기 고백이 약점이 될 수 있겠지만 심리학자이므로 솔직함이 강점이 된 것 같아요.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결코 자살하려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 책은 순수하게 정신적 고통으로 촉발된 죽음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주로 주기적인 우울증과 싸우거나 갑자기 숨 막히는 처지에 빠진 보통 사람들의 죽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 책은 일상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자살심리 탐구서라고 할 수 있어요. 자살을 다룬 대부분의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은 모든 자살의 방지를 목표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왜 그럴까요.

자살이라는 행위를 막기 이전에 자살 충동 심리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아는 거예요. 

자살을 규정하는 요건은 스스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해 죽으려는 의지라고 해요. 자살로 의심될 때 망자의 명확한 의도가 드러나야만 자살로 확정될 수 있어요.

여기에서는 자살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자살이 인간만의 행위인가?'라는 질문이에요. 동물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동물의 자살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함이에요. 자살은 인간만의 행위라는 결론은 더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져요. 자살이 인간 고유의 감정들로 촉발되는 인간 고유의 행위라면 그것은 정신적 진화의 불운한 부산물일까요. 

저자는 대학원 시절, 우연히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쓴 <자기 도피로서의 자살>이라는 오래된 글을 접했고, 그의 자살 시도 분석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놀랍도록 통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로이는 자살을 독특한 지옥 상태가 아닌, 나름의 편향된 인식과 완고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이루어진 의식 상태로 보았고, 그 관점이 저자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내 편견임을 인정하지만, 평생 한순간이라도 자살에 유혹되지 않은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철이 들 만큼 괴로움을 겪어보지 않은 거니까."  (143p)

저자 제시 베링의 의견에 동의해요. 진짜 아파 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예전에 지인에게 '만약 이런 고통을 겪는다면'이라는 말을 꺼냈더니 대뜸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고, 마치 그럴 일은 없다는 듯 무시하는 대답에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그동안 해맑은 성격이라고 여겼던 게 실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 혹은 무시였을 줄이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요.

저자가 로이를 만났을 때에도 그와 유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로이에게 자살 성향 유형에서 묘사한 깊은 어둠 속에 들어가봤는지 물었을 때 그는 자살하려고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자살이란 주제가 흥미로워서 연구했을 뿐이라고요. 이 예상치 못한 대답은 몇 년간 반려동물을 데려갔던 병원의 수의사가 점잖은 목소리로 자신은 사냥광이라고 무심히 말했던 때의 느낌이었다네요. 그러니 로이의 연구 분석은 오로지 그의 천재성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로이가 제시한 모델은 총 여섯 단계로 되어 있어요. 각 단계는 일련의 과정으로 봐야 해요. 개인은 어느 정도의 자살 성향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단계마다 점점 위험해진다고 볼 수 있어요.

1단계 역부족 ▶ 2단계 자신을 탓하기 ▶ 3단계 고도의 자기의식 ▶ 4단계 부정 정서 ▶ 5단계 인지의 붕괴 ▶ 6단계 탈억제


이 책은 자살에 관한 객관적인 통계와 과학적인 이론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자살 성향자가 타인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 메타인지, 즉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저자는 미디어에서 자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경계심을 갖고 여기서 살펴본 이론들을 동원해 사건을 분석할 수 있다면, 우연히 예기치 않게 자살 이야기에 노출되어도 자살 충동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것이 이 책을 쓴 주된 이유라고요. 마지막으로 이타적인 타인들의 영향력은 놀라운 치유력을 발휘한다는 걸 알려주네요.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타인의 평가가 자신의 존재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타인의 의견과 판단에 자신의 감정이 휘둘릴 때, 이때는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사회적인 괴로움을 알아주는 한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끔찍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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