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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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서 코난 도일의 선상 단편소설집이라니!

추리 소설의 세계에서 셜록 홈즈는 독보적인 인물이고, 그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창조자가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이니까요.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콜렉션》는 선상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해적 샤키 선장의 모험기를 담은 단편집이에요. 이번 책은 국내 최초의 공식 번역본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서 코난 도일의 해상 미스터리 단편집의 부제는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예요.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너무 즐거웠네요. 셜록 홈즈가 등장하지 않아도 모든 이야기마다 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넘실대는 파도 위 선박이라는 특수성이 주는 긴장감이 있어요.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신나는 모험일 수 있지만 정작 내부에 갇힌 누군가에겐 공포심을 가증시킬 뿐이니까요. 직접 겪은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그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일지를 계속 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집으로 향하는 길은 명확하고 분명하며, 거대한 얼음 구덩이는 곧 과거의 기억이 될 것이다. 최근 사건으로 인해 겪은 충격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항해 일지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끝낼 줄 몰랐다. 나는 이 외로운 선실에서 이 마지막 말들을 쓰고 있다. 나는 죽은 사람의 빠르고 신경질적인 발소리가 내 위에 있는 갑판에서 들리는 듯한 상상을 하고 있다." (134p)

머나먼 옛날부터 항해하는 사람들에겐 유독 미신이 많았어요. 거친 바다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항해한다는 건 끊임없이 죽음의 위협과 싸우는 일이었으니 약해지는 마음을 붙잡아줄 뭔가가 필요했을 거예요. 미신은 시대가 변하면서 불합리한 것들은 깨지기도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미신과 미스터리의 공통점은 완벽히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더욱 끌린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색다른 선상 미스터리가 건네는 짜릿한 전율, 이래서 끊을 수 없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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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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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같아요.

셰에라자드는 천일야화의 주인공이니 어떻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역시나 밤을 새워도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새벽의 셰에라자드》는 르네 아디에의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에요. 미국에서 출간 당시 아마존 YA소설 베스트셀러 1위, 타임 선정 최고의 판타지 소설 100,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올해의 책이라고 하네요. 아리비안 나이트의 유혹, 빠져들 수밖에요.

매일 밤 새로운 신부를 맞이하고 다음 날 새벽에 처형하는 잔혹한 젊은 왕과 그 왕의 횡포를 막고자 신부가 되기를 자청한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신기하게도 아는 맛이라서 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첫 만남,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묘한 감정들이 넘실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네요. 전형적인 나쁜 남자와 지혜로운 여자의 대결구도가 어떻게 로맨스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네요. 절대권력을 지닌 젊은 왕은 도대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요.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설정, 알면서도 빠져드는 매력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로맨스 판타지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셰에라자드와 할리드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말 거예요. 짜릿한 로맨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 자체가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새벽의 셰에라자드》 1권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2권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것도 계획된 걸까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는 2권 <장미와 단검>을 기다리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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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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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우체국'이란 것 알아?"

"아니, 모르는데."

"좀 낭만적인 서비스인데 말이야. 수요일에 있었던 일을 편지에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면, 훗날 다른 누군가의 수요일 이야기가 쓰인 편지가 오는 거래. 그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무렵 '수요일 우체국'은 구마모토현 아카사키라는 곳에 있었는데, 현재는 미야기현 히가시트마시의 '사메가우라'라는 해변에 있대." (107p)


《수요일의 편지》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소설 속 '수요일 우체국'은 일본에서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수요일 이야기를 써서 보내고, 다시 누군가의 수요일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아보는 일이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낭만보다도 더 멋진 변화가 일어났네요. 마흔 살의 주부 이무라 나오미는 고3 아들과 중2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오랜만에 고교동창생인 이오리를 만났는데 친구의 화려한 모습과 즐거워보이는 일상을 자신과 비교하며 질투를 느끼게 돼요. 왜 그럴까요. 나오미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두 아들을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나오미가 왠지 짠하고 안타까웠어요. 억눌린 감정들을 몰래 은밀하게 혼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던 나오미였지만 이오리를 만난 순간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터져버린 거예요.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이오리는 진심으로 나오미를 걱정해주며 '수요일 우체국'에 편지를 써보라고 한 거예요. 망설이던 나오미는 편지를 썼고, 그 편지 한 통으로 인해 우연인 듯 신기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인생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그걸 인정하기 싫거나 바꿀 자신이 없어서 피했던 주인공들의 변화를 보면서 덩달아 기뻤네요. 또한 말과 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어요. 생각과 마음을 담는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은 달라질 수 있어요. 이오리가 나오미에게 알려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38-39p) 라는 세 가지 말, 저 역시도 마음에 새기며 살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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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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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 표현의 생경함에 붙들렸던 까닭은 

그때까지도 상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익히 알던 세계의 많은 부분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왜곡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서였으리라." (14p)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싶어요.

남겨진 이들이 겪어야 할 상실과 아픔, 그건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에요. 온전히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는...

《상실과 슬픔》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스린 슐츠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느낀 상실감으로 시작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꺼내어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상실, 잃어버린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는 얼마나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 소소한 물건들부터 믿음, 희망, 원치 않는 결별, 기본적인 신체 능력부터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등등 우리가 상실할 수 있는 것들이 이토록 많았던가 싶어 놀랍기도 했어요. 서로 관련 없어보이는 것들이 결국 상실의 목록으로 이어져 있었던 거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대해 저자는 글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 책에서 상실에 관한 부분보다 발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는 점이에요.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랑을 발견함으로써 극복해낼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생각이 없으므로 슬픔과 사랑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죽음, 그밖의 모든 상실에 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똑같은 상실의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발견이라는 새로운 길을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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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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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보인다고 해서 진짜 그들이 행복할까요?

늘 그렇듯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걸 또 우리는 직접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바로 소설을 읽는 이유네요.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제니 잭슨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집안의 세 여성의 이야기예요.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파인애플 스트리트에서 자리잡은 특권층이에요. 집안의 맏딸인 달리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출산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고, 둘째 딸 조지애나는 유쾌하고 때로는 철부지 같은 구석이 있어요. 샤샤는 스톡턴 가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대저택에서 살게 된 것이라 가족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고 있어요. 똑같이 가족으로 묶여 있지만 세 여성은 각자의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그들도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의 고민과 숨겨진 비밀, 속사정을 가졌다는 사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돈과 사랑 그리고 관계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파인애플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미국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달리가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과 함께 스스로를 오렌지라고 표현한 부분이 묘한 공감을 불러오네요. 새콤달콤한 크랜베리와 대조되는 오렌지,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는데 그것이 과일과 인간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생김새가 어떻든간에 성격이나 취향이 무엇이건간에 달라지는 건 없어요.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즐거웠네요.

"달리는 자신이 오렌지라는 걸 알았다. 어렸을 적 그녀의 친구들은 누가 '샬럿'이고, 누가 '서맨서'이고, 누가 '캐리'인지 정하며 놀곤 했다 ('미란다'는 없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 '블랑슈', '도로시', '로즈' (미국 시트콤 「골든 걸스」의 주인공들.)도 정했다. 하지만 달리는 동생들과 은밀히 다른 놀이를 했는데, 각자를 동네 이름인 과일로 정했다. 코드는 당연히 파인애플이었다. 바보스러워 보일 정도로 항상 유쾌하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고, 어떤 모임이든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버리니까. 반면 조지애나는 크랜베리였다. 밝고 아름다운 막내였지만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이로써 달리는 오렌지가 되었다. 지루하고, 믿음직하고, 늘 주변에 있고, 칭찬은 좀처럼 받지 못하는. 또, 두툼한 껍질에 싸여 있으니, 시간을 들여 그 껍질을 벗길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수중에만 들어간다."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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