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잘 잃을 것인가 - 상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사카구치 유키히로 지음, 동소현 옮김 / 에디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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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수 김광석님의 <서른 즈음에> 가사 일부예요. 예전에는 그냥 노래를 불렀다면 요즘은 가사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면서 생각에 잠기게 돼요.

삶이란... 가사처럼 매일 이별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이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떻게 잘 잃을 것인가>는 사카구치 유키히로 교수님의 책이에요. 현재 간세이가쿠인대학교 인간복지학부 인간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죽음학과 비탄학이라고 해요. 특히 사별과 같은 중대한 상실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그리프 케어 Grief Care'에 대한 연구와 실천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살아감'은 '상실해감'이다."라고 표현했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뭔가를 얻는 경험에 중점을 두며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잃어버리는 경험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어요. 아무도 잃어버리는 경험을 원치 않기 때문에 미리 생각하는 것조차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세상에 그 누구도 상실 경험을 피할 수는 없어요. 오히려 무방비한 상태에서 상실을 겪게 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상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타협하며 사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이 책은 상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잘 견뎌내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선 '상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오는가?'라는 부분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 혹은 이별, 반려동물의 죽음, 사고로 인한 신체 기능의 상실, 일자리를 잃는 일, 암 진단으로 잃는 것들, 몸과 마음이 늙어가는 노화, 기억을 잃는 치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상실은 자기 자신의 죽음이 있어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며 살고 있어요. 그 상실의 경험들이 어떤 의미인지, 잃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상실 후의 삶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어요. 물론 상실을 미리 안다고 해서 비탄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에요. 상실을 대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된다는 정답은 없어요. 다만 인간에게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심리적 무기가 있어요. 크나큰 상실을 경험했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상실에 맞서는 힘, 즉 회복 탄력성을 어떻게 일깨우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건 상실의 고통과 슬픔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그대로 떠안고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해요.

저자는 상실의 준비 과정으로 잃어버리기 전부터 그 가치를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죽음을 의식하는 태도가 현재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가 된다는 것.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 자신이 원하는 상실의 방식을 미리 생각해둔다거나 남겨질 이들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상실을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따라서 삶과 죽음의 교육은 평생 지속되어야 할, 정말 중요한 교육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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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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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과일을 먹다가 '언제 생겨난 거지?'라는 궁금증이 스친 적은 있지만 거기까지였어요.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여겼거든요. 그런데 과일 속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네요.

<과일로 읽는 세계사>는 25가지 과일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다룬 책이에요.

우리에게 과일은 디저트 개념이지만 과거에는 진귀하고 값비싼 사치품으로 여겨졌다고 해요. 동양과 서양의 역사 속에서 과일은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과일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그 과일과 얽힌 역사 이야기를 살펴보면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요. 

가장 신기했던 과일의 역사는 수박인 것 같아요. 여름에 즐겨 먹는 수박은 우리 토종 과일이 아니라 외래 과일이라고 해요. 수박의 원산지는 고대의 서부 아프리카로 추정되며 야생 수박은 물이 잘 빠지는 건조한 모래땅에서도 자라는 열매로 수분이 약 90%라서 사막지대 사람들의 필수 휴대 과일이었대요. 야생 수박을 품종 개량해 식용 열매로 재배하기 시작한 건 고대 이집트인들이었고 7세기에 인도로, 10세기 무렵에 중국으로 전해졌으며, 유럽에는 13세기에 무어인이 스페인을 침략할 때 퍼졌고 같은 시기에 몽골의 원나라가 고려에 종자를 퍼트렸다고 해요. 고려 말에 처음 전해진 수박이 조선 초만 해도 구하기 힘든 비싼 과일이었는데, 우리 역사상 가장 어질고 위대한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 수박 도둑에게 유독 대노하며 엄벌에 처했다는 것을 보면 그 가치를 짐작해볼 수 있어요. 고려 말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씨처럼 신품종 채소나 과일의 종자는 단순한 씨앗이 아닌 국력을 좌우할 수 있는 일종의 첨단기술이었던 거죠. 

수박은 전 세계 널리 퍼져 사랑받는 과일이지만 미국에서는 미움받는 과일이 되었어요. 미국에서 수박은 흑인을 멸시하고 비하하는 도구이자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과일이라고 해요. 그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수박의 미국 전파 과정과 남북전쟁 이후 노예해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16세기 스페인 개척자들이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 수박 종자를 심었고, 17세기에 원주민과 개척민들이 수박을 재배했으며, 18세기 남부에서 흑인 노예를 이용한 대규모 농업이 시작되면서 수박을 많이 심었대요. 이때 흑인들이 더위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수박을 많이 먹게 되면서 남부 백인들이 수박은 흑인 노예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라는 편견이 생겼대요.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자유 노예들이 수박을 재배해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고, 수박을 자유의 상징으로 삼았는데, 일부 백인들한테는 그게 꼴 보기 싫었던 거예요. 1900년대 초반 신문과 잡지 등에서 수박을 먹는 흑인을 희화화하거나 열등하게 묘사한 캐리커처가 실리면서 수박이 흑인을 멸시하는 인종차별의 아이콘처럼 쓰이게 되었대요. 

과일이 뭐길래, 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일에 얽힌 역사를 통해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요. 과일 관련 역사와 문화를 몰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알고나면 과일만큼 맛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어요.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과일을 포함한 음식은 가장 핫한 주제였네요. 달콤새콤 맛있는 열매 과일 덕분에 흥미로운 역사 공부를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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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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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남편을 잃고 3일 만에 아버지마저 잃었던 나는 

상실의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후 나의 삶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무심코 던진 말에 아들과 떠나온 여행길에서,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는 여행을 하기로 용기를 냈다.  (20p)


<오늘이 여행입니다>는 좀 남다른 여행 에세이예요.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인 여행 이야기예요. 어디를 가느냐보다 떠난다는 것,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여행 이야기예요.

저자는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했으나 두 달 만에 각자 여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그 이유는 아들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여행의 목적과 방향을 잃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온전히 혼자가 되는 여행을 시작했고 900일의 시간 동안 31개 나라와 160개 도시를 다녔다고 해요. 이 책은 900일 여행의 기록이자 33명의 예술가들과의 만남 그리고 치유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어느 저널리스트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작가와 그 작품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는 자서전 수천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작가가 살던 집에서 1시간을 머무는 게 더 낫다" (76p)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여행을 하면서 그 말을 실감했다고 해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했어요. 오직 예술가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그의 생가를 찾아간다는 것이 정말 설레고 행복할 것 같아서요.


"화가 모딜리아니의 집에 가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37p)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생가를 가기 위해 이탈리아 리보르노를 방문한 저자는 비아 로마 거리에서 모딜리아니의 흉상을 보았고, 화가가 다녔다는 고등학교, 1층 룸을 얻어 조각을 했다는 시장, 자주 갔다는 카페, 가족이 다녔다는 유대교회당 등 모딜리아니의 숨결을 느끼며 그 길을 걸었고, 드디어 화가 집에서 잠시 머물렀다고 해요. 화가는 평생 아내 잔 에뷔테른의 영혼이 담긴 눈을 그리고 싶어했는데, <스카프를 맨 잔 에뷔테른>(1919)의 그림 속에 잔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보여요. 그의 대부분의 그림들이 긴 목과 눈동자가 없는 눈, 무표정한 모습의 쓸쓸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실제 아내 잔 에뷔테른의 사진을 보면 매우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졌네요.

모딜리아니 생가를 다녀온 지 약 1년 만에 파리를 세 번째로 방문하여 페르 라세즈 묘지에서 모딜리아니와 잔의 합장묘를 찾아갔다고 해요. 모딜리아니가 사망하자 그의 뒤를 따라갔다는 잔 에뷔테른. 화가가 사망한 지 3년 후에야 합장되었다니 죽음도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진 못했네요. 남편의 죽음 앞에서 슬퍼했을 잔 에뷔테른과 저자의 고통이 겹쳐져서 울컥했네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상상하기도 싫기 때문에 현실로 닥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그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겪었던 저자는 여행을 통해 예술가들의 영혼을 만나며 애도하고 있어요. 위대한 예술가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위로받고 치유되고 있어요. 뭔가 그 과정들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요즘 부쩍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마음 준비인 것 같아서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여행과 예술의 힘을 깨달았어요. 뜨거운 감동이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리니, 오늘 이 순간이 여행이자 예술이어라.


"이제 바로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 모딜리아니 묘비명

"모든 것을 모딜리아니에게 바친 헌신적인 반려, 파리에서 죽다."

      - 잔 에뷔테른 묘비명     (44p)


"삶과 죽음에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마부여, 지나가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묘비명 (296p)


"죽은 자는 우리에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 내면의 가장 고요하고 깊은 곳에 다른 방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 예이츠  (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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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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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휘청대는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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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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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소설은 묘해요.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을 따라 그의 내면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대단한 사건도 없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어요.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정들

중년이 된 주인공은 혼자 살면서 이따금 찾아오는 애인, 여동생이 있어요.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밀물과 썰물, 낮과 밤처럼 그녀의 삶은 사랑으로 충만했다가 한순간 절망으로 가득차곤 해요. 

그래서 그녀에게 절망은 아주 오래 전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쭉 거기 있었고,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나봐요.


절망은 때로 옛 친구를 찾듯 나를 만나러 온다. 잘 지냈어?  (11p)


주인공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어요. 우리가 아는 그 웨하스 과자.

웨하스라는 말은 영어로 얇은 조각을 뜻하는 웨이퍼스(wafers)가 변한 말이라고 해요. 일본에서 우에하스(ウェハㅡス)라고 하던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웨하스가 된 거죠.

제가 어릴 때도 웨하스 과자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요. 얇고 바삭해서 아이들이 먹기에 딱 좋은 식감이에요. 입안에 넣으면 바삭 씹히자마자 사르르 달달함이 퍼져요. 손으로 잡기도 편하게 납작하고도 긴 직사각형 모양이에요. 신기한 건 어른이 된 뒤로는 거의 먹은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냥 어릴 때 먹던 과자, 어린아이가 먹는 과자로 남은 것 같아요. 한때의 추억처럼... 그땐 그랬었지,라며 떠올리는 기억 혹은 감정.

그 웨하스 과자로 의자를 만든 주인공은 그게 자신의 행복을 상징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눈앞에 있지만 - 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 - 절대 앉을 수 없다.  (72p) 


지금 주인공의 사랑은, 애인과의 관계는 너무나 완벽한 듯 행복해보이지만 그들에게 미래는 없는 것 같아요.

애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애인 입장에서 주인공의 집은 진짜 집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보여요. 분명 애인은 다정하고, 둘은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건 애인이 주인공을 찾아오는 순간뿐이라 그 사랑은 왠지 신기루 같아요. 평화롭고 안정된 삶처럼 보이지만 몹시 불안하고 외로운 이유는 모두 사랑 때문이에요. 그녀가 사랑이라고 믿는 그것 때문에 매일 조금씩 망가지는 게 아닐까요. 누구나 쉽게 사랑을 말하지만 진짜 사랑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진짜 사랑이라면 결코 웨하스 과자 같은 행복일 리 없을 테니까요. 주인공은 이미 그 끝을 알고 있었어요.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휘청대는 서른여덟 살의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너와 나는 다른 존재지만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속삭인다.

그것은 마치 느릿느릿 진행되는 자살 행위 같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종점. 그곳은 거친 벌판이다.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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