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 선택과 모험이 가득한 인류 진화의 비밀 속으로
이상희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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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는 한국인 최초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님의 책이에요.

먼저 이상희 교수님이 고인류학을 선택한 이유가 재미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아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수백만 년 전의 세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 고인류는 이미 내 안에 있더라는 거죠. 

이 책은 바로 인류의 기원인 고인류의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어요. 

지금의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고인류가 결국 우리 안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인류학이란 지금은 사라진 옛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맨 처음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현생 인류의 조상인지 아닌지를 두고 몇십 년 동안 논쟁이 있었대요. 여기에는 옛 인류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대요. 네안데르탈인이든 호모 사피엔스든 모든 고인류를 대표해온 성별은 남자였다는 거죠. 당시 인류학자들이 인간을 모두 남자로 그려냈다는 점은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 최근에는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이 정말 맞는지 검증하고 탐구하는 거죠. 대부분 화석은 일부분만 남아 있기 때문에 사라진 부분은 우리의 상상력을 채우게 되고, 그중 어떤 부분은 가설이 되어 검증되는데, 이때 우리의 편견이 개입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20세기 전반까지는 네안데르탈인이 인류 진화의 단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자바인,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인류가 거쳐온 하나의 단계로 생각했어요. 인류 진화 역사에서 보편적으로 거치는 단계로 여겼는데, 유전자를 연구해보니 네안데르탈인의 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던 거예요. 집단 규모가 작으면 근친교배 비율이 높아지고 그 부작용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어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빙하기를 살아낸 많은 인류 집단은 이제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유라시아의 다양한 인류 집단과 유전자가 섞였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네안데르탈인을 유럽에서 주로 살았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방까지 퍼져 살았던 고인류 집단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보는 견해가 더 일반적이라고 해요. 

현재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종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은 고인류학적으로 정의내리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20세기 초 인류학자들은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이며 인종은 생물학적 단위가 아니라는 점에만 동의한 거죠. 또한 2010년도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도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 인류는 전 세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토착민들과 유전자를 섞었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가설이 되었어요. 앞서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한 것은 실제로도 호모 사피엔스는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에요. 호모 사피엔스는 하나의 조상에서 내려오는 하나의 후손이 아니라 여러 조상 집단의 다양한 섞임의 결과로 생겨난 존재인 거예요. 고인류 종은 모두 사라졌지만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 결국 고인류학은 우리의 이야기였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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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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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랑일지도>는 야마카와 마사오의 소설집이에요.

우선 "혜성처럼 나타나 단 한번 수상의 기쁨도 누리지 못한 비운의 작가"라는 소개글에 눈길이 갔어요.

「그 1년」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다수의 단편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고,「여름의 장례 행렬」은 일본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쇼트쇼트(초단편소설)의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였으나 결혼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1965년 2월 교통사고로 서른다섯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작가의 활동 시기, 즉 작품 연도를 보면 그 시대상을 느낄 수 있어요. 

1964년 작품인 <아마 사랑일지도>의 주인공은 스물아홉 살에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믿는 남자예요.

스스로 고립되고자 하는 남자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그를 지탱하는 힘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인 것 같아요. 10대 중반부터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보니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것 같아요. 아파서 장사를 그만 둔 어머니와 33세 미혼의 누나, 25세의 여동생과 함께 사는 일이 고달픈 건 가족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족쇄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때때로 불만을 폭발하는 어머니에게 지친 그는 하숙집을 구했고, 금요일마다 하숙집에서 가서 하루 종일 자거나 뒹굴대다가 일요일이 되면 일주일치의 일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가 그 여자가 찾아왔어요. 토요일 저녁에 왔다가 일요일 오후에 떠나는 그 여자를 거부하지 않은 건 사랑하지 않으니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욱 과장되게 꾸밀 수 있었고 여자가 듣고 싶은 "사랑해"라는 말도 쉽게 했던 거예요. 여자는 그걸로 만족했고 둘의 이상한 관계는 지속되었죠. 그녀가 발길을 끊은 뒤, 남자는 비로소 깨달았어요. 사랑을 부정했던 자신이 사랑에 빠져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는 게 허무하고 슬프네요. 마치 남자의 운명처럼.


"... 나는 이제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고는 살 수 없다. 

하나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관계니 일상이니 하는 것 속에 있어서 

이제는 나의 불안만을 고집하는 것이 옳다고도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계절은 끝났다."   (72-73p)


1958년 작품인 <그 1년>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소년 오바타 신지예요. 한국전쟁이 한창 벌어질 때 일본 본토에는 미군 부대가 주둔해있고, 일주일에 한 번 군인들을 위한 밴드 공연과 댄스 파티가 있어요. 신지는 밴드에서 허드렛일을 돕는 보이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들 신지에게 '보야'라고 불러요. 마침 드럼이 빠지면서 신지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고, 무대 위에 오른 신지는 미군들과 춤추는 여자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검은 정장 차림의 여자를 보게 돼요. 그 '검은 여자'는 금발의 무테안경을 쓴 조용한 소년 같은 느낌의 키가 큰 오장(군대 계급 중 하나로 최하위 하사관에 해당함)과 늘 함께였고, 다른 남자와는 춤을 추지 않았어요. 밴드의 아다치는 신지가 '검은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어요.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밴드에서 쫓겨난 신지는 '검은 여자'를 잊지 못했어요. 만 열여덟 살이 된 신지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검은 여자'를 봤으나 신지에게 그녀는 '검은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요. 신지에게 있어서 '검은 여자'는 흠 없는, 완벽한 존재였으니까요. 미군들에게 웃음을 파는 그녀들과 그 곁에서 비굴하게 살아가는 남자들... 신지는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꼭 1년. 그는 그 1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자신이 끝없이 땅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검은 여자'는 과일 속의 썩은 씨처럼 자기 안에서 딱딱하고 검게, 과육에 파고든 채 응고하고 있었다."  (153p)


1962년 작품인「여름의 장례 행렬」은 정말 짧은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우연히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고구마밭 너머 일렬로 움직이는 작은 장례 행렬을 보았고, 봉인했던 십수 년 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어요. 전쟁 말기, 패전의 여름은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아픔을 남겼어요. 왠지 일본이 우리에게 지녀야 할 마음이 아닐까... 

일본 문학계에서 극찬하는 작가의 소설집이기에 기대했는데 역시나 일본의 시대 정신을 보여주고 있네요. 전쟁 이후 젊은이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 문학성은 인정하나 온전히 공감하기엔 괴리감이 있어요. 뭔가 불편하고 언짢았던 부분들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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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 국내 최초 군대폭력 테마소설집
윤자영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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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을 읽으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봤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났어요.

남자들이 흔히 떠드는 군대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른 끔찍한 지옥을 보고야 말았네요. 처음엔 "이게 실화냐?"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어요. 드라마와 소설이라는 픽션의 영역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군대 내 폭행과 성범죄 피해는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니까요.

사실 군대 관련한 내용들은 극비인데다가 외부에 알려진 사건들조차도 축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서 웬만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 내막을 알 길이 없어요. 일부에서는 드라마가 옛날 군대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실제 군인권센터에 접수되는 피해 상담 건수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소설 역시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니까요.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윤자영 작가님의「살인 트리거」, 박해로 작가님의「고문관」, 문화류 작가님의「불청객이 올 무렵」, 정명섭 작가님의「사라진 수첩」이에요.

네 편 모두 주인공은 일방적인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피해자, 일명 고문관으로 불리는 군인이에요. 이미 눈에 뻔히 보이는 비극적 결말이지만 그 과정은 저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 괴롭힘의 수준이 너무 잔인해서 할 말을 잃었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순간은 소름 돋는 공포를 느꼈어요. 세상에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악한 인간이구나...

책 표지 그림과 제목 때문인지 박해로 작가님의 이야기 속 두 인물이 강렬하게 남는 것 같아요. 주인공 심소남과 대비되는 재벌2세 연예인 유신역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드라마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이지만 영화처럼 장면들이 그려져서 참담한 비극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여느 공포물과 달리 <고문관>은 군대 폭력이라는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과거보다는 군대 환경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가혹행위가 존재하며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군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사회적 관심이 변화의 시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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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떻게 비즈니스의 무기가 되는가 - 0에서 1을 창조하는 혁신적 사고법, 아트 씽킹의 비밀
마스무라 다케시 지음, 이현욱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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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즈니스 업계에서 경영학 석사인 MBA 학위 소지자보다 순수미술 석사인 MFA Master of Fine Arts 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왜 그럴까요. 눈에 확 띄면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예술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비즈니스에서 논리적 사고와 분석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감성과 자신의 독자적인 시점에서 과제를 찾아내고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예술이 지닌 감성의 힘, 즉 아트 씽킹 Art Thinking (예술적 사고법)이에요.

이 책은 아트 씽킹 입문서예요.

아트 씽킹은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혁신적 발상법이며, 어떤 업무에서든 특별한 무언가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논리력에 아트 씽킹이 더해져야 기존에 없던 장르가 탄생할 수 있어요.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왜 예술에 주목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예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CCO인 조너선 아이브를 바로 불러서 프로토타입을 만들도록 했다고 해요. CCO Chief Creative Officer 이란 모든 디자인과 브랜드 활동에 관한 최고책임자, 즉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뜻해요. 제조업체였던 IBM이 현재 사내에 1,500명의 디자이너를 거느린 솔루션 컴퍼니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것도 기술에 예술 부문을 도입하는 혁신을 시도했기 때문이에요.

창조적 경영과 예술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고,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며, 시대를 읽어낸다는 점이에요. 최근 많은 기업이 미래의 경영진 후보를 기존처럼 비즈니스 스쿨이 아닌 아트스쿨로 보내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예술과 디자인은 모두 창작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이지만 차이점이 있어요. 같은 크리에이터라도 그 활동을 통해 디자인은 과제 해결이라는 결과가 나오지만, 예술은 자기표현이라는 결과가 나와요. 따라서 예술로서의 창작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디자인으로서의 창작은 충분히 가능해요. 누구나 아트 씽킹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어요.

비즈니스 혁신에 필요한 사고법, 디자인 씽킹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아요. 

공감하기 - 정의하기 - 생각 도출하기 - 시제품 만들기 - 평가하기  (104p)

디자인 씽킹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의 기분에 공감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해요. 디자인 씽킹에서 정의하기는 서비스의 기회를 발견하는 단계에서 천천히 관찰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이에요. 디자인은 항상 과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과제 해결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사례나 머릿속 서랍 안에서 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을 꺼내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에서 발견과 발명이 이뤄지는 거예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미술과 수학의 연결고리예요. 예술의 바탕에는 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에요. 예술의 기초인 데생을 배우는 것은 논리를 배우는 것이며, 이 기초가 단단해야 비로소 감성이 꽃필 수 있다고 해요. 세계 각국의 미술교육을 살펴보면 이 미술교육의 차이가 혁신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잘나가는 비즈니스는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예술이다."

 Being good in business is the most fascinatind kind of art.

     - 앤디 워홀   (160p)


그렇다면 감각을 일깨워 아트 씽킹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단순해요. 그림을 보고 감상하고, 그림을 그리면 돼요. 책에는 아트 앤드 로직으로 그림 보는 법과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실제 아트 앤드 로직 프로그램에서 드로잉 수업을 받은 수강생의 전후 그림이 나와 있는데 그 놀라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관점을 바꾸고 그리는 방법을 배우면 누구나 예술적 감성을 깨울 수 있어요. 창조적인 아트 씽킹을 원한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데생에 도전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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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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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어둠의 정면>의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 민형기예요.

처음엔 멘토정신과 원장인 그가 몹시도 불안정해보인다는 사실이 이상했어요.

병원에서는 스케줄대로 환자 진료를 보고 있지만 병원 밖에서는 영 딴 사람 같아서, 그의 정신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그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실제로 건물 옥상에 충동적으로 올라갔다가 이를 발견한 사람의 신고로 경찰소에 끌려갔을 때는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았으니,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은 건 아니에요. 또한 한 번도 진료 시간을 어긴 적 없는 김상균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의사 본분을 지키고 있어요.

유일하게 그를 이해했던 장면은 치통 때문에 치과를 찾아가는 부분이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니까요.

죽고 싶다고 옥상에 올라간 사람도 때 되면 허기를 느끼고, 치통이 심하면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살아 있는 한 본능에 충실한 것이 인간이니까요. 어찌됐든 가장 아픈 곳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 바람에 그 순간만큼은 정신적 고통을 잊은 것처럼 보였어요. 사실은 치과에서 그를 깜짝 놀라게 만든 일이 있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알았냐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비밀이에요. 그러니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겠어요. 

민형기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면서 본인을 제어하지 못하는 건 스스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에요. 다들 다양한 삶의 목표를 갖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자는 굳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평범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마주한 어둠의 정면은 무엇일까요.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라서 어둠으로 짐작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의 아내 역시 뭔가 부서질 듯, 깨질 듯 불안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그녀는 그리스와 지중해에 대해 한결같은 사랑을 품고 있는데, 아마도 현실에서 가장 동떨어진 이질적인 것이라 꿈꾸는 건지도 몰라요. 그는 아내가 원하는 건 현실과의 단절, 완전한 타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그가 아내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아내에게 아직은 자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녀를 향한 무한한 이해는 사랑이라고 봐야겠죠.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부 관계인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던 치과 장면에서 그의 치통은 염증 때문이었고 발치를 통해 해결되는 문제였어요. 마음의 통증도 이렇듯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정면에 연연할 게 아니라 환하게 불을 밝힌 여기, 지금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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