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일하는 사람의 존엄한 권리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이선이 감수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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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학창 시절에 사회 과목에서 배웠을 그 내용을 지식으로만 기억했지,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보니 일과 노동의 의미가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더라고요. 만약 좀더 일찍 그 의미를 깨달았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아이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라는 식의 조언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정말 알아야 할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는 구정화 교수님이 들려주는 노동인권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요. 우리 모두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으로 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노동이 무엇인지, 왜 노동이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해요.

몇 년 전부터 직업계고등학교 현장실습 제도가 교육체험보다는 학생들의 값싼 노동력 착취로 변질되어 급기야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어요. 조사 결과를 보면 업체는 법령상 시키면 안되는 위험한 작업을 자격이나 경험도 없는 학생들에게 시켰고, 학교는 실습에 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실습표준협약서 내용도 부실하고 근무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매뉴얼은 있지만 현장에서 감독하고 지도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고 볼 수 있어요. 학교마다 노무전문가를 지정하고, 현장실습 관리를 위한 지원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인문계고등학교 학생들은 노동인권을 몰라도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죠. 우리 사회는 노동을 육체적인 일로만 여기는 편견이 남아 있어요. 현재의 헌법은 '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식민지 노동자의 노동권보다 노동자의 근로(부지런히 일하다)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관점이 담긴 거라고 해요. 또한 우리나라가 분단 국가인 점도 관련이 있어요. 마르크스 등 공산주의 철학자가 자본가와 노동자를 구분하여 자본주의 모순을 주장해서 노동자라는 표현을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표현으로 오해한 측면도 있어요. 최근 헌법 개정 논의가 나오면서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건 사회적 편견이자 명백한 차별이에요. 모든 노동은 사회적으로 중요해요. 일하는 사람이 곧 노동자인 거죠. 산업발달로 다양한 노동자의 모습이 나타나는 이 시대에 노동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건 아닌지, 토론의 주제로 정해 생각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노동의 개념과 역사, 헌법과 법률로 정한 노동권 그리고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더 나은 노동을 위한 생각거리를 남겨주네요. 특히 <영화로 보는 노동인권 이야기> 코너는 간략한 영화 소개와 함께 다양한 질문이 나와 있어서, 좀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인권 의제를 알아야 미리 준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어요. 똑똑한 개개인이 노동과 노동자를 인권 관점에서 바라보고, 편견과 차별에 대해 그것이 문제라고 말할 수 있어야 개선될 수 있어요. 이 책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게 인권 감수성과 올바른 사회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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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든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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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뒤의 진실, 엄청난 충격을 남기네요. 강력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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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든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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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묘한 소설이네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을 찾는 일보다 그리스 비극이 더 궁금해지니 말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앨프리드 테니슨이 쓴 『인 메모리엄 A.H.H.』라는 책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계속 앞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 

영원히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봐서는 절대 안 돼. 미래를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아요...... 별로 볼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전부......"

"마치 베일 뒤에 가려진 것 같아요. 이게 어디서 온 말이죠?

베일 뒤, 베일 뒤......"

"테니슨이지. 『인 메모리엄』의 56번째 연일 거야. 

...  오, 삶은 부질없고 연약합니다! 

오, 달래주고 축복해줄 당신의 목소리!

대답 또는 보상의 희망은 무엇인가?

베일 뒤, 베일 뒤에서......"    (109p)


주인공 마리아나는 서른여섯 살의 심리상담가예요. 그녀는 지금 너무도 힘든 애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일 년 전 남편 서배스천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슬픔과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제 마리아나 곁에 남은 가족은 조카 조이뿐이에요.

언니 부부도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바람에 마리아나와 서배스천이 어린 조카를 자식처럼 돌보았는데 벌써 스물한 살의 대학생이 되었어요. 지금 조이는 케임브리지 성 크리스토퍼 칼리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곳은 마리아나가 신입생 시절에 서배스천을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해요. 조이가 10월 그날 밤 케임브리지에서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고, 악몽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내 눈이 부시니' 범인은 시체들을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겁니다. 

우리 눈이 부시게 하기 위해서요. 두려움으로 우리의 눈을 멀게 한 거죠. 이유가 뭐죠?"

"몰라요."

"생각해봐요, 범인은 왜 우리의 눈을 멀게 하려는 거죠? 그가 우리는 보지 못했으면 하는 게 뭘까요?"  (302-303p)


케임브리즈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어요. 피해자는 여학생 타라, 조이의 유일한 절친이에요. 마리아나는 조이로부터 담당 교수 에드워드 포스카와 타라가 은밀한 관계였다는 얘길 듣게 되고, 점점 그가 살인자라는 심증을 굳히게 돼요. 포스카 교수는 이번 학기에 그리스 비극을 가르치고,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특별한 모임을 지도하고 있어요. 공교롭게도 희생된 여학생들이 모두 그 모임에 소속되어 있어요. 모든 게 심증일 뿐, 포스카 교수는 확실한 알리바이로 경찰을 속이고 있어요.

마리아나는 심리상담가지만 탐정처럼 에드워드 포스카를 조사하면서 연쇄살인마가 그리스 비극을 통해 뭔가 메시지를 남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은 그리스 신화, 비극, 심리분석을 통해 낱낱이 해부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요. 눈 뜨고도 보지 못했던 그것. 그동안 베일 뒤에 가려서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것을, 마지막까지 착각하고 있었다는 게 꽤 충격적이에요. 설마, 계속 아닐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소설 속 반전, 그냥 반전이라고 표현하기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타격감이 크네요. 

<메이든스 The Maidens>를 깊이 있게 감상하려면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를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테니슨이 핼럼을 잃고 나서 17년 동안 슬퍼하며 썼다는 시에 관한 사연이 강렬해서, 핼럼을 테니슨의 아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동성 친구였어요. 결국 중요한 건 마음인 것 같아요. 인간이란 아름답고도 잔인한 짐승...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나는 진실로 인정합니다

더없이 슬플 때 저는 그걸 느낍니다.

한 번도 사랑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사랑했다가 잃는 편이 낫다는 것을.   

   - 『인 메모리엄 A.H.H.』중에서   (116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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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이야기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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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괴담과 공포물을 즐기는 편이지만 좀비는 적응하기 힘든 것 같아요.

인간의 육신을 가졌으나 혼은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괴물이라 단순히 공포 그 이상이 뭔가를 주는 묘한 존재예요.

왜 좀비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찾아냈어요.

두 편의 이야기는 조선 시대에 금서 처분을 받은 《귀경잡록》이라는 책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박해로 작가님의 전작을 보면 《귀경잡록》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포 판타지 세계가 구축되어 우리가 몰랐던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조선 선비 탁정암이 저술한 예언서 《귀경잡록》에서 조선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을 '원린자'라고 예언하는데, 훗날 과학자들이 밝혀낸 원린자의 정체는 외계인과 같은 존재였다고 해요. 저자는 《귀경잡록》을 죽지 않는 불멸의 책이며, 실제로 존재했던 책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외계인과 UFO 의 존재를 믿는다면 《귀경잡록》의 실체 역시 허구일 수 없으니까요.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에는 백성들은 역병이 번져 열병을 앓고 피를 토하며 떼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후 역병보다 더 사악한 것들이 나타나게 돼요. 바로 존비일신, 줄여서 존비라고 부르는 괴물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좀비예요. 또한 건장한 남자들만 팟! 하는 뇌성과 함께 사라지는 일이 벌어져요. 이때 한 사나이가 화승총을 겨누는 모습을 발견하는데, 그 총을 맞는 순간 육신은 증발하고 공간이 왜곡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돼요. 그러나 진짜 공포는 따로 있었으니, 그 진실을 알고 나니 섬뜩하면서도 측은하네요. 모든 사건은 그것을 의도한 자의 욕망이 숨겨져 있어요. 우리는 그저 희생자들을 보고 있었네요.

<암행어사>에서도 섭주의 현령인 이응수를 통해 《귀경잡록》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요.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가, 아니 무엇을 두려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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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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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본 지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친근한 공간은 아니지만 늘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 보면 그곳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요.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위대한 예술을 영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속도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생의 좋은 것이 흘러든다.

그림 한 점이 흘러든다. 

... 그림 한 점을 보며 내놓는 이야기가... 큰 강이 된다."  (7p)


<느리게 걷는 미술관>은 저자의 말처럼 그림 한 점이 우리 마음 속에 스며들어 큰 강이 되는 책이에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언제부턴가 진지한 인생 이야기는 구닥다리로 밀려난 것 같아요. 편안하게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니까... 그런데 저자는 예술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마주하며 살아서 그런지 예술과 인생 이야기가 아무런 경계 없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네요. 왠지 예술의 세계는 벽 너머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와는 무관한 세상일 것 같았는데, 책 속에 실린 작품들을 보며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예술은 우리 삶 안에 숨쉬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미경 작가님의 <여여하게>는 어두운 강, 그늘진 산 그림으로 아득한 저물녘 풍경이 담겨 있어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인데 저자가 만나 본 이미경 작가는 어두운 데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작품의 제목이 된 '여여함'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이며 산스크리트어로 본연의 모습을 의미한대요. 말도 뜻도 어여쁜 '여여하게'에 끌린 건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치 지금 마음의 색을 반영한 듯. 그러니 저마다의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거예요.

김춘재 작가님은 밤을 그리는 작가라고 해요. 수많은「밤」시리즈 가운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실려 있어요. 저자가 만난 김춘재 작가는 마흔이 된 영락 없는 소년의 모습이었고, 밝게 웃는 얼굴로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얼굴로 알 수 있는 건 그날의 기분과 지금의 상태였을 뿐, 그림을 통해서 진짜 마음 속 심연을 볼 수 있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대부분 어둠과 그늘을 외면하지만 그 속에 진실이 숨겨져 있어요. 어둠 속의 안온함, 그 깊음이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저자는 오랜 시간 그림을 보며 글을 써왔고, 강의를 해왔다고 해요. 최근에 '미술 에세이 수업'을 열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그림 한 점을 보고 느끼고 글을 써서 발표하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하네요. 모두 다르지만 그 다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건 바로 예술의 힘일 거예요. 아무래도 따스한 봄날이 오면 미술관에 가야겠어요.


예술은 건드리는 것이다. 

마음 얕은 데든 깊은 데든, 자극하는 것이다.

어두운 그림은 마음속을 파고든다.

따뜻한 감성이 스미고 번져 나를 물들인다.

물든 마음은 힘이 세다.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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