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MBTI - 나와 너로 우리를 그리는 법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76
김재형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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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MBTI》 는 북저널리즘 일흔여섯 번째 책이에요.

요즘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MBTI 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일부의 얘기겠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MBTI 유형과는 거리를 둔다는 사람도 있어서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그건 맹신 아닌가.

이제까지 다양한 심리검사들이 있었는데 유독 MBTI 가 인기를 끄는 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MBTI 에 관한 정보들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정보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MBTI 와 관련된 정보는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심리검사가 아니라 온라인상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 중 하나일뿐이에요. 믿거나 말거나, 온라인 정보들은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기가 어렵고, 설사 틀린 정보라고 해서 책임질 사람은 없어요. 그냥 틀린 정보를 믿은 사람의 잘못인 거죠.

이 책은 떠도는 MBTI 가짜 정보를 제대로 바로잡아주는 팩트체크의 개념이 큰 것 같아요.

저자는 17년간 한국 MBTI 연구소에서 MBTI 를 연구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MBTI 가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요.

우선 MBTI 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탄생했어요. 개발자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캐서린 쿡 브릭스 '모녀'는 심리학 전공자도, 인문학자 및 사회과학의 연구방법론에 익숙한 이들이 아니었다고 해요. 둘다 대학 교육은 받았지만 어머니 브릭스는 농업을 전공했고, 딸 마이어스는 정치학을 전공했대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MBTI 를 개발한 1900년대 초중반은 인류가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었던 시기로 사람들은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해요. 이러한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고 다음 세대가 전쟁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각자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 교육에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심리검사도구인 MBTI 를 개발하게 되었대요. MBTI 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개발했지만 MBTI 의 이론적 배경은 융의 심리학적 유형에 기초하고 있어요.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심리학적 유형론을 통해 타인과 자신을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유형이론의 본질은 수없이 다양한 사람의 행동을 질서와 일관성을 통해 분류할 수 있다는 발상이에요.

저자는 "MBTI 는 과학적 도구다. 융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문항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의 검사 대상자들의 응답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선호지표별, 16가지 성격유형별로 사람을 분류했다. 검사 대상자들의 응답 결과는 통계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기준으로 분석된다." (19p)라고 설명해주네요.

현재 MBTI 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자 문화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지금 MBTI 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와 활용방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MBTI 를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신의 MBTI 성격유형을 알면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 없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삶의 유용한 도구로써 받아들이면 돼요.

다만 MBTI 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은 책에 나온 설명들을 통해 풀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결국 이 심리검사도구를 통해 우리는 대중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요.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거예요. 중요한 건 MBTI 라는 자기 이해의 도구를 통해 나를 이해한 만큼, 나를 받아들인 만큼의 수준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일 거예요. 나와 너, 우리를 이해하는 도구로서 받아들인다면 일시적인 문화 현상을 너머 사회를 바꾸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게 되네요. 저자의 말처럼 MBTI 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고민하는 일까지 확장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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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 스토리 -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 이야기
칩 윌슨 지음, 김지연 옮김 / 예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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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을 아시나요?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다면 요가를 비롯한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종사하는 사람일 확률이 크네요.

룰루레몬 애틀라티카는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된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예요. 요가 바지 및 요가복 판매 업체로 설립된 이후 온라인 스토어뿐 아니라 전 세계 460개 매장을 갖춘 브랜드라고 하네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이 편안한 의류를 선호하면서 지난 2년간 급격히 매출이 오르면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캐나다의 스포츠 의류기업이에요. 이 룰루레몬이 주목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하네요. 그 이유는 자체 보고서에서 한국이 전체 10개국 중 전년 대비 웰빙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국가이기 때문이에요. 웰빙지수는 신체, 정신, 사회적 웰빙지수를 종합한 점수인데 이것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 한국을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해요.

《룰루레몬 스토리》 는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칩 윌슨이며, 이 책을 쓴 이유는 잠재력을 극대화할 기회와 놓쳐버린 기회에 관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답게 그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큰 사람인 것 같아요. 룰루레몬이 탄생할 수 있었던 태동기, 그때 칩 윌슨의 나이는 마흔두 살이었고 막 가정을 새롭게 꾸려가던 무렵인데 도박처럼, 아니 운명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걸었고,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는 성공한 기업가일수록 자신이 겪은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기승전결, 완벽한 성공 스토리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성공 뒤에는 숱한 위기와 실패가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해냈기에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는 모든 사람에게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유전적 재능과 전문성이 하나씩 있다고 믿는다.

내가 가진 전문성은 운동을 즐긴다는 것과 의류 시장의 트렌드를 읽는 탁월한 안목이었다.

... 나는 나만의 위대한 인생을 살기로 했다." (12-13p)

이 책은 룰루레몬 창업자가 전하는 개인 비전이자 기업 비전, 핵심적인 가치라고 볼 수 있어요. 세상을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끌어올리자는 것.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요.

룰루레몬의 문화가 널리 퍼진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1998년 저자가 소위 '룰루레몬의 매니페스토'라고 불리는 몇 줄의 글을 적었던 것이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스스로 지금까지 진정성과 성실성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었다고 해요.

'친구는 돈보다 중요하다. Friends are more important than money.', '매일 한가지씩 스스로 놀랄만한 일을 하라. Do one thing a day that scares you.' (281p) 실제로 쇼핑백 옆면에 인쇄되었던 최초의 '룰루레몬 매니페스토' (2003년)가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이 웬만한 웰빙 가이드 못지 않은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선언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본인의 인생 철학 그대로, 고객을 향한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룰루레몬에서 물러나게 된 내막에 대해서는 현재 룰루레몬의 명성과 이익에는 상충될 수 있지만 창업자만이 가능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였어요. 어찌됐건 칩 윌슨은 룰루레몬의 최대 지분을 가진 주주이며, 그만큼의 애정을 지녔을 테니까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바꾸는 힘인 것 같아요. 룰루레몬 스토리는 내면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자극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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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칙은 흔들리는가 - 윤리성, 공정, 정의의 회복을 위한 책
민재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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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칙은 흔들리는가》 는 원칙이 바로 서야 하는 윤리성 시대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의 주제는 '제한된 윤리성 bounded ethicality'이에요. 인간의 인지적 한계,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제한된 윤리성이라고 하며, 이것이 비윤리의 보이지는 않는 덫이라는 거죠. 저자는 개인이나 조직이 무엇 때문에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열여덟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요. 그 원인을 분석하여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제한된 윤리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바꿔 말하면, "우리는 과연 윤리적인가?"를 묻고 있는 거예요.

법대로 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윤리적으로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우리가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윤리가 주관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에요. 내 입장에서는 윤리적인 판단과 행동인 것이 타인의 기준에는 아닐 수 있고,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비윤리적 판단과 행동인 제한된 윤리성 역시 제어하기 힘들다는 거죠. 여기에서 제한된 윤리성에 초점을 맞춘 건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에 관해 자각하고 이를 교정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방적 해결책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질을 이전보다 향상시킬 가능성이 크고, 더 나은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할 수 있어요.

제한된 윤리성의 열여덟 가지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양심에 찔리는 내용들이 있었어요. 우리가 사회에서 종종 목격하거나 경험했던 것들이라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남들도 다 그래." 혹은 "우리끼리 뭐 어때?"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핑계였는지를 확인시켜주네요.

이 책에는 원칙이 바로 서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아홉 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저자는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는 처방전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무의식에서 벌인 비윤리적 판단과 행동은 반드시 의식적인 실천에 의해서만 교정될 수 있어요. 우리 사회의 윤리성, 공정, 정의가 회복되려면 자격을 갖춘 리더와 실천하는 대중들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가야할 길은 멀지만 깨어 있어야,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공정하고 건전한 사회를 향한 길을 안내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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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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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과학를 배우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이 모든 이론이 진짜일까.

안타깝게도 의심을 없앨 만큼 이론을 증명할 능력은 없으니, 그저 묵묵히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을 믿어야 하는 처지인 거죠.

그래서 과학 분야의 지식을 접할 때는 마음을 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로 했어요. 의심의 싹을 없애지 못할 바에는 잠재된 가능성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거예요. 과학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 제 취향에 꼭 들어맞는 과학책을 발견했어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현재 MIT 인문학 교수이며, MIT 최초로 과학과 인문학 모두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은 베스트셀러 작가님이에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가 소설가로서의 재능까지 겸비했으니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중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책은 우주와 생명, 빅뱅 이전의 무(無) 그리고 원자, 마음의 과학적 구조, 우주적 생물중심주의, 무한의 개념을 다루고 있어요. 이것은 굉장히 놀라운 세계, 즉 무(無)와 무한(無限) 사이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학자로서 현대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철학적 사색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네요. 솔직히 과학 이야기보다 문학 작품을 소개한 내용이 더 끌렸네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모래의 책』 을 보면, 의문의 불청객이 화자의 문을 두드리더니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얻었다는 성경책 한 권을 사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요. 화자가 책을 펼쳐보는데, 각 페이지 위쪽 구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아랍 숫자가 적혀 있는 거예요. 행상인이 화자에게 책의 첫 페이지를 가보라고 하는데 아무리 넘겨도 항상 몇 장이 남아 있어서, '페이지들이 책에서 자라나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반대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하여, 화자는 이렇게 말해요. "불가능합니다. 이 책은, 이 책의 페이지 숫자들은 진짜로 무한이에요. 첫 페이지도 없고, 마지막 페이지도 없어요." 그 말을 들은 불청객은 이렇게 답해요. "만약 우주가 무한이라면, 우리는 공간 모든 곳에,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시간이 무한이라면, 우리는 모든 시간 속에 있는 것입니다." (예리한 독자를 위한 주석 : 우리는 모든 시간 속에 있을 수 없다. 앞 장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의 삶은 우주 역사상 비교적 짧은 기간만 존재할 뿐이다.) (234p)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원자들이 별에서 만들어졌다는,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우리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다만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모순을 품고 있죠. 우리는 무한한 우주 속에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이며, 살아 있는 순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래의 책처럼 시작과 끝을 찾을 순 없지만 이 세계와 우리의 삶은 책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살아 있기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서 다룬 대로, 시간의 방향처럼 근본적인 것조차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움직임에 좌우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래로 향함에 따라 모든 것이 질서에서 무질서로 바뀌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간이 앞으로 가는 방향이 무질서가 증가하는 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 없이는 이 순간과 그 다음 순간을 구별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

무질서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는 걸까?" 하는 심오한 질문에도 답을 준다.

(이러한 질문들은 물리학자와 철학자들을 밤늦도록 깨어 있게 만든다.)

왜 순수한 에너지만 남아 있지 않고, 각종 물질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질문은 1931년에 예측되었고, 1932년에 발견된 반입자 antiparicle 의 존재와 관련 있다.

... 1964년, 실험을 통해 입자와 반입자가 정확하게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우주가 탄생한 바로 직후의 입자들과 반입자들은 같은 수로 생성되지도, 서로를 파괴하지도 않은 것이다. 대량의 입자들이 짝꿍 반입자들과 함께 소멸한 후, 마치 학교 댄스 파티가 끝난 뒤에 외로이 벤치에 앉아 있는 어떤 소년들처럼 그대로 남겨진 입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남겨진 입자들과 그들을 만든 비대칭이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167-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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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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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어떤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요.

무엇 때문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슴에 뭔가가 콕 박히는 느낌이었어요.

대단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문득 음악이 마음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 재간이 없네요.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는 다키와 아사코 작가님의 연작 판타지 소설이에요.

소설 속 오르골 가게는 출입구에 부착된 딸랑, 하고 울리는 벨소리 외에는 아주 조용한 곳이에요. 서너 평 정도 되는 아담한 가게는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구조인데, 좌우 벽은 천장에 닿는 높은 선반이 줄지어져 있어요. 촘촘하게 칸이 나눠진 선반에는 투명한 상자가 빼곡히 꽂혀 있고, 각각의 상자 안에는 금색 기계가 들어 있어요. 가게 주인은 고객의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오르골을 만들어줘요.

어떻게 마음속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오르골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 일곱 편을 만날 수 있어요.

정말 우연일까요, 손님들은 그 오르골 가게에 들어서기 전까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슴앓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 마음속 사연을 말한 적이 없는데도 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딱 맞는 음악의 오르골을 골라주고 있어요. 마치 마법사 혹은 요정처럼 말이에요. 어쩌면 음악이 곧 마법인지도 모르겠네요. 텅 빈 공간도 음악으로 가득 채울 수 있듯이, 손님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오르골 안에 음악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신기하고 아름답네요.

귀가 들리지 않는 세살 배기 아들 유토를 키우는 엄마 미사키는 유토를 위한 오르골을 샀어요. 오래된 연인 리카와의 서먹해진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준페이는 오르골 가게에 들렀다가 그냥 나왔는데, 머릿속에 리카가 흥얼대던 노래가 떠올랐고 리카를 위한 오르골을 선물하려고 해요. 대학 밴드로 활동하며 넷이 함께 하자고 했지만 루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친구는 음악 대신 취업을 선택했고, 그들 셋만 떠난 여행에서 오르골 가게에 들어가게 돼요. 아버지와의 사이가 틀어져 고향을 멀리하던 사부로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고향집에 가는 길에 오르골 가게를 두 번이나 찾게 돼요.

오르골 가게가 왜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시끌벅적 마음속 이야기와 음악이 들리기 때문이죠. 다들 궁금할 거예요. 내 안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오르골 소리로 듣고 싶네요. 처음 선물받았던 그 오르골, 고장이 나버려서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지만 그 멜로디를 떠올리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네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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