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 원하는 것을 매 순간 성취해내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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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의 재미는 어벤져스의 활약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벤져스 히어로는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녔는데, 현실조작과 포탈생성 능력, 유체이탈, 공간이동 능력, 초고속비행 능력, 천재적인 두뇌, 염력 등 그 힘이 어마어마해서 지구 밖 우주까지 넘나들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마 다들 영화를 보면서 '나도 이런 능력을 갖고 싶다!'라는 상상을 해봤을 거예요. 그렇다면 마블 세계가 아닌 현실에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역량》은 연세대 산업공학과 임춘성 교수의 책이에요.

역량(competence)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인데, 저자는 '그 어떤 실제의 일도 해내는 능력의 합' (12p)이라고 정의 내렸어요. '어떤'이 아니라 '그 어떤'인 것은 대부분인 다수, 거의 모든 경우의 수에 쓰이는 범용의 능력이며, '해낼 수 있는'을 '해내는'이라고 표현한 건 가능성을 더 높여서 누구나 배우고 누구나 해내는 가용 능력을 강조한 거예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역량은 '용용용', 즉 '범용, 실용, 가용'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는 '용용용'한 역량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 다음 각각 세부적으로 세 개의 능력, 즉 아홉 개의 능력을 제시하고 있어요. 바로 이 아홉 개의 능력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역량이며, 현실 상황에 따라 각 능력을 조합하여 활용하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어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자기 관리, 자기 혁신을 위한 내용을 강의하듯이 들려줘서 술술 읽을 수 있었네요.


"당신의 기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당신의 회사, 부서, 팀보다 훨씬 더 훌륭한 회사, 부서, 팀이 많습니다. 아닌가요? 당신이 아무리 능력 있고 일 잘한다고 해도 당신보다 더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니라고요? 기분 나쁘다고요? 아니긴요. 아닙니다. 저보다, 제 책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유익한 내용을 말해줄 책과 사람도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치고 올라간 실적으로 주위에서 최고일 때가 있었겠죠. 독보적인 무언가로 주변을 평정하던 시절이 있었을 거고요.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독보적인 실력과 실적이 이전과 그대로여도, 주위와 주변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마당에, 남과 남의 조직과도 쉽사리 함께하는 초연결 시대인 마당에, 독보적이고 '미치도록 월등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 당신만의 능력과 역량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모든 건 하기 나름이다', '잘 되면 내가 열심히 해서이고 못되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다'를 되뇌고 되씹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도덕적으로도 옳은 말이고요. 저도 저의 아이들, 저의 학생들에게 그리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포인트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능력개발과 역량증진의 포인트가 그것만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 그것은 생산하는 것이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기억하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연결과 미디어라고요. 하물며 그 잘난 애플과 스티브 잡스도 그러는데, 왜 우리는 남의 것, 남이 가진 것을 내것으로 끌어당기지 못할까요. 남의 능력을 내 것으로 하는, 내 것처럼 쓰는 그런 능력, 그것이 초연결 시대에 부응하는 '완소' 능력이 아닐까요?

... 여러분 주위만 둘러봐도 알 것입니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남의 시간으로 돈을 벌고 남의 의지로 관계에 승리합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연결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도 연결합니다. 영악한 그들이 순박한 우리를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순박하고 부지런하게 나만의 수련과 노력에 매진할 건가요. 이승철의 '넌 또 다른 나'르 들으며 되새기세요. '남은 또 다른 나'입니다. 남이 여러분을 위해 일하게 하세요. 그런 능력을 키우세요. 매개능력으로 시작하세요."

(375-380p)


◆ 세상을 쫓아가는 역량 = 분류(categorization) 능력, 지향(aiming) 능력, 취사(prioritization)능력

◆ 세상과 함께하는 역량 = 한정(limiting) 능력, 표현(expression) 능력, 수용(embracement) 능력

◆ 세상을 앞서가는 역량 = 매개(mediation) 능력, 규정(regulation) 능력, 전환(changeover) 능력


책의 구성은 아홉 개의 능력을 각 장마다 설명한 뒤에 '역량보드(competence board)'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요.

저자는 '누가- 언제 - 어디서'라는 여섯 가지 상황을 설정하여, 역량을 어떻게 조합하여 발현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성장하는 자녀와 응원하는 부모라면 [분류 + 지향 + 취사], 코앞에 논술이나 면접을 앞둔 수험생은 [분류 + 표현 + 수용], 눈앞에 세상이 펼쳐진 사회초년생이라면 [지향 + 취사 + 표현], 한창이면서 어정쩡한 위치의 당신은 [한정 + 매개 + 전환], 권한과 책임의 정점에 선 리더는 [수용 + 규정 + 전환],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향 + 수용 + (매개 + 규정) + 전환]을 적용하면 돼요. 수학공식처럼 척척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량, 이제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고 적용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되고 싶은 나를 만드는 힘, 이제 그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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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 내 안의 참나를 만나는 가장 빠른 길 요가 수트라 1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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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필수 명상서, 내 안의 참나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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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 내 안의 참나를 만나는 가장 빠른 길 요가 수트라 1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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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라즈니쉬의 책, 정말 오랜만이네요.

1991년 그의 우화 모음집 '배꼽'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도 철학, 명상 열풍이 일었더랬죠.

아마 그즈음 인도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구루를 만나기 위해, 삶의 의미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이제 우리는 머나먼 인도를 가지 않아도, 여기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참나를 만날 수 있어요.

《비움》 은 오쇼 필수 명상서이자 파탄잘리의 『요가 수트라』를 새롭게 재해석한 첫 번째 책으로 '오쇼 수트라'라고 하네요.

우선 파탄잘리는 힌두교의 정통 육파철학 중 하나인 요가 학파의 창시자이며 『요가 수트라』는 라자 요가('왕의 요가'라고 해석됨)의 수행과 관련된 가르침을 담고 있는 힌두 경전으로 파탄잘리가 편찬자로 알려져 있어요. 일반인들에게 요가는 기묘한 동작으로 유연성을 키우는 운동법으로 비쳐지지만 원래 요가(yoga)는 고대 인도에서 널리 행해진 종교적 실천법이자 명상법이 오늘날 심신 건강법으로 응용되고 있는 거예요.

이 책은 오쇼가 이끄는 요가의 길 입문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가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서, 배우는 사람으로서 밑줄을 그어가며 의미를 곱씹었어요.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무엇을 말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어서 말 자체로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뜻을 이해하려면 요가의 8단계를 수행해야만 해요. 야마, 니야마, 아사나, 프라나야마, 프라티아하라, 다라나, 디아나, 사마디까지 여덟 단계를 순차적으로 해야 하므로 '단계'라 하고,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수족'이라 한대요. 아무 데서나 시작하면 안 되고, 야마, 즉 금계에서 시작해야 해요. 금계는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생활의 절제를 의미해요. 나와 타자 사이의 일은 깨어 있는 생활이 되어야 해요. 기계적인 반응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기계적인 반응이 깨어 있는 반응이 되도록 노력하며 의식을 점점 깨우는 거예요. 사람들은 누가 자기 욕을 하면 즉각적으로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때 금계의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한대요. 여기 소개된 구제프의 일화는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구제프가 아홉 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그 말은 증조할아버지가 물려준 것으로 평생 보물처럼 간직해온 것이니 미래를 위해 꼭 기억해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대요. 그건 바로 "누가 너를 욕하거든 꼭 24시간 후에 답을 하라." (431p)는 것인데, 할아버지의 약속을 지킨 덕분에 구제프는 분노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졌고, 이 시대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되었다고 해요.

우리도 분노, 시기, 증오를 내려놓고 순수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내면의 추한 부분을 억지로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대신 변형시킬 수는 있어요. 우리는 추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꿀 수 있어요. 분노와 슬픔이 일어날 때 고요히 앉아 슬픔이 행복 쪽으로 이동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요.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깨어 있으면 돼요.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아요. 슬픔이 행복으로 변형되는 날, 요기가 태어난다고, 그러니 그전에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이제 요가를 수행할 때예요.




요가는 '내면으로 들어가기'다. 180도의 방향전환이다.

마음이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로 가지 않으면 이제 내면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의 참 존재는 지금 여기에 있지 미래나 과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래서 실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려면 마음도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한다. 파탄잘리의 첫 번째 수트라는 지금 여기의 순간을 가리킨다.

첫 번째 수트라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유념해야 될 것이 있다. 먼저 요가는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요가는 힌두교도 아니고 이슬람교도 아니다. 요가는 수학이나 물리학, 화학처럼 순수과학이다. ... 요가는 힌두교의 것이 아니다. 요가는 내면의 수학이다.

... 세상 종교는 믿음을 필요로 한다. 세상 종교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믿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슬람교의 믿음이 다르고 힌두교의 믿음이 다르며 기독교의 믿음이 다르다. 유일한 차이는 믿음뿐이다. 요가는 믿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요가는 무엇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느다. 요가는 체험을 이야기한다. 과학이 실험을 이야기하듯 요가는 체험을 이야기한다. 체험은 내면의 실험이다.

다음으로, 요가는 존재와 체험과 실험의 길이다. 이점 또한 명심하라. 여기에는 믿음이 필요없다. 뛰어들 용기만 있으면 된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아무것이나 쉽게 믿어버린다. 그렇게 해서는 삶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믿음이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피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믿음으로 인간의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변용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다. 믿음은 옷과 같다. 본질적인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예전과 변함이 없다. 벗고 싶으면 언제든지 벗을 수 있는 것, 이것이 믿음이다. 요가는 믿음이 아니다. 그래서 요가는 쉽지 않다. 요가는 존재론적인 접근이다. 사람이 진리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믿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깨우침을 통해서이다. 자신의 존재가 송두리째 변해야 하는 것이다. 요가의 길에서는 인생관, 생활 패턴, 마음과 정신 등이 모두 산산조각 날 수 있다. 그런 다음 새로운 것이 태어난다. 그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진리와 만난다. 그래서 요가는 죽음이자 거듭남이다. 지금의 모습이 죽지 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 새로운 무언가가 내면에 감춰져 있다. 또한 요가는 철학이 아니다. 말하노니, 요가는 종교도 아니요 철학도 아니다. 요가는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가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 삶이 고통스럽고 괴로우며 미치고 싶고 자살하고 싶어지면 갑자기 인생의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요가를 수행할 때이다."라고 파탄잘리는 말한다. 이런 순간에만 인간은 요가의 과학을, 요가의 수행을 이해할 수 있다.

파탄잘리는 요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요가는 마음을 멈추는 것이다.

마음이 없는 곳에서 요가가 시작된다. 마음이 있는 곳에서 요가는 사라진다.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한다 해도 마음이 계속 움직이면, 생각을 계속하면 그것은 요가가 아니다. 요가는 무심의 경지이다. 특별한 자세를 취하지도 않고 마음 없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는 완벽한 요기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것을 잘 이해해야 된다. 생각이 일어나면 인간이 존재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 생각이 사라질 때, 마음에 구름이 끼지 않을 때 인간의 존재가 푸른 하늘과 같이 드러난다. 존재는 항상 거기 있었다. 생각의 구름이 덮고 있을 뿐이다.

파탄잘리는 말한다. "보라!"

마음이 지나가도록 놔두고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그냥 놔두라. 그냥 보기만 하라. 끼어들지 말라. 마치 나하고 마음하고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나는 마음이 아닌 것처럼, 그 마음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끼어들지 말고 구경하라, 지켜보라. 관심을 두지 마라! 그냥 보고 있어라, 마음이 흘러가도록. 마음은 과거에서 오는 관성에 의해 흘러가게 되어 있다. 사실 마음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 마음에 계속 기름(관심)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거기에서 힘을 얻는다. 이제부터는 마음에 기름을 붓지 말고 지켜보라.

(14-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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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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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작가님의 이야기 노트,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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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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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올랐다.

달이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5p)


《달 위의 낱말들》 은 황경신 작가님의 이야기 노트예요.

단어가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이야기꽃을 피워내고 있어요. 그 이야기 속 '너'는 누군가를 한때 사랑했고, 떠났으며 추억하고 있어요.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이전에도 수없이 썼던 그 말들이 낯선 이야기가 되었다가 왠지 알 것 같은 감정이 되어 다가온 느낌이었어요. 뜨거운 것을 만지면 "앗, 뜨거워!"라고 말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듯이, "너의 가지런한 세계는 네가 사랑에 빠진 순간 무너졌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향한 하나의 마음이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리하여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백여 년 전의 어느 위대한 작가가 그러했듯, 비밀을 지키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 은밀한 사랑을 지키는 것밖에 없었다. 모든 규칙을 파괴한 사랑이 스스로 새로운 원칙을 만들 때까지." (38p)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 한 켠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어요.

가끔 말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쌓여서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어요. 왜 말하지 못했냐고, 말해보라고 다그쳐도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저어하는 거예요. 내뱉는 순간의 통쾌함은 잠깐이지만 수습할 수 없는 절망감은 지속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말보다는 글이 낫지만 글로 적는 건 너무 어려워요. 쓰고 싶지만 쓸 수 없으니 괴로울 뿐이에요. 진심이라고 털어놓았다가 괜한 오해만 생기고, 너랑은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도저도 못하는 바보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히 '달 위의 낱말들'을 바라보다가, 난 진짜 바보였구나 싶었어요. 마음에 쌓인 말들을 풀어내는 건 결국 마음인 것을, 네 마음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을 보았더라면,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더라면... 문득 지금의 깨달음을 온전히 간직한 채 어린 나로 돌아간다면 어떨까라는 부질 없는 상상을 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어요. 먼 훗날에도 이럴까 싶어서, 그건 아니라고, 얼른 정신을 차렸네요. 먹구름이 걷히면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데, 그럴 때 살맛이 나더라고요. 슬픔, 아픔, 그리움, 후회, 미련, 두려움, 집착, 분노, 증오, 사랑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하기에 나라는 인간으로 살 수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날을 꿈꿀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선택 가릴 선(選) 가릴 택(擇)

3년을 사랑하고 의지하며 함께 지내온 연인이 이별을 통보한다면 남은 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한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외부의 제약이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어떤 목적을 스스로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의지'라는 철학적 해석은 어디까지 적용될까?

세퀘이아 국립공원에서 네가 처음 들은 주의사항은 곰에 관한 것이었다. 먹을 것을 지니고 다니지 말라, 곰이 달려든다, 먹을 것을 차에 넣어두지 말라 곰이 차를 부순다, 먹을 것을 흘리지 말라, 곰이 추적한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부주의로 인해 혹은 곰의 알 수 없는 충동이나 변덕으로 인해 공격을 받을 경우, 도망가거나 기절하지 말고 온 힘을 다해 싸워달라는 것이 안내원의 충고이자 부탁이었다.

"그럴 경우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있나요?"

곰과 싸우느니 차라리 그냥 죽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너는 물었다. 안내원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꽤나 성가시고 귀찮다는 걸 곰한테 학습시키는 효과가 있지요."

...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무가 쓰러졌다는 사실, 곰을 만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달라지지 않음에 대해 너는 좌절할까 혹은 그래도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기뻐할까?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선택이라는 신의 선물은, 삶을 행복하게 하기에 미흡하고 죽음을 막기에 옹졸하다. 하지만 삶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저 마지막 질문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미세한 결이 달라진다. 그 결이 물결치며 소란함과 고요함을 만든다. 그러므로 너는, 네게 허락된 삶의 좁은 통로를 걷는 내내, 마음을 다해 가늠하고 구별하고 뽑아야 한다. 달라지지 않은 것들 안에서 홀로 달라질 수 있도록.

(75-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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