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글쓰는 습관 공부 잘하는 기본 2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나정 옮김 / 북스토리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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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글쓰는 습관》 은 초등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책이에요.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친구들이라면 책에 나오는 과제들로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여름방학을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하면 "어디를 놀러 가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일상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여기서 글쓰기를 위한 꿀팁이 등장해요. 글쓰기에서 쓸 내용은 '나의 마음을 움직인 일', '나에게 일어난 변화' (10p)라는 것.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들 가운데 나만의 베스트 3을 꼽아보고, 이 세 가지 일 중 글로 써보고 싶은 것 하나를 정하는 거예요.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을 더 자세히 생각해보는 거예요. 감정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습인데, 예시와 예문이 나와 있어서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주제를 표현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본격적으로 여름방학의 추억을 주제로 직접 글을 써 보면 돼요.


일기 쓰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독서 감상문, 존경하는 인물, 장래 희망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고 나면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글쓰는 방법이 나와 있어요. 입시에 도움 되는 글쓰기 수업은 학교 입시에 꼭 나오는 지망 동기, 초등학교 생활의 추억, 내 장점과 단점, 교우 관계를 주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단계별로 설명되어 있어요. 다양한 글쓰기는 전래동화를 요약하기, 보고문 쓰기, 캐치프레이즈 만들기, 편지 쓰기의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면 주제에 맞는 글을 쓰게 되는 방식이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요.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는 일기 쓰기인데, 보통 숙제로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하기 싫다는 감정이 앞설 것 같아요. 일기를 쓰기 전에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꿀팁은 일상 속의 느낌표를 발견해보라는 거예요. 또한 일기의 형식으로 쓰인 문학 작품인 <안네의 일기>, <산성일기>,<계축일기>, <의유당일기>, <난중일기> 등을 찾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숙제로 쓰는 일기 대신 나를 위한 일기를 매일 써본다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좋은 글쓰기 선생님과도 같은 이 책으로 매일 차근차근 글을 쓰면 될 것 같아요. 논리력도 키우고 글쓰기 실력까지 향상할 수 있는 유익한 수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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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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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널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 어느날 하늘이 밝아지면


마치 떠났던 날처럼 가만히 너는 내게 오겠지...



패닉의 <기다리다>를 들으며 이 책을 읽었어요. 오랜만에 듣는 노래의 가사는 가슴을 콕콕 찌르고, 책의 문장들은 깊이 더 깊이 나를 끌고 내려갔어요. 아주 천천히 다른 깊이의 푸름이 스며들 수 있도록, 어쩌면 이미 내 안에 물든 푸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름의 피부》 는 이현아 작가님의 첫 예술 산문집이에요.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라는 첫 문장부터 마음이 이상해졌어요. 제대로 표현한 적 없었던 내면에 억눌린 뭔가가 불쑥 튀어나온 느낌이었어요.


저자는 널찍하고 두툼한 노트 한 권을 사서 그림을 골라 왼쪽 페이지에 붙이고, 오른쪽 페이지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었는데, 그 노트가 반절쯤 채워졌을 때 그림 속에서 공통의 색이 보였대요. 푸른 기운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채워진 노트, 그리하여 '나의 푸른 그림에 관하여'라는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이 되었어요.


이 그림일기 속에는 새파랗게 어렸던 유년과 모든 것이 푸르게 물들던 여름, 몸이 파랗게 변하는 순간 죽음, 병, 멍, 그리고 우울, 고독이 담겨 있어요. 발튀스, 루시안 프로이드, 제임스 설터,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던컨 한나,루치타 우르타도, 피에르 보나르, 조지아 오키프, 피에르 본콩팽, 파울라 모도존베커 ... 처음 들어보는 화가와 소설가, 예술가의 생애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저자를 바라보았어요. 스스로를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저자를 나 역시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에 익숙했던 과거와 마주했어요. 낯선 작품들이 어느새 나의 과거와 조우하는 느낌이랄까. 그 가운데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노란 꽃을 꽂은 유리잔을 든 소녀> (1902)가 인상적이었어요. 두 손으로 유리잔을 들어올린 소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노란 꽃을 바라보고 있어요. 아름다운 꽃을 보면 대개 환한 미소를 짓기 마련인데, 소녀는 왜 굳게 다문 입술로 꽃을 응시하고 있는 걸까요. 줄기가 잘려진 꽃... 파울라는 자신의 딸을 낳은 지 18일 만에 색전증으로 숨을 거뒀어요. 서른한 살의 화가는 750여 점의 유화와 천여 점이 넘는 드로잉,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어요. 아래로 더 아래로, 바닥까지 내려가야 다시 올라갈 수 있듯이, 파울라의 말이 바닥을 힘껏 차고 오르는 힘이 된 것 같아요.



내가 아는데, 나는 아주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슬픈가?


축제가 길다고 더 아름다운가?


내 삶은 하나의 축제, 짧지만 강렬한 축제이다. (중략)


그러니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 안에서 사랑이 한 번 피어나고


좋은 그림 세 점을 그릴 수 있다면 


나는 손에 꽃을 들고 머리에 꽃을 꽂고 기꺼이 이 세상을 떠나겠다. (192p)


《짧지만 화려한 축제》 , 라이너 슈탐 지음, 안미란 옮김, 솔, 101쪽,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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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살자 - 더 열심히 놀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는 법
노선경 지음 / 떠오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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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면 이 책 역시 공감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엉망은 무질서, 혼란, 혼돈의 개념이겠지만 여기서 엉망은 자유로움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받아온 교육이 워낙 주입식이라서 '차렷, 열중 셧, 경례'에 몸이 반응하고, 어딜 가나 줄 맞추기에 신경쓰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가짜 모범생이 대량 생산된 게 아닌가 싶어요. 실은 놀고 싶었으면서 눈치보느라 억지로 공부하고, 시키는 대로 사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겉은 멀쩡한데 속은 곪을 대로 곪아버린 상태. 노는 건 아이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좋아한다고요. 근데 우리 사회는 놀지 말라고, 노는 건 시간 낭비라면서 채찍질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일을 했다면 쉬는 시간, 노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놀지 않는 사람은 병들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사는 게 재미없으니까요. 반면 신나게 놀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이 즐거워요. 엉망진창 놀아보세, 열심히 놀아본 사람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어요. 삶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저자는 자칭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네요. 학창 시절에 미친 듯이 놀아봤고, 미친 듯이 일해서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었다고 해요. 그랬던 저자도 작년 여름, 힘들었대요. 일상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지는 공허함을 술로 달래며 방황했고,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흘러가던 그즈음 부모님이 독립을 권유했다고 해요. 집 앞 공원에서 아빠와 대화를 나누는데 무성하던 푸른 나무 사이에 붉게 물든 나뭇잎 몇 개가 보였고, 가을이 왔구나 느꼈대요. '내 여름은 이리도 엉망진창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결국 기다리던 계절이 오고 있었다. 내 삶은 엉망이어도 시간은 흘러 가는구나. 이대로도 흘러는 가고 있구나.' (177p)라는 생각과 동시에 외면했던 상황에 직면할 용기가 생겼고, 좌우명이 바뀌었대요. 엉망으로 살자, 엉망으로 살아도 괜찮다, 그러니 애써 정돈된 삶 말고 더더욱 엉망으로 살자.

본인의 이야기 속에 툭툭 위로가 되는 말이 등장하네요. 누군가의 고민, 아마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 살면서 누구나 하는 생각, 그때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 똑똑한 조언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책에 나온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본인의 선택이에요. 엉망으로 살자는 건 결국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자는 의미이니까요. 남과 비교하면서 남들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나를 위해 나답게 살 것.



하고 싶은 일을 할까요?

할 수 있는 일을 할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세요.

어차피 무슨 일을 하든 완벽히 보장된 미래는 없어요. (51p)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될 때

잘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한다.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109p)


Q. 요즘 계속 무언가를 할 때 '나 까짓 게'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지고 안 하게 되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A. 그럴 땐 '우와 나 까짓 게 이런 것도 하네? 우와 대박'이라고 생각하면서 해보세요.

생각만 해도 기특하지 않아요? 나를 기특하게 여기세요. (127-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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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나겨울 지음 / RISE(떠오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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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 표지가 강렬해요. "기분이 태도"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문제를 인지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사람들의 기분은 얼굴만 봐도 드러나잖아요. 하지만 그 기분이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면 일상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어요.

아마 스스로 느꼈을 문제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인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이 책은 '감정 기복 심한 당신에게 필요한 기분 수업'이에요.

저자 나겨울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1만 건의 무료 상담과 문자로 진행되는 '텍스트 테라피'를 통해 100건 이상의 유료 상담을 했고, 글쓰기와 상담을 병행한 '상담&치유 글쓰기 수업'도 진행했다고 해요. 이 책에서도 다양한 고민들을 소개하면서 텍스트 테라피를 해주고 있어요. 말로 듣는 것보다 글을 통해 얻는 조언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타인과 마주하는 게 꺼려지거나 힘든 상태라면 말이죠.

가끔 모든 게 고깝고 아니꼬울 정도로 속마음이 배배 꼬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혼자 뒤틀린 마음을 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때는 참기만 하던 성격이었는데 어느 순간 용암처럼 분노가 분출하여 들끓고 있어요. 언제든지 쏟아질 태세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화를 다스려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분노라는 감정은 분노로 표현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숱한 피해를 남기니까요. 분노로 인해 자신도 타인도, 세상도 다치지 않도록 현명하게 풀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저자는 텍스트 테라피 외에도 기분 날씨 노트와 치유의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네요. 매일 꼬박꼬박 나의 기분을 체크하여 노트에 적는 거예요. 오늘의 감정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나누어 1, 2, 3 단계로 표시해보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유를 쓴 다음 오늘 하루의 만족도를 1~10 점수를 매겨보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어보는 칸이 있어요. 부록에 기분 날씨 노트의 예시가 있어서 직접 적어보거나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 수도 있어요.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일기처럼 글을 써보라는 거예요. 저자는 힘든 시기에 글쓰기를 통해 치유할 수 있었던 경험자이기에 우리에게 지금과 같이 살기 싫다면 글쓰기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하네요. 꾸준히 자신에 대해 기록하고 자신의 마음을 눈으로 확인하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에요. 나를 가장 잘 알고 그래서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안다면 나를 더욱 사랑할 것.




# 트라우마에 얽매여서 사는 것 같아요.

... 상담을 통해 다양한 트라우마를 마주했다. 트라우마는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생기기는 쉬워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어려워서 살아가는 동안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였다.. 그리고 그들도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겨서......' 그 생각을 떨쳐내려고 해도 트라우마로 인해 삶에서 트러블을 겪을 때마다 자꾸 누군가를 미워해야 했을 것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그 일이 생긴 이유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 나에게 왜 그런 일이 생겼으며 내가 잘못한 부분과 잘못하지 않은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가 책임질 부분과 더 이상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 후에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상처를 딛고 세상으로 다시 나가는 용기를 모으는 것이다. 결국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내가 괴로웠던 진짜 이유를 찾고 마주하는 게 아닐까.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처의 그늘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진짜 나를 마주한 채로 기존에 있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 말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온 대사를 좋아한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괜찮지 않은 그 마음으로 오랜 시간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자신을 트라우마로부터 해방시켜 주자.

(34-37p)


텍스트 테라피 #4

무례한 이들을 많이 봤다. 아주 살짝 보이는 그늘에 전부를 알게 된 것처럼 A부터 Z 까지 물어보는 사람 말이다. 그나마 물어보기만 하면 다행인데 아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는 듯 타인의 삶을 자신이 살아온 인생처럼 읊어대는 걸 보면, 그런 사람에게도 상처라는 게 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쉬울까 싶다.

누구나 가끔은 자신의 그늘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날이 있을 거다.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 말이다. 하지만 선이 지켜지는 건 어렵다. 누구 하나 제대로 웃을 수 없으면 농담이 아니고 잠깐이라도 아팠으면 무례한 거다. 그러니 사람들의 그늘이 잘 보이는 날에도 우선은 상상으로만 아는 척을 하길 바란다. 내가 싫은 걸 타인이 싫어하는 건 당연하니까. 충분히 조심스럽다고 생각해도, 언제나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은 너무도 다른 거니까.

(46-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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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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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은 인류학의 새로운 쓸모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인류학적 시야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책의 구성은 인류학의 세 가지 핵심 원리를 적용하여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그리고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인류학적 사고방식의 세 가지 핵심 원리란, 이방인과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길러야 한다는 점, 다른 사람의 관점이 아무리 낯설어 보여도 경청할 줄 알아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낯섦과 낯익음이라는 개념을 수용하면 남들과 우리 자신의 맹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여기에 굉장히 멋진 비유가 등장해요.

"인류학자는 X선 장비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렴풋한 정도로만 인지하는 숨겨진 패턴을 본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의 원인을 'x'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y'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1p)

디지털 시대에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가상공간의 혁명으로 사회학자와 컴퓨터과학자들은 사람들을 관찰할 막강한 도구를 얻었어요. 하지만 빅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뿐,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해요.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심리학은 개인이 왜 음모론에 빠지는지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음모론이 어떻게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해요. 이때 인류학은 다른 학문과 융합하여 현재 우리가 당면학 문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어요.

저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들어가기 전에 인류학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타지키스탄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고산지대의 마을에서 내부인이자 외부인이 되어 소련 사람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했다고 해요. 1992년, 기자가 되어 타지키스탄을 찾았을 때는 내전 중이었고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의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적으로 호텔에 갇혀 있었는데 , 그때 함께 있던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커스 워런이 다음과 같이 물었대요. "타지키스탄에서 정확히 뭘 연구하셨어요?" "결혼 풍습이요." "결혼 풍습! 그런 걸 뭐 하러 연구해요?" (7p)

배울 만큼 배운 언론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인류학에 대한 의구심이 이 책의 출발점이에요.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결혼 풍습을 연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어요. 세상을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갖가지 도구들이 있지만 문제는 그 도구가 불완전하는 거예요. 기존의 도구들이 나무만 본다면 인류학은 숲을 볼 수 있게 해줘요. 책에 나오는 사례를 통해 인류학의 원리가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세계화 시대에 생존 전략은 인류학의 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여기에서 핵심은 인류학적 시야가 다른 지적 도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안한다는 점이에요. 다양한 차원에서 바라보고 포용하며 사회적 침묵을 경청하는 자세, 즉 인류학적 시야가 기후변화와 불평등, 사회적 통합, 인종차별주의, 광적으로 치닫는 SNS, 금융위기, 정치 분쟁의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될 수 있어요. 정치와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공감과 인류애가 필요한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학'의 재발견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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