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별 4 - 경성의 인어공주
나윤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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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별>을 보면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럴 것 같은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일제강점기, 나라가 약하여 국민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일본인들은 너희들이 약한 탓이라며 자신들의 악행을 합리화하네요.

피해자를 더욱 참혹하게 괴롭히는 악마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운명의 파도를 거슬러 투쟁했어요.

독립운동가들, 그분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지네요.

연모하는 마음, 그 순수한 본능마저 억눌러야 하는 현실.

조국을 사랑하여 죽음에 굴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야 하는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조선을 사랑함은

죽음을 벗 삼음이니,

구색 좋은 이름으로

살고자 해서는 안 된다.

너를 곁에 두어서는 안 도니다.

귓가에는 끌어안은 너의 숨소리가 들린다.

이 마음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76-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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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 책고래숲 6
김태란 지음 / 책고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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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 은 김태란 작가님의 그림에세이예요.

이 책은 자전적 이야기이자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저자는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나'를 까맣게 잊어버렸대요.

어느 날 문득 들여다 본 나의 땅은 잡초가 무성하고 돌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고, 그제서야 다시 붓을 잡을 마음이 생겼대요. 굳은 땅을 뒤집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있다는 저자는 이렇듯 한 권의 책을 완성했네요.

먼저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수고하셨어요, 잘하셨어요, 지금부터 시작된 2막을 응원해요.

엄마가 된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모험 같아요.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랄까.

처음엔 설레고 마냥 좋았는데, 예기치 못한 폭풍우에 출렁출렁 위태로운 항해가 펼쳐지면서 온갖 감정들이 뒤엉키는 경험을 했어요. 물론 폭풍우가 지나고 나면 잔잔하고 더없이 평화로운 순간들이 행복했어요. 드넓은 바다 위, 여전히 항해는 계속되고 있어요.

스스로 눈물이 거의 없다고 여겼던 사람인데 지금은 수도꼭지마냥 툭 건드리면 주룩주룩, 그냥 사람 자체가 바뀐 것 같아요. 그만큼 인생에서 다시 없을 엄청난 경험이고, 뜻밖의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게 되니까요. 아하,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를 향한 사랑은, 아낌없이 주되 바라는 게 없어야 돼요. 매일 커가는 속도만큼 나와의 거리도 멀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가 문득, 엄마를 떠올리며 뭉클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엄마... 사랑합니다.

일반 책에 비하면 아주 짧은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후드득 감정들이 쏟아졌네요. 또 다른 이름, 우리는 저마다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요. 그 가운데 엄마라는 이름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네요. 마음 안에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 같아요.





#또다른이름#김태란#김태란그림에세이#책고래출판사#엄마#성인에세이#그림에세이#그림책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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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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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라빛이 좋아졌어요. 원래 좋아하던 색은 아닌데, 요즘 자꾸 눈길이 가네요.

왜 그럴까, 굳이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책 표지를 보고 떠올랐어요.

아하, 연보라빛 하늘... 언젠가 밤새 일하다가 문득 창밖으로 비치는, 그때의 하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는 손힘찬 오가타 마리토의 책이에요.

저자는 인스타그램 30만 팔로워 메가 인플루언서이자 떠오름 출판사의 사장님 그리고 뉴미디어 콘텐츠 디렉터 1호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한국과 일본의 정체성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정체성의 혼란 가운데 자신의 운명을 외면하지 않고 글을 쓰며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라는 소개글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짐작해보네요.

이 책은 소곤소곤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꽃처럼 위태롭던 삶에서 이제는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려는 마음이 보였어요. 여기에 적힌 글들은 저자 스스로 단단해지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삶을 응원하는 긍정의 말들이 모여서 별처럼 빛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은 별, 스타를 우러러 본다고 여기지만 실제로 별들은 우리를 위해 빛나고 있어요. 어둠을 밝혀주려고, 두 눈 크게 뜨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라고 말이죠.

너무 힘들 땐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고, 곁에 있는 사람들조차 나를 몰라준다고 오해만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바깥에 둔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해요. 누군가의 응원이나 위로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스스로 정신을 차리는 일인 것 같아요. 좋은 책은 꽤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줘요. 값진 조언은 삶의 원동력이 되니까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이제는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 나이가 되었네요. 사랑하며 살지어다, 반짝반짝 빛나라.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하나 있다.

바로 혼성 그룹 '샵(S#arp)'의 노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분이다.

'울지마. 이미 지난 일이야.

삶의 반직선 위에 점일 뿐이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야.

어른이 되는 단지 과정일 뿐이야.'

어렸을 때 우연히 듣고 가사에 마음을 홀랑 뺏겨버렸었는데,

가사를 일반 작사가가 쓴 것이 아니라 시인 원태연이 쓴 글이라고 한다.

어쩐지, 더 마음에 더 와닿다는다 싶더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만즌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 모르겠을 그런 때,

나는 습관처럼 이 노래를 듣는다.

... 왠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하지 말자고, 이 또한 지나간다고." (142-1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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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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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있어요.

아무리 재미있고 신나는 대화를 해도 '그것'이 없으면 휘리릭 다 날아가버리더군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잘 썼느냐 못 썼느냐의 판단이 아니라 '그것'이 없는 책은 시시하게 느껴져요.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은 정혜윤 작가님의 책이에요.

책 날개에는 작가님의 소개글이 나와 있어요. 동명이인의 작가님이 여럿이라서 '라디오 피디 정혜윤 작가님'이라고 해야 찾을 수 있어요.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참사 가족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한국피디대상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들이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사생활의 천재들』 ,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 , 『아무튼, 메모』 ,『앞으로 올 사랑』 등이 있다.

세상 어디에 관심을 두고, 어떤 목소리에 귀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에요. 그 가운데 뭘 봤나 살펴보니 작가님의 데뷔작을 읽었더라고요.

일부러 작가님을 찾았던 건 아니지만 책 제목에 끌렸고, 아하, 뒤늦게 알아본 거죠.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

괄호 안에 그 말, 그리고 표지 사진 Yosigo

초록빛 바다 위에 빨간 수영복을 입은 아이가 첨벙첨벙 헤엄치고 있어요. 물안경 너머 바다 속에는 무엇이 보일까요.

바다... 받아... 바닷물, 짠물, 눈물, 슬픔, 그 위에 떠 있는 우리들.

정혜윤 작가님이 제주도에서 만난 전설적인 낚시꾼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쑤욱 들어왔어요. 그가 낚시꾼으로서 전설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그가 만든 찌 때문인데, 그 찌 안에 인생 철학이 담겨 있어요. 나무를 깎고 다듬어서 모양을 만들고 중간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구멍 안에 납으로 된 추를 넣는 것까지는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여기서 핵심은 '무게 제로'인 찌를 만든다는 거예요. 찌를 만들어 바닷물에 띄워보고 가라앉으면 나무와 납의 무게를 다시 맞춰 차츰차츰 무게 제로를 만드는 거예요.


"인생에서도 무게 제로를 만들 수 있어요?"

제 아내와 제가 사는 것, 혹은 제 친구들과 제가 사는 것이 그렇죠. 우리는 서로 지고 있는 무게를 알아요.

제 아내와 저도 서로 상대방이 지고 무게를 압니다. 저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가 보여요.

제 생각에 사람 사이의 균형과 조화란 게 서로의 무게를 알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둘이 같이 가라앉지 않아요.

저는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아내가 우울한 날은 가지 않아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아내가 무거워지면 제가 가벼워지고 제가 무거워지면 아내가 가벼워지고. 균형 맞추기죠. (85-86p)


"당신은 타인을 볼 때 무엇을 보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누리는지를 주로 볼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린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는다.* 반면 타인을 볼 때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를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고통으로 타인이 지고 있는 무게를 가늠해보는 사람 또한 드물다. 하지만 아주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의 말은 다르다. 그는 영혼에 바다를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람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그는 전설이다. 우리는 이 전설적인 인물과의 만남을 행복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이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남에게 무게를 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무게를 실으려는 사람은 많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타인의 무게를 느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바다로 가지요." (88-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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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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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행운의 편지'가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누가 왜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붙여진 이름과는 달리 벌칙처럼 편지의 내용을 똑같이 적어서 일곱 명에게 편지를 보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행운 대신 불행이 찾아온다고 했죠. 제 기억에는 귀찮아서인지 반항심 때문인지 그 편지를 읽기만 했던 것 같아요. 굳이 남이 쓴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나, 나는 싫소, 그러니 끝.

그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많이 쓰던 시절이었는데, '행운의 편지'는 왠지 골탕 먹이려는 의도가 보여서 자체적으로 폐기했었죠. 하지만 오랜만에 '행운의 편지'라는 책 제목을 보니 반가웠어요.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라니, 과연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라나.

와우, 신선해요.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언니들, 그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이야기예요. 물론 편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과거의 그 행운의 편지가 아니라 진짜 진심을 담은 내용이에요. 소설가 정세랑, 음악감독 김인영, 배우 손수현, 뮤지션 이 랑,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반지하, 작가 하미나, 작가 김소영, 미술가 니키 리, 만화가 김정연, 시인 문보영, 작가 김겨울, 작가 임지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 연, 시인 유진목, 뮤지션 오지은, 여성학자 정희진, 다큐멘터리 감독 김일란, 기자 김효은, 작가 김혼비.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성껏 적은 이유는 얼굴은 본 적 없지만 목소리는 들었기에 나름의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어서예요.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이야기가 비록 나를 향한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감했고 좋았으므로, 이렇게 혼자 끄적이는 글을 대신하여 답장하려고요.


나는 '여자'를 외치면서도, 내가 '여자'인 걸 싫어하고,

'여자'를 잃지 못하면서, 동시에 '여자'가 되는 길을 다

망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 굉장히 괜찮은 사람인

'나'라는 인간입니다.

- 이반지하 (68p)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고,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지금은 '여자'라서 싫지 않고, '여자'를 잃어도 괜찮다고 여길 정도로 '여자'로 사는 것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이제는 '여자'에 얽매이지 않아요. 뭘 망치고 싶은 충동도 없어요. 살아가는 거지, '나'로서 사는 거라고 받아들였거든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좀 더디고 많이 돌아온 듯 하지만 괜찮아요. 개성 넘치는 그녀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문득 나는 어떤 언니였나를 돌아보았네요. 그럴 듯한 수식어를 찾지 못한 '언니', 그냥 언니로 살고 있지만 별 불만은 없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언니'라는 호칭보다 제 이름, 누구 씨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걸 말하지 않았어요. 일부러 숨긴 건 아니고 말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왜 그랬을까요. 이 책을 읽다가 불쑥 말하고 싶었어요. 언니 말고 OO씨라고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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