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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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배우 마동석 같은 체격의 남자가 다가온다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거나 움찔할 것 같아요.

<테베의 태양>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첫느낌이 딱 그랬어요.

총 716페이지, 책 두께로 보자면 4.5센티미터.

음, 책을 펼치기도 전에 위압감 드는 비주얼이랄까.

그러나 책표지에 보이는 한 남자.

담쟁이덩쿨로 뒤덮인 창문 안쪽으로 옆 얼굴의 젊은 남자가 너무나 궁금해요. 눈을 내리깔고 거뭇거뭇 수염이 올라온 것이 뭔가 상심한 듯 슬퍼 보여요.

어쩌면 그는 이 소설 속 알바로 무니스 데다빌라?

위압감을 떨쳐내고 책을 펼친다면, 놀라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저자 돌로레스 레돈도는 스페인 작가로서 데뷔작『천사의 특권』(2009년)을 시작으로, 『바스탄』(2013년) 3부작이 호평을 받으면서 스페인 주요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요.

이 시리즈 중 1부 『보이지 않는 수호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인비저블 가디언 The Invisible Guadian , 2017)로 제작되었네요.

그리고 바로 이 소설 <테베의 태양>은 2016년 발표된 작품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문학상을 받았고, 35개 언어로 전 세계에서 출간되었어요.


주인공 마누엘 오르티고사는 쉰둘의 중견 작가예요.

마누엘은 혼자 집에서 소설 <테베의 태양>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때 찾아 온 사람은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과르디아 시빌 대원이었어요.

(과르디아 시빌 Guardia Civil : 스페인의 국가 헌병대로, 군 조직이면서 평시에 각 지역의 치안을 담당해요.)

그들은 오늘 새벽에 알바로 무니스 데 다빌라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미 절명한 상태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왔던 거예요.

알바로는 마누엘의 동성 배우자예요. 두 사람은 15년을 함께 살아온 동성 부부예요.

갑작스런 배우자의 죽음... 문제는 그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거예요. 옆구리에 자상이 발견되었지만 알바로가 죽은 그 지역의 전통 있는 가문의 후작 신분이 확인되자 가문의 명예를 위해 신속히 사건종결이 된 거예요. 은퇴를 앞두고 사건을 담당했던 과르디아 시빌 소속의 노게이라 중위는 의구심을 품고 사건을 추적하게 돼요.

마누엘이 받은 충격은 알바로의 죽음뿐 아니라 죽음을 통해 밝혀진 그의 비밀들이에요.

도대체 왜 알바로는 자신의 가족사를 숨겼던 걸까요.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정말로 서서히 접근해간다는 점에서 여느 추리소설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보다 알바로의 과거와 그것을 하나씩 알게 되는 마누엘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 것 같아요.


죽기 전 알바로는 마누엘의 <테베의 태양> 원고를 읽고서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말했어요.

"마누엘, 당신은 글을 아주 잘 써. 그러니까 작가가 된 거라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번 작품은 왠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부인(不認)의 대가』가 지니고 있던 그런 느낌이 없어."    (160p)

그러자 마누엘은 『부인의 대가』를 쓴 건 자신이 실제 겪은 고통스런 경험이기 때문에 다시는 그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그 삶에서 도망치려고, 그 모든 걸 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당신은 몰라.

물론 난 성공을 거두었어. 수많은 독자와 돈 그리고 이 집...... 이 정도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지.

당신 말마따나 <테베의 태양>도 독자들의 마음에 들 테고.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말이야.

내가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글을 쓸 때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거지?"   (162p)

알바로는 답했어요. "그게 진실이기 때문이지."  (162p)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마누엘은 행복을 위해 과거의 고통을 덮었으면서, 정작 알바로가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진실을 숨겼다는 것에 크나큰 상처를 받았어요.

알바로는 마누엘의 모순된 감정까지 다 헤아릴 정도로 그를 사랑했어요. 마누엘이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만을 보여줬던 거예요.

제게 있어서 <테베의 태양>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는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 시(詩) 「까마귀」에 나오는 "네버모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어요.

알바로의 가문 사람들은 그의 어머니를 '까마귀'라는 별명으로 불렀어요. 마누엘은 '까마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에드거 앨런 포의 「까마귀」에서 반복되던 불길한 말, "네버모어"를 떠올렸어요. 우리의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네버모어...





「까마귀」에서는 각 연의 끝마다 Nevermore 가 후렴처럼 반복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각 연마다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네버모어>라고 옮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화자가 사랑하는 레노어를 상실한 슬픔을 달래려 독서에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창문을 열자 까마귀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날아 들어와 아테네의 흉상 위에 앉는다.

화자가 이 새에게 이름을 묻자 뜻밖에 까마귀는 <네버모어>라고 대답한다.

놀란 화자가 날이 새면 이 새도 날아갈 것이라고 혼잣말을 하자 새는 <결코 날아가지 않을 거야>라고 답한다.

다시 화자가 약을 먹고 레노어를 잊겠노라고 혼잣말로 다짐하자 이번에도 새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걸>이라고 말한다.

결국 화자는 자신이 이 까마귀의 그림자로부터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을 직감하면서 시를 끝맺는다. (175p) 

                         - 옮긴이 엄지영님의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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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프라도 차오, 빌바오 - 유쾌한 스페인 미술관 여행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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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프라도 차오, 빌바오>는 유쾌한 스페인 미술관 여행을 위한 책입니다.

저자는 총 4번의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미술관만큼은 제대로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 책은 저자의 미술관 여행의 기록이자 감상이며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으로 떠나는 스페인 미술관 여행인데도, 읽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왠지 소개팅 전에 상대방에 대해 알아보는 느낌?

오호, 멋진데?

결론은 꼭 만나야 할 상대라는 것.

스페인에 간다면 미술관 순례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유럽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프라도 미술관을 시작으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그리고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 달리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역별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 미술관에 전시된 명화들과 함께 작품해설이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그 중 달리 미술관은 마법 같은 공간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달리 미술관은 바로셀로나에서 가까운 스페인 북동쪽에 있는 피게레스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피게레스는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입니다. 미국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달리는 폭격을 당해 불에 탄 채로 방치된 극장을 보고 자신의 전시관으로 쓰겠다고 생각했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술관을 만들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는 'TEATRE MUSEU DALI'라는 미술관 이름이 붙어 있는데, 번역하면 '달리 극장 미술관'입니다. 달리는 미술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연극이나 영화 한 편을 보았다는 느낌을 갖고 떠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은 <메이 웨스트 Mae West 의 방>인데 방 전체가 미국의 여배우 메이 웨스트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활용한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그 옆 작은 방은 달리의 침실로, 달리의 작품 중 유명한 <기억의 지속>이 큰 태피스트리로 걸려 있습니다. 시계가 늘어진 모양으로 묘사된 <기억의 지속>처럼 예술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미술관 말고도 스페인의 예술가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은 정말 환상적인 것 같습니다. 가우디 작품 순례만으로도 행복한 스페인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진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스페인 미술 여행에서 중심이 되는 곳은 수도 마드리드와 북부의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이지만 그 범위를 넓혀보면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이 있습니다. 안달루시아는 지명부터 이슬람의 '알 안달루스'에서 온 것으로 원래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까지 합하는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지명이고, 그 중심 도시는 그라나다와 세비야입니다.

그라나다의 명소는 알함브라~~ 입구에 큰 글씨로 '라 알함브라'라고 쓰여진 영어와 아랍어 글자가 있으며, 알함브라는 붉은 궁전이라는 뜻입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코마레스 궁전으로 가는 길목에 매혹적인 정원이 있습니다. 책에 이 정원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나무에는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렸고, 그 아래 화단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으며 화단 사이 공간은 분수와 수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기타 연주법 중 하나인 트레몰로 같다고, 이 물소리를 듣고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스페인 작곡가 타레가는 말했답니다. 우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여~~~ 애절한 기타 선율이 가슴을 또르르또르르 떨리게 합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 그 날을 꿈꿔봅니다.

스페인어로  만날 때는 올라 Hola !  헤어질 때는  차오 Ch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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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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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오죽하면 '먹방' 내지 '쿡방'이라는 말이 일상어로 들릴 만큼, 음식 관련한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솔직히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아서 거의 보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 취향은 남들 앞에서 본의아니게 숨길 때가 많습니다.

"왜? 도대체 왜?" 라는 반응이니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치느님을 사랑해야만 하고, 매운 떡볶이를 즐겨야 될 것 같은 분위기.

"난 아닌데."라는 말이 다수에 대한 도발로 여겨지니까.

물론 저도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 맛의 기준이 남들과 다를 뿐.


반가운 책입니다.

맛 컬럼니스트 황교익님의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한국음식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처음 한 대중 강연의 제목이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는데, 그 내용은 대중의 관성화된 미각을 흔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맛 칼럼니스트는 맛있는 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비평가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쓴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쓴소리'가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대중이 아니라 자본과 정치권력, 언론이라는 것.

한국인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그들에게 대중은 속고 있다는 것.


"우리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자면,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내 앞의 이 음식을 바꾸려면 이 사회를..."   (33p)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왜 이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맛있다'가 아니라 '맛있다고 생각하게'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자신의 것인 줄 착각하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정책의 실패는 이미 시작부터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문화라고 하는 까닭은, 음식에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삶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국가가 개개인 삶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독재 정권을 경험했던 우리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해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곧 추석이 다가옵니다.

매년 정부에서 추석상 지침을 발표합니다. 뉴스에서는 추석물가, 즉 올해 추석상은 전통시장에서 얼마 정도 든다고 친절하게 비용을 알려줍니다.

제사 기본원칙을 정해놓은 《주자가례》를 보면 포, 과, 채 이런 식으로 쓰여 있지, 구체적으로 사과, 배, 감 이렇게 안 쓰여 있답니다.

그냥 과일을 올리면 되는데, 차례상에 사과와 배 같은 과일들을 꼭 올려야 한다는 거짓 전통에 속아서 설익고 비싼 과일을 강매했던 겁니다.

추석에 나오는 제철과일은 노지수박, 포도, 복숭아 같은 과일이며, 민간에서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다는 금기는 미신일 뿐 유교의 금기가 아니랍니다.

따라서 추석 차례상은 제철 음식 몇 가지만 올리면 족합니다. 진짜 조상을 기리는 의도라면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전통대로 하자면, 명절의 차례와 제사상은 남자가 차려야 합니다. 조선시대 때 제사음식은 다 남자가 만들었습니다. 조선의 왕들이 먹는 음식 역시 남자가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역사적 고증으로 볼 때, 역사 판타지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남자 셰프들이 대세인 게 낯설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성별 구분하여 정해 놓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제발 인간답게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해주기를.

그런 의미에서 각자 자신의 입맛을 되찾기 바랍니다. 기존 한국음식의 판타지는 그들이 만든 것이지 내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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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 정의의 빈틈, 인간의 과제를 묻다
이민규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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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를 자극합니다.

뉴욕의 초보 검사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라는.

저자는 1년간 뉴욕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로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정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는 법전 너머의 불완전한 정의, 추악한 현실에 대해 뉴욕의 초보 검사로서 고민하면서 인간적 과제를 이야기합니다. 뉴욕이라고 해서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검사의 삶은 뉴욕이나 대한민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는 혐오주의자들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혐오가 사회를 분열시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혐오로 인한 범죄의 피해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흑인, 무슬림, 히스패닉, 동양인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종, 성별, 민족, 국적, 종교 및 성정체성 등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발생하는 증오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막말의 선구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갈등과 분노가 과열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점점 진영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증오범죄율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증오범죄를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혐오를 키우고 확산시키는 구조를 고치는 것입니다. 편견을 억제하고 다양성은 존중하는 사회적 통합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편견'에 대항할 한 가지 무기로 '참견'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참견'이란 국가가 나서서 특정 인종, 성별, 종교, 성적 취향만이 정상이고 우월하다는 무지와 편견을 깨부수고, 사회 구성원들이 딱딱한 사고 안에 갇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뜻합니다.

법은 참견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입니다.  유럽권 국가들은 국가형벌권이라는 무시무시한 도구로 편견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면, 미국은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적 구제를 통해 편견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단지 형사법으로 처벌하지 않을 뿐이지, 혐오표현을 '차별행위'로 묶어두어 고용평등위원회와 같은 차별시정기구를 통해 회사나 학교 내에서 자율적인 차별금지정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이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져 증오범죄가 되는 경우,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경하게 주동자를 처벌합니다.

그러나 법이 지닌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가 법과 사회적 기제들을 통해 참견하는 것만으로 편견을 완전히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분별한 편견과 혐오가 그 사회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막으려면, 개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저자가 법을 공부하게 된 사연은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군 생활에서 겪었던 맞선임인 최 일병의 괴롭힘을 참아내기 위해 책 읽기를 선택했는데, 그때 처음 접한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었답니다. 고전 독서를 통해 지적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즈음, 맞후임인 김 일병이 법 공부를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답니다. 김 일병은 저자와 똑같은 이중국적자였고, 미국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따고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느라 입대 시기가 많이 늦어져 일곱 살이나 많은 큰 형님 뻘이었습니다. 당시 최 일병의 코딱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때에 머릿속에서 '법'이라는 단어가 떨쳐지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결국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 LSAT 기출문제집을 구해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열악한 군 환경 속에서 LSAT 공부에 매진하여 로스쿨에 들어갔답니다. 저자는 자신이 법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딱히 없다고 말합니다. 대단한 소명의식으로 법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뜻.

다만 법을 배우고 난 뒤에 다짐했던 건, "나도 한 번쯤은 거칠게 몰아치는 물처럼 세상을 뒤흔들어보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다루는 노동법, 사람을 다루는 인권법, 정의를 다루는 형사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를 지망하게 되었답니다. 사회정의부는 인권침해, 차별, 노동착취, 부동산 사기, 그리고 의료 사기와 같은 생활범죄들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부서입니다.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적 범죄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부재로 인한 범죄들을 수도없이 목격하게 됩니다. 책에 소개된 범죄 사례들을 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정작 저자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정의부가 돌아갈 수 있는 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 덕분이라면서, 인간의 이타심이 존재하는 한 사회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세 가지가 있단다.

첫째는 늘 아픈 사람만 봐야 하는 의사고,

둘째는 늘 사람을 심판해야 하는 판사고,

셋째는 늘 억울한 사람과 죄지은 사람만 봐야 하는 검사다."   (222p)

그 당시에는 자신과는 무관한 직업이라 생각했던 소년이 훗날 검사가 되었으니 인생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뉴욕 검사가 된 저자는 우리에게 다음의 말을 해주고 싶답니다.

"Save Yourself  (너 자신을 지켜라)."

"사람은 언제나 법보다 크다."   (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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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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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힘들 때는 말이야, 웃어야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수가 있는 거라고.

그러면 그 한 걸음이 너를 행복하게 해 줄거야.

생각해 봐, 괴로울 신(辛)에 한 획만 더하면 행복할 행(幸)이 되잖아. 어때?

나도 이제 조금은 똑똑해졌지?"   (182-183p)


<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예요.

스물여섯 아마미야 마코토는 신입 건축가인데 우연히 카페 '레인드롭스'에 갔다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물세 살 아이자와 히나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돼요.

비를 싫어했던 남자 마코토는 비를 좋아하는 여자 히나를 만나면서 '비'라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히나는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여자였어요. 그래서 비 오는 날은 마음에 드는 우산을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어요. 또한 비는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라고 말했어요. 시인 이즈미 시키부가 쓴 와카(和歌) 중에 시 한 구절을 읊어 주었어요.


"그저 평범한 오월의 장맛비라 생각하는가, 그대를 연모하는 오늘의 장맛비를."  (22p)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고 가난하지만 행복했어요. 영원히 언제까지나 행복할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만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상복 차림의 '안내인'이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안내인들은 영혼관리센터에서 속해 있으며, '기적의 대상자'로 선정된 두 사람에게 현세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 하나를 제시해요.

그건 두 사람 몫으로 총 20년의 수명이 주어지는데, 각자 10년의 수명을 소유하되 서로 상대방의 수명을 빼앗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거예요.

이른바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제도인데, 두 사람 중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쪽이 상대방의 수명을 1년씩 빼앗을 수 있어요. 각자 얻는 '행복의 양'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명을 뺏고 뺏기는 거죠. 기적의 대상자인 두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마트워치가 있어서 자신에게 남아있는 수명을 확인할 수 있어요.

과연 마코토와 히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참, 히나는 마코토를 '두리번 씨'라는 별명으로 불렀어요. 처음 카페에서 마주쳤을 때 두리번거리는 마코토에게 히나도 첫눈에 반했으니까.

늘 행복한 히나는 본의아니게 두리번 씨의  수명을 자꾸만 빼앗아가고, 부정적인 성격의 마코토는 자신의 남은 수명이 1년을 가리키자 극도로 예민해졌어요.

그전에는 행복하게 미소짓는 히나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두리번 씨인데, 이제는 그녀의 행복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생각에 히나를 피하게 됐어요. 히나 역시 180도 돌변한 마코토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자신이 불행해하는 것 말고는 두리번 씨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히나에게 두리번 씨는 인생의 오직 한 사람이자 자신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잔인한 것 같아요. 신이 어떠한 이유로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비극적인 기적을 만든 걸까요.


가끔 사랑했던 연인들이 서로를 끔찍하게 미워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어요.

사랑이 비극으로 변하는 건 너무나 슬퍼요. 누군가에겐 사랑이 삶의 전부이자 이유인데... 그토록 쉽게 변할 거라면 인간은 왜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

이 소설은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기상천외한 기적으로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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