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 인사이트
욘 리세겐 지음, 안세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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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ide Insight>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의사결정 패러다임에 관한 책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읽기 위한 새로운 통찰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욘 리세겐은 글로벌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기업 멜트워트 그룹의 대표이자 창업자입니다.

2001년, 당시 상황은 온라인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는데, 그는 이러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해결책은 자동으로 추적하여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이 멜트워터 Meltwater 를 설립하게 된 계기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어느 오두막집에서 두 사람이 자본금 1만 5,000달러와 커피 머신 하나로 시작한 멜트워터는, 현재 세계 6개 대륙에서 60개 지사를 갖추고 25,000개가 넘는 기업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미디어 정보 부분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포춘」500대 기업의 50퍼센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코카콜라에서 로마 교황청까지 이들의 고객이라고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거시적 트렌드를 파악했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차후 등장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전혀 예상 못했지만, 그들은 핵심적인 성공 열쇠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외부 통찰( Outside Insight )입니다.

외부 통찰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을 뜻합니다.

오늘날 소비자와 기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분석하기 위해서 새롭고도 정교한 소프트웨어, 즉 알고리듬, 자연 언어 처리 NLP(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컴퓨터가 인식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일), 머신 러닝, 빅 데이터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덕분에 인터넷은 소비자 통찰과 경쟁 정보의 소중한 보고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정보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서 어떻게 무시당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왜 이러한 정보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외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재무 지표와 같은 내부 데이터의 엄격한 분석에만 집중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매우 수동적이라는 것입니다. 내부 데이터는 지난 사건의 최종 결과입니다. 지난 분기의 재무 지표와 같은 내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백미러만 보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는 기업의 의사 결정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의 정점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온라인 정보의 활용으로, 앞으로 몇 년 이내 기업의 운영 방식과 평가 방식이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의사 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외부 통찰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외부 데이터는 차세대 개척지입니다. 개방된 인터넷에서 매일 생성되는 수십억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체계적으로 엄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오늘날의 추세를 확인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기업은 외부 데이터의 야생 정글을 정복함으로써 그들의 경쟁 환경이 어떠한지,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ERP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운영 데이터를 활용하는 체계적인 과학으로 의사 결정을 변화시켰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렇듯 외부 통찰의 전망이 대단히 밝은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가지 우려할 만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 알고리듬 자체가 갖는 위험,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지속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합니다.

결국 외부 통찰의 미래는 기업 지배와 경영의 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제는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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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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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굴레에 대하여.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에요.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날씬해야 하고, 튀지 않게 고분고분한 성격이어야 한다는... 진짜?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라 자신이 공감하면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믿고 싶은 것 같아요.

반대로 공감할 수 없다면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치부하는 거죠.

뭐, 그 어떤 반응이든 상관 없어요.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니까 오로지 독자의 마음대로.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는 야마우치 마치코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입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정도의 여성 차별에는 직면하지 않았고, 결혼할 때까지의 유예 기간이라는 자유시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들께서 그 상태의 덧없음, 위험함, 씩씩함, 사랑스러움을 감지해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진짜 이런 생각을 한다고?

일본의 사회 분위기나 정서는 잘 모르지만 소설 내용만 보자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작가의 말처럼 아직 여성 차별에 직면하지 않은 10대나 20대 여자 주인공들이 왜 스스로 굴레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꼭 여성이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삶의 주체가 '나'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이 문제일 수도...

일단 '예쁘다'의 기준은 뭘까요. 유명 인기 스타들의 외모?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날씬한 몸매 등등... 서양 모델 같은 느낌?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생긴 것이 당연한데, 정해진 기준과 다르면 '기준 미달', 즉 못생기고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건 일종의 사회적 폭력이 아닐까요.

도대체 왜, 한 개인의 삶을 남들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간섭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남들이 함부로 간섭할 때 당당하게 "STOP!"을 외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서툴고 답답한 주인공들 덕분에 조마조마했다가,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그래, 그럴 수 있는 나이잖아... 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인생이란 실수투성이니까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이죠. 사람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그게 실수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에요. 알면서 일부러 실수를 한다는 건 제정신으로는 못 할 일이니까. 

다 읽고나니 피식 웃음이 났어요. 너무 몰입했나 싶어서.

어찌됐건 소설이 좋은 이유는 내 마음대로 남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 살짝 흉도 보면서.

결론은 '나라고 뭐 다르겠어?'라는 자아반성으로 돌아오지만, 덕분에 인생을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열두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이자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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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지음, 이명선 그림 / 니들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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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때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법 울었던 것 같고,

좀 커서는 가끔 아파서 울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거의 울지 않았어요. 울지 않는 것이 강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른이 된 거라 착각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된 후 알게 됐어요.

'엄마'라서 울고, '엄마' 때문에 울고, '엄마' 덕분에 울게 된 나.

어느 순간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요.

아픈 것도, 슬픈 거도 아닌데... 그냥 엄마 생각을 하면 그래요.

참으로 이럴 때는 답답해요.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는 심순덕 시인의 시집이에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속이 풀렸어요.

옳다구나, 바로 이 시였구나.

뭔가 간질간질 가려운 등을 누군가 시원하게 빡빡 긁어준 듯.

시 속에 내 마음이 들었구나.

 

엄마


옹알이로 처음 시작되어진

               - 이름.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 이름.


한마디 말 없음에도

    충분히 수다를 떤 -


힘들 때면 더욱 생각나는

             - 이름.


내겐

늘 눈물이던

            - 이름.


...... 엄마 ......



심순덕 시인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를 썼던 때가 불혹의 나이였다고 해요.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요. 당시『좋은생각』100호 기념 100인 시집에 뽑혀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방영된 후 널리 알려졌다고 해요.

그리고 2019년 방영된 KBS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마지막 회에서 딸 미선의 목소리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가 낭송되면서, 또 한번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해요. 이제 이 시집은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먹었어요. 철부지 딸은 중년을 넘겨 돋보기를 찾는 나이가 되었고,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흰눈처럼 소복소복 쌓여만 가네요. 

한 해가 지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는데... 그러면 우리 엄마도... 새해에는 엄마를 아낌없이 사랑하리라, 흰눈 같은 그리움일랑 쌓일 틈 없게 뜨겁게 사랑으로 녹이리라, 굳게 마음 먹었어요. 



엄마 생각 · 12

- 저축


엄마! 하면 저축! 이다

1960년대, 그래도 먹고살 만했던 우리 집

그럼에도 엄마는 저축이 몸에 배어 있는 분이셨다

우체국을 주로 이용했던 그 시절

푸성귀를 팔고 옥수수를 쪄 팔고

오빠 언니와 내 통장에 20원씩 넣어 주시던

그 심부름을 자주 했던 나는

자연스레 취미자 특기가 '저축'이었었다


그렇게 엄마는 저축처럼 내게 스며 있다

저축은 엄마처럼 내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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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인도 우화집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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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에 문을 연 식당에는 중년의 부부가 직접 우동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야식이 먹고 싶어서 함께 온 가족도 있고, 밤늦게 일을 끝내고 허기를 채우려고 혼자 온 사람도 있습니다.

맛있게 우동을 다 먹은 사람이 문을 나서기 전, 부부를 향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가 나가자마자 부인이 남편에게 투덜대며 말했습니다.

"이 시간에 설거지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복은 무슨 복이야."

식당에는 아직 우동을 먹고 있는 사람들,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서너 평의 작은 식당이라서 그 부인의 말을 들은 건 남편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축복의 말조차 함부로 걷어차버리는 경솔함... 만약 내가 신이라면 그 부인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축복을 거둬갔을 거라고.

실은 제가 그 식당에 남아 있던 손님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문자나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눕니다. 서로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진심을 담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말뿐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축복의 말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축복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한테만.

반대로 욕설이나 저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나를 향해 던져도 내가 도로 던지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가장 안타깝고 불행한 건 상대가 던진 저주를 진짜라고 여겨서 큰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상처가 깊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새해에는 축복의 말은 기쁘게 받아들이고, 저주의 말은 시원하게 걷어차버릴 겁니다.

늘 말의 힘을 기억하며, 한 마디의 말이라도 신중하게, 진심으로...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류시화 님의 '인도 우화집'입니다.

류시화 님은 이 책의 저자로 되어 있지만, 자신은 이 우화와 이야기들의 저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들과 종이에 기록된 인도 이야기들을 다시 풀어 썼으니, 자신은 한 사람의 엮은이, 혹은 이야기 수집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가 아니라 이야기를 모으는 작가이고 싶었다." (13p)

인도 우화는 머나먼 낯선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어리석음과 지혜가  단박에 구분이 되는데, 왜 삶에서는 그 구분이 어려운 걸까요. 너무 가까우면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자신의 삶은 잘 안 보여도 타인의 삶은 아주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우화는 수많은 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저 역시 일상을 관찰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었나 봅니다.

그 식당 부인의 경솔한 말 한 마디는 타인의 치부가 아니라 제 내면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저도 모르는 어떤 순간에, 복을 걷어찼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원래 남의 허물은 태산 같고 자기 허물은 티끌 같아 보이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지라...

지혜의 산을 오르려면 겸손의 입구부터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

인생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인간의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생로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불만족, 분노, 온갖 장애물 등 많은 것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매사에 우울하고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스승이 하루는 그를 불러 물 한 잔을 가져오게 하고는,

소금 한 줌을 타서 마식 했다.

그러고는 물었다.

"물맛이 어떤가?"

제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짜서 마실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스승이 그를 근처 맑은 호숫가로 데리고 가서

호수에 똑같은 소금 한 줌을 뿌리고는 호수의 물을 한 모금 마시게 했다.

그러고는 물맛이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제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원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 차이를 이해하겠느냐?  불행의 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담는가에 따라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라."

소금의 양은 같지만, 

얼마만 한 넓이의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짠맛의 정도가 다른 것이다.  (14-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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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또롱 아래 선그믓 -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읽다
권도영.송영림 지음, 권봉교 그림 / 유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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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제 눈물샘을 팡팡 터뜨린 작품이에요.

소설로도 읽었기 때문에 이미 내용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그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어요.

왜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시끄러운 논란의 중심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과연 말도 안 되는 비난에 앞서 소설을 읽어 보기는 했을까,라는 의심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감했어요. 김지영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평범한 그녀가 살면서 겪었던 차별과 편견이 너무나 당연한 듯 여겨져서, 어쩌면 슬그머니 외면했던 건 아닌지.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라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었던 거예요. 아무리 아닌 척 해도 상처는 늘 아프니까. 


<배또롱 아래 선그믓>은 좀 특별한 책이에요.

우리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도 어릴 때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투덜댔던 기억이 나요. 늘 여자 주인공은 억울한 피해자라서, 원한을 품은 귀신으로 나타나서.

그러나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성차별과 편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데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없었던 거죠. 옛이야기는 그 시대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이들에게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살펴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줘야 해요.

세월은 흘러 시대가 바뀌었으나 여성에 관한 인식은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여성에게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억압 속에 살아야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그것은 옛이야기일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탐구해야 할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바리데기의 효심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바리데기의 여정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뿐 아니라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도전인 것 같아요. 험난한 여정을 이겨낸 바리데기처럼 오늘날의 여성들도 강인한 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따지기 보다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지금 시대의 상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페미니즘 하면 여전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은 물론이고 때로 여성들도 그렇다.

그 불편함은 아마도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여성들이 기득권을 획득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보거나,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는 오해 때문에 생겨난 불편함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아우르는 약자들의 외침이다.

...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역시 옛이야기 속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 옛이야기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무척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2019년 11월, 권도영 송영림


★☆★ 배또롱 아래 선그믓 ★☆★

제주도에는 "내 배또롱 아래 선그믓 덕으로 잘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기 복에 잘산다'는 뜻이라고 해요.

'배또롱'은 '배꼽'이고, '선그믓'은 배꼽에서 음부까지 내리 그어진 선'을 말해요.

여자는 선그믓이 짙을수록 복이 많고 잘산다는 민간 신앙이 있었대요.


옛날에 아주 큰 부잣집 주인장인 장자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첫째 딸은 은장아기, 둘째 딸은 놋장아기, 셋째 딸은 가믄장아기라고 불렀어요.

가문장아기 나이 열다섯이 되었을 때 장자는 딸들을 차례대로 불러내어 물었어요.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은장아기, 놋장아기는 다소곳하게 대답했어요.

"하늘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입니다만, 아버님 덕이고 어머님 덕입니다."

장자야 이런 대답을 원했으므로 매우 흡족했어요. 

잔뜩 기대에 부풀어 막내 가믄장아기를 불러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가믄장아기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하늘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입니다. 아버님도 덕이고 어머님도 덕입니다만,

저는 제 배또롱 아래 선그믓 덕으로 먹고 입고 잘 삽니다."

장자는 화가 나서 당장 가믄장아기를 쫓아냈어요.

가믄장아기는 검은 암소에 먹을 양식을 싣고 "어머님, 잘 사십시오. 아버님, 잘 사십시오."

이렇게 당당하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어요.

언뜻 이 대목을 보면 부모님의 모습이 매정하기도 하고 가믄장아기의 모습이 철없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옛이야기 속 집을 떠나는 장면은 '홀로서기', 즉 성인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누구나 성장하면 집을 떠나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오지요.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는 삶의 주체가 되는 '자아 찾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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