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 아트?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신혜빈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귀엽고 앙증맞은 아트북 <와이 아트?>를 소개할게요.

와이 아트? Why Art ?

왜 예술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지 않아요. 그냥 보여주죠.

예술 작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분류 기준은 색상이라고 해요. 또 다른 기준은 크기예요.

하지만 모든 작품이 미적 기준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에요.

예술가의 의도나 관객의 반응이 분류 기준이 되기도 해요.

자, 그러면 예술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퍼즐을 맞추듯이, 수수께끼 같은 예술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알쏭달쏭~ 

"섀도박스 작품은 우리가 

평범한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섀도박스(Shadow Box)는 여러 장의 단순한 평면의 그림을 오려내기 기법으로 원근감 있게 배치해 입체감을 심어주는 마법 상자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서는 섀도박스 작품에 기어들어 간 사람이 등장해요. 그 안에서 뭘 경험하는 걸까요?

또한 아홉 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거예요. 돌로레스, 리처드, 주-롱, 마이크, 소피아, 마케일라, 제니퍼, 트와이스투, 호세가 모두 모여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각자 저마다 다양한 소통 양식을 탐구해왔기 때문에 색다른 작품 전시가 될 거예요.

쏟아지는 폭우 속에 전시회장마저 물에 잠기고 있어요. 거리는 온통 물바다가 됐어요. 건물이 무너지고... 예술 작품들도 다 망가졌어요.

하늘에서 손이 내려와 작은 집 한 채를 집어 올렸어요. 거대한 얼굴이 천천히 예술가들을 향해 돌아봤어요. 그들은 강하지도, 대단히 용감하지도 않아서, 본능적으로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리처드의 섬유유리 머리에 불길의 섬광이 비쳐 번쩍이는 게 보였어요. 마이크는 뭔가를 발견했어요. 그건 아주 작은 섀도박스 작품이었어요. 그 안은 보석 같은 빛깔로 반짝였고, 초록색 풀과 만개한 꽃으로 가득했어요.

사람들이 손을 뻗어 예술가들을 물 밖으로 끌어 올렸어요. 수건으로 감싸주고, 따뜻한 음료를 줘서 몸을 말릴 수 있었어요. 모두들 거대한 꽃 아래 누웠어요.

그때 돌로레스가 뭔가 하기 시작했어요. 뭘 만들지? 그건 작은 인형이에요. 돌로레스 본인이네요.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 작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까지 똑같은, 또 하나의 돌로레스가 탄생했어요. 리처드도 작은 리처드를 만들었어요. 정말 재밌어 보여서 모두 하나둘 씩 인형을 만들었어요. 마침내 아홉 사람의 미니어처가 탄생했어요.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작은 상자 안에 예술가들이 있었던 갤러리도 만들고, 작은 우리들을 그 안에 넣어 돌아다니게 했어요.

"우리의 파괴되지 않은 삶.

작은 우리들은 각자의 일을 해나갑니다."

오, 신기하게도 작은 우리들이 각자 작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각자 작은 자신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들었던 거예요.

예술가들은 한참동안 작은 우리들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돌로레스가...

아하, 그랬군요. 이제서야 섀도박스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왜 예술인지, 그건 말이죠... 돌로레스의 예술처럼 관객들의 반응이 달랐던 것처럼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아마 이 책을 읽고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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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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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재미를 주는 과학책.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은 신기한 과학책이에요.

진지하고 어려운 과학책은 이제 안녕!

시간여행자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동심을 자극하네요. 어릴 적에 꿈꿨던 시간 여행을 떠올리며 두근두근 출발!


먼저 저자 라이언 노스는 독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하네요.

"이 책을 쓴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진짜 저자는 타임머신 FC3000tm을 만든 크로노틱스솔루션사 직원인 또 다른 '라이언 노스'입니다.

그는 시간여행 중 사고로 과거에 발이 묶인 시간여행자를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누가 지구 역사의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밑바닥부터 문명을 재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세계는 사실 미래에서 온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복사본에 불과한 걸까요?

어쨌든 저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지시 사항과 설명을 일일이 확인하고 또 검증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전문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7p)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시간여행을 하던 중 타임머신이 고장 나서 과거에 갇혔다는 뜻이에요. 다시 미래로 돌아갈 수 없어요.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야 해요. 한 인간이 맨 땅에서 맨손으로 하나의 문명을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과학, 공학, 수학, 예술, 음악, 문학, 문화, 그 외 각종 정보와 구체적인 수치들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어요. 이 책은 문명 재건을 위한 안내서예요.

오호라, 새로운 인류 문명을 복원하게 될 주인공은 바로 나!

뭔가 게임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만약 내 손으로 더 나은 인류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젠 꼼짝없이 인류가 축적해온 방대한 지식들을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타임머신 안에 갇힌 채...으윽, 상상하기도 싫어요.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과 <제3 인류>가 떠올랐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진화의 과정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이미 만들어진 세계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인류의 문명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즉 우리에게 지식은 생존 전략이자 진화를 위한 원동력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최초의 농부가 되는 법부터 만만치 않아요. 먹을 줄만 알았지, 작물을 키우는 건 엄청난 도전 과제예요. 스위치만 똑딱하면 작동하는 기계도 사용만 했지, 직접 만들려고 보니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새삼스럽게도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명의 이기들에 대해 감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또한 인간다움을 위한 철학과 예술은 그 자체가 획기적인 발명품이에요. 유용하고 생산적이고 재미있고 멋진 일들에 대해서 이제야 눈을 뜬 것 같아요. 마지막 과제로 컴퓨터까지 만든다면, 드디어 원하던 결과를 얻게 될 거예요. 망가진 타임머신을 수리할 능력까지 갖춘 거니까요.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부록까지 꼼꼼히 챙겨봐야 해요.

이런, 정말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요. 타임머신에 갇혀 있던 당신이 이 책의 모든 지식을 흡수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정말 위험한 건 바로 당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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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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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왜 읽어야 할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일단 읽어야 합니다.

여남소노 女男少老 를 막론하고 누구나 제 나이에 맞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젊은 사람에게는 오십이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인생은 멀리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011년)의 후속편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전작을 쓰고 나서 팔 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50대 중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왜 50에『중용』인가?

저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극단의 시대에 '삶의 중심잡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중용'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간의 한계 안에서 내리는 최선의 결론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국 시대의 혼란을 거치면서 '중용'이 등장했듯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중용'이 필요한 때입니다.

공자는 『중용』에서 사람이 중용대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중용대로 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공자는 중용대로 살 수 있지만 한 달 동안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중용대로 살아가는 도리는 매일 얼굴을 부딪치고 사는 사람 관계에 달려 있으니 어렵지만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고도 가까운 인간 관계에서 중용을 유지하려면 제일 먼저 사람 사이를 잇고 소통하는 말과 행동에 신경써야 합니다. 

사람이 노력해서 금방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해도 잘 안 되기 때문에 반성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거듭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중용』을 12강 60개의 핵심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① 극단 : 치우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② 발각 : 모든 것은 결국 알려진다

③ 곤란 : 중용대로 살아야 하는 이유

④ 단순 : 사실 쉬운데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다

⑤ 중심 : 마음 근육의 중심 잡기

⑥ 균형 : 삶 근육의 중심 잡기

⑦ 중용 : 삶에 중용이 들어오는 순간

⑧ 진실 : 나와 우리를 움직이는 진실의 힘

⑨ 정직 : 진실을 삶의 틀로 담아내라

⑩ 효성 :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다

⑪ 감응 : 진실하면 이루어지는 것들

⑫ 포용 :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중용』에는 중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용이라는 개념이 자주 쓰이지 않을 뿐 아니라 중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풀이한 내용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용』을 읽어도 중용이 뭔지 분명하게 들어오지 않아서, 사서에 들어가는 『논어』『맹자』『대학』과 비교해서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원문에는 없지만 주희의 중용 풀이를 통해 그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이요 바뀌지 않는 것이 용이다."

(子程子曰 : 不偏之謂中 , 不易之謂庸 )   (115p)


주희는 '용(庸 : 쓸용)'을 불변이 아니라 늘 있는 일상의 평범함으로 풀이하였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부자·군신·장유·부부·친구의 일상적 관계를 도덕화하고 도덕이 구체적인 삶에 뿌리내리는 일상화를 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용』은 모두 3500여 자로 분량이 적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기준이 된다고 하여, 일종의 제왕학 교재로, 실제 조선 시대 경연에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왕에게만 필요한 책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교적인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 해석이 요구됩니다. 이 책은 중용을 각자가 처한 상황의 정체를 분명히 하고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도출하여 중용의 지점을 찾도록 이끌어줍니다.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길뿐입니다. 

30대는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는 이립 而立 이고, 40대는 여러 길 중에 헷갈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는 불혹 不惑 이며, 50대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계를 인지하는 지천명 知天命 이며, 60대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더라도 차분히 듣고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이순 耳順 이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공자가 알려준 군자의 길은 쉽지 않으나 반드시 가야할 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나이들수록 사람이 스스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용』은 진정한 어른으로서 사람답게 사는 길을 알려주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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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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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던 전래동화에는 호랑이가 많이 등장했어요. 사람을 잡아먹는 못된 호랑이부터 효심을 아는 착한 호랑이까지 성격도 다양했어요. 그만큼 과거 우리 조상들에게 호랑이는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백두대간이라는 고유의 지형 덕분에 산에는 호랑이가 살았고, 사람들에게는 그 호랑이가 경외의 대상이었던 거죠.

안타깝게도 지금 산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아요. 그깟 무서운 호랑이 없는 게 낫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그간 우리 땅에서 벌어진 불행한 역사에 희생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래 터전에서 쫓겨나고 몰살된 호랑이들처럼 우리의 정기가 함부로 짓밟힌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오직 달님만이>는 어느 섬에서 벌어진 이야기예요. 지금껏 봐 왔던 호랑이 중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게 그려진 것 같아요.

이 섬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노래가 있었어요.

"옛날 옛적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니."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범의 범의 범의 그 범의 자식에게 인간 소녀가 점지되니."

"그는 성신에게서 비밀을 전해 듣지."

"그러나 그 연정은 가시밭길을 걸으리니 낙타 머리에 사슴뿔을 달고

뱀의 목을 한 괴물이 피를 빌려 마시리라."   (170-172p)


주인공 모현은 열아홉 살 소녀예요. 지금 형부 단오에게 이끌려 산을 오르고 있어요. 단오는 서른여섯이며, 모현의 언니 희현의 남편이자 두 남매의 아비이기도 해요.

오랏줄에 묶인 모현은 비단 치마에 족두리를 쓰고 있어요. 어여쁘게 꾸민 신부 복장으로 한밤중에 산을 오르는 연유가 무엇인고 하니, 모두 범님 때문이에요.

무당 천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간 벌어진 흉흉한 일들은 검은산에 머물며 우리를 보살피시는 범님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마을의 여자를 범님께 바쳐야 한다고 했어요. 첫 번째 호랑이 신부는 과붓집 둘째 딸로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뒤 여자 둘이 더 희생됐고, 네 번째 신부로 선택된 사람은 희현이었어요. 그때 희현이 울부짖으며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다고 했어요. 남편 단오는 열다섯 살이나 어린 아내에게 닥친 위기를 방관하기만 했어요. 희현은 곁에 있던 모현을 붙들고 속삭였어요.

"나는 네게 마지막 남은 피붙이지? 그렇지, 모현아?"

"나를 죽게 버려두지 마. 너는, 너만은 그러면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지켜왔는데. 알잖아."

"네게는 내가 하나뿐인 혈육이잖아. 허나 저길 봐. 나한테는 아이가 있어. 혼인도 했지. 

그렇지만 모현아, 너는 혼자지. 나밖에 없지. 살려줘. 이대로 놓아버리지 마.

저 아이들을, 네 식구들을. 이렇게 부탁할게."  (42p)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어요. 젖먹이 아이를 둔 엄마의 절절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이 살겠다고 하나뿐인 동생에게 죽기를 부탁하다니.

모현은 결국 언니를 대신해서 산군님의 신부를 자청했어요. 언니 희현은 마지막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고, 어머니의 유품인 목장도를 전해주었어요. 모현은 아무도 모르게 목장도를 숨겼어요.

첫 장면이 바로 형부 단오가 길잡이로 나서서 모현을 끌고 산에 오르는 모습이에요. 오랏줄을 당기는 단오의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 것이 처제 모현에 대한 동정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에휴, 여기서 분노가 막 치밀어서 심호흡이 필요해요. 단오, 이 놈은 정말 짐승만도 못한 나쁜 XX 였어요. 모현에게 너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누구 손에 닿은 들 무슨 상관이냐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풀겠다며 덤벼든 거예요. 모현은 사력을 다해 발길질하며 벗어나려 했고, 단오는 우악스럽게 모현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려 했어요. 모현은 허리춤에 숨겨둔 칼을 꺼냈어요. 덩치가 큰 단오에게 밀려 넘어진 모현은 꼼짝할 수 없었고, 발버둥질하던 모현은 단오의 팔뚝을 꽉 물었어요. 그때 웬 짐승의 울음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왔어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단오가 손찌검하려는 듯 왼손을 치켜들었을 때, 산안개 속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그것의 형체가 단오의 들린 손을 물어뜯었어요.

호랑이, 진짜 호랑이가 나타난 거예요. 호랑이가 단오를 덮쳤어요. 으아악!

모현은 도망쳤어요. 뒤따라 온 호랑이와 대치하게 된 모현은 칼을 휘둘렀으나 한 발짝 물러서며 신음을 토했어요. 호랑이가 모현의 오른 어깨를 물고 있던 까닭이었어요. 그 순간, 기이하게도 모현의 귓가에 낮고 그윽한 남자의 음성이 울려 퍼졌어요.

"그대였어. 그대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지. 잘 왔다, 소녀야. 이로써 예언은 이루어졌으니."  (25p)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져요. 

산군님의 신부가 되어 죽은 줄 알았던 모현은 놀랍게도 고을 수령인 홍옥 나리가 업고 내려왔어요. 홍옥은 호랑이를 잡으러 산에 갔다가 실종되어 모두가 죽었다고 여겼는데, 혼절해 있는 모현을 발견하여 함께 마을로 돌아왔으니 정말 기이한 일이죠.

과연 모현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음이 궁금해지는 <오직 달님만이>는 구전설화 못지 않은 흥미로운 전개가 특징이에요. 

다 읽고나서야 범님의 존재 의미를 생각했어요.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 민족 정기에는 호랑이의 정신이 깃들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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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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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과학다반사>는 과학의 세계가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극히 일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보였을 텐데.

근래 일반 대중들을 위해 쉽게 알려주는 과학책들이 읽으면서 과학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추론과 논증이라고 합니다. 그 과정을 이해하면 세상을 읽는 눈도 밝아지고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 지식은 우리의 일상, 몸, 지구 환경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과학적 사고를 해보는 방식입니다. 왜 그럴까, 과학적 근거는 뭘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사람들과 일상적인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고 일상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을 즐기는 저자와 함께 신나게 수다를 떨어 볼까요? 


콜록콜록,,, 몇 주째 감기로 고생 중입니다. 에이~취, 갑자기 터지는 재채기까지 참으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재채기와 관련해 특이한 습관이 있는데, 재채기가 나올랑 말랑 할 때 형광등이나 햇빛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앗, 나도 그런데... 희한하게 빛을 보면 재채기가 잘 나와서 이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랍니다. 코가 간질거릴 때마다 빛을 바라본 건 신경 전달의 오류로 눈에 빛이 들어온 것을 그만 코에 이물질이 들어왔다고 뇌에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햇볕을 쬐면 바로 재치기가 나오는 것을 '광반사 재채기'라고 하는데, 네 명 중 한 명이 유전적으로 이렇게 타고난다고 합니다. 아하, 저도 '광반사 재채기'를 타고났던 거였네요. 

우리 몸은 1000억 개 정도의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죽을 때까지 단 한 개도 늘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매시간 500개 정도 죽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신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 약 한 달 만에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죽은 뇌세포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배가 고픈 이유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세포들이 에너지로 변환시켜 스스로 움직이는데에 사용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쓸 만큼 쓴 세포는 스스로 알아서 죽는데, 죽어야 할 세포가 오히려 분열해 개수를 늘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라고 합니다.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한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만들어져도 대부분 이를 억제하는 작용이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건강한 삶이란 건강한 세포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코바늘뜨기를 하다가 문득 세포가 떠올라서, 세포 분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한 코 한 코 정성을 들여 만드는 과정이 마치 자신의 소중한 하루하루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멋진 비유입니다. 일상의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 역시 절절히 느끼는 중입니다.

일상다반사, 그 속에 과학을 더하니 일상의 이야기가 더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기운 빠지는 이야기보다는 과학으로 즐거운 수다 한 판이 삶의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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