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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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끌까끌 적당히 거친 느낌을 주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마치 내 마음 같아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는 정여울 작가님의 심리처방전입니다.

저자는 서른 즈음에 융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음아, 잘 있니?"  (116p)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종종 잊곤 합니다.

자기와의 관계 맺기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에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셀프와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에고가 '너 정말 괜찮니?'라고 물었을 때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슬픔을 이겨낼 거야'라고 속삭이는 셀프의 깊은 위로가 있을 때 자기 공감은 시작됩니다.

우리는 상처를 입었을 때 이것이 에고의 차원인지 셀프의 차원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에고의 아픔은 부분적인 상처라서 치료 가능하지만 셀프 차원의 상처라면  더 깊은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혹여 셀프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난 괜찮아!'라고 주장하며 자신까지 속인다면, 스스로의 상처에 둔감해짐으로써 자기 공감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심리학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아직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때에 나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나는 나를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기 치유의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어떤 괴로움도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닫을 때, 우리는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괴로움이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향한 집착이 우리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 무엇도 나를 작아지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싸워야 합니다.

진짜로 나를 지키는 힘은, 살아 있으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꺼이 싸울 수 있고,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이 책은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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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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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나와는 무관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별탈 없이 살다보니 차별 당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몰랐습니다. 당하는 사람의 심정... 여전히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인종차별이야말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악행이라는 것.

재작년인가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유독 이 사건을 기억하는 건 피해 중학생이 다문화가정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지만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가해 학생들이 집단폭행 후 옥상에서 떨어뜨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겨우 열세 살의 아이들이 이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차별과 따돌림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세상에 나와 무관한 사회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모르거나 외면했던 것일뿐.


<홈 파이어>는 파키스탄 출신 영국 소설가 카밀라 샴지의 소설입니다.

저자는 '홈 파이어'라는 제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Home Fire"는 "keep the home fire burning", 즉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home on fire", 즉 "집이 불에 타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후자의 뜻에서 '집'은 문자 그대로 집일 수도, 가족일 수도,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354p)

이 소설은 다섯 명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에이먼이 물었다.

"그 터번 말이에요. 패션용으로 쓴 건가요? 아니면 무슬림이라서?"

"있죠, 매사추세츠에서 제 터번에 대해 물어본 사람이 지금까지 딱 두 명 있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이게 패션용인지, 아니면 제가 암 투병 중인 건지 궁금해하더군요."

에이먼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암이냐, 이슬람이냐. 둘 중에 뭐가 더 고통스러울까요?"

이런 말에 상대방이 허를 찔린 기분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에이먼은 재빨리 두 손을 모으며 사과했다.

"아, 이런. 미안해요. 큰 실수를 저질러버렸네요. 

저는 그냥,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건 힘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어요."

"무슬림으로 살아가지 않는 편이 더 힘들 것 같은데요."  이스마가 말했다.  (37p)


이스마 파샤는 스물여덟의 영국 여성이며, 파키스탄 출신 부모님 덕분에 무슬림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남자 에이먼은 서로 초면이지만 이스마는 그가 누구인지, 아니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고 있습니다.

에이먼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 내무장관이 된 카라마트 론입니다. 카라마트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영국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무슬림의 정체성을 벗어던진 인물입니다. 카라마트는 이슬람 사원의 관습보다 교회의 관습을 치켜세우면서 완벽히 계몽된 자의 태도를 내보였기 때문에 영국 무슬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린 반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여전히 그를 가리켜 "무슬림 출신"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에이먼은 어릴 때 친가를 방문할 때마다 이질감을 느꼈고,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무슬림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에이먼의 정체성은 영국인이지, 파키스탄인이 아닙니다. 그런 그가 카페에서 처음 본 이스마에게 끌린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호기심? 묘한 친밀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란, 늘 우연을 가장해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스마의 아버지 아딜 파샤는 처음부터 가족에게는 부재한 존재였습니다. 이스마가 기억하는 건 여덟 살 무렵,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였는데 그때 쌍둥이 남매 아니카와 파베이즈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MI5 와 특별국 요원들이 찾아와서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고, 들리는 소문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아버지가 지하디스트, 즉 이슬람 테러리스트였고 바그람에 수감되었다는 얘길 들었으나 공식적인 사망 소식을 전해듣지는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괴로운 상황에 처할까봐 가슴 졸이며 살다가 돌아가셨고, 뒤이어 엄마까지 돌아가시면서 이스마와 두 동생들은 고아가 되었습니다.

MI5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 : 1909년에 조직된 영국의 국내정보 담당 보안부로 1931년에 보안부(SS , Security Service)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았음. 영국의 핵심 국가보안기관 중 하나임.

이스마는 쌍둥이 동생 아니카와 파베이즈가 열두 살 때부터 엄마 노릇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열아홉 살이 된 아니카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뜻이 없는 파베이즈는 청과물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파베이즈는 실종 상태입니다.

곧 밝혀질 진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세상은 더 이상 진실을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홈 파이어>는 감춰진 진실에 대해 이스마, 에이먼, 파베이즈, 아니카, 카라마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폭력을 가하는 이들이 존중하는 유일한 대상은 더 극심한 폭력일 뿐이란다."  (225p)

세상에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폭력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비폭력을 외치는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지만 자꾸만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구원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아름답고도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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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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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년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뭔가 서툴고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펼친다면 소년의 이야기를 외면하기는 힘들 겁니다.

왜 그런지 따질 겨를도 없이 소년의 감정 속으로 빨려들어갈테니...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롱 웨이 다운 Long way down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오전 09:08:02  

소년의 이야기를 듣느라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소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겨우 열다섯 살.

이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년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룰이니까.

그러니 소년은 그 룰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소년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습니다.

째각째각 초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숨막히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소년의 이름은 윌.

정확하게는 윌리엄 홀로먼이지만 형 숀이 놀릴 때 이외에는 그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숀이 장난치며 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숀은 그 날, 바로 그저께 총에 맞았고, 죽었으니까.

총성이 들렸고, 뒤이어 비명 소리가 들렸으며 수많은 사이렌이 울려댔습니다.

소년의 동네에서 총성은 모든 사람의 귀와 눈을 멀게 합니다. 특히 누군가 죽었을 때는, 그럴 때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사람들에게 물어봤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8층으로 돌아온 소년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베개를 머리에 얹고 눌렀습니다. 엄마가 흐느끼는 소릴 눌러보려고.

울 것 같은 기분이지만 우는 건 안 됩니다. 룰에 어긋나니까. 지켜야 하는 룰이니까.


룰 No 1 :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룰 No 2 :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룰 No 3 : 복수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31-33p)


책 표지에 보이는 동그란 버튼 위에 숫자가 보이나요?

엘리베이터 안에 층수를 나타내는 저 버튼을, 소년이 손을 뻗어 누를 땐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하얀 불빛이 검은 화살표를 둘러싸며 점점 아래로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L 버튼은 로비(Lobby)인데, 소년은 어릴 때 형 숀과 함께 빈 엘리베이터에 타면 누군가 들어와 L 버튼을 눌러주길 기다렸습니다.

누가 그 버튼을 누르면 두 형제는 키득거렸습니다. 

우리에게 L은 "루저(Loser)"를 뜻했기 때문에 우리는 승자가 되어 로비까지 즐겁고 당당하게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L 버튼이 눌렸는지 확인할 때 소년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숀의 세상에선 내가 이미 루저 역할을 택했다는 걸 그 사람도 알고 있을까?'  (75p)

소년은 세 번째 룰을 지키기 위해 지금 가고 있습니다.


오전 09:09:09  

나가고 싶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담배 연기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게서도 성난 파도처럼

빠져나갔다.


내가 숨을 돌릴 때

...


이젠 L 버튼에 

불이 꺼져있었다.   (304p)


어쩌면 처음부터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짐작했던 그것.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가슴 졸였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소년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이 소설은 이상하리만치 글밥이 많지 않습니다. 망설이며 고민하는 소년의 마음처럼.

페이지마다 빈 여백은 거친 벽면 같기도 하고 깜깜한 밤 같기도 합니다.

첫 페이지에 철창 엘리베이터 문이 보입니다.

자, 내려갈 준비가 되었나요?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참혹한 순간들이 째각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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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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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의심 없이는 흥미로운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23p)

재미있는 접근입니다.

대부분 의심하는 태도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적극적인 의심을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신경-디자인 스튜디오인 부적응자 연구소 설립자인 보 로토의 지적 안내서입니다.

놀랍고도 신기한 뇌 여행이 펼쳐집니다.

저자는 25년 간의 연구를 통해 읽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뇌가 변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 근거는 사람의 뇌가 가진 상상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상을 통해 마음 속에 실재들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마 그럴까... 슬그머니 의심이 생겼다면 빙고!

이 책은 우리의 뇌가 의식하지조차 못하는 보이지 않는 지각의 힘에 어떻게 휘둘리는지 직접 느낄 수 있게 만듭니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사실은,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뇌에 새로운 의미의 층을 만들길 원하며 그 과정을 구현해낼 거라는 겁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행동 자체가 곧 다르게 보기가 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뇌 과학 실험을 지금 눈앞에 놓인 이 책을 읽는 경험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색과 착시, 무의미한 정보, 감각의 메커니즘, 착각에 대한 착각, 망상에 빠진 자신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자신의 관찰을 관찰하는 사람이 되도록, 즉 자신의 지각을 지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대개 자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이 지점에서 다르게 보기라는 일탈이 벌어집니다. 세계를 보는 자신을 보면서 과거에 자신의 생존을 유지했던, 대개 보이지 않는 가정들 중 일부는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르게 볼 수 있을까요.

"우리의 과거를 바꾸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253p)

이 말은 모든 이야기와 모든 책에서 실행하는 일, 즉 과거의 경험에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여 과거를 바꾸는 일을 뜻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래 과거 future past 를 바꾸는 일입니다. 자신의 미래 과거를 바꾸는 과정은 단순히 어떤 것에 대해 왜라고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이미 옳다고 가정하는 것, 즉 자신의 가정에 대해 왜라고 묻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분명히 자신의 중요한 가정에 의문을 품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위험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일입니다. 이것은 과거를 재구성함으로써 이전에 고정된 실재처럼 보였던 개념과 상황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가정에 의심을 품는 것은 혁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혁신의 생태계, 이것을 이해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왜 "다르게 보기 = 일탈"을 해야 하는지 자각하는 과정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부적응자 연구소의 피실험자로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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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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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네 번째 이야기가 나왔어요.

와우, 놀랍게도 여기 현실 세계에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나타났어요.

바로 제이콥이 살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집에 말이죠.

기가막힌 타이밍! 

제이콥의 부모님과 외삼촌들이 제이콥을 정신병원으로 끌고 가려던 찰나였거든요. 꼼짝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처지였던 제이콥를 구해준 거예요.

제이콥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거죠.

특별한 아이가 평범한 인생을 꿈꿨으니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할아버지 역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를 거부하다가 둘 다 잃어버리는 운명을 맞았던 거예요.

제이콥은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했어요. 그러나 아빠는 전혀 이해할 생각이 없었어요. 아빠는 제이콥이 할아버지와 똑같은, 그런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아빠의 선택은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이었어요. 

"여전히 전 아빠 아들이에요." (103p) 

제이콥의 이 말이,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했어요.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곁에 있어도 상처받은 제이콥의 마음을 다 치유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할아버지의 은신처에서 그동안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됐어요. 할로개스트가 찾아왔던 날 밤에 할아버지는 왜 은신처에 숨지 않았는지, 그랬다면 살 수 있었을텐데.

그건 제이콥이 할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올 거란 걸 아셨기 때문에, 제이콥을 보호하려고 할로우를 멀리 다른 곳으로 유인했던 거예요. 그때 할아버지는 제이콥에게 괴물이 오고 있으니 절대 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제이콥은 처음에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더 많은 비밀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할아버지가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고 해도 자신이 밀어냈을 수 있다는 걸. 

에이브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큰 충격을 받는 걸 봤기 때문에, 손자 제이콥에게도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거예요.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솔직히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지금 우리 집에 나타난다면 나 역시 기절하거나 정신이 살짝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꾸만 상상력이 고갈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환상의 세계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환상 속에서 공포를 느낄 때가 있어요. 현실감각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이콥의 부모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나봐요. 묘하게도 소설을 읽으면서 혼자 다큐멘터리 관점이 되었어요.

암튼 <시간의 지도>를 읽으면서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반추했다면 좀 이상한가요.

책 속에 <이상한 용어 사전>이 접힌 얇은 종이로 들어 있어요. 인간이건 동물이건,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축복받은, 혹은 저주받은 모든 숨겨진 종족들을 일컬어 '이상한 종족'이라고 해요. 고대에는 존경받았으나 현시대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박해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음지에서 살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상한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종족인 거예요. 혹시나 자신도 몰랐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한다면 페러그린의 초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워낙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서 현실과 환상이 너무나 헷갈리지만, <시간의 지도>가 재미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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