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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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마녀가 등장하거든요.

환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 등장한 마녀는 겉보기엔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음, 엄청 예쁜 외모를 지녔으니 그냥 평범한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

뾰로롱~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쭉 인간으로 살아왔어요.

자신이 마녀라는 걸 알게 된 건 열 살 무렵이에요. 시골 할머니댁에서 지내다가 할머니가 말씀해주셨어요.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특이해서 괴짜란 건 느꼈지만 정체가 마녀였다니, 당연히 손녀딸인 시즈쿠도 마녀라는 사실.

시즈쿠는 할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렸던 나는 할머니를 마녀로서 진심으로 동경했어요.


"마녀라는 건 말이지, 어느 시대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해주는 존재야. 시즈쿠도 분명 그렇게 될 게다."

"어떻게 알아?"
"마녀라는 게 그런 거거든. 어떤 영화에서도 이것저것 배달했잖니. 

물론 나는 손녀 생일에 그렇게 맛없어 보이는 파이를 굽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하렴."

"하하하......"

"어쨌든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거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게 되는 만큼 많은 행복을 배달할 수 있단다.

할미한테는 보여. 시즈쿠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모습이."  (45p)


할머니는 틀림없이 행복을 주는 마녀였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시즈쿠도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었어요.

만약 그 날 그 일만 없었다면...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할머니댁에서 함께 놀던 소년이 있었어요. 시즈쿠보다 한 살 많은 소타, 그 얘는 마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어요.

소타는 시즈쿠에게 약속했어요. 마녀의 기사가 되겠노라고.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대학생이 된 시즈쿠 앞에 청년이 된 소타가 나타났어요.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시즈쿠의 삶 속으로 들어왔어요.

놀랍게도 소타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왔고, 딱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마녀에게 힘이 될 것', 그것뿐이었대요.

그래서 시즈쿠를 찾아와 마녀의 사명, 마녀로서 해야 할 일을 함께 하자는 거예요.

과연 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호조 시즈쿠.

열아홉 살이고 도쿄에 있는 사립 대학교 문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 외동딸이고 지금은 대학교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다.

... 자기소개를 하자면 싫어하는 것만으로 지면을 한 바닥 채워버리는,

세상에 불평불만을 많이도 가지고 있는 사라이 바로 여기 있는 나, 호조 시즈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싫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굽히지 않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사토리 세대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세대니까.   

이렇듯 어디에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다.

강조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이것도 소개해둔다.

나는 마녀다.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다.  (7-9p)


* 사토리 세대 : 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을 가리킨다.

* 헤이세이 시대 : 일본의 연호로,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기간을 칭한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원제 《さとり世代の魔法使い 》 는  "사토리 세대의 마법사"예요.

마녀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저 가볍게 즐기고 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주인공 호조 시즈쿠가 사토리 세대의 마지막 마녀라는 점이 이 소설의 핵심이었어요. 마녀의 사명, 즉 마법은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이 행복을 느낄 때,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인 거예요. 자신만 몰랐을 뿐, 바로 호조 시즈쿠처럼. 스스로 마녀라는 정체성을 찾는 순간 모든 비밀이 풀렸어요.

마녀라는 존재, 마녀의 사명, 훌륭한 마녀가 되는 길... 전부 환상 동화 같지만 주인공 시즈쿠를 통해서 한 젊은이의 성장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오랜 불황으로 인해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층의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열정과 꿈은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희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요, 진정한 마법의 힘을. 


"마음은 때때로 마법을 능가하지.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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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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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는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시집이에요.

시인의 딸아이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 자신도 어버이가 된 지 오래라고 해요. 

비록 나이 들어 어른이 된 딸아이지만 여전히 딸아이는 딸아이.

시인에겐 이제 딸아이만 딸이 아니에요.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이 다 사랑하는 딸이요, 아들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세상에 모든 딸들에게 106편의 시로, 따스한 위로와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어요.



전화 건 이유


날이 갰다

베란다 열고 

빨래 말려


마음도 열고 

마음도 말려

우울도 말리고


눅진한 느낌

멀리 날려 보내

바람에게나 줘.  


처음 시집 제목을 보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어요.

너의 햇볕, 그래 이거였어! 너의 의미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흠뻑 젖어버린 나의 마음을 쨍쨍하게 말려주는 햇볕이지...

다들 '너'의 존재는 다르겠지만 '너의 의미'는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존재.

저도 나이들어 부모가 되고보니, 딸의 마음보다는 그 딸을 향한 부모의 마음으로 시를 읽게 되네요.

어쩔 수 없이 부모는 자식바라기.

그러니 부모님은 저를 보며 걱정하시고, 저는 제 자식을 바라보며 걱정하느라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사랑은 늘 따스한 햇볕이었어요. 변하지 않는 햇볕, 나만을 위한 햇볕.

날씨는 변덕스럽고, 사랑은 변한다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맑음이었어요. 

그래서 이 힘든 세상을 꿋꿋하게 버틸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세상이 나를 괴롭혀도 나한테는 든든한 햇볕이 있으니까.

오늘도 축축하고 눅진해진 마음,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쨍쨍하게 말렸어요.



너에게 안녕


어떻게 지내니? 물어도

힘이 없는 목소리

언제 올 거야? 다시 물어도

글쎄요 심드렁한 말투


힘내라 힘내

우리 공주님

다시 한번 봄이 왔다가

봄이 물러갔지 않았니?


머지않아 여름

덥고 짜증도 나겠지만

힘 있게 씩씩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다시 만나지


여름에도 만나지 못한다면

가을에라도 만나야지

오늘도 안녕 부디 안녕

흐린 하늘 보고 인사를 한다.


오늘도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어요. 감기몸살로 기운이 쭉 빠진 상태라서 이런저런 핑계들...

며칠 전 엄마도 아프셨다는데, 오늘은 좀 나아지셨다고 제 생각나서 전화하셨나봐요.

엄마, 고마워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

전화할 때 그 마음 전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 말을 못했네요.

<너에게 안녕>이라는 시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났어요. 사랑해요, 엄마!



아들에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은 아니지만

너의 불행은 분명 나의 불행이란다

부디 잘 살아야지

부디 많이 사랑하고

부디 많이 부드러워져야지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참을 수 없는 것도 때로는 참아야지

기다릴 만큼 기다려야지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고

작은 일도 감사와 감동으로 받아들여라

굳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많이 너를 생각하고 걱정한단다

이것만은 알아다오.

   

어쩌다 부모는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모라서, 매 순간 고민하게 돼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 목소리로 전할 수는 없지만 <아들에게>라는 시를 읽으면서 꼭 내 마음 같다고 느꼈어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진심을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을 마음에게, 너를 향한 햇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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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마가파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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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있으니 심신이 미약한 분들은 읽지 마세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1930년대 홍콩의 뒷골목 이야기예요.

홍콩 느와르 영화를 떠올리면 될 것 같네요. 실제로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또 한 번 놀랄 준비를 해야겠네요.

화자인 '나'는 원래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뻐드렁놈'의 이야기를 쓸 계획이었어요. 열대여섯 살 때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강렬했으면, 쉰한 살의 '나'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 거예요. 안타깝게도 외할아버지가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홍콩대학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찾아보고 완차이에서 오래 살았던 칠팔십 대 노인들을 찾아가 그때 이야기를 물어보며 자료를 모았어요. 

이런 젠장!

오, 여기서 잠깐 끊어야 할 것 같네요.

화자인 '나'의 느닷없는 욕설에 놀랐다면, 그건 순전히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가 얼마나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지 짐작하게 하는 예고편이에요.

뻐드렁놈의 이야기는 남두목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남두목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남두목의 성은 '록'이고 이름은 '남초이'예요. 본명은 '박초이'인데 홍콩 홍문의 손흥사 두목이 된 후 '북'자 대신 '남'자를 넣어 남초이로 이름을 바꾼 거예요.

남쪽에 있는 홍콩의 '남천왕'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것도 인력거꾼 시절에 동료가 붙여 준 별명을 훗날 써먹게 된 거예요.

홍문은 '삼합회'라고도 불려요. 손흥사라는 명칭은 다이리가 직접 지은 것으로, '손'은 쑨원을 의미하고, '흥'은 '흥성하다'라는 뜻으로 쑨원의 흥성을 기원하는 의미였어요. 쑨원은 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홍문에 발을 들여놓았고, 장제스도 청방 두목 황진룽에게 그의 휘하로 들어가겠다는 글을 써서 보낸 적이 있으므로 다이리는 청방과 홍문이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홍문이라는 커다란 세력 아래 여러 명칭을 가진 수많은 파벌이 난립하고 있었어요. 1899년 영국인들이 싼가이 지역을 강압적으로 수용하자 중국인 수천 명이 무력으로 저항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삼합회 형제들이었어요. 이 저항 전쟁은 오백 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단 엿새 만에 끝났어요. 정치적으로 노련한 영국귀신들은 이 전쟁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주동자를 체포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저항 운동을 주도했던 싼가이의 향신들을 정부 관리로 발탁함으로써 자기 편으로 흡수했어요. 

손흥사가 만들어진 건 홍문회의로부터 30년이 흐른 뒤였고, 드디어 록박초이가 '용두 龍頭', 즉 두목이 되었어요.

앞서 구구절절 삼합회 역사를 읊었지만 속사정은 단순했어요. 록박초이의 인생 모토는 '좆대로 되라고 해!'였거든요. 한 마디로 우연히 광저우에서 두목의 신임을 얻어 홍콩을 맡게 된 거예요. 삼합회 두목이라고 하면 거구의 체격에 무서운 외모일 것 같지만 록박초이, 아니 록남초이는 165센티미터가 안 되는 키에 외까풀 눈와 우뚝한 콧대를 가진 평범한 남자예요.

록박초이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을 꼽자면, 1936년 11월 24일이예요. 그가 아내 아귄에게 몽둥이로 맞고 고향을 떠나 군대에 가게 된 날이거든요. 도망쳤던 거예요. 

그리하여 홍콩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록박초이는, 또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게 돼요.

영국 경찰인 모리스와의 만남 그리고 그 깊은 밤 이후에 록박초이는 달라졌어요. 세상에 절대 드러나면 안 될 비밀이 두 사람 사이에 생겼어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오래 전, 기껏해야 백 년도 안 된 과거에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니까.

그저 방탕하고 난잡한 뒷골목 인생이라 속단했어요. 근친상간과 성폭행 그리고 폭력과 섹스로 얽힌 사건들이 굉장히 충격적인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그러한 단편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시대적 비극이라고 생각해요. 왜 이 소설의 구성이 용 龍 - 두 頭 - 봉 鳳 - 미 尾 인지,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모두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고 넘기기엔 록남초이의 삶은 목에 걸린 가시 같아요. 어쩌면 홍콩 사람에게는 가슴에 박힌 못, 지울 수 없는 치욕일지도 몰라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은 잔악한 폭력이자 범죄 행위였어요. 약자들은 끊임없이 짓밟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발버둥칠 수밖에 없어요. 혼란한 시대에 약자로 산다는 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거예요. 누구를 탓하겠어요.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갈 뿐. 

작년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요. 홍콩은 그동안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인 것 같아요. 부디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 이 무렵 록박초이는 한 가지 이치를 발견했다. 

자기 생각을 그럴 듯하게 꾸며내는 것이 진위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진실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거짓도 그럴 듯해 보일 수 있다.

세상일은 진실인가 거짓인가가 아니라 

그럴 듯한가 그럴 듯하지 않은가의 문제였다."   (137p)


"양귀신은 똥구멍 귀신이야! 너도 똥구멍 귀신이 되겠구나!

나쁠 건 없어. 화끈하잖아! 그게 바로 용두봉미 龍頭鳳尾 지!"  


용두봉미란 마작에서 패를 나누는 방식이다.

장가(마작에서 선을 잡은 사람)가 패를 쌓아놓고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패를 나눌지 정하는데

이때 패를 나누는 순서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용두봉미는 마작패를 쌓을 때 앞은 높고 뒤는 낮은 형태로 쌓는다.

왼쪽은 용의 머리처럼 우뚝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봉황의 꼬리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가 된다.

주사위를 던진 뒤 제일 왼쪽에 있는 패 두 개를 첫 사람에게 주고, 

다음에 오른쪽 패 두 개를 두 번째 사람에게 준다.

그리고 또 왼쪽 패를 세 번째 사람에게, 오른쪽 패를 네 번째 사람에게.

이런 방법으로 패를 모두 나눠 가진 뒤 게임을 시작한다.   (102p)


"... 일본귀신도 귀신이고 영국 양귀신도 귀신이다. 

중국인이 홍콩에서 살기로 한 건 양귀신의 지배를 받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양귀신이 다른 중국인을 지배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홍콩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매국노인 셈이었고, 

남은 건 일본과 영국 중 누구의 매국노가 되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그건 아마 누가 더 많은 이득과 명분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212-213p)


"... 사람들이 일본귀신의 침략에 항의하고 있지만 영국인에게는 어떤가?

영국인도 전쟁으로 이 도시를 빼앗지 않았던가? 

지난 왕조의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지 않았고, 

중국인도 영국인들에게 홍콩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곳의 중국인들은 지배당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귀신도 사람이 될 수 있고, 

편하게 살 수 없으면 사람도 귀신이 된다.

중요한 건 편하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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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타이완 (2020~2021년 전면 개정판) - 타이베이, 타이중, 까오숑, 타이난, 타이동 외 33개 도시 완벽 가이드 (휴대용 대형지도 및 지하철 노선도 증정) 디스 이즈 여행 가이드북
신서희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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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 있어요.

바로 최신판 여행가이드북이에요.

매년 새롭게 현지 정보를 담아내는 테라출판사의 여행책은 뭔가 특별한 것 같아요.

요즘은 가이드북 없이 인터넷 정보만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제대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가이드북은 필수인 것 같아요.

<디스 이즈 타이완>은 2020년 타이완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을 위한 맞춤 여행책이에요.

우선 책을 펼치면 휴대용 대형지도가 살포시 접혀 있어요. 스마트한 구글 맵도 당연히 활용해야겠지만 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종이 지도가 주는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이란 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기 위한 목적이니까, 굳이 목적지까지 빨리 가려고 안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대형지도는 타이베이 시내중심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타이베이 광역도, MRT 노선도가 있어서 지역별 여행 동선을 짤 때 유용해요. 

다른 여행책들보다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타이완 현지인들이 즐기는 인기 명소와 맛집 정보와 같은 핫한 트렌드가 많이 반영되었다는 점이에요. 

저자는 현직 중국어 교사라서 이 책에 표기된 모든 중국어 발음을 실제 중국어 발음에 가장 가깝고 정확하게 표기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책에 표기된 발음 그대로 읽기만 해도 현지에서 통할 거라고 하네요. 오호, 꼼꼼한 배려가 돋보이네요. 무엇보다도 저자는 타이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답게 그 마음을 책에 담아냈다는 점이 최고인 것 같아요.

책 속에 <타이완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10가지>를 보면서 제 마음도 설렜어요. 여행 전 두근두근, 행복한 여행을 위한 준비 과정인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이에요. 친절하고 상냥한 타이완 사람들 덕분에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두고두고 생각났고, 다시 찾게 되었다네요. 정말 최고의 매력 요소인 것 같아요.

두 번째 매력은 야시장이에요. 타이완의 밤은 전혀 위험하지 않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과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해요.

세 번째는 기차 타고 떠나는 교외 여행과 소원 담은 천등 날리기라고 해요. 여행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네 번째는 타이완 곳곳에 있는 온천이에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힐링 여행을 누릴 수 있다고 해요.

다섯 번째는 타이완 음식이에요. 미리 대표적인 메뉴를 알아두면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네요. 타이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추천 메뉴로는 딤섬과 훠꿔, 우육면, 망고빙수가 있어요. 그밖에도 샤오츠, 즉 간단한 음식과 간식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먹방 여행도 좋을 것 같아요.

여섯 번째는 중국보다 조용하고 홍콩보다 정감 있는 타이완만의 매력을 들고 있어요. 외국인이 살기에 좋은 나라 2위로 뽑혔다고 하니 그 매력이 세계적으로 통했나봐요.

일곱 번째는 착한 항공료와 식비, 소박한 타이완이라고 해요. 타이베이와 서울의 물가를 비교해놓은 걸 보니 진짜 착한 여행지인 것 같아요.

여덟 번째는 여행 스탬프예요. 타이완에 가면 어디에서나 쉽게 스탬프 코너를 만날 수 있어요. 타이완의 모든 명소마다 스탬프가 준비되어 있고, 타이베이 모든 MRT 역에도 스탬프가 있어서 늘어나는 스탬프만큼 여행의 추억도 쌓을 수 있다네요. 소소한 즐거움이 여행의 맛이죠.

아홉 번째는 도시마다 독특한 문화예술단지가 있다는 거예요. 타이베이는 화산1914 문창원구, 송산 문창원구가 있고, 까오숑에는 보얼 예술특구, 타이중에는 문화창의산업원구가 있어요. 현대적이고 세련된 예술 공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열 번째는 타이완 드럭 스토어예요. 드럭 스토어는 매장 수도 많고, 브랜드와 제품군도 다양해서 뭔가를 특별히 사지 않아도 쇼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네요.

이 책은 타이완에서 여행하기에 좋은 도시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여행은 즐기는 사람의 몫이라지만, 미리 잘 준비하면 아는 만큼 더 많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가이드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이완 추천 여행지만 소개했는데도 책 두께가 굉장해요. 그만큼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타이완인 것 같아요. 타이완의 대표 명산 아리샨 사진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이세상 풍경 같지 않은 타이완의 절경까지 이 책을 보고나니 어느새 타이완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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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트 트립 -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
김현성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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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이탈리아 아트 트립>은 특별한 설렘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그곳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거든요.

바로 중세 미술로의 여행!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중세 화가인 조토 디본도네 Giotto di Bondone (이하 조토)의 걸작을 만나러 가는 여행길이에요.

저자는 조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중부의 세 도시, 즉 아시시에서 피렌체 그리고 파도바까지의 여정을 '조토 루트'라고 이름 지었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화가의 이름을 몰랐는데, 막상 책 속에 담긴 작품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래 전부터 봐 왔던 상본(像本)이라서, 왜 이제껏 한 번도 누가 그렸는지를 궁금하게 여기지 않았나 싶어서.

분명한 건 저 역시 그 그림이 주는 감동을 느꼈다는 거예요.

상본이란, 라틴어로 Sacra imago라고 하며,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혹은 다른 성인들의 화상(holy picture)이나 성스러운 문구를 담은 카드(holy card)를 뜻해요. 보통 기도서나 성서의 책갈피 사이에 끼울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제작되었고, 기원은 5세기경부터 동방교회에서 많이 만들어져 신자들의 특별한 공경의 대상이 되었던 성화상(Icon)에 있다고 해요. [출처: 가톨릭대사전]

저자는 미술사 공부를 하던 중 조토의 걸작으로 꼽히는 <옥좌 위의 성모 마리아>, 일명 '마에스타'라고 불리는 작품을 보자마자 끌렸다고 해요. 유난히 마음이 지치거나 공허할 때 조토의 그림을 보면서 기운을 얻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문득 조토의 그림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진짜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이 책이 탄생한 거예요.

이 책은 중세 미술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보다는 중세 미술을 대표하는 조토의 작품에 대한 순수한 감동을 전해주는 면이 더 큰 것 같아요.

예술이 주는 감동은 놀라운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중세 미술은 저한테는 거의 미지의 영역일뿐 아니라 일말의 호기심도 없었던, 관심 밖의 영역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매력을 느꼈어요.

특히 중세 미술을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정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아시시는 지금도 여전히 중세의 신성함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라고 해요. 이탈리아에서 단 하나의 도시를 가야 한다면 그건 아시시예요.

사진 속 아시시의 거리와 작은 골목 풍경은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보여요. 아시시 야경은 검푸른 하늘빛이 절묘해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그리스풍의 건축물인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성당은 웅장하고 아름다워요.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요새인 로카 마조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은 화려해요. 그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작은 건물인 포르치운쿨라가 있어요. 성당 안의 성당인 포르치운쿨라에 다가가면 상단에 그려진 벽화가 독일 화가 요한 프리드리히 오베어베크의 작품 '아시시의 용서'가 있어요. 성 프란치스코는 임종의 순간에 자신을 포르치운쿨라에 데려다 달라고 말했고, 이곳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천상 세계로 떠났다고 해요. 이곳 예배소에는 그가 생전에 입었던 수도복과 노끈 허리띠가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성 프란치스코 성당은 조토의 연작 벽화가 그려진 곳이자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에요. 성 프란치스코 성당은 건축물로서도 아름답지만 그 내부에는 13~14세기 거장들의 그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서 더욱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특별히 성 프란치스코 성당의 연작 벽화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어서 좋아요. 언제든지 책만 펼치면 세계적인 명화 감상을 할 수 있으니까요.

피렌체는 중세 유럽 문명의 절정인 르네상스 예술의 발상지예요. 

베키오 궁전, 산타 크로체 성당, 우피치 미술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아카데미아 미술관까지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 중 우피치 미술관에는 불후의 명작 <마에스타> 세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치마부에, 두초, 조토의 <마에스타> 세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한다는 건 이곳이 유럽 최고의 미술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해요. 본래 각기 다른 성당에 있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으로, 서양 회화 역사의 시작을 설명해주는 완벽한 조합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에요.

파도바는 14세기 초반, 조토가 예술가로서 전성기를 맞이한 30대 후반에 머물던 도시라고 해요. 그때 완성된 작품이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예요. 이곳에 그려진 서른여덟 점의 벽화는 파도바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중세 회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예술품으로 손꼽힌다고 해요. 이 역시 책에서 하나씩 소개해놓은 것을 보면서 감탄했어요.

책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아트트립>은 그 내용 자체가 감동인 것 같아요. 중세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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