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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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 이찬혁의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궁금했던 책.

<물 만난 물고기>를 읽으면서 바다를 떠올렸어요.

바다... 잊고 있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가보질 못했으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가본 적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다'라고 했을 때, 저마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바다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거예요.

지금 바다를 볼 수 없다고 해서,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듯이... 바다는, 저마다의 바다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 '선이'에게 '해야'는 '바다'이자 '음악'인 동시에 '사랑'인 것 같아요. 

갑판 위에서 처음 만난 여자 '해야'는 거대한 파도 앞에 가만히 서 있있고, 난간에서 떨어질 뻔한 그녀를 선이가 끌어당겼어요. 품 속에 안긴 그녀가 얼굴을 들어 올렸을 때,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보다 더 깊고 신비로운 눈동자를 보았어요. 그 안에 어떠한 혼란도 약함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 안에 빠졌고, 마치 마법처럼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흐물흐물 스르륵, 그대로 미끄러져 풍덩!  시야가 흐릿해졌고 숨이 막혀왔어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그때, 무언가 선이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렸어요. 

눈을 감은 선이에게 온 바다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뱃고동 같은 울음소리의 주인은 고래였어요. 완벽한 어둠에 잠식된 고래의 입 속으로 힘차게 빨려 들어가 집어삼켜졌어요.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불 꺼진 객실이었어요. 위층 할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가 꿈에서 들었던 고래의 울음소리와 비슷했어요.

아, 꿈이었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데 갑자기 등의 통증을 느꼈어요. 뭐지, 갑판의 여자는 꿈이 아닌 건가.

객실 어딘가에 있을 그녀를 찾아야겠다고 복도로 나온 선이, 누군가 그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어요. 바로 그녀, 갑판에서 보았던 검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해야'였어요.

선이가 두 번째로 해야를 만나는 장면, 이 순간이 정말 좋았어요. 


"해야라고 해."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럼 난 정말 바다에 빠졌고......"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난간 밖으로 튕겨져 나가 바다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로 떨어져 물 속에 잠긴 것은 사실이었다. 이상했다.

"잠깐, 난 어디 빠진 거지?"

그녀는 눈동자를 위로 치켜뜨며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대수롭지 않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마치 "나한테?"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웃음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녀에게,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눈동자에 빠졌던 것 같다.  (80p)


<물 만난 물고기>는 뮤지션 이찬혁의 바다를 보여주고 있어요.

주인공 선이가 첫눈에 빠져들었던 해야는, 사랑보다 더 깊고 넓은 바다였어요. 내 안에 가둬둘 수 없는 바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소유할 수 없어요. 다만 항해할 뿐.

아하, 자유....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의 잔해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파도

비치는 내 얼굴, 일렁이는 내 얼굴

너는 바다가 되고 난 배가 되었네

             (165p)


악뮤의 앨범 타이틀 곡인 <물 만난 물고기>의 가사가 책 속에 나와 있어요. 이번에 발표된 모든 곡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볼 수 있어요. '본다'고 표현한 건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주인공 선이의 바다를 잠시 봤던 거예요. 한여름 밤의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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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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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은 오직 '나'를 위한 책이에요.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에세이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예요.

세상에 나 홀로 고립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나'를 위한 책이지만 나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나를 믿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오늘의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며 살아가라고, 나에서 우리가 되는 연습을 해보자고, 그러면 그 사소한 순간이 쌓여서 놀랍고 멋진 마법이 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시작하기 전에


두렵습니까?

그럼 하지 마세요.


결심했습니까?

그럼 두려워하지 마세요.


I'm OKAY !


좋아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좋았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더욱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건 우리말로 옮긴이와 예쁜 그림을 그린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왠지 이 책은 특별히 옮긴이와 그린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좋은 말은 소리내어 말하는 동안 빛나고, 좋은 글은 읽는 동안 빛나잖아요. 거기에 좋은 그림까지 함께 하니 눈이 부셨어요. 

사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전부 다 좋아서, 작품 전시하듯이 벽에 걸어두고 매일 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평소에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주변 때문이라고 투덜댔지만 그건 핑계였어요.

주저하고 망설이고, 주변에 휘둘리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였으니까. 그래서 나 자신이 싫어질 때, 그럴 때마다 좋은 책이 든든한 친구가 되어줬어요.

이 책 역시 멋진 친구라서, 매일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고 싶어요.

세상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보다 더 멋진 말들이 존재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앞에 놓인 이 말들이 가장 멋지고 소중해요.

왜냐하면 내가 빛나는 순간,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 알려줬으니까. 빛나는 나를 발견하는 일, 이보다 더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요.

물론 있겠죠?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그 일을 하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늘 깜박 잊고 있는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요. 시간 낭비 하지 말자고요. 반짝반짝 지금 빛나길.



나를 알면 알수록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18-19p)


시간 낭비


멋진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데 시간 낭비는 하지 마세요.

   (20p)


정면 돌파


운명을 비껴가는 게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선택이죠.

고통을 회피하는 게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겁니다.

경험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22-23p)


모르는 사실 하나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든

세상의 중심이고 역사의 주역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다들 잘 모르죠.

    (60-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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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돈이 사라진다면 - 게임머니부터 블록체인까지 전자화폐가 바꿀 미래 지식 더하기 진로 시리즈 4
복대원.윤정구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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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현금 대신 카드만 넣어 다녀도 일상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사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결제와 은행업무까지 가능하니까 점점 현금 쓸 일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이러다가 돈이 사라질 수도 있겠어요.

과연 미래에는 어떤 화폐가 생겨날까요?


<세상의 모든 돈이 사라진다면>은 화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시대가 변하면서 화폐도 바뀌고 있어요. 이 책은 새로운 화폐, 즉 전자화폐의 발달로 인해 바뀌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진로를 소개하고 있어요. 

우와, 신기해요. 이미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잘 몰랐던 전자화폐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문자를 읽지 못하면 문맹,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 그리고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정보를 모르면 디지털맹이 될지도 몰라요.

전자화폐?  알듯 모를 듯,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모르는 거예요. 이 책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요.


전자화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크게 IC카드형과 네트워크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IC카드형 전자화폐는 IC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예요. IC칩은 신용카드 앞면에 붙어 있는 금색 혹은 은색 칩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에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실물 없이 온라인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전자화폐 느낌이 강해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같은 암호화폐도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에 해당해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요. 현금 없는 결제가 널리 퍼진 이유는 핀테크의 발달 덕분이에요. 핀테크란 금융에 기술을 적용해 더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에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간편 송금과 결제부터 외화 송금, 금융 데이터 분석, 보안 인증, 로봇이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어요.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 포털 사이트, 통신사와 같은 정보 기술 기업과 유통 회사들이 간편 결제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어요. 카카오페이가 가장 빠르게 시작했고, 다음에는 네이버페이, 이 밖에도 인터넷 소핑몰들이 'OO페이'로 이름 붙인 자신만의 간편 결제 기능을 만들었어요.

스마트폰에는 NFC 통신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NFC는 가까이 있는 장치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에요. NFC 결제는 단말기에 닿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용 달말기 문제 때문에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QR코드 결제는 코드를 스캔했을 때 은행 계좌가 연결되게 바꾼 것으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중국이에요. 중국의 QR코드 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장악하고 있어서, 중국은 거의 모든 곳에서 이 두 업체의 QR코드를 볼 수 있어요. QR코드를 이용해 구걸하는 스마트한 거지까지 등장했다니, 놀랍죠?

우리나라 정부가 주도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로는 제로페이가 있어요.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가 없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 자 단체와 시중 은행 그리고 간편 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제로페이에 참여하고 있어요.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사용할 소비자 확보가 중요한데, 정부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공공시설 이용 요금을 할인해 주는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래요.


근래 생체 인식 기술은 전자화폐 기반의 상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활용된 지문 인증에서 홍채, 얼굴 정보 그리고 혈관도 인증 정보가 된다고 해요. 정맥 인증 기술은 주로 손에 뻗어 있는 정맥 모양으로 개인을 파악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혈관 스캐너 위에 손목이나 손바닥을 대면 미리 등록한 정맥 정보로 신원 확인이 된대요. 그 과정이 지문 인증만큼 간편하고 몸 속 혈관 정보라서 복제될 위험이 적어서 비교적 안전한 인증 방식이에요. 우리나라의 한 은행에서도 2019년 4월부터 카드 없이 정맥 인증만으로 현금 인출이 가능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밖에 암호화폐와 사물인터넷에 관한 정보도 알기 쉽게 나와 있어요.


책에 소개된 진로를 보면, 정보 보안 전문가, 코딩 전문가, 임베디드 개발자, 핀테크 전문가, 블록체인 개발자, 암호화폐 트레이더, 사물인터넷 개발자, 빅데이터 전문가가 있어요. 전자화폐의 등장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돈이 사라진다면>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어요. 이제는 디지털 지식을 알아야 살아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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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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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 방 하나>라는 책 제목과 청록색 표지가 왠지 짠한 느낌을 줬어요.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똑같은 하늘 아래, 사는 모습도 제각각.

멀리서 바라보면 멋져 보이는 삶도, 속내를 알고보면 짠한 구석들이 있더라고요. 사실 짠내 나는 삶이 진짜인 것 같아요. 진짜라야 감동이 느껴져요.

저자는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와 자취하면서 자립해가는,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난 언제 어른이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영부영 살다보니 어느새 늙어버린 느낌이라 당혹스럽다고 해야 하나,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분명 스스로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제대로 의식하며 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왠지 저자의 경험은 나와는 전혀 다른데, 묘하게 공감되는 구석이 있어요. 가족, 부모님을 떠올리면 뭉클해지는 감정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군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이 빨래였다고... 찬물에 손빨래를 하느라 손에 닿는 차가운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손끝이 시리고, 쪼그려 앉은 두 다리가 저렸던 그 생생한 감각들 덕분에 수축된 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그러니까 일상은 소중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꼭 빨래가 아니어도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허투루 놓치지 않고 마음을 쏟는 순간들이, 저 역시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거든요. 

어른이 된다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과정인 것 같아요. 


편견이 무섭구나, 싶었어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나봐요.

머리카락이 길다고 해서 다 여자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책날개에 저자의 사진은 분명 여자였어요, 아니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뽀얀 얼굴과 가녀린 목선, 짙은 청록색 블라우스 그리고 살짝 미소짓는 얼굴을 보면서 배구선수 김연경을 닮았구나라고.

그런데 프롤로그에서 처음 자립하는 동생 녀석을 걱정하는 형이라고 자신을 표현해서 무척 헷갈렸어요. 사실 아들이라고 밝혔는데도 혹시나, 하는 상상을 했어요. 나중에 긴 머리의 남성으로 살면서 숱한 오해를 받았던 에피소드를 읽고나서야 의문이 풀렸어요. MBC 예능 PD로 살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던 시기에 별 생각 없이 길렀던 머리라고, 그냥 놔두면 자라는 머리카락이니까 어느새 어깨에 닿고도 흘러내리는 긴 생머리가 되었다네요.  

본인은 키가 180이 넘는 삼십 대 중반의 남성이라 체격도 큰 편인데, 왜 여자로 오해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지만 열에 아홉은 여자로 볼 만한 외모예요. 암튼 긴 머리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긴장할 때도 있지만 크게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네요. 다양한 이유로 남들 시선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고충을 알게 됐다는 저자의 경험담을 보면서 약간 반성 모드가 됐어요. 편견을 깨뜨리는 건 존중과 배려인 것 같아요. 인간끼리 상하관계 말고 수평관계로 바라보면 좀 달라지겠죠.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불편하고 불쾌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편견으로 똘똘 뭉친 무례한 사람을 상대할 때였어요. 혹시 싫어하면서 닮을까봐, 진짜 어른이 되기 전에 늙은 꼰대가 될까봐,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될 것 같아요.


희망은 노란색.

... 노조 간부로서 파업을 주도했다가 해고된 다른 선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하릴없이 내뱉었다.

이게 끝나긴 할까요. 그건 어리광에 가까웠다. 나는 회사에서 쫓겨난 지 고작 1년이 되었고, 내 앞에 앉은 이들은 그보다 세 배가 넘는 시간을 찬바람 속에서 버텨왔다.

... 그런 이들 앞에서 푸욱, 주제넘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 말라는 격려에는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그 선배의 웃는 얼굴에서, 어두운 복도 끝 환하게 빛나던 개나리를 보았다.  그래. 희망은 배우는 것이다.   (222-226p)


그러고보니,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나 때는 말이야"라고 떠들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축 쳐진 어깨를 토닥여주는 사람, 어른인 척 할 필요가 없는 사람.

결론적으로 저자는 결혼과 함께 어른이 되었어요.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겪어보니 별거 아니더라.' 이게 쌓여갈수록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삶은 겪어보니 별거 아닌 것들의 누적이 되어간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의 기록이다. 

... 물어볼 형이 없었던 그 시절의 내가 이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뭐가 많이 달라졌을까.

아니, 자기 삶은 결국 자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만큼 알아갈 뿐이다.

다만 조금은 겁이 덜 났을지도 모르겠다. 

아, 겪어보면 별거 아닌가 보구나. 그 정도 얘기만 옆에서 누가 들려줘도 힘이 나는 순간들이 참 많다.

이 책이 그런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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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뭐 하면서 살 거야? - 청소년의 진로와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소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8
양지열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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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뭘 알아?"라며 무시하는 어른들.

"어리니까 최저시급은 못 줘!"라며 돈 떼어먹는 어른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십대, 뭐 하면서 살 거야?>는 현직 변호사가 알려주는 근로자 보호에 관한 책이에요.

앗, 법 이야기니까 어려운 거 아니야?

노노노,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이 책은 주인공인 중학생 시연이와 변호사 삼촌이 등장하는 소설이에요.

사실 법에 관한 지식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어렵게 느끼기 마련인데, 소설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시연이의 삼촌은 변호사인데, 제법 규모가 큰 로펌에서 일하다가 돌연 독립을 선언하고 회사를 나왔대요. 시연이네 아파트 근처 상가 2층에 간판을 내걸었어요. '예방법률 사무소 - 변호사 직접 상담'이라는 문구가, 뭔가 알쏭달쏭해요. 삼촌 말로는 사람들이 중요한 거래나 계약 같은 걸 진행하기 전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조금만 검토를 한다면 충분히 분쟁을 피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초기 대응을 '예방법률'이라고 한대요. 그래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상가들이 밀집한 그곳에 사무실을 연 거래요. 그 핑계로 시연이네로 들어와 살고 있어요.

글쎄, 어제는 삼촌이 15층 사는 언니와 함께 기획사에 가서 아이돌 연습생 계약서 작성을 도와줬대요.

시연이가 공부하기 싫은 마음에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해볼까,라고 삼촌에게 말했다가 유명 인플루언서 상대로 소송했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에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상가 1층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정은과 친구들이 삼촌 사무실에 찾아왔어요. 미성년자가 아닌 어른이니까 아르바이트 계약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몰라서 피해를 당했더라고요. 정은의 남자 친구는 체육학과 학생인데 10년 넘는 한참 위 선배가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회원 지도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대요. 왜냐하면 그 선배가 그냥 동업자라고 했기 때문이래요. 서로 친한 관계니까 굳이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는데, 꼼꼼히 따져보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던 거예요.


"땀 흘려 일한 대가를 가볍게 여길 수 있어요?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일은 사용자에게도 근로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급여로 생활하고 있어요. 

사람이니까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에요. 취미 생활처럼 문화적인 혜택도 누리고 말이에요. 글자 그대로 생존의 문제예요.

그래서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갖는다고 기본권으로까지 보장하고 있어요."  (61p)


"... 혹시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 들어봤어요?"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행사하지도 않는 사람까지 법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 사회에서 한 사람의 독립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그 대신 법과 제도는 어떤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지요."  (62p)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다양한 근로 고민들을 깔끔하게 조언해주는 변호사 삼촌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십대부터 대학생까지 등장시켜 근로계약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이유는 그만큼 근로계약서가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계약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물론 계약자유의원칙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계약할 것인지도 자유라서 서류 없이 계약은 가능하지만, 말로만 주고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방법이 막연해져요. 계약이란 법이 강제로 지키도록 만드는 권리, 의무가 생기는 약속이므로,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덜컥 약속해서는 안 돼요.


마지막으로 저자 양지열 변호사의 특별 상담소가 마련되어 있어요. 내일을 준비하는 십대들의 고민 혹은 궁금증이 Q&A 형태로 나와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네요. 십대도 꼭 알아야 할 진로와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 이 책으로 얻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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