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사람예측 심리학 - FBI 행동분석 전문가가 알려 주는 사람을 읽는 기술
로빈 드리크.캐머런 스타우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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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파일》(The X-Files)

제가 엄청 좋아했던 미국 드라마예요.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는 FBI 요원으로, 엑스 파일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 등을 수사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때 FBI 에 대한 로망과 함께 두 요원을 비롯한 여러 관계 속에 펼쳐지는 심리전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단연코 심리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손꼽히는 작품이었어요. 

제 머릿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추억의 엑스파일을 소환한 책이 있어요.

바로 <FBI 사람예측 심리학>이에요.


이 책은 전 FBI 특수요원이자 행동분석 전문가의 "사람을 읽는 기술"이 담겨 있어요.

드라마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람을 예측하는 기술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에요.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대놓고 자신의 이득을 따져가며 관계를 형성하기도 해요. 

과연 상대방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너무도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가 벌어졌던 그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월스트리트에 있는 FBI 뉴욕 지부 앞 음식가판대에 서서 두 번째 커피를 마시려던 바로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료 수사관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순식간에 대혼돈 속에 빠져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엑스레이처럼 투시할 줄 알아야 할 수사관이 가까운 동료의 행동조차 예측하지 못한다면 테러범과 간첩, 범인의 행동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어요. 저자는 최악의 시기를 겪으면서 그 답을 찾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고, 드디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 예측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신호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좀더 일찍 그 생각을 했더라면... 저자의 뼈아픈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 불확실성은 구체적인 형태만 바뀔 뿐 우리 삶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현실 자체가 그렇듯이 불확실성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45p)


행동분석은 FBI 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

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의 속임수와 거짓말을 경험했을 거예요. 때로는 사업적인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지인에게 배신을 당해 큰 충격을 받는 일도 있어요. 단순히 속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삶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질 거예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행동분석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감추거나 위장을 해요. 누구나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니까,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때가 있는 거예요. 따라서 현명하고 자신감 있게 살고 싶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을 제대로 읽어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도베랴이 노 프로베랴이.  Doveryai no proveryai"  (65p)


저자가 담당했던 비밀 정보원 레오가 했던 말이에요.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뜻의 옛 러시아 격언인데,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 모든 새로운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해요. 러시아 방첩기관에서 일했던 레오는 비밀 정보원이자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인물이에요. 레오 입장에서 저자는 15번째 요원인데, 그 이유는 14번째 요원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역시나 저자와의 첫만남도 순탄치 않았어요. 그래서 자신의 멘토인 베테랑 수사관 제시 손을 찾아갔어요.


다음은 제시의 조언이에요. 

와우, 정말 제다이 마스터인 줄 알았어요. FBI 사무실만 아니었어도 테드TED 강의인 줄. 

그러나 저자는 최악의 조언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행동예측 시스템을 만들면서 그제서야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네요. 


"자책하지 마. 자네는 지나치게 자책을 잘해. 

'모든' 사람이 자책을 지나치게 잘하는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너무 잘 알아서 그래.

그래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최대의 적이 되는 거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조금 의식하는 건 괜찮아. 그래야 방심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결점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리고 자네를 신뢰하기 어렵게 돼.

그러니 그에게 결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가 알아서 판단하게 해. 

그렇게 해도 아마 그는 자네를 비판하지 않을 거야.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해도 좋지 않은 법이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레오가 자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자네가 레오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 바라는지 물어보게."

"그래서 다른 요원들은 레오를 싫어했어요. 그는 언제나 주고받으려 해요."

"아마 그들이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려 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야. 그저 화가 난 거지." (50p)


"내가 상대방에게 무례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던가?"
 

"자네가 레오의 일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게 하게. 그러면 오랫동안 자네 옆에 머물게 될 거야."


"내가 친절하라고 얘기했던가?"  


"좋아, 내가 말한대로 하면 아마 자네에게 유대감을 가질 거야. 

그러면 그가 언제 정직한지,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정말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거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정말 못한다는 의미라는 것도 알 거고."   (51-52p)


음, 어려워요. 저는 책을 다 읽고나서도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행동 예측에 관한 냉엄한 진실과 여섯 가지 신호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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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코와 삐삐를 구해줘!
최용석(기코) 지음 / 코알라스토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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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며 놀까, 고민이라면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책이 있어요.

<기코와 삐삐를 구해줘!>는 스토리가 있는 숨은그림찾기 책이에요.


얼핏 봐도 북적북적 와글와글, 많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어요. 

한때 유행했던 '월리를 찾아라'가 떠올랐다면 옛날 사람~ ㅋㅋㅋ


저자 기코는 인스타그램에서 '기코의 숨은그림찾기'를 연재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래요.

이번 책은 어린이를 위해 특별히 재미있는 스토리와 좀더 어려워진 미션을 준비했다네요.

책표지에 안경 낀 사람이 기코, 커다란 눈망울의 소유자가 외계인 삐삐예요.

어쩌다가 지구별에 불시착한 삐삐를 돕는 사람이 기코예요. 원래 이름은 '딸기코'인데 줄여서 '기코'라고 부른대요.

책의 구성은 쉬운 난이도에서 점점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요. 


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소개를 보면, 기코와 삐삐 말고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요.

도랏맨, 기기맨, 이불맨, 히어로형제, 의사, 간호사, 경찰, 악당까지, 앞으로 나오는 그림에서 해결해야 할 미션들이에요.

살짝 아쉬운 건 캐릭터 중에 특정 직업군이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된 부분이에요. 작은 부분이지만 좀더 신경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림 속으로 빨려들 듯, 집중력을 높이는 숨은그림찾기 미션이에요.


코코타운에 나타난 악당과 좀바이, 좀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좀비로 변하고 있어요.

과연 외계인 삐삐는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떤 문제든 해결해 준다는 마을의 현자 쿠쿠님에게 가서 물어봐요.

오호~ 쿠쿠님의 모습!

계속 그림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다보니, 이상하게 그림 속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림 속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어요. 미션에는 없지만 그림 속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보이거든요.

'KICO'라고 빨간색으로 쓰여진 하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안 보려고 해도 자꾸 눈에 띄네요.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곳곳에 숨어 있는 캐릭터를 찾아내는 미션이 단순하면서도 재미있어요.

또한 다른 그림을 찾는 미션도 있어요. 똑같은 그림 같지만 다른 부분이 숨겨져 있어요. 무엇이 다를까요?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을 비교해보고, 다른 부분을 찾아서 오른쪽 그림에 동그라미를 치면 돼요.

아이들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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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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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을 꼽는다면, 단연 고3 시절이에요.

오죽하면 끔찍한 악몽 중 하나가 고3 이 되어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로 등교하는 것일까. (군대 다시 가는 꿈과 동급)

건물마저도 감옥 같았던, 그 교실에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갇혀 있었으니. 

졸업 사진을 보면 퀭 하니 피부도 푸석푸석, 완전 시들시들.

오로지 대입을 위해 달려야 하는 경주마 신세였던 그 시절을, 그 누구도 좋다고 추억하지는 않을 거예요.

왜 그때는 길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을까...


<소르본 철학 수업>은 스무 살이 되던 2015년, 철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간 어느 청춘의 이야기예요.

저자의 이름은 전진. 본명인데 그 이름에 나름 사연이 있더라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부지런히 사고를 쳤다는 저자는 이미 프랑스에서 철학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었대요.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주말 밤마다 불나방처럼 쾌락을 즐겼다네요. 그냥 신나게 놀러 다녔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 본능에 충실한 불나방이 맞는 듯. ㅋㅋㅋ

암튼 그때 막차 시간에 지하철 플랫폼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는데, "너 인생 그따구로 살면 안 된다." 라고 말했대요. 평범한 여고생과는 사뭇 다른 저자의 행보가 친구 눈에는 '그따구'로 보였던 것 같아요. 저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적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달라졌다고 말해요.


"술 마시듯 불어를 배웠고 춤 추듯 공부했을 뿐인데

예전의 나는 '그따구'였고 오늘의 나는 '걔 좀 봐라'는 평가를 듣다니.

그저 열정의 대상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내 생각엔 망나니적 삶과 학구열이 불타는 삶 사이에 태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매번 나를 가장 기쁘게 만드는 일만을 선택했으니.

그러한 대상의 우열은 누가 정하는 걸까?

부모님의 선호나 사회적 기준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다들 어마어마한 경쟁을 감수하는 듯 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지만 나의 치명적 결점은 바로 남들 말을 지지리도 안 들었다는 사실이다.

하기 싫은 건 피했고 철저히 즐거워 보이는 일만 골랐다.

어른들 말 중엔 들어서 나쁜 것 없는 진리도 있는데 말이다.

... 공부를 통한 자아실현과 거리가 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성격.

하지만 놀랍게도 학문의 길을 진득하게 밟는 중이다."

      (68-69p)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3 시절, 유일한 일탈이 야자를 째는 것이었던 나.

지금 생각해보니 한 번도 반항해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내멋대로 살겠다고 소리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프랑스 철학과 교수가 알려준 철학과 학생이 배워야 할 첫 번째 태도가 있어요.

주제에 알맞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에 숨은 모순을 끌어내는 시도를 하라.

철학은 되묻기의 학문이라고.


"좋은 삶이란 걸 공부로 배울 수 있나요?"

"좋은 삶은, 공부로써만 배울 수 있어요."

    (74p)


선문답 같은 교수님과의 대화 덕분에 좋은 삶은 공부로써만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를 이해했다고 해요. 

타인을 돕는 태도, 편견 없는 시선 등 선한 행동이란 그것이 '좋음'이라는 앎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철학자가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재산에 대한 집착이나 육체적 욕구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철학자 또한 쾌락을 향한 열정을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앎을 최고의 쾌락, 흔들리지 않는 가치로 여긴다는 점이 그를 구분짓게 한다고.

저자는 좋은 삶을 북극성처럼 바라보는 공부를 통해서 깨달았다고 이야기해요. '그따구'로 살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다고 말이죠.


늘 문제에 대한 정답만을 찾으라고 배웠던 한국인에게 프랑스 철학은 문제 속에 숨은 모순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건 '그따구'로 치부해버리는 우리의 편견과 모순을, 철학이 깨뜨려 준 것 같아요. 쾅쾅쾅!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 68혁명은,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본보기인 것 같아서 인상 깊었어요.

1968년 5월, 프랑스 대학생들은 모두에게 열린 교육의 기회를 주장했어요. 대학의 위계질서를 없애고 수평적 구도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대요.

프랑스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기만 하면 어느 국립 대학이든 지원할 수 있어요. 엘리트 양성기관과 같은 그랑제꼴을 제외하고는 입학생을 선별하는 과정조차 추첨으로 이뤄진대요. 어학 점수를 제출해야 합격할 수 있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를 제외하면 프랑스의 국립 대학은 기회의 평등에 기반한 시스템이에요. 저자가 5년 전 유학을 결심한 것도 '모두에게 열린 교육'이 가능한 프랑스에 반했기 때문이래요.

근래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보면서, 과연 수능점수로 의사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어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 이들에게 <소르본 철학 수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혹시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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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 - 사상 최악의 불황을 극복하는 12가지 경제 이론
린다 유 지음, 안세민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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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세계 경제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해낼 슈퍼영웅은 없지만, 그 대신 역사상 최고의 경제학자들을 소환해냈어요.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은 오늘날의 경제 문제를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으로 풀어낸 책이에요.

저자는 지금 세계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평가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실 책에서 언급한 지금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지만 그럼에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이미 세계는 몇 번의 금융 위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방식의 대안을 찾아냈어요. 

이 책의 본질은 오늘날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이론을 통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열두 가지의 질문과 그에 알맞은 답을 해줄 경제학자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자는 시대순으로 경제학자들을 선택했고, 질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위대한 경제학자인데도 배제된 경우가 있음을 밝히고 있어요.

처음에 등장하는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을 탄생시킨 창시자로서, 대표작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설명했어요. 이것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이 수요와 공급이 같도록 하여 가격을 설정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자유방임의 경제를 주장한 스미스는 시장의 힘에 개입하려는 정책 담당자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어요. 스미스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경제를 재조정해야 하는 데 찬성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21세기의 디지털 혁명은 스미스가 예상 못했던 기술적 진보로 인해 그의 견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재조정은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주목할 점은 그가 무엇보다도 인간의 노력을 믿었다는 점이에요.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뉴욕 증권 시장의 대폭락 Great Crash 가 발생하기 직전인 1929년 10월, 주식 가격이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원에 도달했다고 선언했어요. 피셔의 예상은 잘못되었고, 이후로도 경제 회복을 전망하면서 불명예를 안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피셔는 거의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가 경제학에 기여한 부분은 놀라워요. 실제로 그는 미국 최초의 경제학자였고,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피셔가 미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일 수도 있다고 했대요. 그만큼 현대 경제학에서 많은 부분이 피셔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대요.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여는 교환방정식이에요. 화폐 공급이 변했을 때 물가 수준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예측하는 방정식인데 경제학에서 통계적 방법론을 제시한 이론이에요. 어빙 피셔의 통찰은 1990년대에 하이먼 민스키에 의해 되살아났어요. 민스키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투기적 버블을 경고한 인물이에요. 피셔의 부채 디플레이션 이론이 신용 버블이 경제를 무너뜨려서 불황과 공황으로 끌고가는 과정을 설명한다면,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신용 버블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하고 있어요. 피셔는 잘못된 경제 예측으로 파산에 이르렀지만 그가 남긴 30권의 책과 연구는 재평가가 필요한 최고의 경제학자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어빙 피셔와는 대조적인 인물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예요. 다른 경제학자들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점은 케인스가 똑똑한 투자자였다는 점이에요. 또한 케인스는 영국 복지 정책의 근간이 된 <베버리지 보고서 Beveridge Report(1942)> 작성에도 관여했고, 케인스 혁명의 장본인이에요. 케인스의 경제학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1970년대까지 경제학계를 지배했으며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사상은 옳을 때나 틀릴 때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이것 말고는 별로 없다. 

자신은 그 어떤 지적인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사람도 대개는 이미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다. 

... 

일찍 드러나든 늦게 드러나든, 좋은 것에 대해서든 나쁜 것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사상이다."  

       (228-229p)


세계적인 여성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1903~1983)은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어요.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경제 문제에 대해 이미 만들어진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336p)

위대한 경제학자의 따끔한 지적인 것 같아요. 매일 쏟아지는 경제 전망에 속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려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모두 열두 개의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각 질문마다 적용되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저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답이 나와 있어요.

1. 정부가 경제를 재조정해야 하는가? = 애덤 스미스

2. 무역 적자, 왜 중요한 문제인가? = 데이비드 리카도

3. 중국은 부유해질 수 있을까?  = 카를 마르크스

4. 불평등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가?  = 앨프리드 마셜

5. 우리는 또다시 세계 대공황을 맞이할 위험에 처해 있는가?  = 어빙 피셔

6. 투자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 존 메이너드 케인스

7. 무엇이 혁신을 일으키는가?  = 조지프 슘페터

8.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자본주의의 미래는 무엇인가?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9. 임금은 왜 오르지 않는가?  = 조앤 로빈슨

10. 오늘날 중앙은행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 밀턴 프리드먼

11. 왜 소수의 국가만이 번영하는가?  = 더글러스 노스

12. 저성장이 우리의 미래인가?   = 로버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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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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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보물섬>은 1950년대 일본 오키나와 섬에 살았던 온짱에 관한 이야기예요.

온짱은 오키나와 섬에서 영웅으로 불리던 열아홉 살 청년이에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홍길동 같은 존재랄까.

미군 부대에서 훔쳐 온 '전과'를 가까운 친지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고루 나눠주어, 코자의 최고 '센카아기야'가 되었어요.

센카는 전과를 올리는 자라는 뜻이고, '센카아기야'는 섬 사투리예요. 

온짱은 친구 구스쿠, 친동생 레이, 연인 야마코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어요. 그런데 그 온짱이 가데나 기지에 들어갔다가 총탄을 맞았고, 구스쿠와 레이는 정신 없이 탈출했어요. 그러는 사이에 퍼뜩 알아차렸어요. 온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사.라.졌.어.요!

깜쪽같이 사라진 온짱.

도대체 온짱은 어떻게 된 걸까요?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일본 오키나와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보니, 자꾸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 자꾸 미워하게 되는지... 진짜 미워해야 할 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인데.

반미를 외치며 미군에게 대항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시대의 영웅이자 혁명가로 표현하는 내용을 보면서, 민족이 대동단결하여 체제에 저항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구나, 싶었어요. 감옥에 갇힌 레이와 구스쿠는 오키나와 투쟁의 기수로 알려진 가메지로, 가메 씨가 수감된 사실을 알게 됐어요. 형무소 폭동을 모의했던 일파의 리더 다이라가 잡혀 징벌방에 갇히고, 레이 패거리의 계획을 밀고하려는 녀석이 나타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어요. 레이가 나서서 폭동을 일으켰어요.


"영웅이라. 애초에 그거,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지?"

"그야 온짱이나 가메 씨 같은 사람이겠지."

"그렇게만 말하면 알 수 없지. 어떤 시기에 어떤 상대와 싸우면, 혹은 어떤 일을 어떤 식으로 해내면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냐, 그런 말이지."

"이때다 싶은 순간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온짱은 자주 말했지."  

"난 네 생각을 묻는 거다, 구스쿠. 지금 이 섬에서 우리가 영웅이 되어야 한다면 무엇을 할 거냐는 말이지." (117p)


그로부터 20년 뒤, 구스쿠와 레이는 인생 최대의 수수께끼를 풀게 되는데... 온짱의 행방불명의 전말은...

마지막에 가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인간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다만 어긋난 것일뿐. 그들이 원했던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어요.


즐겁게 놀아보세 날이 활짝 개었으니 밤을 새우고 동틀 때까지

밤을 새우고 동이 트면 어떠리 한나절 놀아보세

님 모습 떠올라 집 안에 앉아 있지 못하겠네

우리 같이 놀면서 잊어보세


놀아도 곱고 춤을 춰도 곱구나

그이를 낳은 부모는 더욱 곱네

어여 일어나 춤을 추라 야단이지만 내가 어찌 춤추지 않을 수 있으랴

얼른 뛰어나가 한바탕 놀아보세 

    (583-5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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