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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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꽤 오래 전에 읽었던 걸로 기억해요.

기억한다는 건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었다는 사실이지, 그 내용은 아니에요.

이번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구토>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정식 계약한 국내 완역본이자 새로운 번역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첫 문장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아요.


날짜를 적지 않은 페이지


가장 좋은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써놓는 것이다. 실상을 명확히 보기 위해서다.

뉘앙스와 작은 사실들을,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놓치지 말 것.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분류할 것. 

이 탁자가, 거리가, 사람들이, 내 담뱃갑 이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변한 것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범위와 성격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 

   (13p)


<구토>는 앙투안 로캉탱의 노트를 발견한 편집자가 그의 일기를 그대로 발행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편집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앙투안 로캉탱이 1932년 1월 초 무렵에 썼던 일기이며, 그가 롤르봉 후작에 대한 역사적 연구를 마치기 위해 부빌이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날짜를 적지 않은 페이지'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일기라는 점, 그것도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남자의 일기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묘하네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그는 왜 주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토록 정성껏, 그리고 세밀하게 적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지는데 그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게 뭘까요. 일부러 비밀을 만들 생각은 없다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가 사소한 사건을 어렵사리 털어놓네요. 그건 그가 종이를 줍지 못했다는 거예요. 뭐지, 특별한 종이였나, 아니면 종이를 주워야 할 임무가 있었나?  전부 틀렸어요. 그냥 그는 평소에 종이 줍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우연히 물웅덩이 옆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발견해서 한 걸음에 다가갔고, 그 종이를 만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으나... 그러지를 못했다는 것. 그때문에 혼란스러운 거예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된 걸까요.

갑자기 접촉하는 것이 두려워진 이유가 궁금했고, 드디어 알아냈어요. 언젠가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들고 있었을 때의 느낌이었다는 걸요. 그건 일종의 달착지근한 욕지기였다고, 굉장히 불쾌한 느낌이었다는 게 떠오른 거예요. 그 느낌은 분명히 돌멩이로부터 왔고, 돌멩이에서 손으로 전해졌다고 해요. 손안에 느껴지는 일종의 구토증이었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어요. 


살면서 '구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구토는 목구멍을 통해 치밀어 오르는, 급기야 쏟아내야만 진정되는 불쾌한 느낌이라서, 되도록 피하고 싶어요. 일부러 떠올려서 자신을 괴롭게 만들 이유가 전혀 없어요

앙투안 로캉탱, 이 남자는 왜 구토라는 불쾌감을 자신의 삶속에 포함시켰을까요. 

그는 롤르봉 후작에 관한 몇 줄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후로 그의 매력에 빠졌고, 이 역사적 인물을 연구하기 위해 파리나 마리세유가 아닌 여기 부빌에 정착했어요. 부빌 시립도서관에 롤르봉 후작의 파리 체류에 관련된 자료 대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도서관에 가서 후작의 서신들, 일기의 일부분, 각종 서류 등 대단히 중요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어요. 아직 다 못봤는데 슬슬 지루해 하고 있어요.

거의 아바타 같은 상황이에요. 나는 앙투안 로캉탱의 일기를 읽고 있고, 앙투안 로캉탱은 롤르봉 후작의 일기를 읽고 있으니...

지루하다가 토할 것 같다가 아주 조그만 행복감을 느끼는 그는 너무나 변덕스러워요. 그에게 있어서 구토는 자기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들이에요. 카페에 들어선 순간 구토를 느꼈고 구토는 카페와 하나를 이루더니 그 안에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구토가 원래 이토록 심오한 의미였나 싶어요.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감정들이 지루한 일상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화요일

아무것도 없다. 존재했다. 

  (242p)


존재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는 불쑥 치밀어오르는 구토를 통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요. 구토가 사라지고 찰나의 행복감도 느끼곤 해요. 그리고 권태로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어요.

사랑이란 감정에 무심한 줄 알았더니, 그가 손에 든 책은 《외제니 그랑데》였어요. 그리고 호텔 여사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안니의 편지가 있어요. 안니는 6년 전 헤어진 연인이에요. 그는 이별의 고통조차 느끼지 못햇고, 그저 텅빈 느낌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다가 텅 비고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과연 그럴까요.

구토, 원래 구토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혹은 느끼는 것인데 그는 바깥에서 일어난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그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삶속에 존재하면서 점점 '나'라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어요. 구토는 흐릿해지는 '나'를 깨우는 자각의 일종인 것 같아요. 또한 그는 글을 쓰면서 이 모든 변화를 남기고 있어요. 

구토를 통해 그는 존재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 눈에는 현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현재 속에 갇혀 있는 존재 그리고 고독이 보이네요.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예기치 않은 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 혹은 고독의 감정을 경험했어요. <구토>를 읽으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앙투안 로캉탱을 통해 사르트르는 말하고 있어요. "두려워하면 안 된다." (169p)


<구토>의 마지막 문장을 여러 번 소리내어 읽었어요. 


어둠이 내린다.

프랭타니아 호텔 2층의 창문 두 개에 불이 들어왔다.

신역 공사장은 축축한 냄새를 짙게 풍긴다.

내일 부빌에 비가 내리리라.

   (4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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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2030 - 미래의 부와 기회
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박영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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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21세기는 까마득한 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2021년 현재, SF영화에서 그려낸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컨버전스 2030》은 첨단 기술들이 융합했을 때 우리 삶에 벌어질 거대한 변화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단어는 한 점으로 집중되는 것,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지는 것을 뜻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래학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과학 전문 작가 스티븐 코틀러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앞서 '기하급수적 사고방식에 관한 3부작' 시리즈《어번던스》와 《볼드》를 함께 출간했다고 합니다. 이번 책은 시리즈 마지막이자 세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기하급수 기술의 융합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생각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놀랍고도 급격한 변화로 채워질 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요? 그 대답은 바로 컨버전스(Convergence) 덕분입니다. 수많은 기술들이 융합한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싱귤래리티 대학교를 공동 설립한 레이 커즈와일이 1990년에 발표한 이론에 따르면, 특정 기술이 디지털화되는 순간, 무어의 법칙을 등에 업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이 가속화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컴퓨터를 이용해 더욱 빠른 컴퓨터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가속화의 추세를 더욱 급격히 가속화하는 긍정적 순환 고리를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커즈와일은 이런 현상을 '수확 가속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의 법칙에 따라 가속적인 발전이 진행 중인 기술들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과학, 네트워크, 센서, 3D 프린팅, 증강현실,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영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융합으로 미국에서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이 위협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현상의 이면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다음 10년 동안에는 수십 개의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종류의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이 미래의 부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덟 개의 핵심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 융합기술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 센서, 네트워크의 융합으로 쇼핑의 세계가 달라지게 될 거라고 합니다. 쇼핑이라는 행위가 인공지능의 업무로 바뀐다면 쇼핑몰은 사라질 것이고, 소매 산업은 완전히 재편될 것입니다. 광고의 세계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미래에 인공지능이 우리의 구매 활동을 대부분 대신하게 되면 더 이상 광고는 필요 없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진행 중인 변화는 '누가, 무엇을, 어디서'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자가 '어디서' 그 콘텐츠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시대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는 우리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해줄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것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장소을 스크린으로 만드는 기술이 생겨날 것입니다. 

2030년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미래학자 닐 스티븐슨은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자신이 꿈꾸는 교육 지침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증강현실과 인공지능이 합쳐지면 현실 세계가 교실로 바뀌게 됩니다. 가령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맨해튼 거리를 걷는다면 100년 전 거리를 완벽한 홀로그램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포착하는 센서들을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심리 상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환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의학 분야는 두 가지 주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질병관리에서 건강관리로의 이동이고, 둘째는 관리 주체의 변화입니다. 인간이 건강한 상태로 더욱 오래 살 수 있다면 혁신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과연 죽음을 거스르는 신인류가 탄생할지는 미지수지만, 연구 중인 '회춘 단백질'이 정확히 규명된다면 '만약'의 문제가 '언제쯤'의 문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금융, 보험, 부동산은 미국의 10대 산업에 속할 정도로 사회적 비중이 크지만 융합기술로 인해 전면적인 재창조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의 식량은 어떻게 될까요. 미래의 식품은 더욱 스마트해진 농업을 통해 효율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생산될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는 사상 최악의 대량 멸종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 주된 요인이 인간의 식량 생산으로 인한 서식지 상실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명공학이 첨단 농업기술과 융합하면 가축을 키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줄기세포에서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배양육이라는 개념입니다. 지구상에 새롭게 등장하는 질병의 70퍼센트가 가축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배양육은 인류를 감염성 질환의 대유행으로부터 구원해줄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와 동식물의 멸종이라는 위기, 기술발전에 따르는 실업,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건 인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인지,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대한 변화에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미래는 이미 눈앞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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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에게 - 하루에 한 번은 당신 생각이 나길
임유나 지음 / 하모니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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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누군가에게 지적질을 당한 뒤 몹시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어요.

평소였다면 먼지를 털어내듯이 그냥 툭툭 지나쳤을 일인데, 그때는 도통 기분이 나아지질 않고 점점 더 나빠졌어요.

왜 그럴까, 곰곰이 마음을 들여다 보았더니 이미 마음이 약해져 있었나봐요.

그래서 작은 충격에도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바닷가 모래로 지은 성.

철썩철썩 밀려드는 파도에 야금야금 무너져가는 모래성.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어요. 한없이 약해질 때, 그때야말로 정신을 차려야 해요.

약해진 마음을 다잡아 주는 건 바로 '나'라는 걸.


<미인에게>는 모든 '나'를 위한 책이에요.

저자는 아프고 지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한 가지 결심을 했다고 해요.

"하루에 한 번은 내 생각을 해보자고." (14p)

나와의 연애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려고 했더니, 어느새 아름다운 사람, 미인이 되어가고 있었대요.

이 책은 저자가 일기를 쓰듯이 자신을 위해 썼던 글들이라고 해요. 읽다가 문득 '어? 내 일기 같네!'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어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래서 잔뜩 웅크렸던 시기에 위로가 되었던 것이 일기와 책이었어요.

그러다가 글로 써내려간 마음이 보기 싫어서 일기장을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것 같아요. 마음을 외면하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처럼.

그런데 마음은 매일 돌봐야 하는 정원이더라고요. 잠시 한눈 팔면 어느새 잡초들이 쑥쑥 올라와 예쁜 꽃들이 시들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자의 결심처럼 하루에 한 번은 내 생각을 하는 일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잡초들을 골라내야 하는지, 얼만큼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야 하는지...

읽다가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있었어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부당한 일.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심문자'와 '도망자'로 묘사했지만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것 같아요. 뱀 같던 그 사람이 교활하게 순수한 모습의 가면으로 모두를 속였기 때문에, 속수무책 당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화가 났어요. 여자라서,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침묵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니라서 안심했어요. 그들의 잘못 때문에 나의 행복이 짓밟힐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것입니다."  (160p)

세상에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 나를 사랑해주면 끄덕 없어요. 내 생각을 해줄 사람은 '나'라는 걸 잊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혹시나 잊을까봐, 잊지 말라고 <미인에게>를 건네고 싶네요. 왜냐하면 모든 '나'는 아름다운 사람, 미인이니까요.

딱 하나만 기억해야 된다면, 매일 거울 속 '나'를 보면서 말해주세요. 꼭이요~

"미인이시네요."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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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 : 파이널 편 재밌밤 시리즈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김정환 옮김, 계영희 감수 / 더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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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시리즈가 드디어 완결판이 나왔어요.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는 있어도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아마도 없을 거예요.

이 책이 마음에 쏙 드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수학에 대한 편견 없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신기한 건 이 책에서 만나는 퀴즈들은 수학 문제 같지 않다는 거예요. 학년마다 다르겠지만 수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퀴즈를 푸는데 요긴하다는 걸 알면 더욱 신이 나요.


Quiz . 가짜 금화를 찾아내라!

가짜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는 어느 것일까요?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가 10개 있어요. 주머니 9개에는 진짜 금화가 들어 있고, 1개에는 가짜 금화만 들어 있어요.

진짜 금화와 가짜 금화는 겉보기에는 똑같지만 무게가 달라서, 진짜 금화는 10그램이고 가짜 금화는 11그램이에요.

저울을 딱 한 번만 사용해서 가짜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1p)


퀴즈를 풀기 위해서는 무게의 단위를 알아야 해요.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질량의 기본 단위는 1킬로그램이에요.

무게의 단위의 탄생 배경에는 길이의 단위인 '미터'가 자리하고 있대요. 1미터의 본래 정의는 '북극점에서 적도까지 자오선 호의 길이의 1,000만 분의 1'이고,

그리고 한 변이 1미터의 10분의 1(10센티미터)인 정육면체의 부피 1,000세제곱센티미터를 '1리터', 물 1리터의 질량을 '1킬로그램'으로 정의한대요. 

이처럼 무게의 단위도 '지구'와 관계가 있대요. 

우와, 교과서에 설명된 단위보다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요. 지구를 생각하면서 무게와 관련된 퀴즈를 풀어볼까요?


단 한 번만 무게를 재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가짜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찾아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주머니 10개에 각각 ①부터 ⑩까지 숫자를 붙이고, 각 주머니 번호와 같은 수만큼 금화를 꺼내는 거예요. 그러면 ① 주머니에서 금화 1닢, ② 주머니에서 금화 2닢...... 이렇게 해서 꺼낸 금화는 합계 55닢이 되는데, 이 금화를 모두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기만 하면 돼요. 만약 가짜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가 ① 주머니라면 저울에 올려놓은 금화 55닢 가운데 가짜 금화는 1닢이므로 무게는 모든 금화가 진짜일 때의 무게 550그램에서 1그램이 초과된 551그램이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 모든 금화가 진짜일 때에 비해 몇 그램이 더 나가는지를 보면 가짜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가려낼 수 있어요.


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 있어요. 우리는 몇 살 때부터 수를 세기 시작했을까요? '수를 센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른이 되면 당연하게 여길 뿐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주변 물건을 가리키면서 수를 세는 행위는 '수학'과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대요.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나뭇가지나 뼈, 암벽 등에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수를 세었대요. 주변에 있는 셀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수를 세는 행위로 진화하면서 세계 각지에 문명이 탄생했고, 각 문명마다 독자적인 수 표기법이 탄생했던 거예요. 인간은 수를 세고 싶어 하며, 수를 세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어요. 어쩌면 아이들이야말로 순수한 호기심으로 수학을 탐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을 읽고나면 세상이 온통 수학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수학의 세계도 알고 보면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 그것만 알아도 수학 공부가 한결 즐거워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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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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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위대한 독일인의 이야기입니다.

책 표지 사진은 소피 숄(1921~1943)의 모습입니다. 저자 잉게 숄은 소피 숄의 언니이자 한스 숄의 누나입니다.

이 책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폭압 정치에 맞서 저항 운동을 펼쳤던 대학생 저항 단체 '백장미'단의 리더 한스 숄과 소피 숄,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그리고 독일의 젊은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국에 유관순 열사가 있다면 독일에는 한스 숄과 소피 숄이 있다고 말합니다.

1943년 독일 언론에서는 이 젊은이들을 모반자로 규정하면서 민족공동체에서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거리 곳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합니다.


국가 모반죄로 사형을 선고함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24세

한스 숄, 25세

소피 숄, 22세

형은 이미 집행되었음

   (8-9p)


언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백 명이 더 체포되어 사형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들을 조롱하고 모욕했던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들이 한 일은 나치 정권이 앗아간 자유를 되찾고 국가를 바로 세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동료 수감자들, 성직자들, 간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게슈타포 요원들까지 그들의 담대한 정신과 고결한 행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치 당과 정부의 고위 간부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낄 정도였답니다. 압제의 올무에 꽁꽁 묶여 무기력하게 침묵하던 자유가 감옥에서 소리 없는 승리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스의 감방 하얀 벽면에는 괴테의 말이 적혀 있었답니다. 

"모든 폭력에 굴하지 않고 의연히 기개를 세우리라." (137p) 

한스는 자신을 만나러 온 아버지에게 철창 너머로 손을 내밀며, "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요." (149p)라고 말했고, 아버지는 "너희는 역사의 일부분이 될 거야.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단다."라고 말했답니다. 소피도 한스가 그랬던 것처럼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우리는 스스로 받아들인 거예요. 우리의 행동은 곳곳에 물결처럼 번져갈 거예요."라고 말했답니다. 아들과 딸의 죽음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지, 차마 표현하기도 힘든 고통이었을 겁니다.

법정에서 선고를 받을 때 부모님이 참석했는데, 어머니는 쓰러지셨고 아버지는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아직 정의는 죽지 않았다!"  (145p) 

형장에 도착한 한스는 단두대에 머리를 올려놓기 전에 온 감옥이 울리도록 외쳤다고 합니다. "자유여, 영원하라!" (153p)

크리스토프와 소피와 한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던 간수들은 그들의 태도를 보고 감동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죽음은 조국을 배반한 자들의 마땅한 형벌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저항이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결국 이들의 죽음은 소피의 말처럼 독일 곳곳으로 퍼져갔고, 여러 저항 조직들이 연합해 커다란 저항 단체를 출범시켰습니다. 훗날 '백장미 함부르크 지부'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저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정신은 수많은 독일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재 독일이 바로 설 수 있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나치가 저지른 만행은 알고 있었지만 독일 젊은이들이 목숨 바쳐 저항 운동을 펼쳤다는 것은 잘 몰랐습니다.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독일의 미래와 자유를 지켜낸 영웅들의 죽음은 위대하고 숭고합니다.

이는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꼭 기억해야 하는 저항 정신이기에 더욱 값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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