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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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히 열려 있는 옷장 문이 보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열린 문을 닫을 수도 있어요.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에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요. 그러나 주인공 료스케와 같은 상황이라면 다를 수 있어요.

평상시와는 다른, 뭔가 이상한 느낌 때문에, 료스케는 그 옷장 문을 열고 말았어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방에 있는 옷장은 잡동사니를 넣어두기 때문에 늘 닫혀 있었거든요.

그 다음은 도미노처럼 모든 일이 정해진 수순대로 일어나는 것 같았어요. 맨 앞에 놓인 상자 하나가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낡고 하얀 핸드백과 화선지로 싼 작은 꾸러미, 그리고 노트 몇 권이 들어 있었어요. 뭔가 봉인되었던 비밀들이 쏟아져 나오듯이, 료스케의 머릿속에는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네 살 무렵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1년 후 동생 요헤이가 태어나면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살았어요. 그러니 어머니가 바뀐 것이 사실인지, 상상인지도 알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그 노트에는 살인자의 기록들이 적혀 있었어요.


공포 영화를 볼 때처럼 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서서히 손가락을 벌리게 되는 건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무서움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거죠.

한때는 마니아라고 할 정도로 즐겨 봤는데 어느 순간 덜 보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영화로 즐겼던 공포가 더 이상 가상이 아닌 현실 같아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살다 보니 현실은 영화보다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져서, 가끔은 이 모든 게 영화였으면 바랄 때가 있어요. 

<유리고코로>는 시작부터 뭔가 불편하고 괴로운데,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첫 장을 펼치자마자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앞서 말했던 옷장 문처럼 그 안을 들여다 볼 자신이 없다면 아예 이 책을 펼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트의 주인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연 노트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그는 왜 자신의 충격적인 비밀을 노트에 적었을까요. 료스케의 부모님은 이 끔찍한 노트를 무엇 때문에 보관하고 있었을까요.

옷장 문을 열고, 상자 안을 들여다 본 료스케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오히려 그 노트로 인해 그의 삶은 바뀌고 있어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료스케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모든 비밀이 풀리고 나서도 긴장감이 가시질 않는 걸 보면 <유리고코로>의 위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유리고코로, 그 말이 가진 의미가 열쇠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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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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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점 주인을 꿈꾸던 사람인지라 <서점 일기>에 대해 품은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두근두근 설렌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로망은 그저 로망일 뿐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파는 일은 완전 별개의 일이라는 걸.

저자 숀 비텔은 서점 주인이 되기를 주저하는 조지 오웰의 심정을 빗대어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어요.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 그가 위그타운에 있는 '더 북숍'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처음 봤을 때는 일 년 안에 망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12년 후에는 그 망할 서점을 자신이 인수하게 된 거예요. 물론 그 누구의 압박이나 강요 없이 순전히 본인 의지였다는 게 핵심이에요. 

어쩌면 이 책도 우연, 아니 운명적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서점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적어둔 기록들이 일기가 되었고, 그 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거예요. 살다 보면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더 북숍'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이라고 해요. 중고책을 팔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고책을 사와야겠지요. 책을 팔러 온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대상이 '책'인 것이지, 뭔가를 사고 파는 일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좀 의외였던 건 고인의 유품인 책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중고 서적을 거래하다 보면 익숙한 일이라는데, 그럼에도 안타까운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고 해요.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중고 서적을 막연히 누군가 읽었던 책이라고 여길 때는 몰랐는데, 고인이 남긴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어찌됐건 책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가치가 빛나므로, 유품이 유물이 되는 것보다는 서점에 꽂혀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고 서적 중에는 숨어 있던 보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요. 역사적인 인물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 이런 행운은 아주 가끔 일어나지만 언제든지 기대할 수 있어서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다 보니 청계천 헌책방거리가 떠오르네요. 친구와 함께 책방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았던 일들이 너무 까마득한 옛날 일 같아요. 요즘은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다 보니, 서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었는지 잊고 있었네요. 

무엇보다도 서점까지 들어와서 책을 좋아한다고 떠들기만 해놓고 책 한 권도 안 사는 손님은 정말 얄미운 것 같아요. 왠지 이 책 때문에 서점 주인의 마음을 이백퍼센트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나봐요. 일찌감치 서점 주인이 되겠다는 마음은 접었지만 <서점 일기> 덕분에 서점이 가고 싶은 장소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사라졌던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걸 보면 책방 주인이 조지 오웰의「서점의 추억들」을 읽지 않은 모양이에요. 아마도 서점 주인이라면 <서점 일기> 못지 않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겠지요.

무뚝뚝한 서점 주인을 욕하기 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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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용 설명서 -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을 찾는 당신을 위한
황세원 지음 / 라온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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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 전에 <의사 사용 설명서>를 읽을 것.

평소에 대비해야 진짜 아팠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똑똑하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과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궁금한 내용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지식을 알려주고 있어요.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인터넷 검색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학 정보를 접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 정보들을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허위 광고와 뒤섞여  틀리거나 부정확한 정보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정확한 건 의사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기본적인 병원 진료 방법부터 나와 있어요. 진료의 핵심은 환자가 병원에 온 이유를 파악한 후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결정하고 설명하는 거예요. 만약 배가 아픈 증상으로 내원했다면 '배가 아파서 왔다'는 것부터 이야기하고 그 증상에 중점을 두고 말하는 것이 좋아요.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진료가 끝나기 전에 의사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발급에 필요한 시간을 1분이라도 줄일 수 있어요. 진료실에서 많이 요청하는 서류는 진단서, 소견서, 진료의뢰서, 진료확인서예요. 진료비 상세내역서 및 영수증 등은 의사가 발급하는 서류가 아니므로 접수 데스크에 말하면 돼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의사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이에요. 진료실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진짜 궁금했던 내용을 묻지 않아서 후회한 적이 종종 있어요.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진료를 보기 전에 질문을 미리 생각해두거나 메모하여 가져오면 돼요.

병원은 한 곳을 정해서 꾸준히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해요. 이건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거나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꼭 정해진 병원과 담당의사가 있는 것이 필수일 것 같아요. 솔직히 환자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만 사항만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도 곤란한 경우가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환자가 먼저 의사를 조력자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결과지를 보관해두면 나의 상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요. 물론 그걸 스스로 확인하려면 결과지를 읽을 수 있어야겠지요. 여기에 고혈압 기준, 빈혈, 공복혈당과 당뇨병, 고지혈증과 이상지질혈증, 간수치, 만성 B형 간염과 간염 백신, 위내시경, 요산 수치와 통풍, 갑상선 기능 검사 결과 등 결과지와 관련된 궁금증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결국 아는 만큼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의사 사용 설명서라고 되어 있지만 누구나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의학 정보가 나와 있기 때문에 건강 필독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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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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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이 여기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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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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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은 조금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포르투갈의 작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알비토의 150년 된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한국 도시에서 살던 그녀가 동티모르에서 포르투갈 남자 알베르토를 만나, 아들 보배와 딸 루이지냐가 태어났고, 이들 네 가족은 한국과 포르투갈 그리고 동티모르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해요. 

포르투갈은 세계 지도로만 봤지, 어떤 나라인지는 거의 아는 게 없었는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매우 느긋느긋 여유가 넘치는 나라라고 해요. 여유로운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느려서 비효율적인 단점도 있대요. 그건 한국의 장단점을 바꿔 생각하면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러니 빨리빨리 모든 게 빠른 한국의 서울과 유독 느린 포르투갈 알비토의 삶이 극과극 체험이 되었나봐요.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 알비토는 우리의 옛날 고향집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네요. 저자가 살게 된 알비토 집은 알베르토의 고조할아버님이 19세기 후반에 터를 닦아 지으셨고, 이후 쭉 대대손손 내려오다가 알베르토에게 물려주셨다고 하니 거의 가족 역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앨범을 펼치면 1900년대 초반의 사진과 엽서들이 고스란히 꽂혀 있고, 알베르토 가족의 추억들이 담긴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요.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미니멀리즘과는 상반된 모습이에요. 한국의 삶이란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흔해서 미니멀로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아요. 고향의 모습도 많이 변해버려서, 과거에 느꼈던 고향의 이미지를 느끼기 어렵게 된 것 같아요. 

알비토 집 근처에는 부모님과 형제들,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 가족들과 사촌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가까이 지내다 보니 늘 북적인다고 해요. 혹시 저자는 대가족과 어울리기가 불편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며느리라서 혹은 나이가 어려서 억지로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가족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며 화목하다고 하네요. 모두가 편안한 가족 모임이 가능하구나 싶어, 살짝 놀라웠어요. 경험적 편견이겠지만 제가 느낀 대가족은 화목함보다는 엄격함이 더 컸거든요. 알비토의 가족들처럼 모두 조금씩 나눠서 집안일을 하고, 각자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을, 왜 우리는 그걸 못했을까요.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은 식탁이 더욱 즐거울 수 있는 건 맛있는 음식 덕분일 거예요. 신선하고 담백한 아소르산 버터와 두부 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생치즈 케이쥬 프레스쿠, 매일 닭장에서 꺼내먹는 달걀, 계절마다 먹는 과일들, 여름에는 멜론과 무화과, 가을에는 포도와 사과, 겨울과 봄 사이에는 오렌지를 맛볼 수 있대요. 직접 과일나무를 키워서 수확한 과일들이니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을까요.  자연식품을 언제든지 바로 구할 수 있어서 냉장고는 오래되고 작은 사이즈라네요. 그밖에 여름에 먹는 차가운 스프 가스파초와 정어리, 달팽이 요리는 별미라고 하네요. 신선한 먹거리는 정말 부러워요.

알비토에서 기르는 가축들은 옛 방식 그대로 넓은 목초지에 한가롭고 자유롭게 풀어놓는다고 해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느긋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것 같아요. 시끌벅적해도 마음은 느긋하고 따스해지는 알비토 집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또한 낯설었던 포르투갈이 정겹고 따스한 풍경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포르투갈 음식들을 맛보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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