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불의 딸들
야 지야시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불의 딸들>은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야 지야시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영화 <미나리>가 떠올랐어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제작한 영화인데, 한국어로 제작되었다면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부로 분류되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었지요.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인데,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건 너무나 씁쓸한 현실인 것 같아요.

인류 역사에서 아프리카는 불운의 땅인 것 같아요.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자원을 약탈당했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 무역으로 팔려갔어요. 인간을 짐승 취급하며, 물건처럼 사고파는 대상으로 여기다니... 인간성의 말살인 거죠. 유럽인들이 아무리 문명인처럼 굴어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과 약탈, 착취는 명백한 야만성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전쟁 자체가 야만적인 행위잖아요. 폭력을 통해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잔혹한 것들. 그건 단순히 백인과 흑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적어도 인간이라면 동물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약육강식과는 달라야 하는데,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비극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아프리카의 소녀 에피아가 노예 무역을 지휘하는 영국인 장교 제임스에게 팔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들은 영국인들과 무역을 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린 소녀들이 노예로 팔려가고 있어요.

에피아는 제임스가 자신을 아내가 아닌 '여자'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고, '아내'는 대서양 건너편 백인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에피아가 낳은 아들 퀘이는 그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었어요.

에시는 백인들에게 잡히기 전까지는 대인과 그의 셋째 아내 마메의 딸로서 사랑받으며 자랐어요. 그러나 지하 감옥에 갇힌 뒤에는 군인들에게 몹쓸 짓을 당했어요. 자신이 부리던 하녀보다도 못한, 비참한 삶을 살게 돼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저주받은 가족사가 열네 명의 인물을 통해 그려지고 있어요. 에피아, 에시, 퀘이, 네스, 제임스, 코조, 아비나, H , 아쿠아, 윌리, 야우, 소니, 마조리, 마커스를 통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가 지나간 과거가 아닌 생생한 현실로 느껴졌어요. 인간으로 태어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어요. 인간으로서 약자를 괴롭히고, 타인을 자기 소유물처럼 다루는 건 범죄예요. 혐오와 차별은 야만적 행위이며 인간 자격을 박탈해야 돼요.


학교 행사에서 시 낭송을 하는 마조리를 보면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한 어맨다 고먼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용감히 맞섰지, 야수의 배에."  - <우리가 오르는 언덕> 중에서, 어맨다 고든

깡마른 흑인 소녀, 노예의 후손. 그녀의 시가 진정한 자아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었듯이 마조리의 시 역시 감동적이었어요.

마조리는 할머니의 무덤에 자신의 시를 바쳤고, 울며 부르짖었어요. 

「미 맘-에, 미 마메. 미 맘-에, 미 마메(420p)

미 맘에(Me maame)는 트위어로 '나의 어머니'라는 뜻이라고 해요. 나라는 존재의 뿌리, 어머니. 

<밤불의 딸들>은 슬프고 잔혹한 역사, 저주받은 운명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어요. 역사를 잊지 말라고, 그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년 1월 20일, 조지프 R.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스물두 살의 시인 어맨다 고먼이 축시를 낭독했어요.

어맨다 고먼은 미합중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한 여섯 번째 시인이자 최연소 시인이라고 해요.

이 책은 그때 낭독했던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라는 시 원문이 담긴 특별한정판이에요.

서문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 그녀의 말이 우리를 휩쓸면서, 그 말이 우리 상처를 치유했고 우리 영혼을 부활시켰어요."라면서,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고, 그것은 바로 시의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아요.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듯이, 어맨다 고먼의 시는 미국인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전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안타깝고도 불행한 사실은 트럼프 전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들로 인한 후유증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 미국에서는 각종 차별로 인한 혐오·증오 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에 분열을 조장하는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건 비극이에요. 

어찌보면 절망이라는 터널에 갇힌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밝히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어맨다 고먼의 축시는 "끝 모를 어둠"을 뚫는 힘 (오프라 윈프리 서문)이에요. 그것은 미국인들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힘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바이러스의 침투보다 더 무서운 악의를 몰아낼 수 있는 건 바로 우리들이에요. 이 언덕을 오르며 지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같이 나아갈 우리들.

천천히 소리내어 시를 낭독해보니, 마지막 구절에서 "용기 brave"라는 단어가 가슴에 확 꽂히네요.


우리가 오르는 언덕


하루가 다가오면, 우리는 우리에게 묻네 :

이 끝 모를 어둠 속에서, 우리

어디에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상실을 껴안고 우리, 바다를 헤쳐가야만 하네.  (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어맨다 고먼이 낭독했던 축시가 담긴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부를 전합니다 - 코로나 시대의 사랑과 슬픔과 위안
제니퍼 하우프트 외 69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는 혼자 음악을 듣다가 울컥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 ♪ "


4월이라서, 아직 모두가 힘든 시기라서...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슬픈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잘 지내냐고, 별일 없냐는 안부가 무겁게 느껴졌어요. 그저 일상의 소소한 인사였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져버린 것 같아요.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즐기던 때가 까마득한 옛날 같아서, 너무나 그리워요.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어서 빨리 예전의 일상들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전과 똑같을 순 없겠죠. 노래 가사처럼 내일의 일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겐 돌아갈 집이 있으니까, 안아줄 사람이 있으니까 좋은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바로 그 마음을 담아낸 책을 만났어요.


<안부를 전합니다>는 제니퍼 하우프트가 중심이 되어 70명의 미국 작가들이 코로나의 일상을 담은 글들을 모아 엮어낸 책이에요.

제니퍼 하우프트는 처음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고, 3주간의 자가 격리가 끝났을 때쯤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해요. 예정된 출판 계약이 취소되면서 생계 수단을 잃었는데, 급작스러운 실업위기에 처한 사람이 자신뿐만이 아니라 수천 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에 미국 전역은 쇼크 상태였던 거죠.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예요. 문학공동체의 기둥 역할을 했던 독립 서점들이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작가들이 결집해서 그들을 돕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대요. 그러기 위해서 작가들에게 각자의 코로나19 경험담을 기고해달라고 부탁했고 수십 명의 작가들이 흔쾌히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 책을 기획한 제니퍼 하우프트는 날마다 도착하는 글들이 자양분이 되었고, 모두가 함께 만든 한 권의 책을 통해 연대와 힐링이 가능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것이 이 책의 의미이며 가치인 것 같아요. 바이러스 못지 않게 퍼져 있는 증오와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백신 같은 책.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의 방식에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사연들을 보더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여전히 코로나 위기는 진행중이에요. 당장 극복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공통의 과제를 우리 모두가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건 70명의 작가들이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위로가 된다는 거예요. 힘들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동시에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살기 위해서 함께 협력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라는 걸 이 책이 알려준 것 같아요. 슬프지만 절망하지 말자고, 고통을 치유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멈추지 말자고.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3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천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운의 손님.

무엇을 그리 고민하고 계시죠? 이 가게의 주인인 저, 베니코에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18p)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3권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인물이 등장해요. 

대략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

소녀는 조그마한 몸에 빨간 석산꽃이 그려진 검은 기모노를 입고 있고, 진한 남색 머리칼은 가지런한 단발이고, 피부는 놀랄 만큼 하얘요.

소녀의 얼굴은 인형처럼 에쁘지만 뭔가 섬뜩한 기운을 온몸에서 뿜어내고 있어요.

누구냐고요?  바로 <화앙당>의 주인 요도미예요.


혹시나 남을 괴롭히거나 저주하려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조심하세요.

<화앙당>의 초대를 받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곳에서 파는 과자는 <전천당>의 과자와는 완전 다른 마법의 힘을 지녔거든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부분의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고, 결국 모두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복수 대신 용서를 선택하나봐요.

<전천당>에 초대된 손님이 행운인 건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화앙당>은 달라요. 나쁜 마음을 가진 손님만 받는 곳이라서 결말은 늘 불행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렇다면 <화앙당>의 과자와 <전천당>의 과자가 서로 맞붙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3권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