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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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네요. 

봄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김제동님의 신간이 나왔어요.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인터뷰집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프로그램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가 떠오르면서,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이 컸구나 싶었어요.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뭐냐고, 왜 그러냐고... 세상을 향한 질문,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이 책에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학평론가 김창남 교수까지 일곱 명의 전문가와 대담을 나눈 인터뷰가 실려 있어요.


코로나19 이후의 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김제동이 묻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답해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질문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요, 질문하라, 답을 찾을 것이니.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학습된 경험 때문인지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어려운 일이었어요. 모르니까 질문을 하는 것인데, 그 모른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 같아요. 뭘 물어봐도 비난하거나 핀잔을 주지 않는 존재의 부재랄까. 그러다 보니 질문하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자,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나 대신, 나보다 더 질문을 잘하는 김제동님이 있고, 누구보다 더 잘 답해줄 전문가들이 있으니까요.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으로 새롭게 알게된 내용들도 있어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나봐요.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소크라테스식으로 묻고 답하는 내용을 통해서 부족했던 지식의 영역을 채워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유용한 지식은 '무지'에 대한 재발견인 것 같아요. 무지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무지하다는 걸 모르는 게 문제일 뿐이지. 애초부터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고 질문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을 거예요. 신기하게도 전문가들에게 묻는 질문들을 똑같이 자신에게도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안다'라는 사실보다 알아가는 과정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흔히 전문가들의 인터뷰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수업을 받는 느낌이 드는데, 김제동의 인터뷰는 소통이 즐거운 대화의 시간 같아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제동 : 쌤 얘기 듣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뭘 모른다고 할 때, 예를 들면 제가 양자역학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무지(無知)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무지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보면 그걸 깨치기가 참 어려워요.

상욱 : 어렵죠.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제대로 읽어야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가 있잖아요.

문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일뿐더러 종종 자기도 자기를 모르잖아요.

... 마음이 질량을 가지고 있나요?

... 여기서 문제는 마음이란 게 정의가 잘 안 되는 단어거든요.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의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편이죠. 

아직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합의된 정의가 없어서 뭔지 잘 모르는 거죠. 물론 의식이 있어서 나오는 현상은 있어요.

의식이 잇기 때문에 우리가 손도 움직이고,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배후에 

이 모두를 관장하는 좀더 고차원적인 뭔가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어요.

증거가 없을 때 과학에서는 그냥 모른다고 그래요.

제동 : 모른다고 하면 된다고요? 전 점점 더 과학이 쉽고 좋아지네요. (웃음) 증거가 없으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가볍게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네요.

상욱 : 제가 어디 가더라도 별로 겁이 없는 것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모른다, 그러면 돼요. 모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지금 과학은 모르는 게 많죠.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64-66p)


제동 : 신영복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사상과 살아오신 이야기에 기대고 싶은 관계를 만들어놓고 가신 거잖아요.

무엇 때문에 우리가 자꾸 신영복 선생님을 불러낸다고 생각하세요?

창남 : 그분의 사상을 저는 '성찰적 관계론'이라고 정리하는데, 나는 그게 이 사회가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우리에게 강요하고, 우리가 이미 매몰돼서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자본주의적이고 경쟁주의적인 세계관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를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주는 담론이라고 생각해요.

... 선생님이 오래전에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모든 답을 가진 줄 안다. 답이라는 건 결국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건데, 나보고 자꾸 답을 달라고 한다." 이런 말씀을 푸념하듯이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거죠. 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거죠. 다만 그 답을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근거를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 말씀, 그분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588-5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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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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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싱싱한 활어 같아요.

펄떡이며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

신선하고 놀라워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은 2020년 응모된 수많은 단편 중 가장 빛나는 다섯 작품을 수록한 책이에요.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부분 수상작.

■ 김백상 _ 조업밀집구역

■ 윤살구 _ 바다에서 온 사람

■ 김혜영 _ 토막

■ 박선미 _ 귀촌 가족

■ 황성식 _ 알프레드의 고양이 


<조업밀집구역>은 '먹고사는' 현실적인 주제를 살짝 비틀어버린 이야기예요. 뭔가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더 꼬이는 듯한 상황.

제목이 힌트였어요. 어선이 몰리는 지역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피 튀기는 전쟁이라는 것.

그래서 버틸 것이냐, 아니면 밀려날 것이냐. 다크호스였던 아들의 활약을 주목하면 될 것 같아요.

<바다에서 온 사람>은 가장 끌리는 작품이에요. 사랑에 빠져 육지로 올라온 인어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 영화나 드라마 같이 환상적인 이야기로 펼쳐지진 않지만 그 인어의 정체 때문에 지나온 과정들을 짐작할 순 있어요. 이미 인어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도 신기하고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인어의 선택은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인생 교훈을 주는 강렬한 피날레였어요.

"... 이런 굴곡들이 참 좋더라. 없애고 싶지 않거든.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

사실 처음부터 알고도 남기로 한 거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내가...

그렇지만 내 인생이잖니. 내 선택이고. 후회하지 않아, 내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

그러니까..."   (87-88p)

<토막>은 심야괴담에 나올 법한 이야기예요. 신체 일부분만 나타나는 귀신과의 동거.

주인공은 서른두 살 백수이자 아마추어 게이머인데 월세 지하 단칸방 한가운데에 갑자기 솟아난 머리 귀신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무슨 버섯도 아니고, 귀신이 왜 토막처럼 신체 일부분만 출몰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기현상을 해결하려고 병원도 가고, 각종 종교의 힘도 빌리지만 결국에는... 상상하면 너무나 소름끼칠 만한 장면인데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토막의 주는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그게 더 충격적이었어요.

<귀촌 가족>은 도시에서 귀촌해 온 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예요. 약간의 스릴과 긴장감이 깔려 있어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야 짧은 탄식이 나오는,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의 승자를 확인할 수 있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지만 이건 자업자득, 인과응보의 교훈을 주네요.

<알프레드의 고양이>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토리가 독특해요. 길고양이의 검고 매끈한 실루엣에 반해, 배트맨의 본명을 딴 '웨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주인공은 스스로 알프레드가 되었어요. 집사 중의 집사, 배트맨의 묵묵한 조력자 알프레드. 하지만 웨인은 자유분방한 길고양이라서 하루에 두 번씩,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만 창가로 찾아와 먹이를 먹고 가요. 주인공은 10년 전, 고등학생 시절에 왕따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도리어 말썽쟁이가 되었고, 그때부터 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어요. 그런데 길고양이 웨인의 집사를 자처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불법촬영과 관련된 범죄를 목격하면서, 정의감에 불탔던 과거 주인공의 자아가 되살아나는 듯... 마치 알프레드가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듯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요. 짧지만 영화 같은 서사라서 흥미진진했어요.

색다른 다섯 편의 작품이 저마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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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에 보내는 비밀 레시피 - 1프로만 전략적이면 10배 더 똑똑해진다
마작가 지음 / 리시안컬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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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에 보내는 비밀 레시피>는 전략가 마작가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똑똑한 사람들과 비교되는 답답함을 겪었다고 해요.

그 답답함 때문에 자존감에 흠집이 났고, 주눅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왜냐하면 누구나 이 책으로 똑똑해지는 간단한 팁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팁을 공개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진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기 내면에 귀기울이고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길 바라기 때문이래요.

멋지죠?

똑똑한 사람도 멋지지만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멋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해요. 어떤 방법으로 읽든지 전략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략적"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심오한 의미를 지녔는지 몰랐어요.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략적인 것은 "거시기함"이라고 하네요. 어떤 실체를 찾기는 어려우나 그 영향력은 크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략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을 하나씩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알려주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우리를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며, 얼마든지 시간과 노력, 능력을 통해 가능한 일이라는 거예요. 다행히 저자는 이미 경험했던 사람이라서 애초에 그러지 못하던 사람이 어떻게 전략적인 생각을 하고 전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잘 설명해주네요. 원칙과 구성요소, 핵심개념, 응용과 잔기술이라는 용어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일단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들 것이고, 우리가 주목할 건 '자기인지', 즉 나 자신을 아는 것임을 깨닫게 될 거예요. 똑똑해지는 것도 자기 천성에 맞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성공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능력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특출날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걸 찾아야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어요. 

자기인지력을 높이려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할당하고, 명상을 통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일기쓰기를 통해 자기 객관화를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얻는 거예요. 미국 심리학자 조셉 러프트 외 해리 잉햄에 따르면 사람의 자아는 4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영역은 열린 창이고 자신은 알고 있지만 남들이 모르는 영역은 숨겨진 창이라고 해요. 이것을 조하리의 창 Johari Window 이라고 부르며, 내가 모르는 나를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피드백 역할을 해준다고 해요. 이러한 노력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기쁨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성과를 얻게 해주고, 마침내 전략적인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마작가님의 비밀 레시피는 전략적으로 포장된 훌륭한 자기관리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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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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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손에 닿지 않는 선반을 바라만 보다가, 발디딜 디딤돌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 디딤돌 대문에 올라서야 할 것 같고, 선반 위의 물건을 꺼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 것 같아요.

매우 점잖은 책표지에, '이것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더라면 망설였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웬걸, 마치 휴가를 온 듯한 상큼발랄한 두 여성의 모습이라니... 낚인 건가요. 분명 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이 작품의 저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걸.

세상에 현대 작가의 이름 중 동명이인이 있는 건 아닐테고, 당연히 그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작품이렷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이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근래 영화나 드라마 대본집을 읽은 적은 있지만 고전 희극 작품을 읽는 건 뭔가 색다른 것 같아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크게 서막과 본극으로 나뉘어 있어요.

서막은 영국이 배경이라서 영국식 지명과 인명으로 표기되어 있고, 본극은 이탈리아가 배경이라 이탈리아식 지명과 인명으로 표기되어 있어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서막의 첫 장면이에요. 어느 마을의 술집 앞에 빈털터리 주정뱅이 크리스토퍼 슬라이가 술집 여주인에게 내쫓기고 있어요. 슬라이는 비틀거리다 바닥에 드러누웠어요. 그 길을 지나던 영주가 슬라이를 발견했고, 사냥꾼들을 시켜 숨은 쉬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어요. 영주는 슬라이를 욕하면서 술주정뱅이를 골려줄 계획을 세웠어요. 슬라이를 깨끗하게 씻겨 성으로 옮긴 후 그를 영주인 것처럼 속이라는 거예요. 슬라이가 정신나간 영주인데 꿈에서 깬 것처럼 하인들과 짜고 연기하도록 시켰어요. 실제 배우들까지 섭외해서 가짜 영주가 된 슬라이를 위해 유쾌한 희극을 보여주는데, 그 희극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인 거예요.

우리는 슬라이와 함께 '말괄량이 길들이기'라는 희극을 보는 거죠.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내용은 이탈리아 파도바의 갑부 밥티스타 미놀라에게 아름다운 두 딸이 있는데, 첫째가 말괄량이 카타리나이고 둘째가 얌전한 비앙카예요. 

유명한 거상 벤티볼리 가문 빈체티오의 아들인 루첸티오가 하인 트라니오를 데리고 파도바에 여행왔다가 밥티스타의 딸 비앙카에게 반했어요. 루첸티오는 비앙카에게 청혼하고 싶은데, 밥티스타는 첫째 딸 캐서린이 혼인을 먼저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대신 비앙카를 위한 가정 교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루첸티오는 가정 교사 캄비오로 변장하고, 하인 트라니오를 루첸티오로 변장시켰어요. 이때 페트루키오라는 남자가 돈 많은 여자라면 말괄량이도 상관 없다면서 자신이 그녀를 길들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어요.

여기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밥티스타가 사윗감을 재력으로만 결정했다는 거예요. 처음 본 페트루키오가 자신을 재력가라고 소개하며 카타리나에게 청혼하자 아버지가 승낙했고, 카타리나에겐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어요. 무례하고 괴팍한 페트루키오는 카타리나를 굶기고 괴롭히는 행동을 통해 아내를 길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편 가정 교사로 위장한 루첸티오는 비앙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이 모든 건 사기극이라는 거예요. 

남자들 입장에선 사랑으로 포장된 욕망일 뿐이고, 여자들 입장에선 사기극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어요. 밥티스타는 자신의 딸을 재산처럼 취급했어요. 솔직히 현대적인 관점에서 남성들의 태도가 몹시 불쾌할 수 있는데, 당시 시대상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풍자극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잊지 말아야 할 건 서막의 주인공 슬라이가 즐기고 있는 희극 무대라는 거예요. 슬라이는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연극을 보며 웃고 있겠죠? 

누가 누굴 속이는 것이며, 무엇이 꿈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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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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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는 넬슨 토머스 집안의 세 남매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제목 때문에 외계인이나 우주비행을 상상했어요. 제목 아래에 적힌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라는 문장은, 다 읽고나니 또렷하게 보이네요.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이외에는 뭐 하나 닮은 것이 하나 없는 세 아이들.

우리가 꿈을 꾼다는 건 희망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희망과 절망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동전의 양면처럼.

사실 좀 놀랐어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라서.

제가 아동문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봐요. "2021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라서 밝고 명랑한 성장소설을 떠올렸거든요. 

착각 내지 오해였어요. 세상이 온통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는 다섯 살?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면 눈물이 딱 그치는 아이일 때나 가능하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저는 열두 살 무렵쯤 알게 된 것 같아요. 비둘기처럼 다정한 가족들과 장미꽃 넝쿨이 우거진 집은 환상이라는 걸.

여기 넬슨 토머스 집안의 세 남매는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첫째 아들 캐시는 열세 살이에요. 농구를 하다가 팔목을 다쳤고 성적이 자꾸 떨어져서 중학교 2학년을 또 유급할 위기에 처했어요. 

둘째 아들 피치는 열두 살이에요. 매일 오락실에서 '해벅 소령'이란 게임을 하며 개인 최고 점수 갱신에 온 힘을 쏟고 있어요. 가끔 화가 나면 불같이 폭발하는데 본인도 제어하질 못해요. 셋째 딸 버드는 피치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기계 조립을 좋아하고 똑똑해요. 나사 최초의 여성 우주선 사령관을 꿈꾸지만 학교나 집에서 늘 투명인간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가족들 중 누구도 버드의 꿈에는 관심 없거든요.

세 남매의 부모님은 매일 싸우기 때문에 아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고 있어요. 아빠는 일찍 퇴근해도 저녁은 엄마가 차려야 한다며 꿈쩍을 않고, 퇴근한 엄마는 그 모습에 화를 내며 싸우는 거예요. 서로 양보할 만도 한데, 그럴 기미가 없어요. 얼핏 보기엔 평범해보이는 가족들인데, 각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안타깝고 속상해요.

어쨌거나 이들 가족의 진심을 제3자인 나만 아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서로 왜 말하지 않는 걸까... 

자존감이 바닥에 가라앉은 캐시,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늘 혼란스러운 피치, 똑똑하지만 예쁘지 않다는 말에 상처받은 버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986년 1월 28일 터졌어요.

아하, 그제서야 이 모든 이야기가 1986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나사 최초의 여성 우주선 사령관을 꿈꾸던 버드가 절망에 빠졌을 때, 놀랍게도 큰 오빠 캐시는 버드의 아픔을 알아차렸어요. 피치 역시 그동안 한 번도 버드를 신경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쌍둥이 동생을 걱정했어요. 버드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캐시와 피치는 서툴지만 버드를 위로해주었어요. 아쉽게도 엄마와 아빠는 버드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 버드의 침묵을 사춘기소녀의 흔한 증상으로 여기는 건지도... 세 남매는 부모님 없이 서로를 다독여주고 있지만 그 모습이 나쁘진 않네요.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마지막으로 살롱가 선생님이 해준 말씀이 가슴에 콕 박혔어요. 캐시는 여동생 버드를 위해 그 내용을 전해줬고, 결국 버드는 그 덕분에 힘을 냈어요. 우주를 꿈꿀 수 있어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거니까요.


"챌린저호의 우주 비행사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탐험가가 되기 위해서 몇 달 동안 힘들게 훈련했어.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도 감수했지. 우리는 이 세상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어.

자신에게도 그렇고, 모든 사람에게.

내가 아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우주가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왜 망설이냐고?"  (3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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